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수인 용병단
30.영원한 짝사랑
오르비아스님은 옛날부터 면식이 있었다.
사교계 데뷔하면서 인사를 주고받을 뿐이었다만, 역사 책을 통해서 그를 알았다.
갖가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며 이름을 남긴 엘프 전사
누나이자 여왕인 루나테오라님을 위해 검을 휘둘러 엘프의 나라를 지킨 영웅.
역사에도 새겨졌던 인물을 두 눈으로 보는 것은 신기했다.
이 세계에선 흔히 있는 일이다.
불로인 존재가 많고, 요정이나 정령이 수백년 수천년 살고 있다.
그런 존재가 있는 이 세계에서 내가 존경하는 한 사람이 오르비아스님이었다.
검술도 궁술도 우아하고 아름다운 강한 엘프 전사.
루나테오라님께는 마음에 들어 가끔 다과회에 신청을 받고 있었지만 오르비아스님과는 친해지지 못했다.
이 연꽃(자운영)의 언덕에서 마주치기 전 까지는.
나는 로트들에게 부탁을 받아 몇번인가 이 자운영의 언덕을 손질하기 위해 발걸음을 했다.
오르비아스님은 경호 일을 하는 짬짬이 휴식하러 왔다.
오르비아스님은 이 언덕이 아름답게 됐다고 칭찬했지만, 원래 로트들이 하던 일을 내가 조금 도왔을 뿐이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서로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행사에서 검무를 선 보이게 되어, 오르비아스님에게 직접 검술 지도를 받을 수 있는 매우 귀중하고 영광스러운 경험을 했다.
그 때, 나 자신이 그를 거북해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런 오르비아스님과 여기서 만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여기서 몇번인가 만나고 있다.
하지만 약속한 적은 없다.
기다렸다니 무슨 뜻일까.
오르비아스님은 내 눈앞까지 다가와, 리본을 내밀었다.
양손으로 받으니 꽉 움켜쥔다.
"요정 로트들이여. 잠깐 둘이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오르비아스님은 발등의 로트들에게 고한다.
낯가림이 심한 로트들도 같은 요정인 오르비아스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운영을 뚫고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말씀하실 것은 무엇입니까?"
귀족이 아니게 된 나와 이야기할만한 것은 생각나지 않지만, 미소를 유지하고 물어본다.
오르비아스님은 슈나이더와는 말이 맞지 않고, 뭔가 있을 때마다 겨루었다.
예를 들면, 친목회에서 열린 맹수 사냥에서 서로 비교하면서 경쟁했다.
오르비아스님이 손풀기로 슈나이더에게 연습을 부탁하는가 했더니 진심의 진검 승부가 된 적도 있었다.
슈나이더와 연인 관계에 있던 나도 적잖이 싫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용건이 뭔지는 종잡을 수 없었다.
그런데, 내 손을 쥔 채인 오르비아스님은 한쪽 다리를 꿇었다.
망토는 자운영 위에 내려앉았고, 금방이라도 땅에 닿을 것 같은 긴 머리는 바람과 함께 춤 춘다.
섬세하게 한가닥 한가닥이 보석처럼 빛난다.
"왜 그러시나요? 오르비아스님."
"슈나이더와의 관계가 끝났기 때문에 상심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 주길 바란다."
슈나이더와 나의 파혼은 분명 파티에서 화제가 되어 있을 것이다.
올려다 보는 오르비아스님의 남색 눈동자 속에는 금가루가 들어 있다.
별이 반짝이고 있는 듯한 금빛.
리본과 같은 밤 하늘색 머릿결.
대리석처럼 하얀 피부.
하프 업으로 드러낸 넓은 이마.
머리와 같은 색의 눈썹이 또렷한 느낌을 준다.
높고 날렵한 코.
옅은 핑크빛의 입술.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고 나서 눈동자로 시선을 되돌린다.
그 눈동자에 열이 있다고 깨달은 순간,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곳에서 처음 만난 날로부터 매료되었다. 숨기려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대와 평생을 함께 하는 호기를 놓칠 생각은 없다. 부디 나의 아내가 되어 주었으면 한다."
자랑스러운 엘프 전사에게서의 결혼 제의.
나는 말을 잃고 만다.
혼란으로 방심해 버렸지만, 빨리 대답해야 한다고 어떻게든 몸에 명령을 내렸다.
나도 무릎을 꿇고 오르비아스님과 시선의 높이를 맞춘다.
그리고 입술을 떨면서도 목소리를 짜냈다.
"죄, 죄송합니다……오르비아스님."
벌벌 떨면서도 거절한다.
오르비아스님은 크게 뜬다.
눈동자 속에서 빛나는 별이 잘 보였는데 눈을 맞추지 못했다.
"……지금 당장 대답하라고 하지 않았다. 진지하게 생각하고, 답을 주었으면 한다. 지금은 누군가와 맺어지는 것을 생각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분에 넘치는 영광입니다"
"구혼에는 과분도 부족도 없을 것이다."
