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체리 축제.
햇살아래에서 잠들어 있으니 둥둥 떠올라 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편안한다.
해님과 풀 냄새에 다른 냄새가 섞여 있음을 자각했다.
꽃의 향기.
그러고 보니 머리에 올리고 있었다.
잊고 있었다, 망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시제씨가 떠오른다.
이것은 시제씨의 냄새.
하지만 언제 시제의 냄새는 맡았던 걸까.
아아, 공주님 안기를 해 줄 때다.
푹신푹신한 감각과 합쳐져서 지금 공주님안기를 해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버렸다.
무리하게 무거운 눈을 뜬다.
그러자 휙 탕. 휙 탕.
눈 앞에서 흰 꼬리가 풀밭에 떨어지거나 오르거나 했다.
어깨에는 검은 옷이 걸려 있는 것 같다.
분명 시제씨의 상의다.
나에게 덮어 준 것일까.
잠을 많이 자서 옮겨졌을까 하고 초조해 지고 말았다.
또 눈꺼풀을 닫았다.
대굴 하며 목쪽에 뭔가 작은 것이 굴렀다.
그 작은 목소리는 연꽃의 요정 로트.
달라붙어 있는걸까.
누군가의 말소리도 들린다.
슬슬 일어나야 한다.
아직 자고 싶지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눈을 뜬다.
베개 대신으로 곁들인 양손에 뺨을 부비면서 눈을 다시 뜬다.
그러고 보니 눈앞의 꼬리는 무엇일까.
굵고 긴 하얀 꼬리는 류세씨의 것일 터.
류세씨가 어디있는 지 찾기 전에 톡톡 튕겨지고 있는 꼬리 너머에 있는 것을 알아차린다.
호박색의 눈동자.
누워 있는 순수한 검은 사자씨가 나를 곁눈질로 보고 있다.
흰 꼬리를 사이에 두고 조금 멀리 있었다.
그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지만, 곧 정신을 차린다.
먼저 그들이 잠들었기 때문에, 그만 무방비하게 잠들어 버렸다.
부끄럽다.
그렇게 일어나면 내 위에 올라와 있던 로트들이 데구그르 하고 굴렀다.
깜빡하고 말았다.
미안합니다.
쳐다보니 로트들은 머리를 휘청휘청하며 흔들었다.
"아, 아가씨, 일어났구나. 푹 잤다구? 로트들이 올라가도 전혀 안 일어났어."
옆에 앉아 있던 하얀 치타 씨가 보고 웃었다.
류세씨다.
아, 부끄럽다.
하늘을 살펴보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벌써 저녁이다.
그렇게나 잠들어 버렸던 걸까.
나 이외에는 전부 눈을 뜨고 있었다.
옆에선 인간의 모습의 라클레인과 푸른 늑대의 치세씨가 뭔가 들떠서 얘기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초면인 사람에게 치세씨가 보고 웃다니 의외다.
내가 잠든 사이에 어떻게 친해진 걸까.
세나씨도 구석에 앉아 있지만, 등을 돌리고 있으니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아직 누운 시제씨에게 눈을 돌리니, 새하얀 숲의 아기 고양이 푸에리스들이 있다.
시제씨의 배 위에서 둥글게 말고 있거나 서로 붙어서, 낮잠을 자고 있다.
개구쟁이 푸에리스들의 이렇게도 가만히 있는 모습 처음 봤다.
안고 있어도 1분도 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아이들이었는데…….
"저기저기, 로냐. 라클레인과 사냥 하고 올 테니까, 저녁 만들어 줘!"
들뜬 모습의 치세씨가 나에게 얼굴을 돌리고 말했다.
아무래도 사냥 얘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덮여있던 시제씨의 상의를 걷어치우면서 대답을 하려고 했다.
"안돼. 세스가 준비해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세나씨가 돌아보더니 기각한다.
그런 세나씨의 다리 사이에는 로트들과 함께 복슬복슬한 것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얼핏 붉은색 털의 토이 푸들.
곱슬한 털이라도 찰랑거리며 풍성하다.
게다가 2등신.
귀엽고 둥근 검은 눈으로 나를 보고는, 아장아장 짧은 다리로 다가온다.
솜털의 요정 ‘피’다.
눈을 감고 코를 치켜세우는 피가 기다리고 있기에 나도 얼굴을 대고 코를 붙인다.
스스슥하며 얼굴을 흔들고 코를 비빈다
이것이 피들의 인사.
