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애는 느긋하기를 원한다.
제2장 수인 용병단
40.복슬복슬 하우스
로냐 시점.
복슬복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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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녹색의 향기가 나는 복슬복슬.
끝이 둥근 굵은 꼬리.
매끄러운 촉감.
이대로 자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쓰다듬고 있고 싶어져 손가락을 움직인다.
손가락도 뺨도
폭 파묻혔다.
부드러운 향기가 나는 복슬복슬.
로트와 함께 즐기고 있으면, 세나에게 폭폭 하고 머리를 가볍게 맞았다.
"보스가 불러, 방에 가 봐."
"아, 네. 부비부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복슬복슬한 것에 감사인사를 한다.
세나 씨의 배웅을 받으며 시제 씨의 방으로 향해 복도를 걷는다.
그러자 웃는 얼굴로 치세 씨가 복도 끝에서 달려왔다.
"아침 사냥해 올께, 로냐, 만들어 줄꺼지?"
"네, 괜찮지만……일부러.."
일부러 사냥을 가지 않아도 괜찮아요, 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치세 씨는 창문으로 뛰쳐나간다.
가장 야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로트들에게는 주방까지 과일을 운반해 달라고 했다.
시제 씨의 방은 중간에 있다.
문에 노크했지만, 대답은 없다.
시제 씨는 변덕스럽게 대답하는 사람이니까, 잠깐 기다렸다가 열었다.
"들어갈게요, 시제 씨?"
단일 흑색을 기조로 한 큰 방.
시제 씨의 모습은 없었다.
물 소리가 나는 것을 보니, 분명히 욕실에 있을 것이다.
새까만 사자 씨가 목욕 중.
웃음이 나오고 만다.
목욕이 끝나면 다시 오자고 생각한 그때.
"로냐?"
욕실에서 부르는 소리가 울렸다.
"죄송합니다, 다시 오겠습니다."
"괜찮다. 이리와라."
이야기가 있는건가 하고 욕실 앞까지 다가간다.
"뭔가요, 시제 씨"
욕실의 문을 사이에 두고 말을 하는가 싶더니 문이 열렸다.
나온 것은 물이 뚝뚝 떨어지는 사자.....가 아니라 물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쾌남.
그것도 바지만 입은 모습이다.
단단한 상반신이 숨겨지는 일 없이, 나의 눈에 비쳐들어온다.
"세스와 또 한 사람 붙여서 지킬 테니 , 무단 이탈하지 마라."
"ㄴ,ㅔ, 네."
부슥부슥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말하는 시제 씨에서 황급히 눈을 돌렸다.
눈 둘곳이 없다.
오늘 아침은 류세 씨가 상반신 알몸이었긴 하지만 복슬복슬 했다.
남자의 나체라니, 슈나이더의 것 조차도 본 적이 없었다.
진정해라 나.
복슬복슬하다고 생각하는거다.
눈앞에 있는 반라의 멋진 남자가 아니라 사자씨이라고 치환하는 거다!
그래도 멋있지만!
"어이, 듣고 있는가. 이쪽을 봐라."
고개를 수그리고 발밑을 보고 있으면, 턱을 잡혀 올려지게 되었다.
눈앞에는 역시 젖은 사자씨가 아닌 젖은 반나체의 남자.
나보다 키가 크다.
크고 두터운 가슴.
강인한 굵은 팔의 근육.
그리고 뚜렷이 갈라진 복근.
그 어느 곳도 강인한 남자의 성적 매력으로 넘친다.
이건 이제 그야말로 아름다운 역삼각형의 상반신.
예술의 경지에 이르고 있는 육체에 물방울이 늘어져 성적 매력은 가중된다.
물방울이 몸을 따라 미끄러지면서 서서히 아래로……그러니까 봐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나.
턱을 잡힌 채 시선을 좀 더 올리면 수건을 걸친 시제 씨와 눈이 맞았다.
위압적인 호박색 눈동자가 꿰뚫을 듯이 나를 보고 있었다.
"너를 지킨다. 그러니 떠나지 마라."
"……네."
