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8. 3. 20. 20:07

영애는 느긋하기를 원한다



한화 05+여름의 번외 편






슈나이더는 머리를 싸맸다.


로냐에 대해 오해 했던 것을, 그리고 잘못을 용서 받길 바라지만, 그녀를 찾을 수 조차 없다.


로나드는 완강히 고개를 흔들고, 매일 부탁하는 슈나이더를 문전박대한다.

정령 오레페도트를 만나고 싶어도, 허가를 얻은 인간만이 이동 마법으로 숲 속에 들어갈 수 있다.

슈나이더는 숲 밖에 마법으로 이동한 뒤에 들어가려 했으나, 라클레인이 바람을 사용해 쫓아냈다.

일절 말을 할 틈도 주지 않는 , 문답 무용이었다.



왕도와 학원을 돌며 로냐의 행방의 실마리를 찾았지만 역시 찾을 수 없었다.

로냐의 무사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고육지책을 취했다.


마찬가지로 로냐를 찾고 있을 , 엘프국의 왕제 각하에게 짚이는 곳을 묻는 것이었다.


슈나이더의 자존심은 무너져 내리겠지만, 로냐를 찾기 위해서 엘프국가를 찾아갔다.


여왕 루나테오라가 다스리는 가라시아 왕국.

풍부한 녹음과 돌로 된 건물이 늘어선 , 온화한 허브의 음색이 울리는 아름다운 나라.

그것을 감상할 수 있는 화려한 궁전에서 슈나이더는 루나테오라를 만났다.

솔직하게 그 때 이후로 로냐와 만나지 못한 채 행방을 찾고 있다고 털어놓고 , 왕제 각하 오르비아스가 어떤 정보를 갖고 있다면, 부디 가르쳐 달라고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여 부탁했다.


훌륭한 사슴 뿔 같은 형상의 옥좌에 앉아 내려다보고 있던 루나테오라는 잠깐 동안 침묵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서슴없이 쏘아붙인다.


"아이들의 문제라서 그곳의 국왕이 상세를 덮고 있던 것일 줄 알고 있었습니다만……어머나, 조카가 이런 최악인 남자로 전락하다니, 타국의 왕에게 이야기 할 수 없겠네요. "


최악인 남자 부분을 강조했다.

슈나이더는 움찔했다.

루나테오라는 턱을 괴며 말을 이었다.


"과거, 로냐양에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강하고 아름다운 여성으로서 동경의 시선을 받는 여왕. 그러나 이 나라와 성의 방어는 동생과 남편에게 맡기고 있지요. 남자는 강함을 나타내기 위해서도 사랑하는 여성을 지키기 위해서도 지키고 싶어 합니다. 믿으면서 그 남자의 등을 바라보고 주는 것도 아름다운 여성이에요. 그러나 남성을 자만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지키는 힘을 가지게 해 주는 것은 당연히 여성분이니까요. "


로냐에게 말한 것을 슈나이더에게 말했다.

슈나이더를 바라보는 눈빛은, 경멸하는 것이었다.



"당신은 자만했군요. 로냐양을 사랑했기에 멋진 남자였어요. 로냐양에게 사랑 받고 있었기에, 멋진 남자였어요. 다시 말하자면, 아시겠죠? 그녀의 지원 없이 지금까지의 당신이 있을까요? 그녀에 대한 마음 없이 지금까지의 당신이 있을까요? 당신은 멋진 남성이었습니다. 너무나 로냐양과 잘 어울렸기에 동생도 마음을 털어 놓을 수도 없었으니까요."



루나테오라의 말을 따라, 슈나이더는 돌이켜 본다.

로냐를 만나면서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 힘썼던 일은 태산같이 있었다.


"로냐양이 당신을 멋진 남자로 만든 거예요."



로냐의 존재 자체가 슈나이더를 좋은 남자로 만들었다.

일편 단심의 자세, 지키고 싶은 강한 마음, 바로 그것이다.

그 가슴의 뜨거움을 가졌던 슈나이더는 찬물을 뒤집어쓴 처지가 되었다.