목소리를 별로 내지 않으므로 스킨십이 많다.
복슬복슬한 감촉이 정말 좋다.
견딜 수 없기에 꼬옥 부둥켜안았다.
곱슬하고 늘씬한 털은 매끄럽지만, 얼굴을 묻으면 복슬복슬하다.
"아! 아가씨, 나도 할래!"
"네"
옆에서 본 류세씨가 소리를 질렀다.
피는 멍하니 있더니 류세씨에 아장아장 다가가 인사를 하려했다.
"아니, 네가 아니라. 아까 했잖아. 자, 스슥스슥"
류세씨는 웃더니 대신 꼬리로 피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피는 기꺼이 꼭 하고 꼬리를 껴안았다.
그럼 날쌔게 작은 나비 떼가 류세씨의 머리 주위에 모였다.
화려한 파스텔 컬러의 날개를 가진 요정 피코로들이다.
"세ー세ー"
"류세라고. 류. 세. "
"으ー세!"
"류, 라고"
피도 피코로도 새하얀 치타씨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귀를 만지는 피코로에게 " 그만해" 라고 하면서도 천진 난만하게 웃고 있다.
요정과 노는 수인씨.
거리의 주민들이 안타깝다.
무서운 것은 하나도 없는데.
흐뭇할 뿐인데.
간지러운 듯이 눈을 감고 있던 류세씨가 하늘색의 눈동자에 나를 비춘다.
손을 짚고 몸을 내밀었다.
"자, 아가씨.하자구?"
부비적부비적을 소망한다.
2등신의 복슬복슬에게 부비부비하는 것과 두려울 것 없어 보이는 미소를 띄우는 치타에게 부비부비 하는 것은 별개.
세나씨와라면 이미 경험하고 있지만, 얼굴이 마주치는 것은 저항감이 있다.
두 주먹을 쥐고 머리를 내밀면.
"냐! 냐!"
피코로 떼가 나에게 돌격했기에, 그대로 부드러운 풀 위에 쓰러지고 만다.
일곱 색깔의 나비 떼가 얼굴에 달려드니, 눈을 꼭 감는다.
아이의 함성소리.
작은 손이 살갗에 닿는다.
간지럽다.
"이봐, 이제 내 차례라고."
류세씨의 목소리가 몹시 가까이에서 들렸다.
눈을 뜨면 류세씨가 팔짱을 끼고 내려다보고 있었다.
류세씨의 뒤에서 꼬리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었다.
"헛소리마, 류세!"
비키게 떠서 굳어 있다면 치세씨의 목소리가 날아와서 움찔하고 떨리는.
"너만 장난칠 셈이냐!"
"시끄러, 치세. 니가 무서운 얼굴을 하니까 잖아"
치세씨에 놀라, 피코로들이 날아간다.
대신 새가 모인다.
새라고 생각했지만, 깃털을 가린 바람이었다.
깃털을 휘어감싸는 바람에 "우왁"하며 류세씨가 뒤집히고, 나는 들어올려졌다.
마치 새의 무리에 옮겨진 기분이다.
내려진 곳은 라클레인의 무릎 위였다.
무릎을 베개라면 여기서 자고 있을 때에 몇번인가 경험이 있지만 이런 건 처음이다.
내 무릎 위에는 로트들과 피가 놀이 기구를 즐긴 뒤의 모습 처럼 손발을 파닥파닥 움직이며 기뻐했다.
"파피들이 따 준거다. 만족스러워 보였고, 벌써 잠들었다. 미안하다, 귀찮게 하고."
"이…… 이렇게나"
라클레인이 손가락같은 날개로 가리킨 것은 세나씨이다.
파피가 따 준 커피 체리는 회색의 천주머니에 가득 들어 있는 것 같다.
세나씨가 여기까지 가져와 주었다.
정제한 뒤 산화되지 않게끔 마법을 걸어 보존한다.
"이제 너의 커피를 마실 수 없게 된다는 비상 사태는 회피됐네."
세나씨가 그렇게 말하면서 피의 턱 밑을 쓰다듬었다.
피는 기분 좋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뜬다.
풀려있는 귀여운 표정이다.
그런 세나씨의 녹색빛을 띄는 복슬복슬한 손과 푹신푹신한 요정의 조합이 사랑스러워서 입꼬리가 느슨해지고 만다.
