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애는 느긋하기를 원한다.
제2장 수인 용병단
32.뜻하지 않은 손님
"와 주셔서 영광입니다, 리스 남작님"
나는 가볍게 무릎을 굽히며 인사를 했다.
"미안하지만, 카운터를 점령해도 무방한가? 오후는 용병단이 점거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폐는 아닌건가?"
"네, 괜찮아요. 들어 드리겠습니다"
"아니. 레이디에게 짐을 들게 할 순 없지. 괜찮아. 웃차!"
오후에는 수인 용병단 밖에 안 온다는 것을 알고 일거리를 가져 온 것 같다.
쿵 하고 서류 더미를 카운터 테이블에 뒀다.
"수면 부족 같지만 주문은 커피이신가요? 괜한 참견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먼저 수면을 취하시는 편이 좋다고……"
카운터 안에 돌아온 뒤 물어 보자.
자리에 앉은 리스 남작이 눈을 끔뻑이며 울려 하고 있었다.
" 상냥하구나…… 상냥하구나...아니, 그 이상이다! 이름은 뭐더라……로냐... 패밀리 네임은?"
감격한 모습으로 이름을 묻고 있었지만, 여기에서 패밀리 네임을 대답 할 수는 없다.
대답할 생각도 없다.
"그냥 로냐입니다"
이렇게 대답하면 사정을 헤아린 대개의 사람들은 따지지 않는다.
" 그런가, 로냐 아가씨. 자고 싶은 마음은 태산 같지만 서류가 태산처럼 쌓여서……"
말장난일까.
리스 남작은 먼 눈을 하고 서류를 바라본다.
"견적서와 안건을 따로 정리하던 중이었는데 바람에 엉망이 되어 버려서…… 으윽. 또 처음부터 정리를 하고 훑어보고 사인을 해야 돼……우우우웃.."
눈물이 한가득 고인 리스 남작.
아무래도 비서도 없는 듯 자신이 할 수밖에 없나 보다.
손을 뻗어 당장 정리를 시작했다.
"요정의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
요정이 도울 수는 있지만 서류 쪽에는 힘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가씨, 소문의 커피를 주지 않겠나. 끝나면 돌아갈 테니까."
"네……지금 드리겠습니다. "
힘이 된다면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설탕 없이도 우유에 많은 소망.
"음, 좋은 냄새군. 평판대로야."
받고는 스으읍 하며 크게 들이마시며 냄새를 만끽했다.
아까부터, 평판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누구한테 들었을까.
수인 용병단씨의 누군가 였으면 좋겠다.
"누구의 평판을 듣고 오신 것입니까?"
"응? 모두야. 네가 좋은 사람이라고 시장의 모든 사람들이 말하더군. 특히 시제도 자네 말을 했고, 세나군도 추천했다."
시제씨도 세나씨도 남작님께 추천했다는 것이라면 조금 기분이 들뜨고 만다.
세나씨는 군을 붙여서 부르는데 시제씨를 격이 없이 지칭하는 것은 시제씨의 아버지와 친한 사이였기 때문일까?
자세히 들으려 하니 리스 남작이 커피를 단숨에 비웠다.
"음음, 멋진 농도다. 역시 커피는 뜨거운 온탕에 한한다. 안심되고. 따뜻함이 목에서 천천히 확산되고....딱 좋은…… 졸음……이……후……"
천천히 눈이 감기는 것과 함께 리스 남작의 얼굴이 내려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카운터 테이블에 엎드렸다.
커피의 향기는 졸음을 깨운다고 하는데, 오히려 편안해져서 잠에 빠진 것일까?
나의 의문에 대답하듯이 리스 남작에게서 숨소리가 들려왔다.
매우 피곤한 기색이었기에 일으키는 것은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그렇지만 일이 있으니 깨워 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10분 정도 눈을 붙이는 것은 괜찮지 않을까.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무심코 서류에 눈을 돌린다.