"그런 당신이 약혼 직후에 다른 여성과 놀아나 버렸다니, 최저입니다. 완전히 자만해 있었겠지요? 기분 나쁘네요. 약혼자가 있는 남성을 원해서 속였던 여성도 최악인 여성일 뿐이에요. 그녀에게는 , 분명히 말해서 조금도 흥미 없습니다."


루나테오라는 가차 없었다.


"최악인 남자로 변한 당신이 로냐를 발견하면 용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니, 어디까지 자만심이 가득차 있는 걸까요. 이제 회복되지 않겠지요. 한순간 마음의 미혹이라 하여도 다른 여성의 손을 잡은 당신을 지금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면 실례예요. 로냐양은 그런 비참한 여인이 아닙니다. 로냐양이 다시 당신을 사랑하는 일은 있을 리 없어요. 외도를 하는 남자를 용서하고 다시 맺어진다니 , 황당한 이야기지요."



강한 어조로 로냐를 두둔한다.



"로냐양과 재회라니, 저는 시키고 싶지 않아요."



장난 꾸러기처럼 밝게 빙긋 웃었다.

슈나이더는 딱 하고 입을 벌린다.



"애초에, 이쪽도 로냐양의 거처는 알지 못해요. 오르비아스는 로냐양과 친해진 장소에서 만날 수 있을까 하며 지금도 거기서 기다리기만 하고 있다고하지만요."



정확한 장소를 루나테오라는 말하지 않았다.


" ! 그것은 확실히…… 연꽃 언덕이었을 것입니다. 요정 로트의 부탁으로 보살피고 있는 연꽃의 언덕에서……오르비아스 전하와 만났다고 들었는데……"



슈나이더는 로냐에게 들었지만 정작 정확한 장소까지는 듣지 않았다.

요정 로트의 부탁으로 로냐가 그 곳을 찾기를 기다리는 것이리라고 이해했다.



"그 아이……아무래도 그곳에서 아무래도 마음을 털어놓고 싶은 거 같아요. 처음 만난 장소에서 고백이라니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슈나이더는 얼굴이 굳었다.

연적의 고백은, 들어서 좋은 이야기가 아니다.


"오르비아스는 소중한 장소를 최악인 남자로 더럽히고 싶지 않을테니, 가르쳐 주지 겠어요. 저에게 입을 다물고 있으라고 했기도 하고요."



슈나이더의 부탁을 거절한다.



"당신도 진심으로 로냐양에게 미안하다면 다시 얼굴을 내밀지 않는 것이 그녀에 대한 보상이 될거에요. 그것이 제대로 된 남성으로 돌아가는 한 걸음이에요."



루나테오라는 웃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슈나이더가 최악인 남자인 것을, 말할 때 마다 계속 쿡쿡 찌르듯이 던지고 있다.


"아뇨, 루나테오라 여왕 폐하. 저는 로냐를 직접 만나서"

"어머 어머"



굴하지 않고 부탁하려 했던 슈나이더이었지만 루나테오라는 그것을 막았다.


"저에게 물고 늘어지다니, 무엇을 하는 건가요?"


우후후,라고 농담 같은 말을 웃으며 말한다.

그러나 눈은 웃고 있지 않다.

위압적인 눈동자다.


슈나이더는 말을 잃는다.



"언제까지 있을 셈이냐!"


그 자리에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울린다.

은백색 장발의 엘프.

팟 하고 로브를 휘날리며 짜증이 드러나는 발걸음으로 슈나이더에게 다가왔다.


루나테오라의 남편, 오스티크루스 공작.


슈나이더는 경악한 채 그 모습을 바라봤다.

오르비아스와 교대로 루나테오라의 호위를 맡고 있는 오스티크루스 공작과는 일면식이 있었지만 목소리를 들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과묵한 남자인 것이다.



" 급한 예정은 없었을텐데요. 오스티."


루나테오라는 빙긋 웃으며 애칭으로 화답했다.

오스티크루스는 얼굴을 느슨해지지 않고 험한 표정 그대로 손을 내민다.



"이런 비열한 자에게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이 나라의 여왕이지않나. -…이 분수도 모르는 놈."


오스티크루스는 찌릿하고  슈나이더를 노려보았다.

