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8. 6. 27. 21:46

영애는 느긋하기를 원한다.




제2장 수인 용병단


42.망각의 집.





악마의 함정에 걸린지 닷새째의 아침은 쾌조였다.

상쾌한 기분으로 수인 용병단씨의 아침을 만들고 청소를 하고 느긋하게 낮잠을 잔다.
복슬복슬한 낮잠.

아직 졸림을 느끼지만 오늘은 바라볼 여유가 있다.

건너 편 소파에 누운 것은 녹색 자칼 세나 씨.
읽던 책을 팔에 끼고 잠들어 있다.
포동포동하며 볼륨이 넘치는 꼬리는 너무 커서 바닥에 늘어져 있었다.
다시 한번 복슬복슬하고 싶다.

그 옆 바닥에는 팔다리를 쭉 뻗고 호쾌하게 잠든 푸른 늑대의 치세 씨.
어젯밤은 격렬하게 장난을 쳤었지만, 다듬어진 복슬복슬은 한층 기분 좋은 것이었다.
그리고 복슬복슬을 빗질하는 것은 즐거웠다.
또 하고 싶다.

나의 곁에 소파를 가져와 새우잠을 자는 새하얀 치타 류세 씨는 긴 꼬리를 흔들흔들 흔들고 있다.
내 손에 잡힐 것 같은 거리라, 잡고 싶어진다.
류세 씨를 팔을 복슬복슬 한것은 즐거웠다.
꼬리를 잡은 채 잠을 자고 싶은데 안되는 것일까.

그리고 내가 누워 있는 소파의 바로 밑에 있는 것은 새까만 사자 시제 씨.
내 코앞에 있는 갈기를 만지고 싶다.
가능하면 한번만이라도 얼굴을 묻고 싶다.
하지만 하면 안 된다고 참는다.

만지고 싶구나 하는 생각에 바라보며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들려오는 말소리에 눈을 떴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여기에 머무르게 된 뒤로, 수인 용병단씨의 배웅을 해준적이 없었다.
오늘만큼은 하고싶다고 생각했다.

"깜짝이야. 무슨일이야 아가씨."
"아, 저녁식사와 배웅을 하려고요."

소파에서 일어서려던 류세가 나를 보며 웃는다.


"그런 신경 안 써도 좋아"라고 책을 읽고 있는 세나 씨가 말한다.
오늘은 세나 씨가 나를 호위해 준다고 한다.
그래도 도움이 되고 싶기에 세스 씨와 저녁 식사를 만들어 함께 식사를 했다.
그리고 현관까지 나가 세나 씨와 세스 씨와 함께 배웅을 했다.

"조심해서 다치지 마세요. 잘 다녀오세요."

"다녀오겠습니다."
"…… 다녀오겠습니다"
"오"


류세 씨, 시제 씨, 치세 씨가 대답을 하고 일하러 간다.
웃는 얼굴로 배웅하고 있었지만 손님이 와서 놀란다.

"여어, 안녕하세요. 지금부터 일?, 자, 그럼 잘다녀와."

리스 남작이다.

"남작인가. 무슨 용무인가."
"무슨 용무라니, 차갑구나, 류세 군"

매정한 태도의 류세 씨에 리스 남작은 어깨를 움츠린다.

"로냐 아가씨에게 조금 이야기가 있어서 만나러 왔어. 괜찮을까?"

나에게 볼일이 있어서 왔다.
그것을 듣고 멍해진다.
마법의 효력으로 한층 강한 졸음이 몰려들었지만, 가까스로 미소를 유지한다.


"저는 상관 없습니다만……"
"단둘이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담화실에서 얘기하지.나는 방에서 기다릴게."

시선을 보내면 세나 씨에게서 허가가 나왔다.

"아, 시제. 이 전의 술은 어땠어?"
"……내일 마신다."
"흐음, 그런가."


리스 남작은 시제 씨와 그 말만 하고는 안으로 들어간다.
류세 씨들은 걱정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일로 향했다.