맨 위에 적힌 것은 지난 달 사건의 피해에 대한 것.
내가 결계를 치기 전에 불이 난 건물 수리비 청구가 적혀 있어 고개를 갸우뚱한다.
나는 그 때 일로 수인 용병단에게서 보수를 받았고, 그 보수를 다시 수인 용병단에게 수리비로 건넸다.
제대로 전달 됐는지, 서류 더미 속에 그 보고서가 있을지 걱정이 되어 버려 종이를 잡았다.
염력의 반지를 사용하여 리스 남작의 머리 위에 종이를 잔뜩 띄우며 찾았다.
그 김에 다양한 안건이나 견적서를 따로 모아 정리한다.
아버지도 영주 같은 입장었기에 이런 일을 경험하였었다.
비서가 있으면 한번 걸러져 서명만 하면 되는 작업이 되어 편하겠지만, 이런 외진 곳은 어려운 걸까.
수인 용병단의 보수도 상당하다고 예상되니, 사치는 못할 것이다.
복장은 왕도와 달리 나쁜 소문이 날 일도 없으니 새로운 고급 옷을 살 마음이 들지 않는 것 뿐일지도 모른다.
귀족끼리의 교류를 중요시하지 않는 사람 같으니 말이다.
조금 안되어 보여 훑어보기 쉽게 서류는 한데 묶어 두기로 했다.
요정의 손을 빌렸다고 생각하세요.
피해 청구도 제대로 수인 용병단에서 지출됐다는 서류가 있어서 한시름 놓았다.
가능하면 리스 남작이 그 돈을 받은 경위를 알게 하고 싶지 않다.
"리스 남작"
20분 정도 잠든 시점에서 살짝 말을 걸었다.
리스 남작은 벌떡 일어났다.
부릅 뜬 눈동자는 다크 초콜릿 색이다.
"잠들었었나?"
"선잠을 잔 것뿐이에요."
"자, 그런가……오오, 어느새 정리되어 있구나. 이것도 아가씨의 커피 덕분일까."
"단 것은 어떠신가요?"
"줬으면 한다."
각성한 리스 남작은 스스로 정리 했다고 믿고 있었다.
웃는 얼굴로 케이크를 먹고, 서류를 제대로 확인한다.
카페인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
거침없이 사인을 해나가며 한 시간도 되기 전에 끝냈다.
"휴~ 이제 겨우 안심하고 잘 수 있겠구만. 고맙네 점장. 평판 이상의 멋진 가게네."
"저야말로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남작님. 아 지금부터 잠에 드실꺼라면, 코코아가 좋습니다. 잘 잘 수 있을거에요."
"……정말로 상냥하구나."
또 눈물이 한가득 고인 리스 남작에게 코코아를 넘겨주면, 그 자리에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다시 잠들어서 서류를 놓치지 않을까 불안이 스치지만 제대로 서류를 가지고 있다.
나는 흰 문을 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감사합니다. 요정씨."
엇갈리면서, 남작이 또 감사인사를 한다.
요정씨라고 불려 한순간 무슨 이야긴지 몰랐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가뷔제라 백작 영애님"
마지막에 들린 말에 나는 굳어 버린다.
리스 남작은 콧노래를 하면서 기분 좋게 걸어서 돌아갔다.
이 거리에서 아무도 알 턱 없는 내 가문명을 들먹인 것에 깜짝 놀란다.
그는 알고 있다.
내가 백작 영애인 것을.
은거하고 있는 할아버지 왈, 리스 남작은 좀처럼 왕도로 발길을 옮기지 않는 사람으로 귀족의 교류도 별로 없으니, 나도 모를 터였다.
그 기대는 크게 벗어난 것 같다.
리스 남작은 알고 있고 여기에 찾아왔다.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아, 안좋다.
입막음을 하지 않으면 오라버니에게 머물고 있는 곳이 들킨다.
……아니, 내가 사연이 있어서 여기에 살고 있는 것은 이해하고 있으니 그럴 필요는 없다.
