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8. 6. 27. 21:47

영애는 느긋하기를 원한다.


제2장 수인 용병단





43.맛있는 술 마시는 법.



"죄송합니다. 칵테일을 만들기로 약속했었는데"
"괜찮다. 오늘이야말로 함께 마시자."
"네"

말랑말랑한 육구의 감촉이 손바닥에 느껴진다.
온화한 석양을 받은 맛있는 공기를 가득 빨아들인다.
검은 손에 감싸여 걸어 나가면 탁 트인 장소가 나왔다.

거기에는 나무의 요정이 가로막고 있었지만, 곧바로 통과시켜 준다.
언뜻 보면 큰 고목.
그렇지만 구멍처럼 보이는 것은 눈과 코 그리고 입이다.
온몸이 암갈색이고 팔은 땅에 닿을 정도로 길다.
그 손을 잡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다.

탁 트인 장소에는 유달리 큰 새하얀 나무가 있었다.
정령의 나무라눈 것이다.
연한 자줏빛으로 빛나고 있는 신비한 나무에 기대어 자고 있는 오리페도트를 찾아낸다.
시제 씨와 눈을 맞주치고 살짝 손을 놓는다.

홀로 오리페도트의 곁에 다가간다
멀리서 보면 나무의 일부처럼 보이는 그는 다가가도 깨어나지 않는다.
싱싱한 가지 같은 손에 내 오른손을 가져갔다.

"오리"

그가 허용해준 애칭으로 부드럽게 부른다.
그러면 페리도트의 눈동자가 슥 하고 열렸다.

"……나의 벗, 로냐인가?"

얼굴이 활짝 피어나기에 나도 웃었다.
오리페도트는 나무가 삐걱거리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기지개를 폈다.
머리는 물 속에서 흔들리듯 요염하고 나부낀다.
살짝 젖은 옅은 새싹빛깔의 긴 머리다.

잘 때에는 왠지 덧없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이대로 깨어나지 않겠는게 아닐까 하는, 덧없으면서도 신비한 아름다움이 있다.
하지만 강한 존재다.
세계에 녹음을 주는 위대한 정령.

그래도 나는 손을 빌려주며 일어서는 것을 돕는다.

"기다리다 지쳐서 잠들고 말았다. 그럼 연회를 하자 로냐, 시제. "

그 말과 함께 오리페도트가 짝짝, 하고 손뼉을 친다.

시제 씨와 나와 오리페도트 셋이서 마시는가 했더니 연회를 하는게 된 것 같다.

시제 씨는 반대하지 않는 듯, 정령의 나무를 등지고 맨땅에 앉는다.
나도 찬성하기로 했다.
오리페도트의 신호에 맞춰 요정들이 나타난다.
요정뿐만 아니라 동물도.

납작한 몸과 팔랑이는 지느러미로 허공을 헤엄치는 숲 가오리. 이름은 레이몬.
푸른색과 녹색 그라데이션이 아름다운 몸으로 나를 감싸고 꽉 껴안았다.
레이몬의 인사다.
서늘하고 기분이 좋다.

"안녕하세요, 레이몬."

만족했는지, 휘리릭하고 허공을 맴돌다가 떠나갔다.

다음은 연못의 요정이 나의 스커트를 잡으며 주의를 돌린다.
개구리 비슷한 피부를 한 둥근 체형의 공 같은 요정.
장난 꾸러기의 케빈과 스티비.
평소 같으면 물을 뿌릴 테지만, 두 사람은 큰 잎을 접시 대신 삼아 과일을 나르고 있었다.

로트들도 과일을 열심히 옮기며 케빈들과 함께한다.
치세 씨가 보면 기쁠 것이다.

백합의 요정이 은은한 빛을 퍼트리는 꽈리 덩굴을 꺼냈다.
빨강 주황 노랑 같은 따뜻한 색으로 각각 빛나는 꽈리들을 머리 위에 장식했다.

한 요정이 내 주위를 돌기에 나도 빙글 돌았다.
그러자 숲의 아기 고양이 페리스들이 흩날리는 스커트 사이로 달려나가. 꽈리를 흔들며 씩씩하게 사라졌다.