후의에 만족하여, 여왕의 시간을 빼앗고 있음을 탓하고 있다.



"어머., 바보를 욕 할 시간이 있다면 자신을 신경 써 달라고 말하고 싶은건가요?"

"……그런 건 말하지 않았다."

" 어쩔 수가 없네요. 다음 예정까지 당신에게 신경써 줄게."

"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루나테오라는 놀리면서 오스티크루스의 팔에 얽혔다.

오스티크루스는 외면하면서도 팔을 풀지 않고 리드했다.



"저도 동생도 가르칠 생각은 없습니다. 돌아가세요."



최종 결정을 슈나이더에게 말하고, 루나테오라는 남편과 함께 그 자리를 떠났다.


쫓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고, 슈나이더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곧 엘프의 나라 가라시아를 떠났다.


루나테오라는 오르비아스과 로냐가 잘 되는 것을 노리고 있다.

오르비아스에게 직접 부탁해도, 낭비라는 것을 실감했다.

학원의 기숙사 방에 돌아가 문을 열자마자 미사노의 목소리를 들려왔지만, 슈나이더는 곧장 문을 닫았다.


" 잠깐! 슈나이더!"

"이제 안 만난다고 했잖아."



문을 두드리는 미사노에게, 슈나이더는 말했다.


로냐의 결백을 안 날, 슈나이더는 미사노에게 이별을 고했다.

그리고 만나지 않겠다고 말 했다.



"왜 믿는거야, 슈나이더! 로냐가 질투해서 나를 괴롭힌 것이 다 나의 연극이라고 하는 거야?!"

"오해였어! 미사노, 전부 오해였다!"



미사노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지만, 문 너머에 있는 슈나이더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나도 너도 오해만으로 로냐에게 그런 짓을 하고 말았다! 나도 너도 나쁜 것이다. ……이제 너와 만날 수 없다. 너를 탓하고 싶어진다. 얼굴을 마주보면 상처가 되는 말을 할 수도 있다. 부탁한다. …포기해라."



슈나이더는 다시 한번 이별을 고한다.

미사노 때문에 오해를 하게 된 것이라는 책임을 전가하는 말을 쏟아 버리지 않기 위해서도, 슈나이더는 얼굴조차 보지 않도록 했다.



"나는……로냐를 되찾고 싶다."



로냐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미사노와 헤어졌다.


"오해 때문이었다고 하면, 정상 참작을 받아....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나와 너의 관계는 끝이다. 돌아가 줘."



문을 열지 않고 말한, 슈나이더는 떠나갔다.

그 발소리를 들은 미사노는 문에 기대어 떨었다.


순탄했던 관계가 갑자기 끝났다.

원인은 로냐.


"……어디까지 내 방해를 하는 거야……"



미사노가 조용히 울먹였다.







◇ ◆ 번외 편, 복슬복슬 여름 ◆ ◇




태양의 강한 여름.


도무스카자의 거리는 주위가 황무지인 탓인지, 밖의 기온이 너무 높아진다.

이곳에 살고 있는 손님들은 별일 없는 것 처럼 보였지만, 나는 걱정이 되었다.



"수인 용병단 여러분은 괜찮을까요…?"


12시가 되어 손님이 없어진 가게에서 불쑥 혼잣말을 흘린다.

오늘은 한층 햇볕이 강하게 느껴진다.

환기를 위해서 열었던 창문도 닫기로 한다.

더운 공기를 밖으로 보내며 온화한 실내를 만들었지만, 슬슬 냉방을 위해 마법으로 시원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뜨거운 프라이팬 상태의 황무지에서 돌아온 수인 용병단도 분명 그렇게 하는 것을 좋아할 것이다.

그들이 음료를 가지고 다니는 모습은 본 적 없으니, 수분이 부족하지 않을까 한다.

차게 식혀둔 물을 준비해야겠다.



"……용병 제복…… 새까맣지……"



어제도 검은 제복을 입었었다.

열을 흡수하기 쉬운 검은 색 상의와 바지로 햇빛을 받고 있으면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거워지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시제씨는, 새까만 사자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의 시제씨가 가장 열을 흡수하기 쉬울 것 같다.

