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8. 1. 16. 01:22

악역영애라 히로인과 약혼자를 붙여주려합니다만, 잘 안됩니다....



97.결말은 바로 코앞……


─ ─ 저런 사람이 연인이었으면....하고 생각하게 되네요.


자신의 말에 스스로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사쿠라.


(사쿠라 씨와 카나메가 연인……?)


마츠리는 덮쳐오는 불안감에 몸을 떨었다.
마침내 여기까지 진행 되고 말았다.

결말은 바로 코앞…… 그렇게 느껴진다.

그저 흐름에 몸을 맡기면, 머지않아 카나메와 사쿠라는 함께하게 될 것이다.

( 그렇게 되면, 저는 물러나야 하나요?)


부풀어 미어질듯한 가슴에 손을 얹자 옷감 너머로 느껴지는 딱딱한 감촉.
손 끝에 느껴지는 사슬에 꿰인 약혼 반지를 만져본다.

(카나메의 마음은.. 그때와는 달라져 버린건가요……)





"어제 전화도……, 마츠리 쨩이 몹시 걱정된다고……"
"…………예?"
""정말 괜찮은건가?"나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가?"라고, 몇번이나 확인했다구요?"
"저를 걱정? 그게 무슨 말인가요?"

사쿠라의 말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것도 마츠리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면으로.

사쿠라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의 마츠리에게 조금 다가간다.


"쇼핑몰입니다."
"쇼핑몰……?"
"그 때요, 마츠리 쨩이 남자에게 억지로 ─ ─"
"어이! 스즈하라!!"


뒤에서 카나메의 호통소리가 들리더니 두 귀가 손으로 덮여버렸다.

(히야앗…….)

닿은 손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뿌리치려고 했지만 머리를 고정하고 있는 손의 힘은 강했고, 뒤를 돌아다보지도 못 했다.


"네. 뭔가요?"

건너 편에 앉아 있는 사쿠라는 카나메의 부름에 천연덕스럽게 대답한다.
마츠리라면 위축되어 버리는데 반해, 당당한 모습의 사쿠라는 정말 대단하다.



"너……"
"싫네요~. 잘 알고 있니 화 내지 마세요."

끝을 흐리는 말투에 마츠리는 무슨 일을 말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막혀있는 귀는 두 사람의 대화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귀를 쫑긋 세우면서 필사적으로 정보를 잡으려 했다.


"어제 일은 마츠리에게 말하지 말라고 내가 말한 것을 잊었는가?"
"잊지 않았어요."

나무라는 듯한 카나메의 어조에 사쿠라는 동요 없이 되받아 쳤다.
확실히 사쿠라는 "마츠리 쨩에게는 비밀로 해달라던 " 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했었다.
그러나 어떤 의미가 있어 입막음을 한 것인가…….

(역시 제가 들으면 안좋은 화제를!?)

꼼짝도 할 수 없는 마츠리는 머리 위에서 오가는 대화를 조마조마 하며 듣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그럼 왜"
"그렇지만 마츠리 쨩이 알고 싶다고 해서, 본인이 원한다면 가르쳐 줘도 괜찮겠더라고요."

사쿠라는 기죽지 않고 마츠리의 이름을 꺼내며 설명했다.
그리고 카나메를 보던 시선을 마츠리에게로 옮긴다.

"저와 호죠 군이 둘에서 소곤거리는 게 궁금했죠? 마츠리 쨩"
"어……!? 아,우……!"

동의가 요구되어 움찔했다.

어떻게 대답하면 될지 모르는 마츠리는 시선을 이리저리 옮겼다.
얼굴을 돌리고 싶지만 카나메의 손에 의해 머리가 구속되어있다.
어디에도 시선이 도망 갈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정말! 왜 사쿠라 씨는 이렇게 눈치가 좋은건가요……읏!?)


자연스럽게 얼굴에 열이 쏠린다.
신경이 쓰이지만 이번에는 그 이유가 다르다.
두 사람 사이의 진전을 들여다 보고 싶은 호기심이 아니라 질투 섞인 감정이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뻔뻔스럽게 "물론이죠!" 하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호기심으로.
거기서 문득 과거의 자신을 돌아봤다.

