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8. 3. 18. 00:19

영애는 느긋하기를 원한다



제1장 느긋한 찻집




23.마도사와 노력.



로냐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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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장래 유망하고 바쁜 , 마도사 그레이 티아님이 계신 것일까.


미소를 머금은 채 생각한다.


정령의 부탁이 있어서 온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니 불린 것은 아닐 것 같다.

의식에 필요한 재료를 모으러 온걸까?

여기는 약초의 보고니까.


"오늘은 재료 조달인가요?"

"숲의 모습을 보러 왔어. 휴가를 맞았기 때문에, 천천히 보내려고 생각해서."

"뭐……그게 좋겠네요. 그레이 티아님이 휴가라니니 신기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레이 티아님은 일을……아니, 마법을 사랑하시니까요. 좋아하는 일에 충실한 것도 좋지만, 휴가도 좋네요. "


오른쪽 뺨에 손을 얹고 품위 있게 미소 짓는 것에 신경 써 버린다.

바로 귀족 영양의 대응이 나온다.

하지만 이것도 허물없는 말투다.


마도사 일을 좋아해서 쉬지 않고 일하는 그가 쉬고 있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숲에서 휴가를 보내고 한숨 돌리는 것도 멋진 휴일인 듯했다.


"……그"


그레이 티아님이 뭔가 이야기 하려 했지만, 시선이 나의 대각선 위로 향한다.


"이 왔다"

"네?"


돌아보면 청록색에 휩싸였다.

서늘하지만 부드럽다.


"레이몬……안녕"


나를 껴안고 꼼지락꼼지락 하고 있는 것은 가오리 형상의 생물.

납작한 몸과 나풀거리는 지느러미로 허공을 헤엄치는 녹색 가오리.

푸른색과 녹색의 그라데이션이 아름다운 색조를 그리고 있으며,

감싸안아지면 서늘해져서 기분이 좋다.

나를 보면 이렇게 포옹하고 인사를 한다.

나를 여유 있게 감싸버리니 앞이 잘 안보인다.


"레이몬, 풀어 줄 수 있을까?"


그레이 티아님이 얘기하면 천천히 레이몬은 떨어지고, 두둥실 떠올랐다.

그대로 나뭇가지를 피하면서 헤엄친다.


"너는 오리페도트의 부탁으로 온거니?"

"네. 그렇다고는 해도, 제가 파피들에게 부탁했던 것에 문제가 일어난 것 같아요. 만나러 가던 중 이었습니다."

"……나도 동행해도 괜찮을까?"

"아……예"


주위를 둘러보고 고개를 끄덕거린다.

나는 이미 동행자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실은 친구와 왔는데……합류하면 소개할게요 "라고 일단 말해두고 걸어간다.

세나씨도 류세씨도 냄새로 따라잡아 줄 테니 먼저 가도 괜찮을 것이다.


"…… 새로운 친구인가?"


그레이 티아님의 그 질문에 조금 생각했다.

국왕 폐하 곁에 있는 그레이 티아님은 당연히 내가 뛰쳐나온 일에 대해 알고 있다.

새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도.


"네. 실은 지금……"

"아니, 상세한 것은 생략한 것이 좋아. 국왕 폐하께는 거짓말을 할 수 없으니. 그러는 편이 너에게 형편이 좋겠지."


그레이 티아님이 손바닥을 보이며 멈추었다.

물론 국왕 폐하께 거짓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질문을 받더라도 나의 위치를 알지 못하면 답할 수도 없다.

그레이 티아님이 내 위치를 알고 있어도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국왕 폐하께 전해져 버린다는 리스크가 있었다.

국왕 폐하가 알면 가족에게 전달될 수도 있다.

그렇게 신경써준 그레이 티아님에게 살짝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찻집을 열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 가게의 단골 손님이 되어 준 친구들이 함께 온 것입니다"

"찻집인가……너의 과자나 커피는 맛있다고 학원에서의 평판을 듣고 있었지. 나도 오리와 함께 받았던 과자가 정말 맛있었던 것을 기억하고있어."


선물로 몇번 그레이 티아님께 수제 과자를 드시게 한 적이 있다.

오리페도트과 함께 있을 때.

오리는 오리페도트를 말한다.


"아주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는 거리이고, 생각보다 가게가 호평을 받아서 번창하고 있어요. "

"…… 즐거운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구나……"


그레이 티아님은 또 입술을 이완시켰다.

약혼을 파기당하고 학원을 뛰쳐나갔으니 걱정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는 마도사로 파티에 참석하고 여성들에게 둘러싸여도 억지 웃음 하나 보이지 않고 담담하게 대화를 하는 사람이다.

고지식해서, 일이 중심이고 마법밖에 흥미를 못 느끼는 그레이 티아님이라 손수건을 물어뜯는 여성을 몇명정도 본 적이 있다.

마법에 대해서 배우면 친해질 수 있었다.


"그레이 티아님?"


그의 조용한 눈빛이 어딘가 슬픈 듯이 보여서 불러보았다.

그러자, 풀숲에서 다가가는 소리가 들린다.

풀을 흔들며, 여럿이 육박하는 것 같다.

나도 그레이 티아님도 얼굴을 돌리면, 그것이 뛰어나왔다.


흰색 복슬복슬 

그것이 내 몸을 빙글빙글 이리저리 누볐다.

전신이 꼬리 끝까지 새하얗고, 치렁치렁한 긴 털에 덮인 작은 동물.

여러마리가 푹신푹신한 털이 피부를 문지른다.