다시 한번 진지하게 통지 받은 말에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리고……너무 라클레인에게 비밀로 하지 마라. 걱정 끼치지 않는 것은 좋지만……나중에 보고해라."
"……네."
시제 씨는 그렇게 말하면 내게서 손을 떼어내고 하얀 셔츠를 입는다.
그 일을 보고하면 분명 오리페도트도 라클레인도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다.
어떠한 보복을 하거나 나를 위해 화를 낼 것이다.
그래도 오빠가 말하는 것 정도는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
내가 집에 폐를 끼친 것은 사실이다.
이 정도면 괜찮다고 웃을 수는 없지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개를 수그리고 있자니 또 다시 시제 씨에게 턱을 잡혀 얼굴을 들게 되었다.
" 떠나지 마"
또 말했다.
떠날 기색을 보인적은 없는데.
"아, 함께 부엌으로 갈까요?"
"……먼저 샤워라도 해라"
"앗"
욕실로 밀어붙여지고 말았다.
남의 욕실에 들어가는 것도 처음이다.
그보다, 아까는 조금 두근두근 했다.
화끈 달아오른게 아닐까 뺨에 손을 대고 확인한다.
괜찮다.
샤워를 하라고 해도, 곤란한다.
갈아입을 옷이 없다.
잠깐 내 방에 순간 이동 마법으로 돌아갔다.
옷장에서 옷을 꺼내고 욕실에서 화장품류를 꺼내 휙 하고 시제 씨의 욕실에 돌아온다.
일단 걸쇠를 걸어놓은 것을 확인하고서, 샤워를 시작했다.
샥샥.
바디 샴푸부터 로션까지 전부 로트들의 수제다.
미용에 좋은 식물로 만든 로션은 굉장히 달콤한 라벤더 향기가 나지만 여러 꽃의 꿀도 들어가 있다.
라벤더 온수가 숲 근처에 있는 나라 안에 있어 미용에 좋은 온수 속에 라벤더가 피어 있거나 떠다니거나 한다.
그 향기가 굉장히 달콤하다.
마치 라벤더 자체에 설탕을 묻힌 같은 향기.
나는 그게 마음에 든다.
그 숲의 주인은 변신 능력이 뛰어난 하얀 용, 이름은 스토리.
기꺼이 그 라벤더를 나누어 주었다.
잘 지내고 있을까.
오늘의 드레스는 오프 화이트로 빨간색과 분홍색의 꽃무늬가 잔뜩 그려진 것이다.
심하지 않을 정도로 코르셋을 조이고 입는다.
말린 머리를 빗고 있으면, 노크 소리가 들렸다.
"로냐 점장님! 옷 가지고 왔어!"
세스 씨의 목소리다.
갈아입을 옷은 세스 씨의 것일까.
" 갈아입을 것은 가져 왔어요 "라고 말했다.
"에! 안돼, 없어져버리면!"
"잠깐이에요. 그리고 저의 집에는 악마가 안 들어옵니다."
"무-…… 몸에 맞을 것 같은 것 골라 왔는데..."
샐쭉해진 세스 씨가 가지고 있는 것은 블라우스와 반바지.
반바지라니, 반바지를 입고 걸어다닐 자신이 없다.
미안하지만 찾으러 갔다와서 다행이다.
나중에 여기에도 결계를 쳐놓아야겠다.
"치세가 사냥한 것 처리하고 있어.."
또 치세 씨가 돌아왔다고 귀띔해준 세스 씨는 고기를 처리하는 모습을 떠올린 것인지 몸을 떨었다.
만약 수인의 모습이라면, 귀도 꼬리도 떨고 있었을까.
"아. 머리는 오빠한테 묶어달라고 하자?!!"
세스씨에게 팔을 잡혀 욕실에서 나오니 시제 씨는 없었다.
이미 결정 사항인듯 끌려간다.
"아, 오빠! 로냐 점장이 머리 묶고 싶대!"
그런 말 한적 없었지만.
세나 씨는 막 담화실의 문을 열려고 했었다.
그러던 중 세나 씨가 손짓을 해서 함께 담화실에 들어간다.
베이지 색 소파에 앉으면 의자 등받이 뒤에서 세나 씨가 머리를 묶어 주었다.