붉게 빛나는 요정이 나타난다.
정확하게는 개똥 벌레의 요정이다.
그렇지만 빛이 너무 밝아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가까스로 파닥이는 다리가 보이는 빛의 구슬같다.
그렇지만 그것도 아주 작다.
그 요정 역시 내 주위를 돌기를 원했기에, 함께 빙글 빙글 돌았다.


빛나는 요정과 꽈리 등불 덕에 어둠에 잠기는 일이 없다.
이 자리는 형형색색의 따뜻한 불빛이 밝히고 있는.
정령의 숲의 연회다.



악단의 지휘자처럼 장식을 지시한 오리페도트가 내 손을 잡고 다니기 시작했기에 함께 춤을 췄다.
음악은 요정의 노랫 소리나 동물의 울음 소리.
재밌다.

"그러고보니, 라 클레인의 모습이 안 보이네요 "
"그렇다! 라 클레인은 감시역이다"
" 그런가요, 안타깝네요. "

라 클레인은 숲을 지키기 위한 침입자의 감시역을 맡았다.
악마의 문제도 있을 테니 전원이 연회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외롭겠지만 어쩔 수 없다.

"자 자, 느긋하게 앉아 기다리고 있는것이 좋다. "

오리페도트는 춤을 멈추고 손을 놓으며 느긋하게 있기를 권한다.


"로냐. 이리와라."

낮은 목소리가 나를 조용히 불렀다.
시제 씨 쪽으로 다가가자 탁탁 땅을 두드렸다.
그곳은 시제 씨가 오른발을 세우고 있는 바로 앞.
거기에 앉게 되면, 너무 가깝다.
그렇지만 다소곳이 앉았다.

왠지 시제 씨가 세운 다리가 의자 대신 될 듯하다.

되돌아보면 바로 앞에 순수한 검은색의 사자가 있다.
너무 가깝다.


그렇게 있으면서 나는 요정에 대해서 말했다.
백합 요정, 반딧불이의 요정 연못의 요정까지.
지금 눈에 들어오는 모든 요정에 대해 알려줬다.
다른 요정들은 아마 잠을 자고 있겠지.

천년 애벌레 씨도 피들을 데리고 왔다.
큰 고슴도치도 왔다.
바늘은 황록색. 언뜻 보면 큰 수풀과도 같다.
무심코 다가가면 따끔하며 다칠지도 모르니 시제 씨에게 주의를 주었다.
고슴도치는 떼로 다가와 에워쌌다.
술을 기다리고 있다.

요정도 동물도 낯선 시제 씨를 완전히 경계하고 먼발치서에 보고 있으니까 인사를 하지 않는다.
대신 오리페도트가 시제 씨를 "로냐의 친구다."라고 성대하게 소개했다.

시제 씨가 가져온 술이 마음에 들었는지 신이 나있다.
몇번이나 건배를 하며 요정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오리페도트는 꽃잎을 날아오르게 하며 돌고 돈다.
로트가 우리에게 민들레와 비슷한 솜털을 날라주었다.
은은하게 빛나는 솜털.
그것도 두 손에서 흘러넘칠 만큼 컸다.

"하늘에 놓아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딘가에서 싹틀 거예요"

시제 씨에게 설명을 하고 함께 날려보내자고 제안한다.

나의 솜털은 하늘색을 띄었다.
시제 씨의 솜털은 금색.
양손을 조심스럽게 들어, 부드럽게 하늘로 올려보냈다.

별이 박힌 검은 하늘에 빛나는 솜털이 수없이 떠오른다.
형형색색의 꽈리가 은은히 빛나는 그 공간에서 정령도 요정도 즐겁게 춤추고 노래한다.
환상적이고 꿈같은 그 모습을 나는 웃으며 바라보기를 계속했다.

"세나들도 데리고 왔으면 좋겠는데"
"그렇네요, 모두들 함께 왔으면 좋았을텐데요."

일이 아니면 세나들도 참여하게 하고 싶었다.
세스는 사양한다며 외출하고 말았다.
나는 시제 씨도 동료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하며 흐뭇하게 생각했다.

그러고 있으니 옆에서 작은 그릇이 내밀어진다.
시제 씨가 술을 권했다.