비틀거린 나의 손을 그레이 티아님이 붙잡으며 지지해 주었다.


질풍처럼 하얗고 작은 동물이 떠나간다.

내 몸에 흰 털을 남기고.


코가 간질거려 두 손으로 감싸고 재채기를 했다.



"여전히 장난 좋아하네, 푸에리스들은 "

"그렇네요."


그렇게 말하며 쓴웃음을 흘린다.

지금 것은 푸에리스라는 이름의 작은 동물.

긴 털에 고양이와 비슷한 얼굴로 나무에도 빨리 뛰어 오른다.

숲의 아기 고양이라 불리고 있는 생물이다.


아까 그것이 떼를 지어 숲을 누비는 그들의 인사였다.

가끔 물건을 가져가 술래잡기를 하려고 하는 장난 꾸러기이기도 하다.


"가만히 있어."


그레이 티아님은 손가락을 울리면서 바람을 일으켰다.

연한 베일처럼 나의 피부를 스치운 바람이 푸에리스가 남긴 털을 제거한다.

라클레인도 바람을 일으키고 털을 떼어내 준 적이 있지만 , 그 때는 강한 바람이었다.

라크레인 답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그레이 티아님"



인사를 하고, 다시 걷는다.

머리 위의 가지가 출렁이며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기에 고개를 올렸다.

라클레인이 지나갔나 싶었지만, 깃털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다른 것 같다.

계속해서 가지가 흔들리는 소리가 났고, 자장가처럼 기분 좋았다.

부드러운 눈부심 아래였기에 더 좋았다.


지금쯤 시제씨와 치세씨는 이 상냥한 눈부심 아래에서 낮잠을 청하고 있는 것일까.

숲에서 복슬복슬이 낮잠... 바라보고 있고 싶다.


"그……"


옆을 걷던 그레이 티아님이 입을 열었기에 얼굴을 돌린다.


"호칭은 로냐……로 괜찮을까?"


아주 조심스러운 말투로 확인했다.


"네. 저는 이제 카뷔제라의 이름을 댈 수도, 자칭할 성도 없으니까요. 부디 거리낌 없이 부르세요."


백작 영양이라 이름으로 부르는 것에 주저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허락을 한다.


"……로냐"


아직 긴장된 모습으로 부르는 그레이 티아님에게 나는 "네"라고 대답을 한다.

고개를 숙이자 이마를 손가락으로 긁으며" 익숙하지가 않네"라고 중얼거린다.

처음 만나고부터 계속 카뷔제라양이라고 부르고 있었기에 잘 안되는 모양이다.

하다보면 적응할 것이다.


"로냐도……나를 스스럼없이 부르면 어떨까"

"저는 경의를 가지고 있기에 이렇게 부르고 싶습니다/"

"…… 그렇구나."

"?"


나는 영애라서 격식을 차린 것이 아니라 선배로서 스승으로서 마도사으로서 존경하고 있으니 그렇게 부르고 있다.

바꿀 필요가 없지 않을까.


그레이 티아님은 바꾸면 좋은 듯 얼굴을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헨젤도 님 자를 넣는 것을 그만두고 친하게 불러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존경하는 그레이 티아님을 또래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지칭하는 것에는 저항감이 있다.


음, 하며 뺨에 집게 손가락을 대고 생각했다.

오리페도트는 그레이 티아님을 그레이라고 부른다.


"그레이님은 어떨까요?"


제안하면, 그레이 티아님이 내 눈을 바라 봤다.

하지만 다시 한 손으로 얼굴가리며 돌린다.


"싫은가요?"


살짝 내밀어서 들여다 보면 그레이 티아님은 다른 손을 들어 제지시켰다.


" 싫지는 않지만……다만.. 그……그걸로 좋아"

"네, 그레이님"

"……"


그레이님, 인가.

몇번 불러보니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레이님은 외면한 채 이기에, 좋아하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지만,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목적지에 도착했다.



주황색 꿀을 늘어뜨린 큰 나무.

육중해 보이는 굵은 줄기.

우산처럼 크게 퍼진 가지.

그 가지에서 꿀이 늘어져 있다.


굵은 덩어리로 고개 숙인 채 가만히 있는 그 꿀은 선명한 호박색.

만져보면 푸르릉 푸르릉 하고 흔들린다.


나비의 요정, 파피의 집이다.


쪼그려 앉으면 보이는 위치에 구멍이 있다.

인사를 해 보니 안에 있던 파피가 돌아보았다.


새의 솜털 같은 침대에 누워있었다.

호랑 나비의 날개를 등에 기른 작은 작은 여성의 모습.

검은 가죽 옷은 호랑 나비의 날개와 비슷한 무늬이다.

정말 섹시한 요정이다.


머리는 검은 색이고 피부는 노릇노릇 구운듯 붉은 색이 감돌고 있다.

파피들은 오렌지 파이와 비슷한 향기가 난다.


"아무리 그래도 일 하지 않을 꺼니까!"


찌릿 하며 눈을 날카롭게 만들어 새된 목소리를 높여 쏘아 붙였다.

그녀는 리더인 모카다.


약간 치켜올라간 둥근 눈동자는 오렌지 색.

짧은 검은 머리는 보이시하게 다듬은 듯 한 머리.



나는 눈을 깜박인다.



"발주 너무 많아서 바빠! 지쳐‼ "

"아……"


보이콧의 이유를 알게되어, 나는 미안하다고 생각한다.


" 일하고 싶지 않아!"

