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8. 3. 10. 22:07

영애는 느긋하기를 원한다



제1장 느긋한 찻집





21.정령의 숲.



수인 용병단 중에서 가장 멋있는 남성.

남자로서 가장 매력 있는 사람.

역시 가장 인기있는 류세씨라고 대답해야 할까.

인간 모습의 생김새부터가 류세씨는 여성에게 인기 좋은 외모이다.

모델처럼 훤칠하고 왕자처럼 빛난다.


"점장, 류세가 타입이라고 말하지 않았었던가?"

"그것은 알고 있어. 아가씨가 사귀고 싶은 것은 누군가가 듣고 싶어!"


치세씨가 묻고 류세씨가 짜증 난 듯 꼬리를 흔들었다.


그 쪽 입니까?

애인이라고 생각하면 어렵다.

류세씨라면 슈나이더와 비슷해서 자신의 타입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음, 저는 실연을 한 상태이므로 교제를 생각할 수 없습니다. 만약의 이야기라고 해도 모르겠네요. "



전혀 상상도 안된다.

더 안정되면 사랑을 하고 싶어질지도 모르지만, 느긋하고 충실한 나날을 보낼 수 있다면 지금은 그것으로 좋다.


연애 소설을 피할 정도로, 아직 새 사랑을 할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기에 답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사귀고 싶다 라는 기분조차도 솟지 않는다.


"여러분 모두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류세씨가 뚱한 얼굴을 하고 있기에 생각하고 있는 것은 전한다.


"흥, 아첨같은건 필요 없어."


뾰로통 하지만 화난 얼굴인 흰 고양씨의 얼굴은 귀엽다.

뾰로통 해도 귀엽다.

어라, 귀엽다고 생각하면 더욱 기분 나빠 하는 걸까?

하얀 복슬복슬을 쓰다듬고 싶다.


쓰담 쓰담 하면 기분이 나아질까?

기분이 좋아지면, 그르릉하며 목을 울릴까?

아니, 완전히 고양이라고 인식하면 실례일 것이다.

……복슬복슬한 순백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고 쓰다듬고 싶다.



톡 하고 손에 뭔가 부드러운 것이 부딪쳤다.

바로 옆에는 시제씨가 있다.


얼굴을 돌리면 톡하고 의자 위에 사자의 꼬리가 떨어진다.

시제씨는 그저 커피를 홀짝거릴 뿐이다.



커다란 검은 사자씨까지 참가……⁉   

가장 멋진 복슬복슬은 압도적으로 당신입니다!


그렇게 놀라면서도 눈을 돌려 류세씨를 바라보면, 움찔하고 어깨를 떨었다.

방금까지 화난 얼굴이었던 류세씨는 눈을 부릅뜨고 순백의 털을 곤두세우고 있다.

긴 꼬리도 오뚝 서서 부왁 살짝 부풀었다.

화나기보다는 경계한 모습이다.


구루루르, 하는 낮은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의 것인지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전원이 임전 태세가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치세씨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무서운 늑대 씨의 얼굴이었다.

시제씨도 호박색의 날카로운 눈빛으로 창문을 노려보고 있다.

세나씨는 분위기를 살피듯 두리번거렸다.


긴장된 공기.


틀림없이 수인 용병단이 만들어 낸 긴박감이다.

피부가 찌를 듯 이 아프다.

아마 이것이 그들의 일할 때의 모습.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생각하고 있을 때,

류세씨가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가게를 나갔다.

문에 달린 종이 딸랑 딸랑 딸랑 세 번 울렸다.



"아가씨. 정체 모를 냄새가 나는 이상한 놈이야, 아는 사람이야?"



돌아오는가 했더니 류세씨는 누군가를 밀쳐서 넘어뜨렸다.



"무엇을 하는 겐가! 이 무례한 놈!"

"응? 엿보는 놈들이 무례한거 아닌가."



아무래도 그의 낌새를 채고, 모두가 자세를 취했던 것 같다.


"점장을 따라다니고 있는 거라면, 반 죽여 놓을까?"

"기, 기다리세요! 치세씨도 류세씨도!"


치세씨가 무서운 일을 하려고 해서 부랴부랴 말린다.

"괜찮아요?"하며 손을 내밀었다.



잡은 손은 싱싱한 녹색이었고, 나뭇가지 같이 크고 긴 손가락을 하고 있다.