"아니요, 저는 왕제 각하의 아드님에게 파혼되고, 가족에게도 의절된 몸입니다. 저는 영웅 오르비아스님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
"자기를 과소 평가하지 마라. 우리 나라는 실력을 중시한다. 어떤 오해가 있더라도 그 힘은 인정 받는 것이다."
"저는 귀족으로 돌아갈 생각이……"
"귀족의 세계가 성미에 맞지 않는 것은 알고 있다. 무리하게 나서라고 하지는 않겠다. 왜 아까부터 눈을 마주치지 않는건가! 이 청혼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 분명히 말해라!"
내가 그럴듯한 이유만을 내놓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오르비아스님이 따졌다.
나는 움찔하고 떤다.
분명히 말하라니,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다.
지금까지 깨닫지 못하도록 태연함을 가장해 왔다.
이렇게 되어 버렸다면 자백할 수밖에 없다.
"저, 저는……오르비아스님이 거북한 것입니다."
재빨리 오르비아스님의 모습을 확인해 보면 당황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죄송하기에 눈을 내리깐다.
"뭐……왜……?"
"……오르비아스님은
명확하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실수나 결점도 정확히 지적을 해 주시는 분입니다. 그러나 그런 점이……저의 오라버니인, 로발트
오라버니를 닮고 있습니다. 그래서……오르비아스님을 이성으로서 생각하는 것을 할 수 없었습니다...."
오르비아스님이 분명히 말하라고 했기에 용기를 짜냈다.
팟 하고 오르비아스님이 내 손을 놓았다.
나의 가족, 가뷔제라 백작가는 왕도의 동남쪽 지구[피오이]의 관리를 하고 지배자로까지 여겨질 힘이 있는 가문이다.
냉혹한 가뷔제라 백작가의 정당한 후계자인 장남 로발토 오라버니는 현재[피오이]의 치안 유지를 맡고 있다.
[피오이]를 경호하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으니, 오르비아스님과 공통점이 적지 않다.
"……내 말에 그대는 상처 받고 있었다는 것인가……?"
"죄, 죄송합니다. 오르비아스님은 나쁘지는 않습니다. 저에게 하신 지적과 조언은 올바른 것이었습니다. ……다만 좀 강한 어조가 로발토 오라버니를 연상시켜서요……"
검술을 배웠을 때, 어딘지 모르게 로발토 오라버니를 닮은 말투에 은근히 벌벌 떨었다.
그래도 오르비아스님께서는 경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그 점이 싫었던 것 뿐이다.
존경하고 있는 인물임에는 변함이 없다.
잘 할 수록 칭찬했고 인정도 해 주었다.
로발토 오라버니는 내가 비명을 흘리면 쉬지않고 매도하는 사람이었다.
게으르다고 욕을 했다.
어릴 때부터 숨 돌릴 틈도 없는 연습을 소화했던 나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아직 부족하다며 무조건 야단 맞았다.
노력이 부족하다고 질책을 할 뿐인 집이었다.
나의 노력을 인정한 오르비아스님과, 알아주지 않는 로발토 오라버니.
결코 같지 않다.
그것은 알고 있다.
"로발토
오라버니의 말은 늘 푹푹 박혔으나, 오르비아스님은 달랐습니다. 검을 가르쳐 주실 때도 오르비아스님은 열심히 정성껏 저를
단련시키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다소 형님을 닮고 있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하지만……슈나이더와 서로 경쟁하고, 그에게
날카롭게 말하시고……그것을 듣는 것만으로……괴로웠습니다. "
로발토 오라버니가 한 적 있는 말과 비슷한 말을, 슈나이더에게 하는 것을 보면서 거북하다는 것을 통감했다.
경험 많고 실력이 훨씬 위인 오르비아스님께, 슈나이더는 거의 항상 졌다.
"이 정도의 남자인가"라며 스나이더에게 단언하고 있는 모습이 오라버니와 겹쳐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오르비아스님은 솔직할 뿐입니다. 악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안 된 것입니다. 죄송하지만 생각할 수 없습니다."
로발토 오라버니를 연상시키는 오르비아스님과 결혼을 생각한다니 , 핏기가 싹 가신다.
왕족이나 영웅이라는 것 없이도 한 이성으로서, 어떻게 봐도 호의적으로 볼 수 없었다.
그 껄끄러운 오라버니와 닮았기 때문이라니, 너무 가혹한 거절이었다는 것을 그 말을 끝낸 뒤에 실감했다.
오르비아스님의 무릎을 바라보던 시선을 들어 보면.
"오르비아스님……?"
오르비아스님은 멍하니 있었다.
비어있는 듯한 표정.
역시 충격이 컷던 것일까.
이윽고 미간에 주름이 생기고, 고통을 참는 듯한 애처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다.
말을 걸지 못하며 지켜보고 있으니 오르비아스님이 중얼거렸다.
"……미안하다. 가 보겠다."
일어선 오르비아스님이 등을 돌리고 언덕을 내려가고 떠나갔다.
애처로운 뒷모습을 보고 죄책감에 짓눌릴 것 같았다.