(─ ─어라? 이 장면에서 "물론이죠!"라고 대답하면 완전히 제가 카나메를 좋아한다고 하는 것이잖아요!)

그런 행동을 반복해 왔다는 것을 깨닫고 더욱 부끄러움이 더해졌다.
머리를 억지로 움직이자 귀를 가리던 손이 떨어지고, 들려오는 소리가 선명하게 됐다.




"그러니까 마츠리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호죠 군이 마츠리한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압니다만!"

카나메는 사쿠라와 대화를 계속하면서 마츠리의 옆에 앉았다.
너무 가까워서 팔과 팔이 딱하고 붙어 있다.
자신에 관한 이야기의 내용보다도 닿여있는 부분이 의식되어 두 사람의 이야기에는 머리가 따라가지 못한다.



"걱정이라면 더더욱 본인에게 물어보는 게 좋겠습니다. 어제……"
"이제 그 얘기는 됐으니까! 그것보다 스즈하라, 타카야가 불렀다."


카나메가 말을 억지로 막고 타카야의 이름을 꺼냈다.
힘차게 말했던 사쿠라는 말을 멈추고 얼굴을 찌푸린다.

거기서 대화는 끊겼다.


─ ─ 또다.
사쿠라가 어제 이야기하려던 곳에서 이야기를 끊었다.
그렇게나 마츠리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은 내용이었나?





짧은 침묵.
마츠리도 입을 열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 알겠습니다. 갑니다."

사쿠라는 지칠대로 지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쉰다.

"하아……정말……. 마츠리 쨩 오늘은 여기서 실례하겠습니다. 잠깐 볼일이 생겨서……"
"아, 네."
"끝까지 공부를 못 봐줘서 죄송합니다……"

사과하면서 마지못해 책상에 펼친 것을 가방에 넣어 간다.
볼 일이라는 것은 카나메가 말한 "타카야가 부른다"와 관계가 있을까.

마음이 내키지 않는지 동작 하나하나가 느리다.

사쿠라는 손을 움직이면서 카나메에게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카나메도 사쿠라를 보고 있었다.
눈으로 대화하는 두사람.
형언할 수 없는 소외감이 가슴에 스민다.





"아, 아아, 그……카나메!"


점점 친밀해져 가는 두 사람에게 초조함을 느껴, 마츠리는 멈춰세우듯 꼭 하고 카나메의 소매를 잡아 끌었다.

"뭐야?"
"아……음……"

말 할 것도 없으면서 불러버린 것에 새삼스럽게 당황한다.
그저 마주보는 시선을 끊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 말을 할 수 없으니, 뭐든지 좋으니까 이야기를 계속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그게……"


카나메는 조용히 마츠리의 말을 기다리고 있다.



머릿속이 복잡해서, 제대로 생각할 수도 없다.
소매를 잡는데 힘이 더 들어갈 뿐이다.







"음……그럼, 죄송합니다만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우에!? 아, 네!"


사쿠라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튀어오르듯 놀라며, 순간적으로 카나메에게서 거리를 취했다.

책상을 사이에 둔 건너 편에 사쿠라는 없다.
목소리가 난 쪽으로 눈을 돌리면 사쿠라는 방의 문 앞에 있었다.
단단히 외투를 입고 문에서 조금 떨어진 상태로 조심스럽게 이쪽을 보고 있다.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아무 말도 없이 나가는 것도……그렇다고 생각해서……"
"아, 아뇨,"

가만히 있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배웅하기 위해 사쿠라 쪽으로 다가간다.


"사쿠라 씨,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아뇨 아뇨, 이쪽이야말로. 아, 방 밖은 추우니 배웅은 괜찮아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방 밖은 추운 듯 열린 문으로 찬 공기가 들어왔다.
그 온도차에 몸을 떤 마츠리는 사쿠라의 말에 힘입어 방 안에서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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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
질투
그래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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