촉촉하면서 차가운 피부.

일어서면 2m를 넘는 장신이었으며, 그는 사슴의 뿔처럼 훌륭한 흰 가지가 붙어 있다.

큰 왕관도 보였다.

길고 긴 머리는 물속에 잠긴 담쟁이덩굴 같은 색으로 반들거린다.

박혀있는 듯한 커다란 페리도트색 눈동자.

뼈가 보이는 듯한 목덜미도 싱싱한 나뭇가지 색.

실크처럼 매끄러운 옷을 두른 그는 언짢은 얼굴에서 일변하여, 기쁜 듯한 웃음을 피웠다.


"나의 벗이여!"


그는 항상 나무 향기가 난다.


"나의 벗이여, 괜찮은가? 약을 마셨다고는 하지만 하루 더 쉬는 것이 좋지 아니 한가."

"아뇨, 덕분에 나았습니다. 일부러 약초를 가져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의 벗을 위해서라면 상관 없다! 그런데, 병 직후에 이런 무례한 손님을 상대하고 있다니, 정말 괜찮은 겐가?"


찌릿 하며 그가 꾸짓듯이 일별을 하니, 류세씨도 치세씨도 시비조가 되어 "아,앙?" 하며 위협적인 태도를 보였다.

"누구야, 아가씨! 이 녀석!" 하며 류세씨가 물어보면서도 꼬리를 거칠게 휘둘렀다.


"요정 로트가 사는 숲의 주인, 정령 오리페도트입니다."


이 분이야말로, 정령.

정체 불명의 냄새라는 것은 모르겠지만, 수인의 후각으로는 그렇게 느낄지도 모른다.

나는 곁에 서 있는 것 만으로도, 깨끗한 것을 피부로 느낀다.


오리페도트는 초목을 지키며 풍성하게 하는 정령.

그의 힘이 미치는 장소에서는 반드시 식물이 싹튼다.

메마른 사막일 지라도, 숲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위대한 정령.


상식이니까, 거기까지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겠지.



"정령……? 의외로 보통이구나. 더 크다고 상상했어. "

"인간에 맞춘 모습으로 되어 있습니다. "

"에? 이게 변신 한거야? 푸핫! 엄청 서툴러!"


류세씨는 배를 누르고 웃기 시작하다.

그것은 당연하다.

환수 라클레인도 인간의 모습을 만드는 것이 고작이었던 것과 같다.

본래부터 변신 능력을 가진 수인과는 달리 완벽할 수 없다.



"난폭한 짐승 같은 것이구나. 이런 손님이 있어도, 정말 괜찮은 겐가⁉ 나의 벗이여!"

"뭐라고, 이 정령이!"

"정령을 공경하지 않는 겐가!"

"내가 공경하는 것은 보스 뿐이다!"

"이래서 짐승은!"



정령이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태도를 고치지 않는 류세씨에게 오리페도트는 한탄한다.


세나씨가 시제씨를 형이자 아버지이자 왕이라고 했던 것을 떠올린다.

분명 류세씨도 국왕 폐하보다 정령보다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시제씨 단 한명 뿐일 것이다.



"이런 난폭한 용병단이 단골이라니 역시 걱정이다. 우리의 숲에 사는 것이 어떤가?"

"전혀 난폭하지 않습니다. 오라버니에게 들켰을 때는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꾀어내는 오리페도트에게 쓴웃음을 흘리면서도 난폭하지 않음을 전한다.


난폭하다고 말해지고 있는 용병단의 단장님인 시제씨는 정체를 알게 된 순간 경계를 푼 것 같다.

커피도 마시며 팔짱을 끼고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낮잠을 잘 생각인 것 같다.

치세씨는 아직 경계하고 있어 몸을 움츠리고 가만히 노려보고 있다.

세나씨 쪽은 오리페도트를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구석구석까지 관찰하는 눈초리다.


"……꽤 정령과 친하게 보이지만, 어떤 관계야?"


세나가 묻자 조바심이 났다.


"정령과 친하다니, 예삿일이 아니겠지?"



마음 속으로 비명을 지른다.

날카로울 정도로 세나씨가 수상히 여기고 있다.

로트와의 사이도 수상히 여기고 있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나의 벗, 로냐는 마법 계약을 맺고 있는 사이다."