"커피를 내올까요?"
"여기서는 손님이잖아? 신경쓰지 않아도 돼."


음료는 거절당했으니 그대로 담화실에 들어갔다.
어느 쪽인가 하면 침실로 이용되는 방이기 때문에 이상한 기분이다.

그것은 마법의 효력 때문일까.
리스 남작은 내 신상을 알고 있다.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나는 신분을 밝힐 생각이었던 것도 생각이 났다.
그래서 다시 졸음이 닥친다.
불안이 솟구치는 것 같다.


"곧바로 본론이지만, 저번에는 미안했다. 자네의 내력을 알고 있다고 돌아가면서 말해서. 놀라고 말았을거야."

소파에 마주 앉자마자, 리스 남작은 사과했다.

"네…… 놀랐습니다. 할아버지는 분명 남작님이 저를 모를 것이라고 알고 있었으므로……"
"확실히 나는 오랫동안 사교계에서 떨어져 있었거든...너는 몰랐어."

리스 남작이 웃는 얼굴로 말한다.
나를 몰랐다.
그럼 어떻게 알았을까.

"실은 그 유명한 살아 있는 전설, 영웅 오르비아스님이 찾아와서 말이지. 아니 놀랐어. 우리 집에 전설의 오르비아스님이 왔다니까요 "

그 입에서 나온 이름에 나도 놀란다.

"인사도 겸하고 너의 사정을 조금 말해 주고는, 자신도 신분을 숨기고 방문할 수 있게 해달라고 미리 알려 줬거든. 그 분에게 만약의 일은 없겠지만, 사건이라도 생겼을 때 몰랐던 일이 되지 않도록 신경 써 준 것이겠지. 자네에게도 말하지 않도록 요청되기도 했으니 시제들에게도 말하지 않으니 안심해도 좋아."


오르비아스님이 신경을 써서, 리스 남작에게 인사를 해 주었다는 것.
시제 씨들은 아직 모른다고 듣고 어깨의 힘을 뺐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마도사 그레이 티아님도 찾아 오셔서 말이야."

또 다시 놀라운 이름이 나왔다.

"악마의 건을 들었어. 거리에 악마가 들어가지 못하는 같은 결계를 치고 싶다라고 신청했다구. 하지만 그는 왕을 모시는 마도사잖아? 너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거리를 덮을 수 있는 결계를 무상으로 받을 수는 없어서. 그렇다고 그만한 보수를 낼 여유는 더더욱 없어서…… 죄송하지만 거절했다."
"……제가 악마를 부른 탓에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저는 머리를 숙였다.
악마가 들어왔다고 듣는 것 만으로도 걱정인 것이다.
리스 남작에게는 자신의 영토인 거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
마음 고생을 늘려 죄송하다.


"네가 사과할 만한 것이 아니야. 폐가 되기 때문에 이 거리를 떠나가라고 말하러 온 것도 아니니. 괜찮아."

리스 남작은 따뜻하게 웃었다.
나는 다시 힘을 뺐다.


"여기에 결계를 치고, 수인 용병단이 지켜 주는 것 같던데. 그걸로 아직은 충분하지?"
"네. 수인 용병단에게 아주 잘 지켜지고 있어요."
"그거 잘 됐군. "

또 리스 남작은 따뜻하게 지켜보는 미소이다.


"악마가 화려하게 거리를 쓸어버릴 것 같을 때는 마도사 그레이 티아님께 부탁한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오르비아스님이 바쁘다고 하셔서, 당분간은 돌아오지 않는 것 같다."
"네? 오르비아스님이요?"

아무래도 오르비아스님도 악마 건을 들은 것 같다.
가게를 쉬는 사이에 와서 알아 버렸겠지요
오르비아스님께 쫓기는 벨 제타가 울상을 짓는 모습이 뇌리에 떠올랐다.
영웅 오르비아스님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리 없으니 도망치는 수밖에 없겠죠.
그래도 오르비아스님 쪽은 괜찮을까요?
일이 바빴던 것처럼 보였는데.