"솜털의 요정이라고 했던가. "
"피입니다. 누에고치와 흡사한 솜털의 식물이 있어 피는 그것을 키우고 비단 같은 멋진 천을 만들어 내는 요정입니다.이 봉투도 피가 만들어 준 거예요"
나는 피의 털을 빗어 길게 늘어뜨린다.
그럼 그 털은 곧바로 데로롱 하며 말려들어간다.
로트들도 따라하며 즐겼다.
피는 세나씨의 손에 열중한 것 같다.
"저기,로냐"
"네?"
세나씨가 목소리를 낮추어 불렀다.
녹색 자칼 씨가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
튀어 나온 검은 코가 닿을 듯하다.
" 갈.기. 지금이 기회야."
갈기 라고 하면 시제씨다.
눈을 돌려보면 아직도 누워서 페리스들과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차단하듯 몸을 내민 것은 류세씨다.
"왜 세나가 다가가는건 피하지 않는거야⁉ "
"어……음……"
"류세도 치세도 바짝다가가는게 나쁜거야."
세나씨는 피를 들어올려 나에게서 멀어지게 한다.
아, 복슬복슬이…….
"혼잡을 틈타서, 빨리"
또 목소리를 죽이고, 세나씨가 재촉한다.
"호오……"하는 목소리가 바로 뒤에 새어 나오는가 하면 라클레인의 바람에 밀려서 일어섰다.
돌아보면 라클레인까지 다녀오라는 듯 턱짓을 한다.
등을 떠 밀려 버렸다면 갈 수밖에 없다.
뾰로퉁 해진 치세씨를 가로질러, 시제씨 옆에 웅크리고 앉는다.
시제씨는 나에게 눈을 돌리지 않고 배 위의 페리스를 쓰다듬고 있었다.
매우 기분이 좋은 것 같아서, 페리스는 고로롱 하면서 소리를 낸다.
그런 모습도, 또 귀엽다.
커다란 검은 사자씨 위에 쉬는 하얀 아기 고양이.
참을 수 없다.
찡 한다.
다이빙 하고 싶어진다.
검은 사자씨의 가슴에 기대어 하얀 아기 고양이를 쓰담 쓰담 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복슬복슬이다.
역시 뛰어내들 수는 없지만.
나도 페리스를 어루만진다.
귀를 다듬는 듯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면 입가가 느슨해져서 웃어 버릴 것만 같다.
다른 손으로 입가를 감춘다.
나는 이렇게 축 늘어진 얼굴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다른 페리스도 쓰다듬고 있으면, 뒤에서 바람이 밀었다.
돌아보면, 라클레인과 세나씨가 있다.
거기 아니잖아,라고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 목적은 시제씨의 갈기였다.
나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의 시제씨를 힐끔힐끔 보면서 타이밍을 잰다.
시제씨의 팔에 기대어 누운 페리스의 등을 마사지하듯 손가락을 움직여, 볼륨 있는 꼬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면서 풀 위를 스쳐, 검은 갈기로 다가간다.
빛도 삼켜버린 것 같은 순수한 검은색의 갈기.
푹신푹신한 털끝에 닿기까지
몇센치.
"……"
역시 무리에요 세나씨!
손을 회수하며 가늘게 고개를 흔들며 전한다.
누워있는 사자를 만질 만한 배짱은 저에게 없습니다!
라클레인의 바람이 이마를 툭툭 건드렸다.
됐으니까 해라 라고 하는 것 같다.
마음대로 만지는 것은 안 된다.
그것이 허들을 올려 버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는 확실히 허가를 얻어 정공 법으로 만지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내 옆에 로트 하나가 있었다.
아무래도 갈기를 만지는 것에 도전하고 싶은 것 같다.
조금 긴장한 듯한 표정의 로트는 나를 올려다보면서 조심조심과 시제씨에게 접근한다.
작은 손을 펴 검은 사자의 갈기를 향했다.
그러다가 발이 걸려 넘어지고, 로트의 작은 몸이 갈기 속에 푹 들어간다.
시제씨의 눈길이 쏠리고, 내가 움찔 하고 말았다.
로트는 갈기에서 탈출하자마자 타박타박타박하며 라클레인이 있는 곳까지 도망 간다.
자초 지종을 보던 치세씨와 류세씨도 "뭐야" 하며 그 로트를 마중했다.
세나씨만은 외면하면서 떨고 있다.
웃고 있는 걸까.
" 돌아갈까……"
시제씨는 일어난다.
윽……갈기는 다음에.
