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8. 3. 7. 21:47

영애는 느긋하기를 원한다


제1장 느긋한 찻집




17.순수한 검은색 손.




톡 하고 포크를 꽂으면, 촉촉한 생지 속에서 쥬륵 하고 초콜릿 소스가 흘러 나온다.

그것을 입에 옮기면, 적당한 온기와 달콤함이 동시에 혀 위에 퍼져나갔다.

휘감겨가는 짙은 쇼콜라가 점점 녹아 간다.


절묘한 따뜻함 때문에 뜨거운 것을 못 먹는 시제씨도 곧바로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눈을 돌려보면 시제씨가 덥썩 하고 한 입 먹었다.

새까만 사자씨는 평소처럼 묵묵히 먹고 있다.


앉아 있어도 크다.

검은 갈기의 풍성함 뿐 아니라 얼굴도 큰 탓일까.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마저 반사하지 않는 순수 검은 색이다.


시제씨는 대부분 오른손으로 칼과 포크를 사용하지만 , 양손잡이 인 듯 지금은 왼손으로 퐁당 쇼콜라를 찌르고 있다.


뭔가 대화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잠자코 함께 먹는 게 좋을까.


어쨌든 이렇게 느긋하게 있을 수 있어서 좋다.

퐁당 쇼콜라가 더 맛있다.

조금 커피가 먹고 싶어 졌다.


"저 커피 내릴 껀데, 퐁당 쇼콜라 리필, 어떻습니까?"


일어서서 다 먹어가는 시제씨에게 물었다.

초콜릿 좋아하는 시제씨라면 한 그릇 더 먹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커다란 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큰 손이 컵을 내밀었다.

커피도 리필인 듯 하다.


시제씨는 뜨거운 것을 못 먹는다.

그래서 갓 내린 커피에 손을 뻗어, 눈의 마법을 한순간 발동한다.

온도가 낮아지고, 빛의 입자처럼 눈송이가 나타나고는 금방 사라진다.

열을 조금만 식혔다.

부엌을 나와, 서빙했다.


" 기다리셨습니다. 식어서 금방 먹을 수 있을 거에요. "

"……"


나도 뜨거운 것보다 조금 식은 것이 마시기 쉬워서 좋다.

시제씨의 건너 편에 앉은 나는 라떼를 마신다.

목에서부터 몸 속까지 따스함이 퍼지자 기분이 좋아지고 아늑해 진다.

시제씨도 잠깐동안 컵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쉽게 마셨다.


다른 손님은 오지 않기에 서두를 일은 아무것도 없고, 편안하고 이 시간을 즐기면 된다.


할 수만 있다면, 시제씨에 대해 알고 싶지만 물어도 될까?

세나씨는 이야기 했었지만, 막 만난 내가 과거에 대해서 묻는 것은 좋지 않은 것이 아닐까.


고개를 숙이고 생각하고 있자니.

툭.

하고 시제씨의 오른손이 나를 기다리는 것 처럼 테이블 위에 놓였다.


만져도 좋다 라는 듯, 멍하니 있는 나를 기다리지 않고 다시금 툭 하고 다가온다.


통통한 순수한 검은색의 손.

시제씨의 커다란 손.


멍하니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면, 푹신한 순수한 검은색 털 속에 묻혔다.


후와앗!


시제씨의 털도 매끈하다.

감동을 느끼면서도 정신을 차려서 정말 만져도 좋은지 확인했다.

시제씨는 묵묵히 먹고 있다.

내민 오른손은 좀더 라고 말하는 듯이 손을 벌린다.


아, 혹시.

시제씨도 쓰다듬기장난을 하고 싶었던 걸까?

세나씨가 내가 익숙해지기까지 기다리라고 말했을 것이다.

치세씨에게 강요당하고 허둥대는 나를 도와서 이렇게 서서히 익숙하게 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수인의 습성에는 익숙하지 않지만, 그들이 친해지고 싶어한다는 증거다.

반쯤 근거지가 되어있는 가게의 주인이니까, 수인 용병단의 모두들이 장난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런 가벼운 접촉부터 시작해 준다면 대환영이다.

기꺼이 다시 만졌다.


이번에는 양손으로 감싸지만 너무 크기에 다 덮어지지 않는다.

손등에 있는 털 끝을 손끝으로 어루만졌다.


정말 큰 손.

나보다 한뼘은 더 클 듯 하다.