오라버니를 닮아서 싫어하다니, 말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오라버니를 닮은 오르비아스님이 따졌기에 자백할 수밖에 없다고 느꼈다.
그 때, 로트들이 자운영을 뚫고 돌아왔다.
선두에 있는 로트는 어째서인지 애벌레를 안고 있었다.
오르비아스님을 찾아 좌우로 두리번 거린다.
"오르비아스님 께서는 돌아가셨어요."
알려주니 그런가 하고 고개를 끄덕이던 로트는 애벌레를 보란 듯이 내밀어 왔다.
내 집게 손가락보다 굵은 녹색의 애벌레다.
아마 나비의 애벌레일 것이다.
손바닥 위에 올려서 들여다보았다.
"아아. 천년 애벌레씨와 닮았다고 말하고 싶었던 건가요."
이 애벌레를 데리고 온 이유를 안 나는 웃음을 터트려 버린다.
로트들은 기쁘게 웃었다.
오리페도트의 숲에는 천년 애벌레라고 불리는 큰 애벌레씨가 한마리 있다.
마차보다 크고 전체적으로는 갈색이다.
이끼가 군데군데 끼어있고 가만히 있으면 쓰러져 있는 아름드리 나무로 보이기도 한다.
천년 동안 애벌레의 모습으로 보내고, 마침내 나비가 된다.
현재 오리페도트의 숲 외에는 서식이 확인되지 않은 귀중한 존재.
너무나도 온후하며, 솜털의 요정 피와 가장 친하다.
피들을 태우고 자주 숲을 산책하고 있다.
그런 천년 애벌레씨와 귀여운 눈과 둥근 입이 비슷하다.
성격도 느긋해 보이는 것이 꼭 닮았다.
"이 아이는 나중에 멋진 나비가 되어 이곳에서 춤을 추겠지요. "
천년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은 아직 멀었다고 한다.
로트가 다시 애벌레를 안았다.
"자, 시작합시다."
이 언덕에 온 목적은 이곳에 있는 자운영의 손질.
머리를 한쪽으로 모아, 리본으로 묶고 곧바로 시작한다.
한송이 한송이, 손에 들고 상처가 없음을 꼼꼼히 확인한다.
문제가 있으면 치유한다.
흙이 말라 있다면 물을 준다.
꽃의 수는 많아도 로트들도 많이 있으므로,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조금 지나면 한 송이를 로트와 함께 잡았다.
먼저 자운영에 닿은 내 손을 잡아 버린 로트는 으앗 하며 나를 쳐다본다.
"함께 합시다"하며 웃으면 얼굴에 미소를 띠고 고개를 끄덕였다.
꽃잎을 가볍게 잘랐다.
나비가 둥글게 오여서 머물고 있는 형태로 꽃이 피고 있다.
자홍색이 번지듯 물든 꽃잎이 끝까지 싱싱하다.
잎이나 줄기까지 손 끝으로 어루만지며 확인했다.
흙도 확인해 보니 적당히 축축해서 괜찮았다.
함께 확인한 로트가 방긋 서로마주보며 웃고, 다음 자운영으로 넘어간다.
왠지 오르비아스님이 떠나간 곳에 눈을 돌려보았지만 거기에는 이제 없었다.
이곳에서 만난 때부터 매료되어 있었 던 줄은 몰랐다.
그가 접근 한 적은 없었고, 사랑 받기는커녕 미움받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여기에서 마주치면, 슈나이더에게 오해돼서는 곤란하다고 쐐기를 박고 있었다.
오르비아스님과 우연히 만난 것은 슈나이더에게 말했고, 오해되는 일도 없었다.
오르비아스님은 별로 이야기 없이 앉아 우리를 바라보거나 옆에서 쉬고 있는 것이 전부 였다.
로트들도 있었고, 단둘이 만난 것도 아니다.
오르비아스님이 슈나이더에게 따지게 된 것도 검술을 배우게 된 뒤 부터였다.
그것은 질투의 표현이었을까?
슈나이더는 "그분을 이기는 남자가 된다!" 라며 투쟁심을 불태우고 있었지만, 알아챘던 걸까?
그러고보니 한번. 파티에서 가족에게 차가운 태도를 받아 우울해진 나를 위로했던 슈나이더에게 오르비아스님이 말한 적 있었다.
사랑하고 있다면서 그런 장소에 언제까지나 머물게 하고 있는가, 라고.
맞지 않는 장소에서 뿌리를 뻗을 채 견디고 있음을 비난했다.
그 말에 슈나이더는 화를 냈지만 나를 생각한 말이었다.
또 어디에선가 환생을 하는 식물의 생명처럼, 진작에 그곳을 떠나야만 했을까.
만약 슈나이더에게 말했다면 내 손을 이끌고 데려 가 주었을까?
신분도 가족도 두고 나와 함께...
그런 의문이 떠오르게 되었지만, 이상하다고 쓴웃음을 짓는다.
슈나이더도, 라니. 한번도 바란적이 없었다.
그 자리에서 활짝 피어날 노력을 하고 행복해지길 원했다.