"로냐 점장의 머리를 만지고 싶었구나."
"방해하지마라"
옆에서 한마디 툭툭 던지는 세스 씨를 세나 씨가 밀쳐낸다.
그런 형제의 대화에 쿡쿡하고 웃고 만다.
"세스 씨와 저는 동갑이라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로냐라고 불러주세요"
"그럼 나도 평범하게 세스면 돼!"
"네, 세스"
"아, 밖에서는 세레나로 해줘, 로냐."
"네"
동갑이고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해서 제안하면 곧바로 허가가 떨어졌다.
기쁘다.
그때 의식이 머리로 향했다.
반쯤 묶인 머리가 빙글 하고 돌아갔다.
"세나 씨"
"괜찮지?"
"괜찮습니다만……"
이번엔 옆의 머리를 땋게 된다.
땋은 머리를 핀으로 꽂으면 반묶음머리가 완성된다.
가볍게 만져서 확인해 보니 잘 되어 있다.
"정말 세나 씨는 손재주가 좋으시네요"
"그치 그치! 더 칭찬해도 괜찮아!"
세스씨는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자랑의 형님이라는 걸까.
그런 세스가 눈부시게 보였다.
"자 자, 아침식사 기다리다가 목 빠지겠어."
세나씨에게 어깨를 밀려 식당으로 향한다.
거기 것은 이미 자리에 앉은 시제 씨, 류세 씨, 치세 씨가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로트들이 있고, 류세 씨의 새하얀 꼬리와 놀고 있었다.
"로냐, 처리도 해 놨어! 애드린 밖에 없었지만 말이야."
사과하면서도 치세 씨는 웃는 얼굴로 보고한다.
애드린은 초식 동물이다.
중형 개 정도의 크기로 몸통과 꼬리는 다람쥐와 유사하지만 다리는 사슴처럼 날렵하다.
탄력 있는 사슴고기에 가깝다.
일반적 상에 올라오는 고기다.
" 훌륭하네요.곧 조리하겠으니 기다려 주세요"
"치세, 얌전히 기다려-."
"말 안해도 알아."
세스씨와 함께 부엌에 들어갔다.
잘 처리한 애드린의 고기를 로스트비프 처럼 불 마법으로 굽는다.
공중에서 불로 감싸면 굽는 시간도 단축 되어 노릇노릇하게 구워진다.
그것을 보고 세스씨는 눈을 반짝였다.
그런 세스씨에게 샐러드를 부탁한다.
콧노래를 하면서 즐겁게 담았다.
디저트로 할 과일도 잘라 놓았다.
"기다리셨습니다"
빵과 로스트 비프 풍 스테이크를 모두의 앞에 놓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안쪽 자리에 앉은 시제 씨에게 놓고나서 곁에 선다.
그런 나를 일동이 멍하니 쳐다본다.
"뭐 하는거야, 아가씨."
"가게가 아니니까"
"너도 같이 먹어."
"아. 버릇이라서 그만……"
평소처럼 모두가 먹기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습관이 살아나 버렸기에 웃고 만다.
아까도 세나 씨를 보며 어서오세요 하고 말했었다.
부끄럽다.
"로냐는 이쪽!"
치세 씨와 류세 씨 맞은 편에 앉은 세스 씨가 내 몫을 날라다 주었다.
세스 씨와 세나 씨 사이의 자리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수인 용병단들과 첫 아침.
늦은 아침 밥.
들뜨는 것은 부작용 탓일까.
이렇게 단란하게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은 태어나고 처음이다.
"아! 치세가 샐러드에 손대지 않아, 오빠"
"입다물어, 세스!"
"얌전하게 먹어. 그리고 류세는 식사 중에 로트와 놀지 마라."
"그렇단다, 로트."
"아이!"
세스씨는 고기에 여념 없는 치세 씨를 고자질하고, 세나 씨는 담담하게 꼬리로 로트들과 노는 류세 씨에게 주의를 주었다.
로트도 대답을 하고는 내 곁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
로트들은 과일 모듬이다.
쿡쿡하고 입가에 손을 대어 웃으며 즐겁게 바라보았다.