"미안해요……지금까지 느긋하게 있었는데 바쁘게 만들어 버려서……"


갑자기 강요당해서, 불복했던 것이다.

로트는 놀러 오듯 즐겁게 매일 들르지만, 모카들은 그렇지 않았다.

느긋한 시간을 빼앗긴 기분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미안하다.

느긋 하고 싶은 마음은 뼈아플 정도 알고있기 때문이다.


안쪽에서도 파피들이 얼굴을 내민다.

눈을 마주쳐서 사과를 한다.

죄송합니다.


" 기다려 봐."


그레이 티아님…… 아니, 그레이님이 입을 열었다.


"일은 받은 것이라면 끝까지 완수해야 한다."

"괜찮습다. 예정보다 많이 따 와 주었었으니까/"

" 그렇다면 더욱 파피들의 도움이 필요하지?"

"충분히 도움을 받았습니다. 커피 매출은 예상보다 많아 번성하고 있습니다만, 스스로 따러 올 시간은 있습니다."


조금 응석을 부렸던 걸까.

오늘처럼 오후에 발을 옮길 수 있을 것 이다.

수인 용병단들이 이 숲을 마음에 들어갔다면 다시 꾀어내는 것도 괜찮을지 모른다.

산책하는 김에 커피를 따러 올 여유는 있을 것이다.


그레이님은 더 이상 말 하지 않는다.

파피들은 그레이님에게 메-롱 하며 혀를 내밀었다.


"많이 일하게 만들어버려서 미안합니다. 잘 쉬세요."


내가 사과하자, 모카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되어 드러눕는다.


"파피 여러분이 따 준 커피열매로 만든 커피는 인기 있어서 , 매일 오는 손님이 많거든요. 저의 가게에서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일이 시작되지 않는다고, 정말 맛있다고, 하면서 말이죠."

"……그래?"

"네"



누워있는 모카에게 내가 손님의 반응을 전하자, 모카가 일어났다.

깜박이는 눈이 반짝 반짝 빛난다.


" 어쩔 수 없네!"

"네?"

" 따 올께!"


날갯짓을 하고 내 앞에 날아 온 모카는 탁 하고 가슴을 폈다.


" 맡겨 줘! 자 가자!"

"저, 쉬어도 괜찮은데요?"

"괜찮아! 괜찮아!"


모카는 안방에 있던 동료의 등을 밀며 뛰어나갔다.

내 위를, 호랑 나비 요정님들이 흩어져 날아갔다.

나는 오렌지의 파이 같은 달콤한 향기를 맡으며 배웅한다.


"……잘 설득했구나."


옆에 서 있던 그레이님도 파피들을 배웅하면서 나직이 말했다.


" 그럴 작정이……"


쉬어도 좋다고 전했는데, 의지하게 되다니. 예상 밖이다.


" 어쩌죠……"

"모처럼 의욕이 나게 되었으니, 맡기는 편이 좋아. 인간에게 환영 받고 있다고 알게되어서 기쁜 걸 꺼야."


만날 수 있는 인간은 니와 그레이님 정도라서 그런 걸까.

환영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열심히 하고 싶어졌다면 그것대로 좋지만.


"무리하지 않으면 좋겠는데요……"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요정은 마이 페이스니까. 쉬고 싶으면 쉴 거야."


그러면서 그레이님이 손을 내밀어 주었기에 도움을 받아 일어섰다.


뭐, 제대로 일을 해준다면 좋은 것일까.





연꽃 밭의 로트가 있는 곳에 가기위해 걷는다.



"……그래서, 너는 무리를 하는 건 아니야? 새로운 생활에서 쉬고는 있는거야?"



가게가 번창하고 있다고 해서 걱정이 된 것 같다.



"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아파서 가게를 쉬었습니다. 욕심 부려서 욕실에서 독서를 하고 목욕 후에 한기가 들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다음날 그대로 일해 버려서 깊이 잠들어 버렸습니다. 오리페도트가 약초를 따서 로트가 약을 만들어 주고, 새 친구가 간병해 줬어요. 이웃 분들도 병문안을 오셔서 다 나았어요. "

"…… 그렇구나"



헤헷하고 웃어 버려서, 오른손을 들어 살짝 가린다.


컨디션을 무너뜨리고 폐를 끼쳐 버린 것은 반성하지만 기쁨을 느끼기에 웃고 만다.



큰 연못을 가로지른다.

바닥이 비치고 얕아 보이는 연못은 수초로 인해 옅은 녹색을 띈다.

그 연못에서, 물보라가 날아온다.


딱.

그레이님이 손가락을 튕기자, 물보라가 공중에서 멈췄다.


"레이디에게 물을 뿌려서는 안 된다고 몇번이나 말했지? 케빈."


연못 속에 있던 것은 연못의 요정.

개구리 같은 피부를 하고 둥근 체형이 공과 같다.

물놀이를 좋아하고, 가끔 개구리처럼 목을 떨며 운다.

물을 뿌리는 것은 언제나 케빈이다.


그레이님에게 주의를 받고, 거북한 듯 얼굴의 절반을 연못에 숨겼다.


"안녕하세요, 케빈."


나는 물에 젖지 않도록 드레스를 누르면서 연못에 손바닥을 넣고 물을 찰박거린다.

연못 속에서 케빈은 빙긋 웃는 얼굴이 되어 가라앉아 버리고 말았다.


"안돼, 스티비."


그레이님의 목소리에 돌아보면 연못의 요정이 하나 더 있다.