오리페도트가 대신 선뜻 대답했다.

내가 백작 영애이었다고 공개해서는 곤란합니다!


"마법 계약이 뭐야?"

"로냐가 요구하면 우리에게 도움을 주고, 우리가 요구하면 로냐가 힘을 보탠다. 마법으로 결합한 계약이다. 말하자면 우리의 우정에 대한 증거구나."



류세씨에게 오리페도트가 자신 있게 답한다.

그런 얘기를 해 버리면 내가 정령을 도울 만한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 버릴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오리페도트님은 아주 사소한 부탁 밖에 하지 않아서 제가 도움을 받고만 있습니다. 처음에는 위대한 식물의 정령과 계약을 맺다니 죄송스럽다고 생각했지만 그레이 티아님이라는 아주 솜씨 좋은 마도사분의 주선해 준 것입니다"

"마도사? ……아아, 너의 마법 실력은 그 사람 덕분인가?"


그레이 티아님의 이름을 꺼내면 갑자기 세나씨의 의심하는 시선이 사라졌다.


"아아……네. 그 분에게 많이 배웠습니다."



마도사는 실력있는 마법 사용자의 직업이라고 일반적으로 유명하다.


세나씨가 스승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고 준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한다. 딱히 거짓말도 아니다.

그레이 티아, 어매시스트.


오빠의 동급생이자, 형을 제쳐놓고 학년 1위를 독점하고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만큼 최고의 성적으로 졸업을 한 사람.

서민 출신이면서도 천재적인 마법의 재능을 개화시켜 이제 최고의 마도사가 되고 있다.


그레이 티아님은 졸업 후에도 학원을 찾아와 특별 수업도 해 주고 있었다.

국가나 성의 안전에 관한 결계나 주술 의식과 조절로 바쁜 직업인데도,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알때까지 알려 준 친절한 선배다.


말을 걸기 전에는 정작 그를 잘 알지 못했다.

형이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그레이 티아님도 오빠처럼 나에게 미움 받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웃어 넘겨 버리고 허물없이 마법 계약의 시험이 다가오자마자 정령 오리페도트의 숲으로 데려다 주었다.



"참, 나의 벗이여. 컨디션이 괜찮다면 부탁을 맡기 바란다. 시급히, 우리 숲에 오지 않겠나?"




오리페도트가  나를 보고 히죽 웃는다.

오리페도트가 나에게 친밀감을 담아 다정하게 웃는 것도 그레이 티아 덕분이다.


마법 계약의 시험은 정령이나 성수 같은 힘 있는 존재와 계약을 맺는 것만으로 합격을 주는 것이다.

엘리트 학원, 성크리장테에서 먼 옛날부터 이어진 시험 중 하나다.


정말 경솔하게도 교사는 곧장 계약을 파기하도록 조언을 한다.

바쁜 귀족 학생들도 부탁으로 번거롭게 되지 않기 위해서 시험 합격 후에는 계약을 파기한다.

대부분의 학생이 정령들의 힘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에 큰 원인이 있는데, 나는 경의가 부족한 시험이라고 생각한다.


즉, 대가로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는 무례한 행동인 것이다.


그 중에는 공물만 주면 위장 계약을 하겠다는 관대한 정령도 있어서, 대부분 그런 상대에게 간다.

하지만 오리페도트처럼 언제부터인가 인간을 신용하지 않게 된 존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귀족에 대한 불신감이 말이다.


정말 정령같은 커다란 존재의 힘을 빌리고 싶은 자가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신용 받기 위해서 성의를 보여야 한다.


옛날에는 모두가 인간을 의심하는 일도 없어, 관대했다고 한다.

경의를 표하면 힘을 내주었다.

지금은 제시한 시련을 이겨내서야 겨우 힘을 얻을 수 있다.


당연하게 생각되는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

이야기 속의 모험자나 용자에게 필요한 통과지점 같은 것 말이다.


그렇지만 그건 신용을 잃어버린 결과이니 슬프게 생각된다.

그레이 티아님은 며칠이고 오리페도트에게 찾아가 성의를 인정 받은 것이다.

다른 귀족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나를 믿어 준 그레이 티아님 덕분에 나도 며칠동안 찾아가 신용을 얻고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슈나이더와 렉시는 내가 바쁠 때 부탁을 받는게 아닐까 걱정해 주었지만, 시험 도중 숲의 위기라고 급한 호출이 왔을 때에도 대응할 수 있었다.