처음부터 이룰 수 없는 소원이었는데,
아침의 라클레인에 이어, 오늘은 자꾸 슈나이더를 떠올리게 된다.
지금은 오르비아스님이다.
슈나이더라는 장래 결혼을 약속한 약혼자가 있었기에 나에게 고백하는 사람은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파티에서 둘러싸여 아첨을 받는 정도 였다.
다과회를 열자마자 이야기를 시작 하거나 데이트를 하고 싶어 하는 남성들은 많이 있었지만.
역시 진지한 고백을 받은 적은 없었다.
슈나이더와는 시간을 들여 좋아하기로 했기에 사랑을 고백한 적도 없었다.
그러니 사실상 처음으로 고백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오빠와 닮아 꺼려진다는, 그런 잔혹한 거절을 하고 상처입혀버렸다.
아, 맙소사.
너무 지나친 말을 하고 말았다.
좋아하고 있었고, 진지하게 구애한 오르비아스님에게 심한 처사를 해버렸다.
나는 한숨을 흘린다.
마침 내가 자면서 구르는 공간에 도달했기에 거기에 웅크렸다.
그러고 보니 누운 오르비아스님이 자운영에 가려 보이지 않았기에 있는 줄 모르고, 노래를 부르며 손질을 했었던 적이 있었다.
완전히 방심하고 기분 좋게 불렀던 나는 부끄러웠다.
끝까지 들어 버린 오르비아스님은 "미안하다"라고 사과하면서도 얼굴을 고개를 수그리고 떨었다.
웃고 있던 걸까.
그것이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이다.
약혼이 정식으로 정해지면서 이 자운영의 언덕에서도 성에서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이것이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부드럽게 거절하는 방법을 했어야 했다.
아니, 이것은 죄악감을 가지고 있고 싶지 않은 내 형편이다.
긴 시간을 살아온 오르비아스님은 계속 독신이었다.
그런 분이 청혼을 했으니 강하게 결의를 했는지도 모른다.
역시 죄책감이 지워지지 않지만, 나는 그 구혼에 고개를 끄덕일 수 없으니 쓸데없는 말을 안 하는 게 나을 것이다.
나는 오명만 남은 전 영애 이니까.
기분을 전환 하기위해 심호흡한다.
일어나서 다시 한번 자운영을 잡았다.
꽃을 손가락에 끼워 보니, 오르비아스님의 누이인 루나테오라 여왕이 떠올랐다.
이 나라의 왕비인 루나테오라 여왕님의 다과회에 불릴 정도로 그녀는 나를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다.
루나테오라님의 궁전에 초대받아, 단둘이 다과회를 즐기기도 했다.
미용법부터 마법에 이르기까지, 그 가르침은 매우 유익했고, 참으로 멋진 시간이었다.
강하고 아름다운 매력적인 여성, 루나테오라님은 나라를 초월해 수 많은 여성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남편은 백년 전에 반란을 일으킨 주모자이지만, 결투로 계속 굴복시키고 결혼시켰다.
과묵한 그의 심정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홍차를 마시는 루나테오라님은 얼마나 남편에게 사랑 받고 있는지를 자랑하곤 했기에,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대리석 같은 피부를 아낌없이 드러내는 요염한 하얀 드레스.
풍만한 가슴이 넘칠 듯한 과감한 노출이지만, 매우 우아하다.
오르비아스님과 같은 별 빛으로 빛나는 긴 머리카락과 금박이 수 놓아진 남색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루나테오라님이 좋아하는 홍차 속에 넣던 꽃.
테라스 옆에도 몇개 피어 있던 작고 흰 꽃.
다섯장의 꽃잎이 달린 별 모양의 그 꽃은 베르가모트 향이 났다.
가라시아 왕국의 국화, 피우스.
꿀이 농후해 홍차의 단맛을 더한다.
루나테오라님 손 안의 컵에 뜬 흰 꽃.
홍차 위에 작은 꽃.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입술을 끌어올린다.
언덕의 자운영 손질을 끝내면 나는 가게로 돌아갔다.
로트들에게도 도움을 받아 보수인 쿠키를 굽는 사이 준비를 진행했다.
이윽고 채취를 부탁한 요정이 하얗게 빛나는 이동 마법 진을 통해 찾아왔다.
"냐냐!"
작은 나비의 요정 피코로들이 내 얼굴에 달려들었기에 나는 눈을 감고 받아들인다.
촉촉한 감촉이 느껴지는 그들은 키는 불과 5센치미터.
얼핏보면 어린 아이의 모습며, 파스텔 컬러의 작은 나비의 날개를 달고 있다.
피코로들은 마카롱과 비슷한 달콤한 향이 나지만 오늘은 꽃 향기도 난다.
따와 준 꽃의 향이다.
사람의 말을 잘 발음하지 못하기에, 나를 "냐냐"라고 부른다.
"꽃 , 감사합니다. 이것으로 홍차를 만들 거예요. 쿠키가 잘 구워지면 꼭 드세요!! 계피 쿠키입니다."