시제씨로부터 내려온 푸에리스들은, 꼬물꼬물 발돋움을 한 뒤 노란 고양이 눈으로 나를 올려다봐 왔다.
곧이어 나에게 달려들어 두루 누비며 달려간다.
언제나의 페리스들이다.
또 몸에 털을 남기고 말았다.
그것을 라클레인의 바람이 거칠게 털어내 주었지만, 덕분에 머리는 흐트러지고 있다.
이것도 언제나의 것이다.
구겨진 상태와 같은 일을 당한 나를 보고 류세씨와 치세씨가 웃었다.
얼굴에 걸리는 머리카락을 치워서 가볍게 다듬으면 순수한 검정색의 손이 내밀어진다.
자신의 윗도리를 어깨에 멘 시제씨이다.
그 손을 빌려, 일어섰다.
내 손을 감싸서 뒤덮는 큰 손.
"그럼, 돌아갈까요?"
시제씨를 보고 웃은 뒤 주위를 살펴보면, 류세씨들도 나섰다.
"참, 내일은 체리를 많이 부탁합니다."
로트들에게 내일의 재료를 부탁한다.
라클레인의 무릎에 탄 로트들은 기운차고 당당하게 경례했다.
"체리로 뭘 만드는 거야? 점장!"
치세씨는 흔들흔들 꼬리를 흔들면서 달려든다.
호칭이 점장으로 돌아갔다.
"다음 주 한주정도 체리 축제를 하려구요. 제철이고, 딸기, 산딸기도 아울러서, 체리 케이크를 갖추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제씨가 좋아하는 초콜릿 케이크에 넣는 것도 좋다.
라즈베리와 체리의 새콤한 무스 케이크라면, 류세씨가 마음에 들어 할 것이다.
버찌를 듬뿍 넣고 가루 설탕을 뿌린 케이크는 감미로운 것을 좋아하는 세나씨와 과일을 좋아한 치세씨가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작게 웃음이 터지고 만다.
"파피들에는 나중에 사례를 할께요. 그럼 또 만납시다."
라클레인과 요정들에게 인사를 한다.
로트도 피도 작은 팔을 열심히 흔들어 주었다.
오리페도트에게도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라클레인이 "전해 두지"라며 말했기에 이대로 돌아가기로 한다.
수인 용병단 씨는 일이 있으니까.
땅을 가볍게 구르며 마력으로 소환진을 그린다.
주변에 서 있는 시제씨들 까지 들어갈 정도로 큰 진.
후욱 하고 아래로부터 흰 빛이 넘친다.
우거진 페리도트의 숲에서, 아담한 나의 찻집으로 바뀌었다.
서쪽 창문에서 따뜻한 석양이 들이비친다.
"오늘의 몫이다"
그렇게 말하고 시제씨는 내 손바닥에 금화를 한장 올렸다.
"너무 즐거웠어! 또 가자, 아가씨"
신명나는 목소리를 헐떡거리며, 류세씨는 먼저 가게를 나간다.
"체리 케이크, 반드시 먹을 꺼니까 다 팔지마. 점장!"
"네"
치세씨는 그렇게 못을 박으며 류세씨를 뒤따라 나갔다.
시제씨는 "잘 먹었습니다"라고 한마디하고. 가게를 떠나갔다.
마지막 세나씨는 나를 지켜보고 있다.
" 죄송합니다, 또 갈기를 만지지 못 해서."
그 건을 말하고 싶은 것인가 하며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다른 것 같다
조금 조용해진 뒤 세나가 입을 열었다.
"악마가 너를 노리고 있다고 했지. 발견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 같지만……만약 발견되었을 때는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좋아."
악마에 대한 것이었다.
악마라는 위험한 이름이 나왔으니 걱정해 주었던 걸까.
괜찮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너는 괜찮다고 말하려고 하겠지만"
막혔다.
"우리가 아군이 될 수 있다는 것, 기억해라"
딸랑딸랑 종을 울리면서 세나씨는 문을 나선다.
혼자 남은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악마를 퇴치해 준다는 뜻일까?
최강의 용병단을 고용할 정도는 아니다.
상대는 한 사람.
이 가게에는 악마가 들어오지 못하는 결계를 걸고 있고, 만일 발견돼도 스스로 대처할 자신이 있다.
아, 그래.
그레이님과 마찬가지로 뒷받침이 되고 싶다는 뜻일까.
간병을 해 주거나 함께 느긋하게 있거나, 이렇게나 걱정해 주고...
미소가 넘친다.