이런 떠들썩한 식탁, 좋은 것이라고 절실히 생각한다.
시제 씨는 여전히 묵묵히 먹고 있었지만 나와 눈이 맞으면" 맛있다 " 라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오늘 앞으로의 예정은 무엇입니까?"
세스씨와 식사 후 디저트를 나른 뒤에 물어보았다.
배를 채운 로트들은 바이 바이 하며 손을 흔들고 정령의 숲으로 돌아갔다.
"몇시간 쉬면 일하러 나간다구. 한명은 남아 세스와 함께 로냐의 경호를 하지만, 오늘은 누구로 할까?"
"나! 나나나나! 오늘은 내가 아가씨다!"
류세 씨가 가장 먼저 손을 올린다.
오늘밤도 한명 부족한 수인 용병단으로 출동이다.
" 괜찮나요? 세명으로……"
" 지난 달의 습격 이후로 얌전한 거야. 걱정할 필요 없어"
" 걱정 붙들어 매라구 아가씨."
세나 씨도 류세 씨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한다.
그때 사라졌던 마법 진이 다시 테이블 위에 나타났다.
로트가 빙글빙글 하며 공중제비로 속속 등장하는가 했더니 뎅구르르 하고 솜털의 요정 피도 공중제비로 나타났다.
토이 푸들과 비슷한 2등신의 귀여운 요정이다.
일어나더니 나에게 코를 내밀고 조르는 듯한 포즈를 취한다.
코를 슥슥 비벼 인사를 나눈다.
피는 또 인사를 하려는지 타박타박 걸어 가더니 이번에는 세스 씨 앞에 가서 코를 내민다.
"뭐야? 이 아이가 피? 귀여워어어어!"
이야기는 들었는지 세스씨도 코를 슥슥 비빈다.
피는 류세 씨에게도 치세 씨에게도 세나 씨에게도 슥슥 비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멀리있는 시제 씨.
탁, 터벅 터벅. 주저하는 발걸음으로, 시제 씨에게 다가갔다.
커다란 검은 사자 씨는 앉아 있을 뿐인데도 위압적이다.
피 관점으로는 거대할 것이다.
천년 애벌레들과 항상 사이좋은 피는 용기를 내 코를 내민다.
시제 씨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코를 슥슥 문지른다.
코 인사를 했다.
피는 환호를 하고는, 푱푱 점프하여 내 가슴에 뛰어들었다.
복슬복슬한 피를 꼬옥 하고 부둥켜안았다.
빙글빙글한 적갈색의 곱슬한 털을 참을 수 없다.
복슬복슬한 시제 씨를 이렇게 껴안고 싶지만 잠이 덜 깨지 않는 한 다시 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
"너도 같이 쉬어"
"네?"
세나 씨가 말한 순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낮잠을 잔다는 뜻이었다.
쉬는 데 나도 강제라면서 등을 떠밀려서 담화실로 끌려간다.
소파와 의자만 놓여있는 방.
쿠션의 수도 많고 담화실이라기보다 휴식실 쪽이 가까울 것이다.
"마음에 드는 곳을 고르면 돼."
"그럼……"
피를 끌어안은 채 한 소파에 앉았다.
앞에 있다는 이유로 택한 그 소파는 가벼운 탄성과 푹신푹신함을 가진 차분한 검정색.
그러자 류세 씨가 웃는다.
"하필 보스의 자리네."
"네? 죄송합니다."
"괜찮다."
시제 씨의 자리라고 해서 황급히 물러나려고 했다.
그래도 시제 씨는 옆에 쿠션을 깔더니 거기에 누웠다.
오늘은 나에게 양보 해 주는 것 같다.
마주 보게 놓인 소파에 세나 씨가 누웠다.
다른 소파를 밀어 가까이 옮긴 류세 씨도 쓰러진다.
치세 씨는 큰 쿠션을 안아들고는 곧장 바닥에 누웠다.
"후후……언제나 이렇게 여러분 모두 낮잠을 자는 건가요."
"그래.옛날부터 이런 느낌이었어서 이런 넓은 집에서도 이렇게 되었네. 자, 로냐도 잘자-"
웃고있는 나를 쓰러뜨리고 세스 씨가 이불을 덮어 준다.