재미로 내 머리에 꽃을 꽂고 있는 피코로들에게 알려준다.
쿠키를 먹을 수 있다고 하자, 피코로들이 두손 두발을 올리며 기뻐했다.
원래 여러 허브 티를 준비하고 있지만, 가게에서 내는 것은 로즈티와 라벤더티, 그리고 밀크티이다.
케이크에 맞게 달콤하다.
그리고 케이크와 함께 과일 홍차도 내놓고 있다.
우선 로즈티.
이것도 오리페도트의 숲에 있는 요정에게 부탁해서 받은 장미 꽃 봉오리다.
보존의 마법을 건 병에서 꺼낸다.
준비한 시트 위에 하나 뒀다.
"초보적인 보존 마법입니다"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는 피코로들에게 설명한다.
식물 즙으로 만든 투명한 시트와, 물에 쉽게 녹는 마법을 감싸면 그 속의 시간이 멈추게 된다.
꽃과 함께 단단히 마력으로 가두어 돌돌 말았다.
구체가 된 그것을 컵에 넣어 물을 쏟는다.
그러면 구체는 사라지고 꽃이 나타난다.
물은 빨갛게 물들어, 하얀 꽃이 떠오른다.
"음-…… 빨간 색이 좋을까. 로즈 티에는 빨간 꽃이지."
고르려고 하니 먼저 피코로들이 내밀었다.
이쪽이 맞다고 말하려는 듯.
피코로들에게 부탁한 꽃은 매우 작고, 달콤한 꿀이 생긴다.
풍미를 부수지 않고 단맛을 내며, 설탕 대신으로 쓸 수 있다.
그리고 장식이 된다.
루나테오라님의 홍차를 떠올리면서 연구하며 계속해서 봤다.
그 가운데 쿠키가 구워졌으니 연꽃의 요정 로트와 작은 나비의 요정 피코로들에게 주었다.
나도 홍차의 맛과 향을 확인하면서 하나 먹었다.
붉은 로즈 티 중에는 장미와 비슷한 작은 빨간 꽃을 썼다.
컵 바닥에 당당하게 피는 것 같다.
연한 보라색의 라벤더 차의 안에는 별 모양 같은 푸른 꽃이 세개 떠오른다.
진정 작용이 있는 라벤더 차에 어울리는 차분한 것이다.
흰색 밀크티 안에는 민들레에 비슷한 흰 꽃 한송이를 띄운다.
당장 새하얀 밀크 티에 녹아 버릴 것만 같다..
일단 이것을 제공하기로 한다.
만족스러운 결과에 나는 미소를 흘리다.
끝까지 도움을 준 로트들은 축하 박수를 쳐 주었다.
피코로들은 도중에서 쿠키를 먹어 치우고나서 그릇 속에서 잠들었다.
놀다 지친 아이가 새우잠을 자는 것 같은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은 접시 안.
티끌 하나 남기지 않고 배를 가득 채우고 새근새근 잠들어있다.
로트들은 책임 지겠다며 가슴을 치고는, 모두 접시에 있는 피코로들을 들고 오리페도트의 숲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 테이크 아웃 전용 반투명의 봉지에 넣어 포장한다.
마침 꽃이 든 구슬 형태로 된 홍차의 캡슐 세 개를 집에서 좋은 때에 마시고 싶어하는 손님에게 추천했다.
케이크에 맞게 달콤하니 포장된 케이크와 함께여도 좋다.
우선 실제로 물을 부어, 시음시켜 주었다.
평소에 내고 있는 홍차와 맛은 변하지 않지만 겉보기에 멋지게 됐다고 호평이다.
"점장님, 천재! 이거 진짜야? 우와-!"
카운터 자리에서 미소녀씨가 기뻐했다.
햇빛이 비치는 잎과 같은 색의 긴머리를 리본으로 묶은 포니테일.
프릴이 달린 핑크색 블라우스와 코르셋.
반바지와 검은 가죽의 하이 롱 부츠.
너무 마르고 가련한 소녀.
이름은 세레나.
여성의 반바지 모습은 드물다.
그래도 당당했다.
"감사합니다. 세리나씨도 테이크 아웃을 사서 가시나요?"
"응! 오빠가 지금 책에 열중하고 읽고 있으니까, 케익도 같이 줄 거야. 음-……라벤더 티 주세요! 점장님."
전에 머리를 세팅해 주는 상냥한 오빠가 있다고 말했었다.
나의 오빠와는 정반대인 사람, 어깨를 나란히 하고 즐겁게 라벤더 티를 마시는 걸까.
그런 상상을 머리 한 구석에 간직하면서도 웃는 얼굴로 대답을 한다.
세리나씨는 천진 난만하고 마이 페이스지만, 그녀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그녀의 오빠도 만난 적은 없다.
세리나씨는 언제나 혼자 와서 알고지내던 사람과 인사를 나눈다.
교제가 서투를 것 같지는 않지만 깊이 친해지기를 피하는 모습이다.
조금, 이상한 손님이다.
그런 세리나씨에게 라벤더 티의 봉투를 건네주었다.