침착하자, 심호흡 심호흡.
훗날 다시 인사를 드리고 사연을 털어놓자.
게다가 아까 속이는 짓을 한 사과도 해야겠다.
그러나 리스 남작이 알고 있었다고 한다면, 시제씨들은 어떨까.
리스 남작에게서 듣고 있을까.
알게되었어도 상관 없다고 계속 오고 있는 걸까?
아니면 아직 모르는 걸까?
"아가씨?"
"!"
불려져서 정신을 차린다.
눈 앞에는 눈부신 순백의 머리카락을 지닌 청년이 서 있었다.
햇빛에 반짝거리는 머리카락 틈새에서 내려다보는 밝은 청색의 눈은 아몬드형이다.
머리와 같은 색의 속눈썹도 반짝거리고 있다.
아주 잘생긴 외모.
호리호리한 장신으로 위에서 아래까지 매력적인 사람.
인간의 모습을 한 류세씨이다.
시간은 벌써 오후 2시 다.
"아, 어서 오세요, 류세씨"
"……"
몸을 구부리고 류세씨는 나를 들여다보았다.
"아!"라고 목소리를 높였기에 작게 떨었다.
"아가씨 또 책 보면서 오래 목욕했구나? 안색이 안좋은 걸."
"네? ……아뇨, 그런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정말?"
안색이 안 좋아보였는지, 류세씨는 내 이마에 손바닥을 얹었다.
따뜻한 손길이다.
"열은 없는 것 같은데, 좀 쉬어."
"아, 저, 정말 괜찮아요. "
걱정해 준 류세씨에게 등을 떠밀려 카운터 자리에 앉게 되었다.
뒤에서 가게에 들어온 것은 초록 머리의 자그마한 청년.
앞머리가 왼쪽 눈을 가렸다.
심록색 아몬드형의 눈동자.
그리고 책을 한 손에 들고 있는 그 청년은 세나씨이다.
"무슨 일 있어?"
"뭐야, 점장, 아파?"
세나씨의 머리 위로 얼굴을 내미는 것은 새파란 머리를 세운 청년.
약간 치켜 올라간 눈빛이 파란색인 그는 치세씨이다.
"아니에요."
웃으며 괜찮다고 전한다.
마지막으로 칠흑의 머리를 올백으로 한 남성이 들어온다.
눈동자는 호박색의 날카로운 눈빛.
칠흑의 상의를 손가락에 걸고 어깨에 걸친 그 남자는 시제씨다.
"어서 오세요. 지금 카운터 테이블을 치울 테니까 잠시 기다려 주세요."
리스 남작의 접시와 컵을 치우려고 손을 움직이면 카운터 테이블에 기대어 섰던 류세씨가 변화를 했다.
솜사탕 같은 몽실몽실한 하얀 연기가 나타난다.
그것은 한순간 이었고, 연기를 뚫듯이 순백의 치타로 변신했다.
순백의 앞머리 사이에서 밝은 청색의 눈동자.
수인족의 변화이다.
"이 냄새……남작님이 온거야?"
킁 하고 코를 울린 류세씨는 리스 남작이 온 흔적을 맡았다.
"남작님, 한가하구만.."
치세씨의 목소리에 반응을 살펴 보면 세나씨도 시제씨도 이미 수인의 모습으로 변화를 했다.
보지 못 했다, 아쉽다.
"일을 가지고 왔어서, 바쁘신 것 같아요."
"땡땡이 쳐서 일이 쌓인 것 뿐이야."
옹호를 하려 해 봤지만 세나씨가 단호하게 단정했다.
그런 사람인 걸까.
아까 만난 것만으로는 모르기에 " 그렇군요 " 하고 맞장구를 친다.
그 이상 리스 남작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나의 몸 상태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평소대로의 주문을 했다.
그리고 평소처럼 점심 시간을 가졌다.