나도 딸랑딸랑 문을 열고 나온다.
광장 앞에 있는 그들을 찾아, 목소리를 높인다.
"또 오시는 걸 기다리겠습니다!"
그것에 반응한 것은 수인 용병단뿐만이 아니었다.
광장을 오가는 거리의 사람들도 주목했다.
검은 사자씨는 일별 할 뿐 계속 걷는다.
치세씨가 손을 흔들어 주지만 류세씨는 작게 손을 흔든다.
나도 손을 높이 들고 흔든다.
세나씨는 손을 들어 보인다.
그들은 자줏빛 거리 너머로 돌아갔다.
체리 축제는 호평.
홀의 포장도 예약도 많이 받아 케이크의 매출이 올랐다.
체리와 초콜릿 소스가 들어간 초콜릿 케이크.
체리와 딸기 쇼트 케이크.
넘칠 정도로 체리를 얹은 타르트.
체리 무스 케이크.
체리를 곁들인 치즈 케이크.
그리고 체리와 산딸기의 미니 케이크.
체리 소스가 들어간 퐁당 쇼콜라.
익은 체리를 많이 따온 로트들의 보수도, 체리 케이크.
아침 식사는 체리와 딸기 잼으로 먹는 푹신푹신한 핫 케이크.
로트들은 기뻐했다.
"아이, 아이!"
청소도 아침 식사 마치고 케이크가 다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로트들은, 체리 마시멜로를 껴안고 카운터 테이블에 앉아 소리를 높이고 있다.
리듬에 맞추어 머리를 흔든다.
나란히 앉아 그렇게 움직임이니, 아기자기하다.
작업대 위에서 장식을 거들어 주는 로트들도 자그마한 입을 벌리고 즐겁게 부른다.
"아이, 아이! 아이, 아이! 아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가 했더니 카운터위의 합창단이 마시멜로를 베어 물었다.
오물오물하며 함께 먹으니, 재밌기에 웃어버리고 만다.
그때 딸랑딸랑 하며 종이 울리고 문이 열렸다.
갑작스런 내객에 로트들은 벌벌 떨며 뛰어내렸다.
개점 전의 손님은 아저씨와 청년.
저의 할아버님과 라모가 다시 온 것이다.
"할아버님! 안녕하세요"
기뻐서 가슴에 뛰어들어 꽉 껴안았다.
"안녕"하며 할아버님은 부드럽게 끌어안아 줬다.
"라모도 안녕하세요"
"……⁉ "
항상 하지 않지만, 라모에게도 안아 주고 인사했다.
"……네……왜……"
라모는 경악하며 경직되고 말았다.
"음-……라모도 온 것이 기뻐서 그만"
"화......"
"화?"
"황송합니다!"
"우, 우는 거야?"
"감동한 나머지 눈물이!…… 죄송합니다!"
무너지듯 무릎을 꿇은 라모가 울고 있는 것 같다.
보이고 싶지 않은 듯, 손바닥으로 가로막으며 고개를 돌린다.
내가 갈팡질팡하고 있으면 오른손이 잡혔다.
"경애하고 있습니다……로냐 아가씨"
"감사합니다……"
한쪽 다리를 짚고 고개를 숙이는 라모에게 조금 쓴웃음을 짓는다.
경애하고 있다면 함께 자리에서 아침 밥을 먹기를 바란다.
"아침 식사 어떠세요?"
"미안하구나, 오늘은 얼굴을 보러 왔을 뿐이다. 로발트가 눈을 번뜩이고 있고말이지…….건강한것 같아 다행이다"
할아버님은 로발트 오라버니의 이름을 꺼냈다.
내 볼의 주름이 있는 따뜻한 손으로 쓰다듬어주며 미소를 지어 주었다.
아쉽지만 오빠가 이곳을 알아내게 되는 일은 피하자.
바로 지난주에 커디션을 무너뜨린 것은 덮어두고 미소를 보여준다.
지금 전하고 싶은 것은 하나.
"친구가 생겼어요 "
"그렇느냐……다음번에 천천히 듣자꾸나."
할 말이 잔뜩 있다.
세나씨들에 대한 것, 정령의 숲에 가서 간병을 받은 것.
빨리 들려주고 싶다.
하지만, 좀 더 참자.
"네.아, 체리 케이크만이라도 가지고 가세요. 제철의 체리로 만든 케이크를 내놓고 있는 중이에요. 그렇지, 칵테일 만들기에 도전하고 있으니 맛보기를 부탁합니다."