그녀의 흰 피부에 닿는 순간 마력을 느꼈다.
어느 정도의 마법이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마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런 변두리거리 라면 마법 학교가 없기에 독학으로 마법을 배우는 수밖에 없다.
세리나씨는 뭔가 쓸 수 있을까.
이번에 마법을 쓸 수 있는지 물어 볼까.
"다음에는 오빠와 함께 와주세여"
"아-……응, 말해 볼께요-"
세리나씨는 조금 시선을 이리저리 옮긴 뒤 의자에서 일어섰다.
"점장님은 마법까지 쓸 수 있다니, 뭐든지 할 수 있네요!"
세리나씨 옆에 앉았던 샐리씨가 말을 걸어왔다.
"간단한 마법이에요"라고, 나는 대답한다.
다음의 다과회에 가져갈 것이라고 샐리씨들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세리나씨의 계산의 대응을 했다.
그리고 새로운 손님이 왔음을 알리는 종이 딸랑딸랑 하고 울렸다.
눈을 돌리는 순간 나는 경악했다.
일견, 나그네 모습으로 분장하고 깊은 녹색의 망토를 걸치고 있지만, 그 다.
별 빛으로 빛나는 긴 머리.
뾰족한 귀.
금박이 수 놓아진 남색의 눈동자.
엘프의 영웅 오르비아스님.
혼란스러웠다.
왜 오르비아스님이 왔을까.
애초에, 어떻게 여기를 알아낸 것일까.
굳어 버렸지만 정신을 차린다.
가게 안은 조용하고 손님 전원이 오르비아스님을 주목했다.
가장 먼 변두리라고 해도 이 거리에 엘프는 드물다.
아무리 그래도 얼굴만 봐도 오르비아스님이라고 알아보는 사람은 없지만.
엘프의 왕족이 가진 별 색으로 불리는 머리 색깔도 본 적 없는 일반인은 모를 것.
허리에 지닌 순백의 검이 엘프의 국보라고 한눈에 알아보는 사람도 없다.
……세나씨라면 책에서 봤다고 깨달을지도 모르지만.
"어서 오세요"
나는 동요하는 마음을 다잡고 인사를 한다.
나의 가게라 알고 있어서 온 듯, 오르비아스님은 태연했다.
유일하게 비어 있는 카운터 자리에 앉는다.
세리나씨가 일어선 직후 였기에 나는 테이블을 닦는다.
오르비아스님의 눈 앞의 공간을 닦고 있을 뿐인데, 긴장을 느꼈다.
나는 앞으로 엘프의 영웅님에게 접객을 하는 것이다.
"추천 메뉴는 뭐지?"
"오늘 추천 메뉴는 이쪽의 홍차입니다. 테이크아웃을 위해서 새롭게 만든 홍차입니다. 눈으로도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끓이던 것을 오르비아스님에게 보여준다.
사실 누나의 홍차를 본뜬 것입니다,
라고 여기서는 말할 수 없다.
아직 손님들이 주시하고 있다.
"우리 케이크에 맞게 달콤하고 있습니다. 케이크는 이 메뉴에 적혀 있습니다. 케이크는 좋아하시나요?"
"……네가 나에게 권하고 싶은 케이크와 음료수로 줬으면 한다."
"네"
금박이 반짝이며 남색의 눈동자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것은 자신작을 보여주길 원한다는 것일까?
부담을 주는 건가요, 오르비아스님.
오르비아스님이 좋아하는 케익은 들은 적이 없다.
단것을 좋아하는지조차 몰라서 곤란한다.
케이크를 부탁하는 것으로 보아 싫어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저로서는, 진한 커피를 한번 마셔보셨으면 합니다."
내가 가장 자신 있는 것이라고 하면, 커피다.
"초콜릿 케이크와 함께, 어떻습니까?"
다크 초콜릿으로 코팅한 짙은 초콜릿 케이크라고 알려준다.
"그럼 그것으로 하겠다."
"네. 바로 가지고 오겠습니다."
부엌에 돌아간다면 뒤에 세리나씨가 아직 있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허둥지둥 가게를 뒤로 한다.
방문 감사합니다.
"좋은 향기다...."
"감사합니다"
커피를 받고 향기를 즐기는 오르비아스님을 카운터 너머로 본다.
손님들은 아직 오르비아스님을 살펴본다.
엘프와 인연이 없으면 그 외모에 흠뻑 빠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오르비아스님도 아름다운 사람이다.
빛을 품고 있는 듯 빛나는 머리카락, 예술품처럼 반듯한 얼굴, 그리고 우아한 분위기.
아름다운 존재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견디기 어려운 것처럼 어색한 듯이 숨을 죽이게 된다.
말할 용기는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 대화를 숨가쁘게 이어가던 샐리씨들도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수그리고 있었다.
옆에 앉은 것이 되어 버린 샐리씨는 안색이 나쁘다.
나도 이 가게를 당장 오르비아스님에게 맞추어 호화 단장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벽은 하얗게 칠하고 금 장식을 덧붙이고 싶다.