나는 내심 그들이 내 신상을 알고 있는지가 궁금해서 독서에 집중하지 했다.
"……저, 리스 남작과는 어떤 대화를 하나요?"
흥미 위주로, 인 것처럼 내가 은근히 물어봤다.
"나하고 치세는 별로 이야기 하지 않는데?"
류세씨가 먹는 것에 매달리는 치세씨 몫까지 답했다.
"나도 일 관계의 이야기 정도야. 아, 보고서를 건넨 김에 너의 커피를 추천했어."
"감사합니다."
세나씨는 생각 난 듯 덧붙여서 말하고는 소설의 페이지를 넘겼다.
마지막으로 남은 시제씨에게 눈을 돌리지만 묵묵히 스테이크를 먹고 있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과묵한 시제씨는 리스 남작과 술친구다.
나름대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그 내용이 궁금해서 어쩔 수 없다.
"시제씨가 리스 남작과 가장 친한 거죠. 평소에 어떤 것을 말하는 건가요?"
"…… 쓸데없는 것."
"…… 그렇습니까"
과묵한 시제씨에게 물어보는 것은 무리라고 느꼈다.
그렇다고 직구로 질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 신상을 알고 있나요,라니. 아무래도 저항이 있다.
결국 그날은 느긋함을 맛 보는 일 없이 끝나고 말았다.
안좋은 사람에게 알려지면 나의 부모에게 몸값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덮어두고 싶다.
겉보기에 나쁘더라도 수인 용병단들은 그런 짓을 하지 않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도 알려지는 것에는 거부감을 느낀다.
솔직히 지금 나만 알고 있기를 바란다.
꽤나 제멋대로 이지만 말이다.
세나씨로부터 수인 용병단씨의 과거를 들었다.
13년 전 이 주위에 피해를 주는 범죄 조직과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다.
시제씨의 인간인 아버지는 기사로서 리스 남작과 함께 지휘하고 많은 수인족과 최전선에서 싸웠다.
거기서 시제씨들은 부모를 여의고 고향 마을도 잃었다.
그런 과거도 있어, 시제씨들은 치안을 지키기 위해서 이런 최말단에서 최강의 수인 용병단을 하고 있다.
나는 그들의 과거를 알고 있는데 나는 잠자코 있다니 교활하다.
비록 내 신상을 듣지 않더라도 듣고 있더라도, 내 입으로 털어 놔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백작 영애이고, 절연된 몸이라는 것을 알고 그래도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고 있다면 더욱 더.
하지만 용기가 필요하다.
타이밍도 생각해야 한다.
이것 저것 생각하고나서, 시제씨의 커피를 나르고 나서 말하기로 하자.
다음날 개점 직후 오르비아스님이 왔다.
오늘은 아침 식사를 가지러 찾아온 듯 아침 식사 메뉴의 추천 메뉴를 물어 왔다.
"제 추천 메뉴는 팬 케이크 세트입니다. 꿀을 쓴 팬 케이크와 스크램블드 에그와 바삭바삭한 베이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조합의 주문이 많아 묶은 것이다.
일하러 갈 때 까지 여유 있는 분들에게는 미니 샐러드도 권한다.
오르비아스님은 샐러드로 결정 했다.
"……로냐 점장. 뭔가 걱정거리가 있는 것 같지만 힘이 될 수 있다면 말해 줬으면 한다."
건네 줄 때 그렇게 말했다.
눈 썰미가 좋다.
그만큼 오르비아스님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건가.
"아뇨,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스로 해낼 것이므로, 괜찮아요. 비아스씨."
오르비아스님을 보고 깜짝 놀라는 손님에게 주문을 받고 커피를 건네준다.
그리고 별 생각 없이 고객에게 집중하면 오르비아스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늘도 맛있었다. 감사한다. 로냐 점장."
떠날 때 꽉하고 내 손을 악수하듯 잡았다.
그리고 망토와 함께 아름다운 머리를 흩날리며, 오르비아스님은 가게를 나갔다.