"술 마시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술이라면 마십니다만……"
"한모금. 먹어 봐라."

통통한 집게 손가락이 그릇을 밀었다.

말하는 대로, 한모금 마셨다.
은은한 단맛이 혀를 흘러 촉촉하게 번져나가며 목에 열을 퍼트린다.

"응…… 맛있어요."

오리페도트가 기분 좋게 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와인이나 샴페인과는 또 다른 맛이라고 생각한다.

"천천히 마시는 거다."

귓가에서 속삭이듯 가까이에서 낮은 목소리가 울린다.
또 다시 황홀한 꿈같은 기분이 되는 것은 왜일까?
술 때문일까 환상적인 경치 때문일까
엷은 빛이 어른거린다.


"한잔 더"

다시 권해진다.

한모금
또 열을 삼킨다.
기분 좋은 맛.

스윽 하고 시제 씨의 손 끝이 뺨을 어루만졌다.
쑥스럽다.

스윽스윽 뺨을 쓰다듬으며 윤곽을 따라서 귀를 만져진다.
쑥스럽기에 웃고 만다.

그대로 그릇 속의 술을 마시려고 했다.
하지만 어느새 어깨 뒤로 둘러진 팔이 멈춰세운다.

"천천히"

시제 씨는 한 입, 내 몫을 비웠다.
두둥실, 또 솜털을 날리다.

밤하늘을 밝힌 식물의 생명.
취기가 돌지 않게, 과일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제가 악마에게서 숲을 구한 이야기는 알고 계시죠. 피해는 최소한으로 했지만, 상처 입는 식물은 치유를 하거나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나기 위해 빛이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것이었어요, 그건 정말 , 그 이상이 없을 정도였어요. "

눈을 감으면 아직도 느껴진다.
은은하지만 분명한 어떤 빛.

"오리페도트는 식물을 관장하는 정령. 그래서 그 생명을 이 곳에서 세계로 퍼져갑니다. 세계의 어딘가에서 싹틀 생명입니다. 태어나서 피고. 그리고 또 다시 태어나고 활짝 피어나는 것입니다."

생명이 날아오르는 기적.
시제 씨는 꿀꺽 하고 또 한번 그릇을 기울여 한모금 마셨다.

"나도 다시 태어나면 여기서 피어나고 싶습니다."

얼굴을 들어 말을 전한다.
깜빡 거리를 잊고 말았다.
호박색의 눈동자와 마주본다.

새까만 코가 닿어 버릴 것 같다.

"시제 씨의 내세는 어땠으면 좋겠나요?"
"이상한 화제구나……. 나는 지금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답을 줬다.
나는 그렇죠, 라고 쿡쿡하고 작게 웃었다.

"또 같은 장소에서 같은 동료들과 있어도 나는 질리지 않는다."

만약 다시 태어나도 같은 게 좋겠다는 생각의 시제 씨를 눈부시게 바라본다.

"자, 나의 벗이여. 더 마시는 것이 좋다.0"

오리페도트가 다가와서 내 그릇에 시제 씨의 술을 부었다.
즐겁게 춤을 추면서.

조금 넘쳐서 내 손 끝이 젖어 버렸다.
그러자 그 손을 시제 씨가 잡는다.
그리고는 낼름 하고 혀로 맛을 본다.
그래도 부족했는지, 춉 하고 입에 넣고 술을 핥았다.

멍하니 호박의 눈동자를 바라본다.
밝고, 금빛으로도 보이는 눈동자.
이 환상적인 연회에 밝혀진 빛처럼.

"자, 한 입."

시제 씨가 손가락으로 내 턱을 벌린 뒤 한입 분량을 흘려 붓는다.
화악 하고 내 몸에 퍼지는 열이, 기분 좋다.

"맛있지?"
"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쉰다.
그 열의 여운에 잠긴다.

마침 딱 좋은 위치에 있는 시제 씨가 세운 다리에 기대어 버린다.
그러면 상관 없다고 대답을 하듯 한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시제여. 이 술도 마시는 것이 좋다."

나무 컵을 손에 들고 돌아온 오리페도트가 이 숲 특제의 술을 건넨다.
그것은 마신 적이 있다.
보기에도 냄새도 꿀 이다.
그렇지만 꽤 독한 술이다.