오르비아스님을 이 집에서 대접해도 되는 걸까?
견디기 힘들다.
오르비아스님은 너무 조용했다.
말 없이 천천히 맛을 보며 초콜릿 케익을 먹어 간다.
커피 테이크 아웃의 단골들이 몇몇 오더니, 오르비아스님을 보고 깜짝 놀랐다.
조심스레 커피를 주문을 한 뒤, 얼른 가게를 나간다.
평소라면 수다를 떨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엘프의 존재감에 달아나고 말았다.
가게 안이 잠잠해진 채 손님은 한 사람 또 한 사람 자리를 뜬다.
샐리씨들도 침묵한 채 돌아가고, 11시가 되기전, 마침내 오르비아스님 한 사람만이 남았다.
"미안하다. 영업 방해가 되어 버린 모양이구나.……눈에 띄지 않게 한 것이지만"
"아뇨, 오르비아스님이 사과하실 것은 아닙니다. 이 거리의 사람은 엘프와 만나는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평소에는 친절합니다."
오르비아스님은 충분히 신경을 써 주고 있다.
만약 어제의 모습이라면, 엘프의 영웅이라고 알려지고 있을 것이다.
모두 그 모습으로는, 실신했는지도 모른다.
"저, 그런데……"
단둘이 되어 말할 수 있게 되었기에 물어보기로 했다.
그래도 무엇부터 물을까.
여기에 온 이유?
이곳을 알게 된 이유?
"오르비아스님은 어떻게 제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아신건가요?"
" 지난 달 말, 이 거리를 덮을 수 있는 결계의 마법을 썼을 것이다. 저 자운영의 언덕에서, 그 마력을 느꼈다."
그 마법인가,라고 나는 쓴웃음을 참았다.
지난 달 말, 이 도무스 카자의 거리를 도적의 마법 공격이 덮쳤다.
나는 결계 마법으로 마을을 지키면서 피해를 최소한으로 막아내었다.
거리를 구한 것은 그 도적을 쫓은 수인 용병단이다.
그러고보니 류세씨는 그 후 약간 모습이 이상해 진 것 같다.
"그대의 안전을 확인하러 한번 이 거리에 와서 찻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 언덕에서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기 때문에 말을 걸지 못하고 그곳에서 기다리던 것이다."
내가 무사하다고 확인을 하면서 자운영의 언덕에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말하는 오르비아스님이 여기에 온 이유는 그것이 아닐까 예상한다.
구혼.
"……꽤나 늦었지만. 이제 저기에 오지 않는 것은 아닌가 조금 불안하기도 했다."
"아, 그것은 아마도...로트들이 신경을 써 주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새로운 생활에 익숙해질 때 까지 부탁을 삼가 준 것입니다. "
엘리트 학원에 다닐 때도 내가 바쁘게 지내고 있지 않은지를 먼저 확인하고 부탁했으니까 말이다.
" 죄송합니다, 기다리게 해서"
"이, 아니……네가 사과할 것은 아니다. 내가 마음대로 기다리고 있었으니 말이야……"
오르비아스님은 고개를 수그리고 우물거린다.
왠지, 아주 신중하게 말을 선택하고 발언하는 것처럼 보인다.
"……라벤더 차를 부탁하지."
"네"
오늘 추천의 홍차도 부탁해 주었다.
푸른 별 꽃이 떠오르는 라벤더 티를 쳐다보더니, 오르비아스님의 입가가 느슨해졌다.
"누님이 마음에 들어 할 것 같구나...."
그렇게 중얼거렸기에 나는 여기서 말하기로 했다.
"실은 루나테오라님이 차에 꽃을 띄운 것을 생각하고 그것을 힌트로 만들어 본 것입니다"
"……과연. 언제까지나 컵 속을 바라보고 있고 싶어진다. 멋지구나. "
"감사합니다"
오르비아스님이 칭찬, 너무 좋다.
고귀한 사람에게 칭찬을 받으니 좀 더 정중히 인사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망설이고 있으면 오르비아스님이 포장된 차 한 봉지를 집었다.
"아, 괜찮다면 루나테오라님께 하나 어떻습니까?"
"아니……누님은 아직……"
오르비아스님은 입을 다물었다.
역시 여왕님께 가지고가면 안 되는 걸까 고개를 갸웃하고 바라보았다.
"……몸을 숨기고 싶다면 큰 마법을 사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주의가 부족하구나. 만일 근처에 악마가 떠돌고 있었더라면 그대는 들켰을 것이다."
오르비아스님의 입에서 나온 것은 주의 말.
악마가 단서도 없이 이런 끄트머리까지 나를 찾는 일은 없겠지만, 그것을 말할 틈이 없었다.
"그대의 오라비는 추적에 능하다. 이 물건이 그의 손에 넘어가면 그대가 만든 것이라고 깨닫고 여기에 찾아올 것이다."
오르비아스님은 나의 경솔함을 지적한다.
나는 만지기만 해도 마력을 감지할 수 있지만 로발토 오라버니는 도구에 담긴 조그마한 마력으로 주인을 판별 할 수 있었다.