무사히 위기를 넘기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학년 1위를 놓치지 않을까 아찔 했다.

다행이 마법 계약의 호출이 있었을 경우, 시험을 다시 받는 게 가능하다는 규칙이 있어서 살았다.


나는 오리페도트뿐만 아니라 오리페도트 숲의 주민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정말 잔뜩 받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성의를 보일 생각다.


"네. 하지만, 좀 더 기다리시겠습니까? 수인 용병단분들이 돌아간 뒤에요. "


물론 맡는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도 영업 중이다.

용병단분들이 돌아간 뒤 해도 되는 일이냐고 확인한다.

절박한 문제가 일어날 일은 없을 것이다.


"뭘 할지 모르겠지만, 나도 갈래~"

"나도 간다. 오리페도트의 숲, 보고 싶어."


류세씨도 세나씨도 따라간다고 했다.

그것도 좋을지도 모른다.

오리페도트의 숲을 보여주고 싶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숲이니까.


"뭇……그래서는 우리의 계획이..."

"아? 뭐라고? 우리들이 가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가?"

"허가해주마..... 그전에 태도를 고치거나 네놈."



오리페도트에게 류세씨가 달려든다.

류세씨는 좋아하지 않는 상대에는 저렇게 뾰족한건가.


"치세씨와 시제씨는? 가지 않겠습니까?"


아직도 침묵으로 노려보고 있는 치세씨와 자고 있는 시제씨에게 말을 걸었다.

이렇게나 요란하게 이야기 하고 있으니, 완전히 잠들어 있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치세씨는 시제씨의 눈치를 보고는 "내가 보스에게 이야기 할께"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과일도 풍부한 숲이라는 얘기를 한 적 있는데, 치세씨는 남기를 택한다.

시제씨를 혼자 두고 싶지 않았는지 곁에 있고 싶었는지, 어느쪽이 이유일까?


시제씨의 무거운 다리를 옮길 수 있다면 함께 올지도 모른다.

그래도 시제씨를 낚을 만한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은 졸린 상태라, 무리일까.


"아, 낮잠을 잔다면 추천하는 장소가 있습니다. 따뜻한 양지이고 침대보다 푹신한 초원이라 잠자면 매우 기분이 좋은 곳이 있거든요. "


거기서 쉬면 피로가 풀리도록 기분 좋은 잠을 수 있다.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장소가 있다고 전하자마자 시제씨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갈 마음이 되었는지 허리를 편다.


치세씨는 팟하고 눈을 빛내고 붕붕 하며 파란 꼬리를 흔들었다.

산책에 데려가 져서 기뻐하는 개와 같다.



"왜 이렇게 된……"

"뭔가 문제가 있나요?"

"……전혀 없다."



오리페도트가 언짢은 얼굴을 해서 쳐다 봤지만, 생긋 하며 웃어준다.

무례한 태도를 취하는 류세씨들을 단호히 거부하지 않는 것은 로트들에게 좋은 사람이라고 들었던 덕분일까.

주로 세나씨이지만.

이전에도 렉시들을 데려올 허가를 받은 적이 있고, 어느 쪽인가 하면 손님은 기꺼이 받는 것이다.


"좋을대로 해라. 하지만 우리 숲을 망치는 시늉만내도 용서는 없다."



찌리릿 하는 눈동자를 번득이고 오리페도트가 경고한다.

정령의 경고는 황공하다고 느끼는 것이 보통이지만, 수인 용병단은 요지부동이다.

두려움을 모르는 복슬복슬 용병단.



오리페도트가 팔을 뻗으며 한바퀴 돌면 흰 겉옷이 무수한 나비로 모습을 바꾸어 날아올랐다.

흰 나비들이 문 앞에 모여서 빛의 기둥이 된다.

이동 마법의 일종이다.

이곳을 지나면 오리페도트의 숲이다.


나는 문단속과 가벼운 정리를 하고 들어갔다.

하지만 손목을 잡혀서 멈춰진다.

녹색의 복슬복슬한 손, 세나씨이다.


"정말 가는거야? 그 숲은 사람을 싫어하는 환수가 있잖아. 우리 수인은 몰라도 너는 괜찮아?"