나를 밀어 연못에 밀어 떨어뜨리려 했으나 그레이님이 막아 주었다.

떨어뜨리려는 것은 항상 스티비다.


전에 한번 떨어졌을 때, 폭소해서 모두 함께 물놀이를 했으니 다시 하고 싶은 것 같다.

스티비는 맥없이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불룩거리며 연못으로 들어간다.

물놀이는 나중에 하자며 손을 흔들었다.


"냐ー"


작고 높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 쪽으로 얼굴을 돌리면, 부전 나비처럼 작은, 하지만 화려한 나비 떼가 날아든다. 

7종류의 파스텔 컬러.


나는 눈을 감는다.

그들은 항상 얼굴에 강타한다.



"냐!냐ー!"

"냐- 냐-!"

"네, 안녕하세요"


눈을 감고 있어 보이지 않지만, 얼굴에 달라붙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나비의 날갯짓도 이 거리에서는 잘 들렸다.


작은 나비의 요정 피코로.

어린 아이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은 모습으로 

파스텔 컬러의 작은 나비 날개.

키는 약 5센치.

나의 이름을 잘 발음 할 수 없어 고양이처럼 냐- 라고 부른다.

이상하게도 그들은 촉촉한 감촉이고,

게다가 마카롱 같은 냄새가 난다.



날갯짓이 멀어져서 눈을 뜬다.

머리에 뭔가 올라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잡아보면 꽃의 감촉이 느껴졌다.

화관을 선물로 준 것 같다.


그레이님을 보면 똑같이 환영을 받은 듯, 머리 위에는 작은 꽃을 묶은 화관이 올려져 있다.

조금 흐트러진 머리를 가다듬는다. 

그레이님과 눈이 마주치자, 또 입술을 이완시킨다.


"그레이님, 무슨 좋은 일이 있었나요?"

"……왜 그래?"


그레이님은 놀란 듯한 반응을 보인다.


" 웃고 계셔서요…… 다른가요?"


평소 표정이 변하지 않지만, 오늘은 잘 웃고 있다.

그런 생각은 못한 듯 그레이님은 왼손으로 입술을 숨겼다.


"그, 글쎄.....이것은 뭐랄까……"

"휴가를 즐기고 계시는군요."

"……"

"틀린가요? 오늘은 표정이 풍부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얼굴을 들여다보듯 다가오자 그레이님은 눈을 크게 뜨고 몸을 당긴다.

감정을 읽히고 싶지 않은 것처럼 오른손으로 입가를 감싼 채이다.


기다리라는 듯 왼손을 든다.

이윽고, 크흠 하며 헛기침을 했다.


"너를 이 숲의 주민들이 아주 좋아하는 것이 흐뭇해서...."

"그레이님도 좋아하지요. "

"너 정도는 아니야."


내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면, 인사하러 온다.

그것은 그레이님도 마찬가지다.


그레이님의 높은 위치에서 묶은 머리와 별도로 일부러 어깨에 늘어뜨린 머리카락 뭉치에도 꽃잎이 붙어 있어서 살짝 때어 냈다.



"아, 이야기는 바뀌지만, 그.. 들었었다……약혼 파기의 건."



머뭇거리며 그레이님이 화제를 바뀌었기에 나는 물러선다.

그 이야기를 꺼낸 것이 의외였다.

약혼을 축하한다고 한마디 해 주었을 뿐, 슈나이더를 화제로 한 적이 별로 없었던 탓일까.



"괜찮습니다. 저와 슈나이더는 운명의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나는 주저앉아, 맑은 연못을 들여다보았다.

부러진 나뭇가지가 잠겨 있고, 푸른 이끼가 자라고 있었다.

에메랄드 그린의 생생한 물의 바닥이 보였다.



"자세히는 듣지 못 했지만, 너는 아주 우수한 학생이야. 학년 1위를 유지하고……지금까지 학원의 누구보다 노력해 왔잖아. 학원에 돌아갈 마음은 없는건가……?"



그레이님이 한쪽 다리를 꿇으며 진지한 눈빛으로 나에게 묻는다.

귀족들을 우선시키는 경박한 학원이지만, 배움의 보고.

그레이님도 배우고 졸업했다.

마도사에게는 엘리트 학원의 졸업이 필요하다


나는 마도사가 되기 위해서 학년 제일이 된 게 아니니까 아깝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말 없이 고개를 흔든다.

나의 실력을 알아주는 그레이님이 보면 아까울 것이다.

그레이님에게도 많은 마법을 배웠다.

기대를 저버렸다는 것이 되어 버렸을까.



"이 숲을 악마로부터 구한 것은 로냐, 너야. 그래서 숲의 주민 모두에게 호감을 사고 있는 거고. 정령의 숲을 구한 공적은 칭찬해야 해."



그레이님이 중단할 수 없는 의식 중, 나는 오리페도트에게 도움을 부탁 받았다.

어떤 악마가 많은 마물을 조종하여 습격하고, 숲은 위기에 당면했다.

나는 도움을 주고 악마를 물리쳤다.

그 공적이 알려지면 위업이라고 찬양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가족이 허들을 올릴 거라며, 입막음을 했다.



"……그 건은 비밀로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레이님의 공적이 있었던 것이고, 그레이님이라면 더 잘 대처할 수 있었을 거에요."



우연히 나였을 뿐.

내가 아니더라도 그레이님이 바로 해결 했을 것이다.