"어라? 왜 불안한 얼굴 인거야? 그 백전 연마의 오르비아스님이 쫓아 준다면 마음 든든하지 않아?"
"네.예……… 든든합니다."

벨 제타에 대한 동정이 얼굴에 드러났기 때문에 다시 얼굴에 미소를 되돌린다.
오르비아스님에게 쫓기고 있는 한 벨 제타가 나타나지도 않을 것이다.
오르비아스님을 만난다면, 감사인사를 해야 겠다.

"실은 오르비아스님은 나를 걱정해 준 것 같아."
"오르비아스님과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셨어요?"
"십삼년 전까진 자주 정기적으로 사교계에 얼굴을 들이밀었다구? 그래서 안면이 잇는 정도였지. 아, 십삼년 전의 이야기는 들었나?"

십삼년 전.도무스 카자의 거리로 수인의 마을이 힘을 모아 범죄 조직과 싸운 전쟁이다.
나는 세나 씨로부터 들었다고 답했다.

"지독했었어……인간도 수인도 팔기위해 잡고, 훔치고 부수고…… 그 모든 것을 끝내기위해 싸운 것이었지."
"리스 남작도 지휘관으로서 싸우신 것이군요."
"아아, 그렇구나. 시제의 아버지가 기사였다고 들었나?"
"네"
"그가 있어 준 덕분에 그 전쟁에서 이긴 거야.……나의 좋은 친구였다. 나의 팔 안에서 숨을 거뒀지."


함께 싸운 친구가 자신의 품에서 죽었다고 말하는 리스 남작의 눈에는 슬픔이 떠올랐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보며 말에 귀를 기울였다.

"끝난 뒤 요청한 원군이 왕도에서 왔어. 그렇지만 끝나고 나서라니 너무 늦었다. 나는 곧 제프리 왕과 만났다. 나는 그에게 화풀이를 해 버렸다구. ''왜 원군이 늦었느냐! 맨 끝 따위 걱정도 하지 않느냐!'' 하면서 말이지. 작위 박탈도 각오한 상태였어. 그래도 다행히 단둘이었기 때문인지 친구의 정인지 아직 작위는 박탈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것을 오르비아스님이 우연히 들어 버렸는지 그것이 마음에 걸리신 것 같아. 십삼년 전은 마침 오르비아스님이 먼처 요청을 해서 진(jinn)들의 구출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왕의 증원이 늦어졌다고 설명했지."


나는 얼굴을 찌푸린다.
진(jinn)은 타인에게 행복감을 주는 종족.
그 특수한 능력 때문에 백년 전까지만 해도 노예로 구속됐던 슬픈 과거를 가진 종족.
노예에서 해방시킨 것은 엘프의 나라 가라시아와 인간의 나라의 오프리룸이었다.
그리고 그 두 나라사이에 진의 나라 알라딘을 만들어 지금도 두 나라가 지키고 있다.
슬프게도, 지금도 진을 노리는 범죄가 있고 아직도 싸우고 있는 것이다.

운 나쁘게도 싸움이 겹치고 말았다.
리스 남작이 왕도에 나서지 않게 된 계기를 알게 되었다.

"아, 그래도, 제프리는 가끔 편지를 하고 있어. 화해는 일단 한 거야. 그도 그 시기는 힘들었으니까. 비전하가 출산했는데, 그녀는 몸이 약해서 떨어질 수 없었거든."

십삼년 전이라면 바로 왕의 후계자의 탄생.
그래서 나는 전쟁에 대해 듣지 못한 것이다.
후계자 탄생 이야기만 화제가 되었고 나라의 끝자락에 있던 전쟁은 흐지브지 되었다.