강도에게 지는 일은 없어도,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것은 아닐지 , 걱정이 늘어난다.


그때

딸랑딸랑 하고 손님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어서오...섿!?"


미소로 맞이하려고 했지만 평소와 다르게 흰색 치타 류세씨가 아니라 검은 사자 시제씨가 두둥 하고 들어온 것이기에 놀란다.



예상대로 순수한 검정색의 사자의 모습은 열을 흡수해 버린 듯 , 시제씨가 뜨겁다.

무심코 한발짝 멀어진다.


시제씨는 상의도 와이셔츠도 벗고 상반신 알몸이다.

검은 털이 덮여도 강인한 근육이 붙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이 한걸음 떨어진 이유이기도 했다.


시제씨는 숨을 거칠게 내쉬며, 쓰러지듯 특등석에 주저앉았다.



"아가씨! 물! 아가씨, 부탁, 물!"


순백의 치타 모습인 류세씨는 카운터 테이블을 두드리며 재촉한다.

이쪽도 더위로 괴로운 것 같다.

즉시 벗은 상의를 휘두르며, 시제씨에게 바람을 보낸다.


"그보다, 마법으로 눈보라라도 내려줘."


혀를 늘어뜨리며 하아하아하고 있는 푸른 늑대의 치세씨도 함께 상의를 흔들어 시제씨에게 바람을 보냈다.

녹색 자칼의 세나씨는 말 없이 카운터 테이블에 기대서 음료수를 기다린다.

이쪽도 중증이다.


"상관 없습니다만……저, 차라리 시원한 장소에 가지 않겠습니까? 시원한 호수에서 수영도 할 수 있습니다. 식사 전에 바람을 쐬러 갑시다."



인원 수의 물을 건낸다.

그러면 치세씨도 류세씨도 상의로 펄럭이던 것을 멈췄다.

치세씨는 파란 꼬리를 붕붕 휘둘렀다.

그걸로 바람을 일으킬 것 같다.


일동의 시선은 나에게서 시제씨로 이동 한다.

결정권을 가진 것은 시제씨다.


"……부탁한다."


신음 같은 낮은 목소리로 허락했다.


"그럼 당장 이동 하죠."



통 하고 발끝으로 바닥을 두드리고 마력을 넓혔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과 함께 호수를 향해 마법으로 이동했다.


숲에 둘러싸인 드넓은 호수.

거울처럼 하늘을 비추는 호수는 선선한 맑은 공기를 내뿜는다.


다리처럼 나무 한 그루가 튀어 나와있다.

나는 거기에 앉았다.

치세씨는 망설이지 않고 기쁘게 호수에 뛰어들었다.

물보라가 튀어오르며 반짝인다.


시제씨는 호수에 뛰어들지는 않으려는 듯 내 곁에 뒹굴 하고 누웠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도 시원함은 충분하다.


시제씨는 갈기를 쓸어 올리면서 호흡을 가다듬는다.

괜찮은 것 같다.


세나씨는 나무에 기대어 눈을 내린다.

안정된 것 같다.


류세씨는 내 옆에 있었다.

웅크린 류세씨의 길고 긴 꼬리는 땅을 쓰다듬듯 흔들흔들 좌우로 흔들린다.


"류세씨는 물놀이 안 하나요?"


치세씨는 첨벙첨벙 수영을 하고 있다.

그것을 함께 바라보았다.


"응, 생각 중. 나도 시제도 털이 젖는 건 싫거든."


고양이라서 인건가?



"그럼 이런 건 어떨까요?"



나는 양손으로 물을 건져냈다.

마력으로 감싸면 푸르릉 하면서도 넘치는 일이 없는 물의 구체가 완성된다.

그것을 살짝 류세씨에게 전해줬다.

푸르릉 푸르릉 하면서 류세씨의 손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 형태는 무너지지 않았다.


"뭐야이거! 무슨 마법이야?"

"초보적인 마력의 사용법입니다. 다만 마력으로 감싸뿐입니다. 비누 방울처럼 얇은게 아니라서 잘 깨지지 않습니다."

"오!"


류세씨는 흥미 깊이. 톡톡 손바닥으로 튕겨 보아싸.