나는 컵을 잡고 시제 씨의 그릇에 쏟았다.
걸쭉하게 호박 빛 술이 담겨진다.
시제씨와 똑같다.

바로 옆에서 시제 씨가 마시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 맛있어. "
" 맛있는 것이다! 맛있는 것이다!"


시제 씨의 감상에 만족한 오리페도트는 다시 요정들의 고리에 들어간다.
정말 기분 좋아 보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기뻐진다.

"로냐도."

시제 씨가 자신의 것을 내밀어 왔다.
권유 받은 대로 그대로 마셨다.
꿀의 향기.
순하고 뜨거움이 펼쳐진다.
이것 또한 별미다.

"맛있지?"

낮은 목소리가 귀에 속삭여지고, 오싹해졌다.
멍해지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스윽스윽 갈기에 가까이 다가갔다.
꺄악- 하고 생각하면서 뺨을 부볐다.
복슬복슬에 묻혀 버릴 것만 같다.
그대로 시제 씨에게 기댔다.

"여기서 살고 싶은가? 로냐."

정령의 숲의 술을 함께 나누고 노래부르며 춤추는 요정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제 씨의 목소리가 들여온다.
조용하고 황홀해 질 것 같은 것은, 취기 탓일까요.

만약 여기에 살게 되면, 이런 매일 이겠지.
떠드는 정령과 요정과 손을 잡고, 춤을 추며 돌고.
엷은 빛이 퍼져나가는 그 속에서.

"그것도 또 좋은 생활이겠지요. 멋대로…… 느긋하게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고생 따위는 분명 없을 것이다.
실컷 자고 빈둥빈둥 거리며 식물을 돌보고, 요정과 환수와 놀고, 그리고 다시 잠을 자기만 하는 생활.

그렇지만 나에게는 찻집이 있다.
때때로 눈이 빙글빙글 돌 정도로 바쁠 때도 있지만 옛날에 비하면 괜찮다.
만족감도 있다.
그리고 즐겁고 충실한 나날을 보냈다.

"…… 그래도, 저는……"

한 모금
꿀 같은 술을 목에 흘려보냈다.

같은 색깔을 한 시제 씨의 눈동자를 바라본다.
그리고 웃었다.

새까만 뺨에 한번 입맞춤을 한다.
이유는 모른다.
왜일까.
기분이 너무 좋았기 때문일까.

그러면 시제 씨의 눈이 날카로워 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턱을 잡고, 그리고 얼굴이 다가오고, 그리고. 그리고.


그 후의 기억은 없었다.


눈치채 보면 아침 햇살을 받으며, 시제 씨의 팔 안에 잠들어 있었다.
다시 시제 씨와 하룻밤을 보내고 말았다는 것이다.
팔 속에서.

순수한 검정색의 사자 씨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술을 마셨을 때처럼 열이 얼굴에 퍼졌다.

"아, 안녕하세요"

"안녕" 하는 낮고 조용한 한마디.
허둥지둥 일어나서 머리를 다듬는다.
어깨에는 시제 씨의 상의가 얹혀 있었다.

"기억하는가? 어젯밤의 일."

시제 씨도 일어나며 묻는다.

"……기억나지 않습니다."

생각에 잠긴다음 대답했지만, 뭔가 일이 있었던걸까하며 몸이 굳어진다.
기억이 없을 정도로 마신 것은 난생 처음이다.
아니, 아마 마법의 효력이 합쳐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시제 씨가 웃었다.
그것은 처음으로 똑똑히 본 미소였다.
한쪽 입가를 올리는 그의 모습은 요염했다.

나의 입술에 통통한 검은 손이 뻗어와 손톱으로 톡 건드렸다.

"생각해 봐라."


스와아악.
뺨이 녹아 떨어질 정도로 뜨거워졌다.


마지막 기억은 얼굴을 가까이 대려고 했을 때이다.
무엇이 일어났는지는 예상할 수 있다.
그것이 맞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왜 솔직하게 일러 주지 않는 것일까.

심술쟁이.


"대답을 듣지 않았다. 어떻게 하고싶지? 여기에 살고 싶은가?"

