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 27. 21:45
영애는 느긋하기를 원한다.
제2장 수인 용병단
그 때, 슈나이더 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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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왕이 다스리고 있는 오프리룸 왕국의 순백의 성.
옥좌가 있는 큰 알현실 중심에 소환진이 그려지고 있다.
이것은 마법 계약으로 맺어진 한 쌍이 상대를 불러내는데 사용하는 소환진.
사용자는 마도사 그레이 티아.
소환되는 자는 정령 오리페도트.
사슴 뿔처럼 하얀 가지가 있는 갓을 쓴 인간의 모습과도 닮은 남자가 빛과 함께 나타난다.
물에 잠긴 담쟁이 덩굴처럼 반짝이는 긴 머리.
빨려들어 갈 것 같은 큰 페리도트색의 눈동자.
싱싱한 가지의 색과 같은 피부.
실크 처럼 매끄러운 겉옷으 두른 오리페도트는 거절의 의사를 몸으로 드러내듯 팔짱을 끼고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히며 왕을 응시했다.
"무슨 일이냐, 인간의 왕"
그렇게 냉담한 말투로 요건을 말할 것을 재촉했다.
그러나 뭘 말할지는 알고 있었다.
미리 그레이 티아에게서 왕의 명령으로 불러내겠다는 것을 들었던 것이다.
왕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는 친구, 그레이 티아를 위해 오리페도트는 소환에 응해 왕 앞에 나타났다.
"방문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정령 오리페도트. 본래라면 제가 가고 싶었지만, 환수 라클레인에게 막혀 숲에 접근하는 것도 이루지 못한 상황입니다."
"흠, 빨리 요구사항을 말하지 않겠느냐?"
국왕 제프리 제오란드가 사과를 말하기 전에 오리페도트는 코로 웃어 넘기고 막다.
옥좌의 곁에는 로냐의 친구인 렉시과 헨델, 그리고 전 약혼자인 슈나이더가 있었다.
그는 그것을 시야에 넣지 않았다.
"눈치 채신 대로 마도사 그레이 티아처럼, 당신과 마법 계약을 맺은 로냐·가뷔제라의 행방을 가르쳐주십사 하여 이렇게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알려줄 수 없다!"
오리페도트는 단호히 거절했다.
예상한 대로의 대답에 제프리는 미소를 굽히지 않았다.
"그레이 티아는 거처를 알고 있던 것 같습니다만……?"
드물게 휴가를 낸 그레이 티아가 로냐와 만났다고 추측한 제프리는 그레이 티아에게 눈길을 돌린다.
"그레이, 가르쳐 주지 말아라!"
"…… 죄송합니다, 폐하. 마법 계약의 효력으로 대답할 수 없습니다."
오리페도트의 말에 따라 그레이 티아는 고개를 숙였다.
섬기는 국왕의 명령은 절대적이지만 마법 계약은 그 위에 있다.
마법 계약의 효력과 정령의 명령을 능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완고하시네요" 라고 하며 제프리는 어깨를 움츠린다.
" 알고 계시는 지는 모르지만, 로냐와 슈나이더는 한 여성이 끼어들어왔기 때문에 약혼을 해소했습니다. 거기까지는 아이들끼리의 귀여운 이야기로 끝나지만, 일을 크게 만들어 로냐는 퇴학 처분, 그리고 절연까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원인인 로냐의 죄가 누명이라는 증언이 나왔지요. 모든 것을 수정하기 위해서도 로냐 본인이 돌아왔으면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제프리가 말했지만 오리페도트는 굽히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관계 없는 일이다. 로냐는 돌아올 생각이 없어! 뭐가 수정인가! 로냐를 산산히 부숴놓고는 돌아와 달라니 이 무슨 대담한 발상이란 말이냐! 할 수만 있다면 이 나라의 식물을 모두 돌려받아 사막으로 만들어 멸할 것이다! 그리 하지 않는 것은 로냐가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것 하나에 로냐에게 감사를 하면서 다시는 얽히지 마라!"
분노를 드러내는 오리페도트의 마력으로 그 자리의 분위기가 삐걱 소리가 날 것처럼 무거워진다.
식물을 관장하는 정령 오리페도트는 국가 하나를 시들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정령의 위협에 제프리는 숨을 들이마신다.
더 이상 매달리면 나라의 위기에 관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슈나이더가 매달렸다.
눈 앞에서 고개를 숙여 부탁한다.