역시 류세씨의 손톱이 파고들면 깨진다고 알려준다.


나는 다시 물을 건져내 같은 것을 여러개 만든다.

류세씨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무엇을 하는지 가만히 기다렸다.

십여개를 만든 시점에 나는 손바닥을 마주친다.


"눈송이 마법을 써서...."


차가운 빛 알갱이를 주위에 만드는 마법으로 차가움 간직한 물구슬이 완성된다.


"오! 차가워-"


류세씨는 뺨에 대고 차가움을 맛 보았다.


그리고 세나씨에게도 차가운 물구슬을 던져서 건넸다.

물구슬을 받은 세나씨는 말랑말랑하면서 손 안에서 감촉을 느끼다가 할짝 하고 핥았다.


"……음식은 아닌데요? 세나씨"


괜찮을까, 혹시 아직 열 때문에 중증일 것인지도 모른다.


"너의 마력이라면 달거라고 생각해서. 젤리 같고."

"마력에 맛은 없어요. 먹어도 문제는 없지만."


단 음식을 좋아하는 세나씨 다운 의문이었다.

세나씨는 물의 구슬을 머리에 얹어 식혔다.


웃음이 흘러나오기에 입가를 누른다.

그리고 옆에 뒹굴고 있는 시제씨에게도 건네려고 했다.


"뭐 확실히, 아가씨는 어디를 맛봐도 달콤하지.."


류세씨의 목소리가 귓전에 들린다.

돌아보면 류세씨가 가까이 다가가와 있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사라진다.

푸확 하는 소리와 함께 물보라가 올라왔다.

호수에 빠진 것 같다.

아니, 떨어진 것 같다.



"젠장 너희들! 나 혼자만 헤엄치고, 바보 같잖아!"

"푸하! 바보인 거겠지! 치세!"


치세씨가 류세씨를 당겨 떨어뜨렸다.

젖고 싶지 않았던 류세씨는 수면을 쳐서 치세씨에게 물을 끼얹었다.


"아~정말! 아가씨, 손 좀 빌려줘-"


그 이상 치세씨와 물놀이를 하고 싶지는 않은 것 같은 류세씨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도우려고 생각했지만, 물 속의 치타씨가 몹시 빠르게 미소를 되찾는 것을 깨닫고는 그만둔다.


아, 이거 나도 떨어지는 패턴입니다.

나는 손을 내려 류세씨의 손에서 벗어났다.



"잠깐, 아가씨! 쳇!"



역시 계획했던 듯, 류세씨는 억울한 것 같다.

그러자 치세씨까지 뭔가 꾸미는 미소를 띄웠기 때문에 나는 황급히 멈춘다.


"물을 날리면, 시제씨에게 닿을거에요."

"……"

"……"



바로 옆에 시제씨가 누워있다.

나도 젖게되면 시제씨도 연루되어 혼날 것이다.


치세씨도 류세씨도 얌전하게 물러나 줬다.

나를 떨어뜨리는 것은 포기하고 수영 경쟁을 시작했기 때문에 보류한다.


시제씨에게 눈을 돌리고, 차가운 물의 구슬을 이마에 올렸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일어나 있었는지 손을 움켜쥔다.

커다란 검은 손.

뜨겁다.

조금 더 식혀야 할 것 같다.


시제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의 손을 잡은 채 몸을 뒤척인다.

힘빠진 자세로 봐서 상당히 기분 좋은 것 같다.

이렇게까지 느슨해진 모습의 시제씨를 보는 것은 처음이다.


"오늘의 디저트는 잘 식힌 초콜렛 케이크로 할까요?"



웃으며 묻자 시제씨는 가볍게 고개를 끄떡였다.

이대로 있고 싶은 듯 해서, 목에도 물구슬을 얹어 식혀 둔다.



크고 새까만 사자가 내 옆에서 낮잠을 잔다.

녹색 자칼은 나무에 기대서 선잠을 잔다.

하얀 치타와 푸른 늑대는 물놀이를 한다.


햇살은 눈부시게 빛나 뜨겁게 비추지만 서늘한 이 곳.


좋은 여름이라고 할 수 있는 하늘색 하늘을 비추는 물색의 호수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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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복슬복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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