파닥파닥 부엌으로 돌아간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시제씨들에게 내길 원했다.
할아버님은 승낙한다.
"돕겠습니다"라고 라모가 따라왔다.
한 홀을 상자에 담고 있으면 작업대에 오른 로트들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입을 따악 벌리고, 나를 울상으로 본다.
"여러분들 몫은 잘 있어요"라고 웃으며 전하자 안심한 것처럼 얼굴을 풀었다.
"친구라고하니……렉시 그녀가 너의 위치를 물으러 찾아왔더구나."
"네? 렉시가 귀국한 것입니까?"
할아버지께 듣고 놀란다.
렉시는 부모님과 함께 이웃 나라에 머물고 있었다.
앞에있는 거친 나라와는 별개.
일본식 문화가 있는 국가.
한번 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뭔가 머리 위를 날아가는 용을 일상적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외교의 일로 앞으로 두달 정도는 더 체류 할 예정이었을 것이다.
렉시의 고모인 왕비가 둘째 아이를 가지고 계신다.
병약한 왕비에게 뭔가 있었을까 하는 불안이 스쳐지나갔지만, 렉시는 나를 찾아 일부러 귀국했을지도 모른다.
"그녀라면 말해도 좋다고 생각했지만....슈나이더도 함께였다. 게다가 로발트의 호위가 딱 지켜보고 있고, 가르쳐 주지 못 했다. 당분간은 렉시 아가씨의 움직임을 지켜볼 것이니...접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겠구나."
나와의 만남을 내다보고 렉시의 행적을 추적할 가능성이 있다.
렉시와 만나고 싶지만 그 또한 참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오명을 쓰고 있고 렉시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도 열기가 식을 때를 기다려야 한다.
"네, 할아버님. 만약 또 렉시와 만난다면, 조금 기다려달라고 전해주세요"
"알겠다. 케이크 잘 먹으마."
라모가 케이크를 든 채 조용히 고개를 낮추고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할아버님은 조용히 돌아갔다.
"자, 케이크 가져가렴."
돌아보며 로트들을 보고 웃는다.
기뻐하는 로트들은, 체리 초콜릿 케이크와 쇼트 케잌을 가지고 숲에 돌아갔다.
로트가 없어진 카운터 테이블을 닦고 모래 시계를 조금 움직인다.
그 옆에는 타원 자수정을 둔다.
언제든지 그레이님을 부를 수 있게 나갈 때는 소지하도록 한다.
느긋한 찻집을 개업.
처음에는 아침 커피를 찾아 온 손님으로 북적인다.
컨디션을 무너뜨리기 전보다 이상하게도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재밌는 만큼 원활히 대응할 수 있고, 자랑스럽게도 되어 버린다.
잡담을 하면서 커피와 함께 체리 케이크를 권하면 사주었다.
아홉시 넘어서부터는 브런치나 케이크용 여성 중심의 손님으로 북적인다.
예약한 케이크를 받으러 오는 손님도 수인 용병단을 피해 이 시간에 찾아오는 손님도 있어, 분주함은 피크다.
어느 손님도 좋은 사람뿐이고 맛있다고 웃는 얼굴로 기뻐해 주니, 충실을 느끼며 극복했다.
열두시 전에는 손님이 없다.
나는 한숨 돌리고, 체리 홍차를 홀짝거린다.
체리의 단맛이 확산되고, 따끈따끈하다.
내 점심은, 계란 샌드위치.
일을 마치고 만족하며 느긋해졌다.
식사를 마치고도 수인 용병단은 아직 오지 않았기에 카운터의 자리에 앉아 독서를 한다.
잠시 후 로트가 몇명 놀러 와서 마시멜로를 줬다.
아무래도 세나씨를 만나러 온 것 같다.
함께 문 쪽을 바라보며 기다렸다.
페이지를 넘기고, 조용한 시간을 보낸다.
몇번 시간을 확인하고 있자니 점차 손이 멈춘다.
나의 가게에 다니면서 그들은 늦어도 오후 3시에 오고 있었다.
그래서 시계를 바라본다.
오후 세시에 육박하는 바늘을 그냥 바라보고 있었다.
짤각,라고 시계는 3시를 가리킨다.
하지만 하얀 문은 열리지 않았다.
정기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고 있었지만.
그 날, 수인 용병단은 가게에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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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길어...
1만자..ㅂㄷㅂㄷ..
저번화는 1만7천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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