그런 것까지 아는 것에 놀란다.

그래도 괜찮다는 의미로 미소를 짓는다.


"그 환수의 이름은 라클레인입니다. 확실히 그는 사람을 싫어하지만 다쳤을 때 도운 이후로 마음을 열어 주고 있습니다."


환수는 원래부터 사람을 따르지 않는 존재.

라클레인은 오리페도트에게 계약을 요구한 인간을 보고 인간을 싫어하게 된 것 같다.

특히 귀족을 싫어하고 있다.


"아가씨는 맹수를 끌어들이는 천재인거야?"

"네"


류세씨가 말하니까. 답변하기 곤란한다.

자신들을 가리키고 있는 걸까?


"가려면 빨리 가자구? ……그런데 환수는 강한 것인가?"

"난폭하게 굴면 안돼요? 치세씨."


힘겨루기를 하고 싶다고는 생각하는 것 같지만, 안 됩니다.


"음, 이거, 안전한 건가? 통과하면 다른 곳으로 이어진다는 마법이지?"


머리에 뭔가가 올라탔다.

치세씨의 목소리가 몹시 가깝다고 생각되었는데 턱이 올라탔기 때문이다.

대형견이 기대는 기분이다.


"아가씨의 마법이라면 신용할 수 있지만."


류세씨가 치세씨의 머리를 치우는가 하면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 순간에 부비적부비적 하얗고 복슬복슬한 얼굴로 뺨을 부벼 왔다.

후와와앗!


" 괜찮아요! 정령의 힘은 보증합니다. 갑시다."



그러고보니, 이 가게의 일 이외로 그들과 만나는 것은 이것이 처음이라고 깨닫는다.

좀 이상한 느낌을 안으면서도, 안전하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도 먼저 하얀 빛 속으로 들어갔다.


공기가 바뀐다.

감싸고 있던 빛이 녹아내리고, 보이는 경치는 정말로 아름다운 숲이 된다.


정글이라고 말해야 될 정도로 우거진 나무들은 다양한 형태로 높게 자라, 하늘을 뒤덮었다.

하지만 빛은 틈사이로 들어와 밝게 비추고 있었다.


이 숲의 공기가 맑음을 알려주듯 아름다운 흰색의 햇빛이다.

숲 속까지 비추고 있다.


멀리서 보면 보석 페리도트처럼 빛나는 커다란 숲이다.


바람에 잎이 맞부딪치며. 소리가 들린다.

기분 좋은 소리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맑은 공기를 맛 본다.



뒤를 돌아보면 수인 용병단 씨도 오리페도트 숲의 아름다움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모두가 말을 잃을정도로 매료되고 있다.

류세씨들은 입을 쩍 벌리고, 시제씨마저 바로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이 숲의 주인인 오리페도트는 굵기가 1미터 될 법한 한 굵은 가지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나무 뿌리 같은 발이 풀어지듯 늘어졌다.

수인 용병단의 반응에 만족한 듯한 자랑스러운 미소가 가득했으니, 나도 덩달아 미소를 키웠다.



"어서와라. 나의 숲에. "


환영하는 말에 류세씨들은 얼굴을 돌렸다.


"그래서 부탁은 무엇입니까?"

"실은……파피가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다고, 일을 내던져 버렸어"


오리페도트는 정말 미안한 듯이 털어놓았다.


"네, 파피들이 입니까……"

"파피는 누구야"

"나비의 요정으로 커피의 수확을 부탁했었습니다……"

"그건 너의 가게에 있어서 큰 타격 아냐?"


포기했다는 일은 내 부탁 이다.

정기적으로 수확을 부탁했는데, 

커피 콩이 떨어져 버리면 큰일이다.



"우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로냐의 힘이 되기 위해서 맡은 일이지만, 미안하지만 설득해 주었으면 한다."

"네……제가 부탁한 것이니까요. 이야기해 볼께요."


오리페도트의 부탁이 아니라 나의 문제다.

일단 이야기 하러 간다.

요정 파피가 있는 장소는 어느 쪽일까.

이 숲은 넓으니까, 현재 위치를 모르기에 고민하고 만다.


"그 전에, 안내할게요."


시제씨와 시선이 마주치고 좋은 낮잠 장소로 안내한다고 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것은 내가 하마. 나의 벗이여. "


가지 위에서 몸을 내민 오리페도트가 웃는다.