그레이님 자신이 숲을 구한 것이라면 지금쯤 작위를 받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로냐는 잘 대처했어. 고대의 보호 마법은 나도 몰랐어."

"그건 시험에 대비해서 조사를 했을 때에 우연히 눈에 띈 것이라고 했잖아요. "

"우연히 눈에 띈 고대의 마법을 갑자기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야."



강하게 반발된 것이기에 흠칫 놀란다.

고대의 보호 마법이라는 글자에 끌려, 그만 읽고 외워 버렸다.

갑옷만 있는 기사를 많이 소환하고, 싸우는 강력한 마법.

기억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키지 못 했을지도 모른다.


"우연히 시험에서 필요했던 마법만 도움이 된 것입니다. 시험에 대비하지 않았으면 이 숲을 구할 수 있었을지... 행운이었어요. 그레이님이 오기를 기다리며,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전력을 다 했을 뿐이에요."

"……그 전력으로 다름 아닌 너 자신이 구한 거야."


나의 오른손을 그레이님이 꼭 쥐었다.


"너라면 아주 뛰어난 마도사가 될 거야."


학원으로 돌아가서 무사히 졸업하고 마도사가 되길 바라고 있다.

나를 알아주기에 보여주는 진지한 눈빛.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지만, 네가 학원에도 돌아오도록 최선을 다하지."

"그레이님."


가로막듯이 불러, 나는 그레이님의 손에 왼손을 겹쳐 잡는다.


"저는, 그 학원으로는 안 돌아갑니다."




그것이 나의 뜻.

오명을 쓴 나를 다시 받아들여 줄 학원이 아니고, 오명을 반납할 생각도 없다.

뛰쳐나온 장소에는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


"…… 그렇구나."


그레이님은 나의 생각을 알아주었고, 손에서 힘을 뺐다.

고개를 숙인 얼굴은 슬픈 듯이 보인다.



"……저는 잘못된 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허탕친 것은 결코 없습니다. 정말로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숲을 구하는 것이 가능 했지요.  그 것으로 존경하는 그레이님에게, 이렇게나 인정 받았습니다."



그레이님의 손을 감싼 채 웃는다.




"그레이님처럼 부모로부터 인정 받고 싶었습니다…….어려서부터 부모의 기대에 응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만……학년 1위 자리를 유지해도 칭찬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레이님의 눈을 보고 얘기했으면 싶지만, 시선이 저절로 수그러들고 만다.



"그것은 너에게 지나친 기대를 밀어붙였던 탓이야…… 탐욕으로 자신들이 얻지 못한 공적을 네가 얻는 것을 요구했던거야."

"…… 그렇군요. 종종, 자신의 업적처럼 자랑하고 있었기에, 현재에 응석 부리지 말고 좀 더 위를 목표로 하라며 강압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억지로 시선을 올려 하늘을 올려다본다.

푸른 잎을 빛내는 빛이 있었다.

숨이 막힐 기억이 덩달아 떠올라 버리게 되었지만 맑은 공기를 마시며 심호흡한다.


"저를 사용해, 자신들을 위해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하는, 인간미를 필요로 하지 않는 가족이었습니다…… 그런 가족을, 저는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인간미가 없는 냉혹한 가족.

높은 곳을 목표로 한 부모의 방침을 따른 건 오빠뿐이었다.

전생의 기억이 있었던 탓일까.

느긋하고 싶다는 그런 소원이 있었기에 그 가정에는 익숙해지지 못 했다.



" 상냥한 조부의 슬하로 피신하는 것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슈나이더와 만나고……슈나이더가 지켜 주겠다고 약속을 해 주어서, 지금까지 참아 왔습니다. 전에 말했었죠?"



그레이님이 단 한번, 가족 때문에 힘들지 않냐고 물어봐 준 적이 있다.

슈나이더가 어렸을 때에 해 준 약속이 있으니까 괜찮다고 웃으며 말했다.


"기억하고 있다……"라고 그레이님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다.


"슈나이더와 결혼하고 남편인 그가 방패가 되어 주기 때문에, 저는 가족에 뭔가를 강요당하는 것도 없다……. 슈나이더가 행복하게 해 준다고, 타력 본원을 품으며 버텼던 것입니다. 더 많은 노력을 했어야 했어요. 부모에게 맞서든가, 나 자신이 가족에 맞추려는 노력을 하던가……하지만, 간사하게 그냥 견디며 남이 바꾸기를 기다렸죠. "



가족이 무서워서, 슈나이더의 등에 숨어 매달리고 있었다.

교활하다.

견디고 있었을 뿐이다.

그것이 잘못된 노력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리 뛰어난 사람은 아니다.

가족은 나의 교활함을 간파해서 칭찬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학원에는 돌아가지 않습니다.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는 것입니다. 거기는 로냐·카뷔제라양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로냐·카뷔제라양으로는 안 돌아갑니다."


다시 말하듯이 내 의사를 전했다.


"그레이님 덕분에 많은 뒷받침이 있었고, 살아 나갈 수 있습니다. 온갖 마법을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숲의 지지를 얻게 된 것은 그레이님 덕분이다.

새로운 생활을 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

앞으로 계속 도움이 된다.

그레이님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손을 떼려고 했지만, 그레이님은 나의 손을 꽉 쥐다.


"……로냐"


그레이님의 가늘게 뜬 보라 색 눈동자가 좀 전과는 어딘가 다르게 보였다.

역시 오늘의 그레이님은 감정이 풍부하다.


"나도 제발, 너의 버팀목이 되고 싶다."