시제 씨는 화제를 바꾼다.
그 자리는 어젯밤과 달리 한산했다.
이제 각자 자기 잠자리로 돌아갔을까.

정령의 하얀 나무를 올려다보다가 페리도트 색의 숲을 바라보았다.

"살고 싶어요. 하지만 저는 아직 찻집을 하고 싶습니다. 시제씨들도 점심에 와 줄꺼죠?"

수인 용병단 씨들의 마음속 지주이기도 한 내 소중한, 느긋한 찻집.

나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나와 같은 마음으로 편안한 장소에서 느긋하길 바라므로.


"오라버니에게 들키고 말았지만 저는 여전히 느긋한 찻집의 점장을 하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있는 그 거리에서 "

미루고 있던 것이지만, 답은 바로 결정됐다.
오빠에게 들켜서 혼 나게 되었지만, 그것뿐이다.
무서운 건 이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오리페도트도 반드시 다시 여기에서 살자고 권유하겠지만, 나는 찻집을 이유로 거절했다.
도무스 카자의 거리에 머물겠다고 전하자.


"……오빠에게 발견됐다고?"


그 소리에 놀라 얼굴을 올린다.
날개를 접으며 다가오는 라 클레인이 있었다.
들어 버렸다.
오빠의 이야기를.

"오빠에게 발견됐다는건 무슨 말인가!! 듣지 못했다! 언제……그래서 시제들의 집에 숨겼던건가! 왜 빨리 말 하지 않았나!! 왜 나에게 안 한 것인가!!"

팟 하고 날개가 곤두선다.
연두색의 눈동자 안은 불타고 있다.
오싹오싹한 분노가 담긴 마력을 피부로 느꼈다.
검은 입술이 크게 열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다.


"그 놈이다! 또 너에게 상처 주는 말만 던졌겠지! 갈기갈기 찢어 주마!"
"그, 그만, 라 클레인!"

나는 날갯짓하는 라 클레인을 멈추기 위해 달려가 매달린다.
오빠를 습격할 생각이다.

"왜지!? 놈은 너를 폄하하기만 하고 실력도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 않으면서 게으른 사람으로 매도하지 않는가! 너의 마음을 찢는 그 남자의 몸을 찢어 주겠다!"
"라 클레인! 저는 괜찮으니까"
"그게 괜찮은 것인가!"

날갯짓 소리 속에서 라 클레인은 되받아 친다.
파락 하며 날갯짓 소리도 바람도 그쳤다.
그래도 나는 라 클레인을 껴안기를 멈추지 않았다.

"왜 말하지 않은 것인가……. 나에게 왜 말을 안 했어."
"라 클레인……"

그것은 처음 듣는 라 클레인의 약해진 목소리였다.

"이 몸은 너를 지키는 바람이 되겠다고 맹세했다……너에게 원수를 진 자에게 바람의 칼날을 휘두르겠다고 다짐했다……. 이 몸은 송곳니 밖에 없는데, 다른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나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가냘프게 묻는다.
나를 지키는 창이 되겠다고 다짐했다는 라 클레인.
라 클레인의 바람은 칼날이 된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적을 공격한다.
학원 수업에서도 소환수 대결에서 바람을 일으켜 주었다.
언제나 그는 나를 위해 힘을 발휘해 주었다.

상처만 주는 말만 하는 오빠도 적으로 보고 나를 지켜주고 싶어 했던 것도 알고 있다.

" 죄송합니다……라 클레인……"

라 클레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것도 처음이었다.

"라 클레인의 바람은 칼날만은 아니에요. 때론 방패도 되어주고 있어요. 그리고 하늘도 날고, 저는 큰 도움을 얻고 있어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만. 그만 됐다. 잊어 줘라."


라 클레인에게는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 하고 싶었는데 조금 틀린 것 같다.
라 클레인이 처진 어깨를 움츠리며, 외면하고 말았다.

"오빠는 신경 쓰지 마세요. 이제 만날 일도 없습니다. 그리고 오빠가 있는 곳으로 가면 단순하게 끝나지 않아요……. 제발 가지 마세요."