"파피는 저쪽이다. 자 어서."

"아……예. 그럼 치세씨와 시제씨를 잘 부탁 드립니다."


정령씨가 대접할 생각이라면 부탁하기로 한다.

치세씨만은 마음에 들지 않는 듯이 심통이 나 있었지만 시제씨는 반론이 없다.

인사를 해 둔다.



"류세씨와 세나씨도 함께 가시는 건 어떻습니까? 수면이 필요하죠."

"아가씨를 거든다."

"큰 부탁은 아닌 것 같으니 끝내고 나서도 괜찮아"

" 그렇습니까. 도움 감사합니다."



류세씨와 세나씨는 나와 함께 가기 때문에 오리페도트가 가리킨 쪽으로 나아간다.

발밑에도 풀이 무성하다.

치맛자락이 걸리지 않게 누르면서도 경치를 즐긴다.

이동할 때 마다 반짝 반짝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흔들린다.

보석 상자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심호흡을 하고 숲의 향기를 만끽한다.

싱그럽고 시원한 향기.

속삭이는 것 같은 작은동물들의 소리도 들린다.


"참, 세나씨. 로트도 만나러 가실래요? 기뻐할 거예요."



연꽃 밭에 있는 로트도 찾아가야겠다.

발길을 옮기면, 항상 기쁘게 반겨 준다.

친해진 세나씨가 왔다면 더 기뻐할 터이다.


세나씨에게서 대답이 없다.

그보다 , 따라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 어라?"


돌아보면 세나씨와 류세씨의 모습이 없어졌다.

놓쳐 버렸을까?

그래도 수인의 후각으로 헤어져도 곧 합류할 것이다.

잠깐 기다려 봤지만 녹색의 우거진 숲 속에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세나씨-? 류세씨-?"



불러도 대답이 없다.

마음이 바뀌어서 낮잠 자러 갔더라도 한마디 했을 것인데.

동물을 찾아 쫓아 버렸다든지……? 

치세씨라면 상상이 되지만, 어떨까?


아, 오리페도트의 허가를 받은 손님들이니 위험에 처하지는 않을 것이다.

조금 떨어져 있어도, 괜찮겠지.



그때 소리를 들었다.

거기에 있는 거냐고 생각해서 나아갔다.

풀 뿌리를 헤치듯 전진했다. 


그 앞에 있는 것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할 인물이 있었기에 깜짝 놀랐다.



"뜻…. 뜻밖이구나. 카뷔제라 양"


아주 오래 된 호칭.

짙은 보라색의 긴 머리는 높은 위치에서 하나로 묶고 있다.

가느다란 아몬드 모양의 눈동자는 햇볕에서 보랏빛 수정 같은 색.

오프리룸 왕국의 마도사에게 주어지는 후드 달린 로브는 검은색.

고위를 나타내는 장식이 다수 새겨져 있다.

주술도 많이 걸려 있다는 것을 이전에 배웠던 적이 있었다.

장신이기에 올려다보는 형태가 된다.


"아니……지금은 맞지 않구나. 로냐, 라고 불러야 하나."



마도사 그레이 티아, 어매시스트.

오빠의 동급생이니까 오빠가 있는 것은 아닌지 무심코 주위를 확인하고 말았다.

있을 까닭이 없다.

이 두 사람이 말하는 것을 본 적도 없다.

오빠는 나를 찾아내기 위해서라고 해도  적대시하고 있는 그에게 수색을 부탁할 리 없다.

나는 안심하고 웃으며 인사를 받기로 했다.


"평안하신가요, 그레이 티아님. 오랜만입니다."


몸에 밴 버릇으로 스커트를 가볍게 잡으며 인사를 했다.

초목에 휩싸일 듯한 형태가 되어 버리고, 뺨에 잎이 묻었다.


"……잘 지낸 것 같아 다행이다."


마법진이 자수된 흰 장갑을 낀 손이 뻗는가 했더니 살짝 그 잎을 치운다.

표정을 거의 바꾸지 않는 그레이 티아님이 살짝 입술을 이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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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시간이 걸린다고 했지만



이렇게 분량 많을 때는 1시간 반~2시간이 걸립니다



9800자...ㅂㄷㅂ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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