세스 씨도 세나 씨와 같은 소파에 올라갔다.
복슬복슬한 낮잠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졸음에 거역할 수 없어 눈꺼풀을 닫았다.
피를 껴안고 로트들에게 기댄 채 의식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의식이 다시금 떠올랐을 때.
소파에서 벗어나 늘어뜨려진 오른손에 무엇인가가 닿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눈을 뜨지 않았다.
기억에 있는 감촉.
복슬복슬한 것이 손가락 사이에 미끄러지는 뒤얽힌다.
간지럽다.
스스로도 손가락을 움직여 그 정체를 확인한다.
그것은 손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다섯 손가락이 사이사이를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손바닥을 맞추어 보면, 육구도 찾아냈다.
아, 이건 시제 씨의 손이라는 것을 인식했다.
내가 누운 소파 옆에는 시제 씨가 있었을 것이다.
순수한 검정색의 손은 통통했다.
고양이과 특유의 둥근 손을 상상하며 눈을 감은 채 미소를 지었다.
통통한 끄트머리를 쓰담 쓰담 쓰다듬는다.
손가락을 얽히며 복슬복슬한 것을 부드럽게 감싼다.
"로냐……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속삭이는 것 같은 낮은 목소리가 손목에 감겨와서 움찔 하고 작게 떨었다.
반복되는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듯 희미하다.
무슨 말일까.
침묵 속에서 졸음을 가져오는 잠기운에 저항하면서 생각했다.
하긴 오빠에게 들키고 말았으니 어찌해야 할까.
오빠에게 위치가 알려진 채로 좋은 것일까.
나는 그 상태로 느긋한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까.
"아직 정하지 않았다면, 푹신푹신한 의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그만 두고, 완치하고 생각하면 되잖아?"
근처에서 세나 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그렇군요.
이 마법 치료가 끝나고 생각한다.
심호흡을 한 뒤 다시 졸음에 밀려 잠에 빠졌다.
복슬복슬한 뺨을 쓰다듬고 눈을 뜬다.
무거운 눈꺼풀을 올리면 하얀 복슬복슬이 있었다.
빙그레 웃는 하얀 치타 류세 씨.
"전부터 생각했지만, 아가씨의 잠든 얼굴은 싫증나지 않아."
통통 하고 코끝을 집게 손가락으로 두드린다.
멍하니 살짝 일어나면 븍슬븍슬 낮잠단... 아니 류세 씨 이외에 아무도 없었다.
"어라……다른 분들은?"
"이제 일하러 갔어."
"어……저 배웅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 괜찮아, 그런 거. 아가씨는 쉬는 편이 좋으니까. 푹 잤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면 류세 씨에게 퐁퐁 하며 머리를 어루만져진다.
그럼 다시금 멍해진다.
그런 나를 바닥에 앉은 채 소파에 턱을 괸 류세 씨가 싱글벙글 하며 지켜봤다.
새하얀 속눈썹을 붙인 연한하늘색의 눈동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옆에선 피와 로트들이 기지개를 켰다.
함께 잠을 만끽한 것 같다.
"벌써 밤인가요?"
"벌써 새벽이야"
"저도 참, 저녁을 못 만들었네요……"
"치세가 툴툴 거리긴 했지만 괜찮아. 아가씨는 쉬고 있어."
보호받는 몸으로서는 적어도 식사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래도 아침 나절부터 곤히 잠들어야 할 정도로 휴식이 필요하게 되는 것 같다.
말씀에 힘입어 쉬도록 하자.
"그럼……뭐를 할까요"
"음-……"
생각을 하는 듯 신음을 내는 류세 씨가 히죽거렸다.
일어서더니 내 얼굴을 스쳐 손을 의자 등받이에 둔다.
"둘이서"
"……어라? 세스는?"
또 장난을 할 것 같다.
싱긋 하며 미소를 짓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류세 씨는 갑자기 손을 치우고는 옆에 앉았다.
"뭔가 친구와 약속이 있다면서 밤 놀이를 하러 갔다구- 보스에게는 비밀로 해줘."