꽉 하고 오른 팔이 아닌 한쪽 날개를 껴안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 오빠는 왕도의 동남 지구 [피오센]의 치안 유지를 맡고 있는 경호 책임자다.
그 본인은 물론 이끄는 부하도 전투 능력은 높다.
그래서 라 크레인 홀로는 불리하다.
그런 상황을 상상하기도 싫다.


"라 클레인이 다치면 저도 상처받습니다."

나 때문에 라 클레인이 다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그러니 제발, 그만두었으면 한다.
" 알았다……" 하고 라 클레인은 포기해 주었다.

"그럼 라 클레인의 바람으로 도움을 받고 싶어요."
"……이 몸의 바람?"
"하늘에 데려다 주세요."

나는 위로를 받고 싶다며 응석을 부렸다.
그러면 라 클레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다가 크게 웃었다.

"비명을 질러도 모르니까"
"부탁합니다"


롤러 코스터를 넘는 속력을 발휘해 줄 것이다.
떨어지지 않도록 매달려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 떨어져도 주워 줄 것이다.


"아, 시제 씨도 어떤가요?"
"나는 정령과 이야기 한 후 먼저 돌아가겠다."
"알겠습니다, 나중에 뵈요."

계속 지켜보고 있던 시제 씨는 남기를 택했다.
그래서 나는 손을 뻗어 라 클레인의 등에 매달렸다.
날갯짓 소리가 바람과 함께 감겨 솟아 오른다.

연두색과 하늘색의 빛이 나는 순백의 환수는 아침 해를 비추는 하늘을 향해 달려갔다.


◆ ◇ ◆



"자, 술이다. 남작인가 하는 것과 마시는 것이 좋다."

정령의 숲의 술을 가져온 오리페도트는 시제에게 넘겼다.
" 맛있는 술이었다" 라고 전언도 더한다.

"로냐가 신세를 졌다. 오빠를 만난 모양이구나. 우리는 이야기밖에 들은 적이 없지만……갈기갈기 찢어발기고 싶은 놈이었을까?"
"……갈기갈기 찢어도 로냐는 반기지 않을 것이다."

시제는 부정을 하지 않았다.
"그 점이 골칫거리이다!" 하며 오리페도트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로냐가 화를 내 준다면 우리는 이 나라를 멸할 수 있도록 손을 빌려 줄 것이다!"
엄청난 발언에도 시제는 눈썹하나 까딱이지 않고 침묵했다.

"물론 가정이지만 말이다. 다소의 복수 정도는 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이쪽이 생각할 정도다. ……로냐네 가족이 있는 곳의 식물을 물리고 괴롭히는 것이다. 음식이 없어져 당황하게 할 것이다, 후후후."

한 순간에 처리 하겠다면 오리페도트는 흉계를 꾸미는 얼굴로 웃는다.
시제는 또 침묵을 한다.
오리페도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듣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냐의 자기 평가가 낮은 가족 때문이다. 정령의 숲을 구하더라도 그레이라면 더 잘 구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별거 아니라고 바람에 이야기 하는 것도...가족이 자신을 앗아간 탓이다."


이전에도 들은 이야기다.
로냐는 노력을 인정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랐다.
정령의 숲은 세계를 구한 위업을 가지면서도 자신을 과소 평가하는 이유.
그것이 그 오빠라는 것을 시제는 그 눈으로 보았다.

"할 수만 있다면, 여기에 있는 것이 좋겠다. 아무것도 상처를 받지 않도록 마음 편히 지낼 수 있게, 이 숲에 있으면 좋다."


오리페도트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거기에 로냐의 모습은 없다.

"그대는 붙잡고 싶은 가 보구나."
"로냐가 원한다면. "
"그렇구나.."


시제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잘 부탁하지 시제."
"……그래."
"또 마시러 오거라."
"……그래."



두 사람은 하늘을 바라본다.
이윽고 시제가 자리에서 일어서고 오리페도트는 그를 마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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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악!!!



끼아아아아ㅏㅏㅏ아아아아!!!!!



으히히히히힣ㅎ


심장이 흐힣이ㅡㅎ잏이희



번역하면서 내상을 자꾸 입어서 너무 아프ㅇ흐흫흐힁히히ㅣ힣



입에서 자꾸 설탕이우ㅡ웨에ㅔ에에엑엫헤헤힣히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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