그 능력을 갈고 닦아, 마력만으로 추적할 수 있게 됐다.
[피오이]에서 범죄를 저지른 자는 누구도 달아나지 못한다며 두려움을 사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전혀 단서를 남기지 않고 나왔다.
로발토 오라버니가 이런 끄트머리 거리의 홍차를 손에 들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상상만으러 핏기가 가신다.
몸서리까지 쳐 진다.
" ! 미안하다. 또 너를 상처 주는 말을 했을까?"
"네? 아뇨 아뇨. 오라버니에게 들킨 경우를 상상하고 말았을 뿐입니다."
오르비아스님이 당황했기 때문에 나는 오해를 풀었다.
"저, 저야말로, 어제처럼 상처를 주는 것을 말하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혼자서 상처 받고 있었을 뿐인데……"
"……다음 손님이 올 때까지 앉아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을까?"
하얀 문을 살피며 오르비아스님은 옆에 앉는 것을 권했다.
신경 쓰지 않아도 이제 오전 동안에는 오는 손님이 없다.
나는 수긍하면서 옆의 의자에 마주 보게 하고 앉다.
"솔직히 말해 주어서 다행이다.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토하는 남자로 있고 싶지는 않구나. 누구에게도……슈나이더도 매도하지 않도록 노력하지. 고치겠다."
나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오르비아스님이 말했다.
"어제는 급한 구혼을 해서 놀라게 했을 것이다. ……그대를 보는 순간 마음이 넘치고 견딜 수 없었기에 전하고 말았다."
"아……감사합니다, 오르비아스님"
멍하게 되면서, 나는 말할 기회를 놓치고 있던 감사를 전한다.
"자운영의
언덕에서 말을 나눈 뒤에 매료되어 있었지만……자네에게는 이미 사랑하는 약혼자가 있었다. 약탈 같은 비열한 일을 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었지만, 슈나이더에게 질투를 쏟아 내던 때는 있었다. 보다 뛰어난 남자가 되어 달라는 내 이기심에 여러가지 승부를
하고, 그 사이의 발언이 그대에게 상처를 주고시 있었을 것이다.……진심으로 사과를 하고싶다. 정말 미안하다.로냐."
기죽은 오르비아스님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 하려 했다.
그러기 전에 무릎 위에 둔 나의 오른손이 오르비아스님의 손에 잡혔다.
"그대와 보낸 시간은 조금이었지만 매우 행복하고 만족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온화한 빛의 꽃과 같은 사람이었다. 눈을 감고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이 가슴을 태우는 사람. 내가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
뜨거운 눈빛이 나의 손이 쏠렸다.
맞닿은 피부에서 열이 전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
바꾸고 말겠다. 그래서 다시 한번 보아줬으면 한다. 평생 함께 사는 상대로 볼 때 까지 노력하겠다. 오명 따윈 신경 쓰지 않고
장애 따윈 없다. 그래서 나를 한 남자로 보았으면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대를 행복하게 할 것이라고
하고 있던 남자가 상처입혔다……그러니 이제 누군가에게도 맡기지 않고 내가 그대를 행복하게 하겠다."
남색의 눈동자와 눈이 맞았다.
어제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듯한 표정.
그 눈동자에는 후회가 보였다.
"오르비아스님……자신을 자책하며 고통을 느끼고 있으신가요? 저는 괜찮습니다. "
"아아…… 그렇게 보인다. 새로운 생활 속에서 더욱 빛이 늘어난 것인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일하는 틈틈이 다시 오겠다."
오르비아스님은 의자에서 일어나 한쪽 다리를 굽혔다.
그리고 손에 있던 나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변하고 싶은 노력을 막고 싶지 않지만, 냐 마음이 변할 것이라고 보증은 못한다.
일어선 오르비아스님의 손을 양손으로 감싸서 잡는다.
"다시 생각을 거부당하는 답을…… 들을 각오가 있나요? 저를 계속 생각하는 것은…… 괜찮나요?"
나를 오르비아스님을 상처입힐 것인데, 정말 그게 괜찮은지 확인했다.
그러자 오르비아스님은 웃는다.
한쪽 입가를 올린, 조금 겁 없는 미소다.
"이것을 그대에게 털어놓을 날이 온다고는... "라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그리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대를 향한 마음을 인정한 순간, 영원한 짝사랑을 할 각오가 되어 있다."
오르비아스님의 남색의 눈동자 속의 별이 깜박이는 듯했다.
별들이 쏟아질 듯 할 때, 살며시 손을 뗐다.
" 좋은 시간을 보내게 해 주어서 감사한다. 로냐. 내일 다시 오겠다."
은빛 같기도 금빛 같기도 한 묘한 빛을 발하는 긴 머리카락과 함께 망토를 휘날리며, 오르비아스님은 하얀 문을 통해 돌아갔다.
나는 빨갛게 열을 띤 뺨을 누르고, 멍하니 멈추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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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
이 늙다리 엘프놈이!!
감히!!!!!!!!!!
몇살차이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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