"제발 가르쳐 주십시오!! 로냐를, 로냐를 되찾고 싶습니다!!"
" 되찾고 싶다고?"
제프리는 얼굴을 양손으로 덮었다.
"스스로 내쳐 놓고 잘도 그런 말을 하는구나!! 너에게는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말해 줄 수 없다!"
"진정해 주세요. 오리."
핏대를 세우는 오리페도트를 그레이 티아가 달랜다.
"한번 약속을 어긴 사람이 무엇을 다짐한다 해도 믿을 수 있겠나? 이제 우리는 로냐와 그레이 이외의 인간 따위는 신용 할 수 없다. 네놈은 로냐가 고른 남자니까 신용하려 했으나 그 결과가 이것이다. 참으로 어리석고 모자란 인간이로다. 그저 내친 것을 후회하고 고통받는 것이 좋을 것이다. 로냐의 마음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으니."
차분한 오리페도트는 슈나이더를 깔보고 서슴없이 쏘아붙인다.
그러나 슈나이더는 아직도 매달려 늘어진다.
로냐의 할아버지 로날드에게 한 것처럼 엘프의 여왕 루나테오라에게 한 것처럼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보였다.
"부탁 드립니다!! 다시 한번만 기회를 주세요! 로냐에게 평생 속죄하기를 다짐합니다! 제가 틀렸습니다. 로냐를 포기한 것이 큰 잘못이라고 통감하고 있습니다!! 직접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만나겠습니다!"
"슈나……"
무릎을 꿇고 머리를 낮추면서까지 부탁하는 슈나이더의 이름을, 헨젤이 무심코 말한다.
그 모습은 슈나이더를 아직 믿는 자들에게 지극하며 기특하게 비칠 것이다.
하지만 한번 약속을 어긴 슈나이더를 신용하지 않는 사람의 눈에는 거짓말쟁이의 허튼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너의 평생 따윈 가치가 없다."
거기에 늠름한 목소리가 끼어든다.
슈나이더는 찡그린 얼굴을 들어 보았다.
잘 아는 인물이다.
엘프의 영웅 오르비아스.
별 빛으로 빛나다 긴 머리와 망토를 흩날리며 다가와 인사를 했다.
"갑자기 방문하여, 미안하다. 말씀 중에 끼어들어 거듭 죄송합니다. 제프리 국왕. 정령 오리페도트."
"오르비아스……오랜만이구나? 요건을 말 해도 좋다."
"마도사 그레이 티아의 힘을 빌리고 싶다. 며칠 전부터 로냐를 노리던 악마의 봉인을 시도하였는데, 도망치려고만 해서 결말이 나지 않는다. 마도사 그레이 티아의 협력이 있으면 확실히 봉인 될 것으로 생각하여 이렇게 왔다."
오르비아스는 그레이 티아에게 눈을 돌리면서 제프리에게 허가를 구했다.
"그럼 오르비아스. 로냐의 거처를 알고 있는가?"
오랜 인연인 오르비아스에게 제프리는 먼저 로냐의 위치를 물었다.
"로냐는 괜찮다. 그것을 알면 충분할 것이다."
그것만 답해주는 오르비아스.
이쪽도 가르쳐 주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오르비아스, 그것은 좀 힘든 것이다. 오해로 한 사람이 추방되었는데 틀렸다면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로냐에게 이 말을 전해 줄 수 없을까?"
제프리는 거처를 알 수 없다면 적어도 전언을 부탁하고자 했다.
로냐 스스로 돌아오게끔 말이다.
"전갈은 받았다. 로냐와 만나면 전하지."
오르비아스는 승낙했다.
그러자 오리페도트가 매섭게 쏘아봤지만 오르비아스는 의연할 뿐이다.
"그러나 로냐가 돌아올지에 대한 약속은 불가능하다. 어떤 오해가 있었다고 해도 로냐 스스로 그 곳에 있는 것이다. 원하지 않을 경우, 강제하지 못한다."
"나도 원망하고 있는게 아니라면 돌아올 것이다."
제프리는 슬픈 듯이 웃는다.
일동은 슈나이더에게 주목했다.
로냐가 혹시라도 원망한다면 슈나이더나 미사노이다.
만일의 이야기이다.
"……저도 "
"면목은 있는건가?"
주저하면서 자신도 전언을 부탁한 슈나이더이었지만 오르비아스는 말을 끊었다.