차분한 눈동자의 색인데 왠지 정열적으로--…….



"그르릉!!!"



그때 울려 퍼진 맹수의 목소리에 나도 그레이님도 흠칫 했다.

쳐다보면 파피의 집 쪽에서 하얀 치타 씨가 으르렁거리며 저벅저벅 다가온다.

류세씨다.


뒤에는 세나씨도 있었다.



"누구야 너! 손, 놓지 않겠다면 잘라버린다!"



처음 만난 그레이님에게 경각심을 드러낸다. 

귀에서부터 꼬리까지 털이 곤두서 있다.

그레이님이 조금 더 키가 크지만, 수인인 류세들의 기백은 무시무시하다.


새하얗고 복슬복슬하고 귀여운 손인데, 날카로운 손톱으로 협박하고 있기에 내가 손을 놓고 달랬다.


"그는 마도사인 그레이 티아님입니다. 저의 스승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분 입니다"


가게에서 말했었죠? 하며 경계를 늦추려고 했지만, 류세씨는 마음에 안드는 듯 째려보고 있다.

새하얀 얼굴이 무섭습니다.



"친구는……수인 족이었던 것인가"

"네, 그래요 . 이쪽이 류세씨, 그리고 세나씨입니다."



흥미로운 듯 류세씨를 바라보는 그레이님에게, 두 사람을 소개했다.


"…… 타고난 변신 능력이 있고 두가지 모습을 가진 종족. 이렇게 대면하는 것은 처음이다....실례인지 모르겠지만 귀를 만져도 괜찮을까?"

" 괜찮을 리 없잖아.!"

" 그런가……"


류세씨에게 일축되어, 흰 귀에 주목하던 그레이님은 포기했다.


"이런 곳에서 뭐 해? 커피 콩에 대한 건?"


세나는 그레이님을 신경 쓰면서도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레이님의 시선이 세나씨의 오뚝 선 큰 귀로 이동한다.

세나씨는 냉정한 모습으로 "안돼"라며 거절했다.



"그 건이라면 이미 끝났기 때문에 로트의 연못에 가지 않겠습니까? 만나러 가면 기뻐할 거에요 "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하지만 보스는 일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빨리 가자"

"네? 오리페도트에게 안내 받은 것이 아닌가요?"

"너의 마음에 드는 곳이다, 너 이외의 안내는 인정하지 않는거잖아? 아까의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어."


틀림없이 오리페도트가 안내를 승낙했다고 믿어 버렸다.

기다리고 있다면 빨리 돌아가야한다.


"그럼 먼저 시제씨들과 합류합시다. 그레이님도 함께 가실껀가요?"

"아니……나는 이만."



류세씨가 털을 곤두세우고 있으니 그레이 씨는 사양을 하는 것 같다.

동행해도, 그레이님이 어색할 뿐이니까. 강요는 하지 말자.



"그 악마는 너를 아직 찾고 있을 거야."

" 괜찮아요, 저를 찾아낼 일은 없습니다."


이 숲을 습격한 악마는 내가 봉인을 했지만, 봉인을 깨서 어이없이 나와 버렸다.

나는 봉인과 결계계의 마법이 서투르니 너무 궁합이 나쁘다.


그로부터 몇번이나 학원을 찾아온 다음, 내 앞에 나타났다.

그때마다 슈나이더가 쫓아 버리고 봉인을 했지만, 슈나이더의 봉인 마법도 몇 달 만에 깨져 버렸다.


하지만 학원을 기준으로 나를 찾던 그 악마가 지금의 집을 알아낼 가능성은 낮다.



"그 악마의 집착을 깔봐서는 안돼."



그레이님은 방심하지 말라고 엄하게 말한다.

악마는 사람을 유혹하고 교사하다. 

사악한 존재지만 학원의 학생은 현혹되지 않는 보호의 마법을 받았므로 나도 그 악마에 현혹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래도 나를 조종하고 싶은 듯 이상한 집착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좀 오싹했다.

하지만 그 악마가 이 숲에 흥미를 잃어 준 것은 다행이었다.

나를 쫓아다니는 것에만 열중 한다.



"만약 나타났을 때는 내가 대처를 한다. 이걸로 부르면 어떤 때에도 달려가지."



그레이님이 내 손바닥에 올린 것은 타원형으로 연마된 자수정.

평범한 자수정으로 보인다.

그래도 한쌍의 마법 이 걸려 있는 것을 알았다.

간단하게 말하면, 통신기 같은 것이다.


수정같은 돌에 거는 마법으로서, 연락 수단에 최적이다.

두개의 돌을 연결했기에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전해진다.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점멸하거나 열을 띌 뿐이다.

그러나 다른쪽의 돌을 끌어당기기에 비상 사태 때에는 위치를 알지 못해도 순식간에 달려갈 수 있다.


악마는 그레이님을 피한 듯했으니 완전히 봉인할 수 있는 것은 그레이님 뿐일 것이다.

힘이 되고 싶다고 한 것은 이 일이었군요.

고맙게 받기로 했다.


"감사합니다.그레이님"

"…… 괜찮아, 너를 위해서라면. "


그레이님이 내 손을 잡자 또 류세씨가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높인다.

그레이님은 순간적으로 손을 놓고 얼굴을 돌렸다.

류세씨가 내 허리에 꼬리를 감아 것처럼 끌어당기는 것에 놀란다.

복슬복슬한 꼬리다.



"그, 또…… 만나자 로냐."