홀딱 반할 다른 손님과 배웅하고 있으면, 엇갈리듯 세리나씨가 가게에 들어왔다.
뚱하니 턱을 내밀어 아랫입술을 위로 향한 부루퉁한 얼굴이다.
미인이니까 귀엽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어서 오세요.…… 무슨일인가요? 세레나씨"
"아.무.것.도!"
"……"
분명 뭔가 있는 태도지만, 세레나씨는 이야기 할 생각 없다고 일축했다.
음-……나에게 화가 난 것 같은 건 기분탓이려나?
혼자 앉아 케이크만 주문한 세레나씨는 먹어가는 사이에 마음이 풀렸는지 생글생글 웃으며 두번째 케이크를 주문했다.
그리고 웃는 얼굴로 돌아갔다.
바쁘게 오전을 보내고 한숨을 내쉰다.
오후에 수인 용병단에게 고백하는 것이라 생각하니 설렌다.
오늘은 오지 않는다는 결말이 될 수도 있고.
가슴에 손을 얹고 심호흡한다.
그리고 앞으로 점심을 끝내고 나면...
"맙소사..."
베이컨 블록을 더 사는 것을 잊어 버린 것을 깨달았다.
오늘은 비엔나 스테이크를 낸다고 생각했는데, 그 분량이 없다.
대신 스테이크로 낼 수 있는 식재료도 없어서 사러 갈 수 밖에 없었다.
엇갈리게 될 경우를 생각해서 하얀 문에 메모를 두고 간다.
그리고 급히 정육점으로 향했다.
"어머! 로냐쨩이잖아.드문 시간에 와 줬구나, 왜 그러냐?"
신선한 생육이 늘어선 가게에 들어가면 근육과 지방이 균등하여 포동포동한 하얀 수염의 남자가 웃어 준다.
정육점씨의 남편이다.
"사실은 수인 용병단씨 몫의 고기를 살 잊어 버려서....무심코."
"하하하! 참 귀엽구나 로냐쨩은! 고기가 없다는 걸 알면 크게 화낼 거라구! 베이컨으로 괜찮겠어?"
박장대소하며 주인아저씨가 농담을 한다.
화나지 않지만 분명 치세씨가 삐질 것이다.
"모처럼이니까, 소 스테이크를 해야겠어요. 베이컨은 또 내일 아침에 사러 오겠습니다."
"오, 그럼 베이컨은 예약이야"
"네"
스테이크용으로 썰어 준 쇠고기를 포장하고, 예약 용지에 베이컨의 양을 적고 서명했다.
로냐,라고.
그럼 또 내일뵈요 하며 정육점씨를 뒤로했다.
그래, 이것으로 괜찮아. 라고 포대를 안고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과는 반대쪽의 길에 그것이 서 있어서 발을 멈췄다.
칠흑의 긴 머리 주인이 시커먼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다.
거리인데도, 평소에 감추는 뿔을 드러낸 채 다.
양처럼 뒤를 향해서 뻗은 검은 뿔.
눈동자는 붉은 테가 달린 수상한 회색.
씨익 웃는 미소 속의 치아는 상어처럼 깔쭉깔쭉하며 예리하다.
"찾~았~다~!"
초승달 처럼 날카롭게 웃는 악마는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불길한 마력이 당장에라도 확실히 보일 것 같을 정도로 그 악마의 주위가 어두워 보였다.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 것은 자수정의 돌.
그리고 라클레인의 날개.
평소에는 빠뜨리지 않고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그러나 오늘은 황급히 나왔어서 주머니 속은 텅텅 비어있다.
하필, 이라고 하는 경우에만 나타나는 것이 악마.
파멸과 불길의 상징, 악의 근원의 같은 존재.
악마를 완전 봉인하겠다고 약속해 준 마술사 그레이 님을 부를 수 없다.
악마는 그저 웃고 있지만,
나는 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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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마
등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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