"어머..그럼 둘이서만…… 도 아니네요 "
고개를 끄덕이려고 생각했지만, 내 무릎에는 아직 피와 로트들이 있다.
단둘이 아니다.
뭐 하고 노는 걸까 하는 기대의 눈빛으로 올려다보고 있다.
"……"
"……"
나도 류세 씨도 침묵한다.
할 만한 일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가씨……정말 미안."
"네?"
"악마의 덫에 빠지게 해서 정말 미안"
"아아…… 알아채지 못한 저도 나쁩니다. 그렇게 사과하지 않아도 돼요."
나는 아직 졸음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깨트린 리큐어도 변상할게.……그리고 사과할게. "
한번 말을 멈춘 류세 씨가 눈을 돌리고는 양손을 벌렸다.
"나를 마음대로 해. 마음껏 장난쳐도 좋으니까."
마음껏 쓰다듬을 허가가 나온다.
싱긋 미소를 짓는 류세 씨의 꼬리가 살랑살랑 내 코를 간지럽혔다.
"내 꼬리, 만지고 싶지?"
"……괜찮나요?"
"물론. 어디를 만져도 괜찮으니까, 자."
하얀 복슬복슬에 장난칠 수 있는 허가.
하얀 복슬복슬
나는 기꺼이 두 팔로 류세 씨에게 매달렸다.
"앗! 아, 아가씨?"
기세가 너무 강했는지, 류세 씨가 넘어져서 쓰러지는 듯한 형태가 되어 버린다.
그래도 복슬복슬이 기분이 좋다.
흰털은 매우 매끄럽고 부드러운 촉감.
만지면 녹아 버릴 듯 하다.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뺨을 스윽스윽 부빈다.
그렇게 복슬복슬을 즐긴다.
그것은 마치 솜사탕 같고 어렴풋이 달콤한 코론의 냄새가 났다.
"아가씨……반칙……뭐, 괜찮지만"
"으음, 코론의 향기가 납니다."
"아, 그거 . 힘들었다구 코론 찾기, 고생했어."
후각이 날카로운 수인 씨는 이렇게 옅게 하지 않으면 힘든 것 같다.
달콤한 향기는 장미일까.
"아가씨는 항상 요정의 냄새와 꽃과 설탕의 냄새가 나지"
"그것은 달콤한 라벤더 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설탕에 재운 것 같은 달콤한 냄새가 나는 라벤더입니다."
"아……라벤더구나."
복슬복슬 솜사탕을 만끽하고 있으면 류세 씨가 목덜미에 얼굴을 묻어 왔다.
그리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아, 좋은 향기."
귀가 픽 하고 들리더니 나의 머리에 부딪혔다.
그르릉,하고 목을 울리는 류세가 뺨을 부빈다.
녹아 내릴 것 같은 새하얀 털이 바짝 다가와서, 굉장히 기분이 좋다.
내가 녹아 버릴 것만 같다....
다음은 꼬리도 만졌다.
이쪽도 솜사탕처럼 녹는 듯한 촉감.
로트가 매달려 있다.
피도 분명히 어딘가에서 장난치고 있을 것이다.
"마법이 끝나고 제 정신으로 돌아왔을 때가 기대되네."
큭큭하고 목으로 웃는 류세 씨의 그 말의 의미를 모르겠다.
그래도 딱히 신경쓰이지 않았다.
"내일은 치세, 다음이 세나고. 그 다음이 시제가 붙으니까. 아 기대된다."
그러면서 류세 씨는 또 뺨을 부빈다.
복슬복슬
오른손이 류세 씨의 왼쪽 가슴 위에 있어 고동을 느꼈다.
두두두두, 빠른 심장 소리.
"류세 씨의 고동... 빠르네요. "
"읏!……...아가씨가 가슴 위에 있기 때문이야."
"아, 괴로웠습니까?"
"……별로 괜찮아. "
물러나려고 했지만, 그 전에 류세 씨가 내 오른손을 잡았다.
그 오른손에 푹신푹신한 뺨이 슥슥 문질러진다.
그런 식으로 느긋하게 장난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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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어.....
죽...여...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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