"네. 건강하세요 그레이님"

"……그래"



먼저 떠나려고 걸어가는 그레이님에 손을 흔든다.

하지만 류세씨가 꾸욱꾸욱 하며 잡아당기기에 제대로 앞을 바라보고 걸어간다.



"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은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던 것인가요? ……설마 작은 동물을 뒤쫓아 있었다든가?"

"치세는 아니니까. 달라."


뾰로퉁 해진 류세씨가 부인했다.

그런가, 치세씨는 쫓아 버린 것이구나.


그럼 왜 헤어졌느냐고, 꼬리에 감긴 채 옆을 걷는 류세를 쳐다본다.

흰 뺨이 부풀어 오른 류세씨의 하늘색의 눈동자가 세나씨를 보았다.

나도 세나씨에게 눈길을 돌린다.


"라클레인과 만났다"

"어머……라클레인과…"


세나씨가 담담하게 대답했기에 나는 숲에 귀를 기울였다.


"……치세씨, 싸우고 있는 건 아닌가요.. "

"라클레인이 우호적이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없을 거야"



거센 바람 소리는 안 들리니,  치세씨가 환수에게 싸움을 거는 짓은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좋다.


"저, 류세씨.……걷기 힘든데요."



복슬복슬을 허리에서 빼 달라고 류세씨에게 부탁해 보자, 뾰로통한 류세씨는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꼬리를 흔들어 뺀 뒤 내 손을 잡았다.

그대로 손을 잡고 걷게 된다. 

손이 복슬복슬한 손에 묻혔다.


"왠지……아가씨랑 이렇게 밖에서 같이 있는 게 신선하네. 계속 가게 안에서 만났는데. "



숲을 올려다보는 류세씨는 이제 기분이 좋아진 듯 꼬리를 흔들흔들 크게 흔들었다.

나도 그렇다.


그때 톡 하고 갑자기 차가운 것이 뒤에서 엄습했다.


"아가씨가 먹혔어 ⁉  "

"아, 가오리인 레이몬입니다. 껴안고 있을 뿐이에요"

" 우물우물 거리는데 ⁉  "


그냥 레이몬가 안아 왔을 뿐이다.

지느러미를 움직이고 있을 뿐이지 결코 우물거리며 먹고 있는 것이 아니다.

류세씨가 소리를 질렀기에, 레이몬은 놀라 버린 듯 바로 날아갔다.


"여러가지 생물이 있구나..이 숲. 아가씨, 무슨 짐승과 장난친 거야? 길에서 냄새가 끊겨서 잃어버렸다구."



그렇게 말하고는 닿을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았기에 나는 조금 머리를 낮춘다.

푸에리스들 일 것이다.



"숲의 아기 고양이 푸에리스가 달려들었습니다. 항상 그렇지만요……"

"음?"


혹시 푸에리스와 장난쳤기 때문에 삐진 걸까.

치세씨가 예전에 "나도 장난치고 싶다"라고 화를 냈을 때처럼.


문득 나무의 요정이 있음을 깨닫는다.

나무의 모습이라 가만히 있어 쉽게 찾을 수 없지만, 몸을 삐걱거리고 이쪽을 돌아본 것으로 알 수 있다.

암갈색의 마른 나무에 구멍에서 보이는 것은 어엿한 얼굴이다.

손을 뻗으면 그도 가지의 손을 뻗어 닿아 줬다.

안녕하세요




처음에 발을 디딘 곳으로 돌아갔다.


시제씨와 치세씨가 거기서 기다렸다.

치세씨는 우리를 찾기위해 일어서서 발돋움을 한다.



"이제 끝났는가?"



오리페도트도 아직 가지 위에 앉아 있었다.


"네. 앞으로도 파피들이 맡아 준대요. 아, 그리고 그레이 티아님과 만났습니다."

"그, 그래? 그레이는 뭔가 하던가?"

"전언을 맡고 있는 건 없는데요??"

"그런 게 아니고……아니, 그만 됐다. 그 녀석……"



안절부절못하는 오리페도트는 어깨를 움츠리다라고 혼잣말 같은 소리를 중얼거리다.



"흥…… 그렇군, 그런 일인가"



세나씨가 오리페도트을 향하여 의미있는 시선을 보낸다.

오리페도트는 움찔하며 떨었으면서도 시치미를 떼고 외면했다.


"로냐. 안내해줘.……보스가 일어난다면 말이지만."


지금 우선하는 것은 시제씨를 안내함하는 것이다.

세나가 재촉하자 나는 누워 있는 시제씨에게 다가가 들여다봤다.

새까만 사자 씨의 눈동자는 열려 있었기에 조금 놀란다.


"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갈까요?"



그냥 여기서 자고 싶은 걸까, 아니면 제가 추천한 장소에 갈 마음이 아직 있는 걸까.


시제씨가 가만히 손을 뻗었기에 나는 손을 잡아 일어서는 것을 도왔다.

그런 다음에 내 머리 위로 손이 뻗어 나왔기에 나도 모르게 눈을 감는다.


"……뭐지 이건."

"……꽃 왕관입니다"



나의 머리 위에 있는 것은 그것뿐이라고 생각된다.

시제씨는 손 끝으로 건드리기만 한다.

눈을 떠 보면 말 없이 재촉되었으므로,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낮잠 장소로 안내했다.


나무의 요정 둘 사이를 손을 흔들어 인사하며 지나간다.



"저기,로냐"



바로 뒤를 따라온 치세씨에 이름으로 불린다.

처음이었기 때문에, 놀라서 움찔 해 버린다.