그 눈은 날카롭다.
슈나이더는 일어서서 다가가 오르비아스와 대치했다.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되는 것은 평소의 것이다.
"어떤 얼굴을 하고 파혼을 선고했지? 어떤 얼굴로 약속을 찢어 버렸나? 로냐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그 얼굴이다."
검으로 찌르는 듯 오르비아스 말이 박힌다.
슈나이더의 죄책감을 자극했다.
슈나이더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사실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는 기억하지 않는 것이다.
분노를 품고 그저 로냐를 원망스럽게 노려봤에, 어떤 최후를 기억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 얼굴을 로냐의 눈에 띄게 하지 마라. 그때는 용서하지 않겠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오르비아스는 조용히 말한다.
눈 속에는 격정이 펄펄 끓고 있었다.
그 위압에, 슈나이더는 기가 죽는다.
"그래서, 그레이 티아의 힘을 빌리는 건은?"
"로냐를 위해서라면 좋다."
"오리. 저는 국왕 폐하의 허락 없이 갈 수는 없습니다."
그레이 티아가 허가를 내린 오리페도트에게 전한다.
바쁜 몸인 것이다.
제프리는 쓴웃음을 흘린다.
오리페도트가 먼저 허가를 했기에 거절할 수도 없다.
"로냐의 몸이 걱정이다. 허가한다.……그렇지만 하나 묻고 싶다. 진[Jinn]의 왕의 호위를 갔던 일은 어떻게 됐나?"
"평소처럼 지크하르트 왕이 산책을 시작하고 나만 먼저 따로 떨어지겠다고 했다. 그쪽 기사들도 조만간 돌아올 것이다."
"변함 없구만……"
호위를 붙이고 나라까지 보내려고 한 진 나라의 왕은 산책을 좋아한다.
걱정도 되지만 지크 하르트의 호쾌한 미소를 떠올리자 긴장이 풀리는 제프리였다.
"그럼 며칠만 허가하지. 로냐를 위해서. "
"흠. 그럼 이 몸은 돌아가지."
로냐의 몸을 걱정하고 있는 자세를 나타낸 제프리가 하는 감사의 말을 듣지도 않고 오리페도트가 먼저 자리에서 사라진다.
원래부터 인간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정령으로 인식되고 있는 오리페도트의 태도에 제프리는 숨을 깊이 토했다.
오리페도트가 마음을 준 인간은 단 두 명 밖에 없다.
로냐가 공격적인 사람이 아닌 것이 구원일 따름이었다.
"다녀오겠습니다, 폐하"
"그럼 가보도록 하지."
오르비아스도 그레이 티아와 함께 알현실을 뒤로 했다.
"……하아……정말이지." 라고 제프리는 크게 숨을 토한다.
헨델도 렉시도 로냐의 위치를 듣지 못해 낙담했다.
"너도 악마를 본받아서 모래 한 알 까지 찾아보는게 어떻겠느냐? 슈나이더."
주위에 물어 보는 것이 아니라 이 큰 나라를 찾아 돈다니, 무모한 짓 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는 한 찾을 수 없을 것 처럼 보였다.
"앞도 없이 찾아다닌다니….."
"운명이라면 가능하겠지. 그리고, 그 악마가 출몰한 곳. 또 하나, 지크 하르트 국왕의 산책은 언제나 최후다. 어쩌면 가장 외진 곳 근처의 거리에 들렸을 때 오르비아스는 악마와 조우했을지도 모른다."
두 손가락을 올린 제프리는 추측을 말했다.
찾는다면, 지크 하르트 국왕이 지금 산책하고 있을 끄트머리 부근.
"문제는……지금, 지크 하르트가 어디 있는지 이지만....."
산책을 좋아하여 이리저리 이동해버린 다는 것은 기사에게도 본인에게도 듣고 있었다.
"연락을 취해 보자. 이잡듯이 찾을 각오는 있는가?"
"네, 폐하."
"이래도 안 된다면 포기할 수밖에 없구나.."
로냐에게 그 뜻이 없는 것과 오리페도트의 분노.
포기하고 가만히 두는 것이 국가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뇨, 포기하지 않습니다!"
슈나이더는 단호하게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그를 아직 믿는 자들에게 역시 지극하며 기특하게 비치는 것이었다.
그것이 마지막 기회라며 제프리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훗날
슈나이더는 악마와 조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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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레기...
그냥 죽이면 될껀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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