리스 남작이 사교계를 견제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뭐, 오르비아스님이 나를 만나러 온 이유 중 하나라는 셈이다. 좀 길어졌지만, 이야기는 이 정도구나. 건강한 것 같아 다행이다. 그래서 건강한 거야?"
"네"
"좋아. 자네의 내력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내쫒지도 않아. 물론 왕에게도 보고하지 않는다."
"감사합니다, 리스 남작. 배려, 감사 드립니다."


이야기는 끝나고 리스 남작도 현관까지 배웅하다.
나직하게 머리를 낮추면 그 머리에 톡 하고 손이 놓였다.
"이제 아가씨가 아니니까, 더 편안하게 있어도 돼" 하며 웃어 준다.
나도 웃음을 돌려준다.


"……국왕 폐하와 편지를 주고 받는 사이……"

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바라보다가, 문에 기댄다.
보고하지 않겠다는 것은 곧, 물으면 답한다는 뜻.
국왕 폐하에게 거짓 편지를 보내면, 작위를 박탈당하니 미안한 일이 된다.


"아. 오라버니에게는 벌써 알려진 상황이었군요……"

그 무엇도 무거운 고민이 아니게 되었다.
가장 잘 알려지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알려졌다.
국왕 폐하께 알려졌다고 해도 뭔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내색하지 않고 세나 씨의 방으로 향했다.
소파에서 독서를 하고 있는 세나 씨 옆에 앉아 나도 독서를 시작한다.
그러자 꼬리가 무릎 위에 놓였기 때문에, 복슬복슬하며 쓰다듬기로 했다.

"꽤 길었네. 무슨 얘기했어?"
"음, 악마가 쫓는 저를 쫓아내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흥"

맞장구를 치고, 세나 씨는 책장을 넘긴다.
내 신상을 알려주고 싶지만, 그것은 모두가 함께 일 때 하고 싶다.
오르비아스님에 대한 것도 내가 귀족 영애라고 말한 후가 될 것이다.
왜 지인인것인지 혼란해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영웅 오르비아스와 아는 사이야?"
"!?"

세나 씨가 그 말을 꺼냈기 때문에 나는 놀라며 흠칫 하게된다.
"듣고 있었던건가요?" 라며 뛰어난 청각으로 엿들은 게 아니냐는 의심을 했다.

" 듣지 않지만……왜 남작과 오르비아스의 이야기를 하는 거야?"

무덤을 파버렸다.

"……남작님 쪽으로 오르비아스님이 인사를 했대요. 악마를 잡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도 하고……"
"흠.나도 그렇게 들었어. 사흘 전인가, 집 앞에 서서 이야기했어."
"아, 오르비아스님이 오셨던 건가요……"


수인 용병단 씨의 집 앞까지 오셨다.
그래서 세나 씨들과 대면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오르비아스님은 여러분에게 스스로 밝히신건가요?"
"이름을 대지는 않았지만 허리에 있는 검으로 깨달았어. 책에서 봤기 때문에."


역시 책에서 보고 깨달은 것이었다.
세나 씨는 대단하다.

" 대단하네요……아마 보통 사람은 아무리봐도 엘프의 국보인 검이라고 알아챌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딱히, 나에게는 보통이지만. 나도 설마 실물을 볼 줄은 몰랐어. 그래서……영웅 오르비아스와는 어떤 관계야?"

거북한 질문에 나는 머리를 싸맸다.

"옛날부터 아는 사이입니다……"

사교계 데뷔하고부터 아는 사람

"요정 로트와 가끔 다른 곳에 있는 자운영의 언덕에 가서 손질을 하는데 거기에서 우연히 만나서, 조금 친해졌어요."

거기서 구혼하였다, 라고 말하지 않는다.

세나 씨는 "흐음" 하고는 페이지를 바라본 채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침묵.

불길한 침묵이다.
보통  꼬치꼬치 캐묻고 싶을 것이다.
뭐라해도 영웅 오르비아스님이다.
그에 대해서 듣고 싶은 말은 많을 것이다.

"시제의 숙제는 아직 답을 안한 거야?"
"네? ……아뇨, 아직"
"……설마 잊었어?"