점장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은 가게 밖이라서 그런걸까.


"넌 강한 걸까?"

"엩"



아연실색하면서 뒤를 돌아보며 치세씨가 쳐다본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물으려고 했지만, 그 전에 치세씨가 "욱"하며 기성을 터뜨렸다.

세나씨가 목덜미를 잡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강한 빛에 눈이 멀 것 같은 장소가 코앞이다.

도착이다.


따뜻한 빛에 찬 탁 트인 장소.

나무들은 소중하게 그곳을 둘러싸고 있었다.

땅은 녹색의 융단과 같고.

볼륨이 있어 바람에 나부끼며, 살랑살랑 부드럽게 흔들린다.



"여기입니다.누우면 매우 기분이 좋아요 "



수인 용병단씨를 보고 웃으며 먼저 중심에 간다.

편안한 햇빛 속, 햇님의 향기다.


"아아 좋네. 오, 탄력 있어 "

"네. 침대보다 푹신할 거에요. "


주위를 둘러보면서, 류세씨들도 햇살 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잔디 속에 손을 밀어 넣었다.

탄력이 있어, 푹신푹신 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자 눈앞에 시제씨가 누웠다.

큰 고양이씨가 똑바로 위를 바라본다.

호쾌하다.


"아 기분좋다-"


류세씨도 눕더니, 데굴거리다 편한 자세를 잡는다 .


세나씨도 치세씨도 띄엄띄엄 좋아하는 곳에 눕는다.

그래도 시제씨를 중심으로 얼마 떨어지지 않았다.


흐믓했기에 나는 바라보고 싶었지만, 로트를 만나러 가야 했어서 일어섰다.

그러나 시제씨에게 팔을 잡혔다.

밸런스를 흐트러뜨려서, 시제씨의 가슴에 뛰어드는 형태가 되고 만다.

아프지도 무겁지도 않은 듯 눈을 맞춘 시제씨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 느긋하게 있어라. 로냐."

"ㄴ……네……"



시제씨의 가슴 위에서 황급히 떠나고, 높아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무래도 함께 낮잠을 자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복슬복슬이니 곁에서 자도 되는 걸까?

시제씨 옆에 주저앉은 채 동요하며 굳어진다.


시제씨는 머리 뒤에서 팔짱을 끼고는 눈을 감아 버렸다.

보통은 무방비한 것이지만, 순수 검정색의 사자씨라 틈이 있는 것처럼 생각되지 않는다.


햇빛으로 인해 윤곽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검게 윤이 나는 코끝.

닫힌 눈꺼풀.


시제씨보다 안에 누운 치세씨는, 배에 오른쪽팔을 올린 자세에서 큰 입을 벌리고 자고 있다.

푸른 늑대씨가 코를 골고 있었다.이쪽은 무방비한 느낌이다.


치세씨의 머리 위쪽에 있는 세나씨는 오른팔로 눈가를 덮어 버렸다.

누워서도 큰 귀은 쫑긋 했다.

풀 속에 파묻힌 녹색 꼬리 끝이 흔들흔들 조금씩 움직인다.


왼쪽편에 있는 류세씨는 눈을 뜨고 있었다.

흔들들, 커다란 꼬리를 흔든다.

하얗고 복슬복슬한 손으로 풀을 두드리고는 씩 웃어보인다.


"팔베개해 줄까?"

"아뇨, 사양하겠습니다."


순간적으로 거절한다.

곁잠은 부탁하고 싶지만 그런 음모 가득한 미소를 보이는 류세씨의 팔베개는 경계하고 만다.


거절해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지 류세씨는 미소 그대로다.

졸린 듯이 눈을 가늘게 뜨다가 눈을 감았다.

풀을 쓰다듬는 꼬리는 아직도 출렁이고 있었지만 천천히 멈춘다.



눈 앞에서 또 큰 복슬복슬한 용병단씨가 잠들어 버렸다.

전에는 가까이 다가가면 희번덕하고 노려보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아무런 경계도 없이 내 눈앞에서 잔다.


마음을 허락했다는 증거를 두 눈으로 바라보았다.


새로운 친구와 마음에 드는 장소를 공유한다니, 왠지 기묘하다.


여기에 있는 것 만으로도, 나도 졸다가 잠들어 버린다.

따뜻하고, 마음 편한 공간.


잠깐 시제씨와 떨어져서 나도 푹신푹신한 풀에 몸을 가라앉혔다.

눈부시지만, 졸음이 더 강했다.


해님과 풀의 냄새를 맡으며, 완만하게 잠으로 떨어진다.




평온하고 조용한 그 곳에 무거운 발소리가 들린다.


불길함은 느껴지지 않아서 눈을 뜨고 확인하지 않는다.

이 숲에 위해를 가하는 주민은 없으니까 안심하고 잔다.


다가오는 신중한 발걸음과 뭔가를 끄는 소리.

분명 라클레인이다.


나의 근처에 오는가 했더니 확 하고 뭔가가 위를 덮었다.

라클레인의 날개인걸까.


눈을 뜨고 확인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왜냐하면 평소 같으면 날개를 만지는 것을 싫어하니까 말이다.

지금은 환수의 날개에 휩싸여서 자고 있다.



라클레인이 깊은 숨을 내쉰 것인지, 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번져나갔다.

자장가처럼 기분 좋은 그 소리를 들으며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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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


3배야!!!!


하....





중간에 이상한 문장이 있다면


그냥봐요

검수할 시간 없어


아 몰라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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