그 설마입니다.
잊고 있었습니다.
자고만 있어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왜 시제 씨가 이렇게까지 해 주는지에 대한 이유.
정확히는 수인 용병단 씨가 이렇게 까지 해 주는 것에 대한 이유.


"뭐, 좋아. 지금은 이야기를 즐기며 읽으면 돼."


그렇게 생각을 중단시킨 세나 씨가 내 볼에 뺨을 부비고 장난쳐 왔다.
복슬복슬 복실복실.


스스로 하기에는 약간 쑥스러움을 느끼면서도 나도 기꺼이 부비적거렸다.

매끄러운 터치감.
부드러운 털이 간지럽다.
나도 꽤 익숙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마법의 효과로 마비되어 버리고 있는 걸까?
하지만, 복슬복슬에서 빠져나가지 못한다.

복슬복슬한 독서를 만끽하였다.
뒤에서 요정 로트가 왔다.
딱히 무엇인가를 하는 것 없이 함께 소파에 앉았다.
멍하니 있는건가 하고 보며, 착 하고 성실할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긴장한것처럼……단정하게 있고."

그렇게 말해보면 칭찬을 받았다고 생각한 듯, 번쩍하고 눈을 빛낸다.
그리고 단정한 얼굴로 앞을 향했다.
뭔가 유행인걸까요?

세나 씨가 꼬리로 건드려도, 살랑거리는 복슬복슬한 유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상한 로트였다.








다음날
육일째
나는 낮잠에서 깨어나고 아연실색했다.

"……또 잊었다!"

고백 할 생각이었는데 또 다시 단란한 식사와 복슬복슬한 낮잠을 즐기다가 잊어 버렸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지 않았다.

계속 잊어버리게 된다.





"무엇이지"

오늘 나를 지키는 시제 씨가 묻는다.
벌써 다른 사람들은 업무에 가고 말았다.
단둘이다.

"여러분에게 이야기가 있었는데……깜박 잊어 버려서"
"…… 그런가.내일이라도 좋겠다."

내일이라도 상관 없다.
이 며칠 동안의 인사를 겸하여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그 다음에 고백을 하면 된다.
내일만큼은 잊지 않도록 한다.

맛있는 음식과 고백.

이것이라면 잊지 못할 것이다.


"오늘만큼은 술을 마시겠다"

그렇게 말한 시제 씨는 통통한 순수한 검은색의 손을 내밀었다.

오늘 예정은, 정령의 숲에서 산책, 그리고 정령 오리페도트와 술을 마시는 것이다.

나는 내밀어진 손을 잡고, 톡 하고 살짝 바닥을 부츠 뒤축으로 두드렸다.
순간 이동 마법의 빛이 퍼지며 두 사람을 감쌌다.

빛이 사라진 그 다음은 루비색 빛이 쏟아졌다.
새빨간 석양이 페리도트의 숲에서 깊이 있는 에메랄드의 숲으로 모습을 바꾼 숲을 비추고 있다.
하늘을 덮을 정도의 나무 틈으로 들어오는 붉은 빛이 따스했다.

"오리페도트를 찾겠습니다!"

눈을 감고 그의 기척을 찾는다.
마법 계약이 체결되어 있어 이렇게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눈을 감아도 붉고 따뜻한 빛을 느꼈다.

"저쪽입니다.갑시다"

걷기 시작하면 시제 씨는 손을 떼지 않았다.
손을 잡은 채 암적색의 표식이 가리키는 쪽으로 나아간다.
분명 어두워졌으니 내가 넘어지지 않게 신경을 써 주는 걸까요.

"후후. 왠지 이러고 있으면, 데이트하는 것 같네요. "

나도 포동포동 말랑말랑한 손을 잡는다.

"…… 그렇지" 라고 답하는 시제씨와 서로 손을 맞잡았다.




-------------------

=========

ㅎㅎㅎ...

힘내라 시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