손가락은 인간에 가깝고, 길다.

그리고 복슬복슬하다.


큰 손가락 사이로 자신의 손가락을 통과시킨다.

복실복실.

엄지의 관절에서 검지의 관절로, 그다음으로 그다음으로 이동하며 시제씨의 손모양을 확인했다.

손가락 끝에 손톱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손가락도 복슬복슬하다. 

손바닥으로 손가락을 이동시킨다.


순수한 검정색털에 묻혀 있지만, 선명한 육구가 보였다.


말랑말랑.


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육구를 만져 보면 촉촉하고 말랑말랑한 감촉.

입가가 느슨해지며 감동이 밀려온다.


핫, 하며 정신을 차린다.

마주보고 앉아 있는데 눈 앞에서 무아지경이 되면서 쓰다듬어 버렸다.


시제씨를 돌아보면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퐁당 쇼콜라를 먹고 있다.

시제씨는 태연하니, 나는 너무 풀어지지 않도록 해야겠다.

이 정도 거리에서 보여지는 것은 굉장히 부끄럽다.

칠칠치 못한 얼굴 따위, 글러먹은 것이다.


고양이쪽이 육구를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고 하는 이미지가 있지만.

시제씨는 역시 신경 쓰지 않는다.

아파하지 않을 정도로 말랑말랑 뽀용뽀용 누르고 육구를 즐겼다.


잠깐 이 손을 자신의 뺨에 대고 싶어 졌다.

말랑말랑하고 푹신푹신한 손에 뺨을 부비고 싶다.

금방 얼굴이 풀어질 것 같지만, 너무 열중하지 않기 위해서 대화를 하려고 했다.


시제씨는 관록 있는 분위기이지만, 13년 전에는 남겨진 아이들 중 하나.

나이는 분위기에 비해 젊은 것 같지만, 몇 살인 걸까.


"……저, 시제씨"


시제씨를 부르면 호박색 눈동자가 나를 바라봤다.


"수인 용병단 중에서는 가장 연상이라고 합니다만, 나이는 몇 살 입니까?"

"……24."

"…… 젊으시군요. 아, 저는 열 여섯입니다"


역시, 젊다.

물끄러미 보고 있지만, 불쾌하게 생각하기 전에 웃으며 속인다.

13년 전이라면 아직 11살.

부모를 잃었는데, 같은 처지의 아이들을 모아 키웠다.


"……세나씨한테 들었습니다. 13년 전 이야기……. 시제씨가 어린 아이들을 돌보고, 싸우는 방법을 가르쳤다고 하던데요."


갑자기 여기까지 물어보면 실례일지도 모른다.

순수한 검정색의 사자의 안색을 살피려 했지만, 왼손으로 퐁당 쇼콜라를 찌르는 그는 딱히 화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의 아버지는 인간이었다."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가 그렇게 말한다.

시제씨는 인간 아버지와 수인 어머니를 가진 하프라고 한다.


"아버지는 이 나라의 기사였다. 철들었을 때부터, 단련되었다. 그것을 세나들에게도 가르친 것이다."

"……과연"


기사인 아버지의 싸우는 방법을 배우고 , 그것을 그대로 가르치며 사는 법을 알려주었다.


"혹시, 이 도시의 영주인 남작과 아버님은 안면이?"

"그래, 친한 사이다"

"아아……"


이 도무스카자 거리의 영주인 남작은 이름을 올린 기사로 작위를 받은 가문이다.

관계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이었다.

분명, 시제씨의 아버지도 전쟁의 지휘봉을 잡은 남작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웠을 터이다.


"이곳의 치안이 나빠져서 아버지는 기사를 그만두고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아……그래서 용병단을?"


시제씨는 고개를 끄덕인다.

아버지의 뜻이 용병단 결성 이유 중 하나.

이 최말단의 거리를 지키는 이유.


고향이라서 라는 이유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세나씨로부터 들은 것, 마을에 사는 동료가 또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위해서 라는 , 이곳에서 지키는 가장 큰 이유.

남작도 같은 마음으로 그를 고용 했을까?


"……남작과는 친한 것입니까?"

"음……가끔 술을 마신다."


시제씨는 술을 마시는 친한 인간의 친구가 있었다.

그것은 다행이다,라고 나는 살짝 미소지었다.


"이번에 함께 마실까?"


시제씨가 권유했기에 꽤 놀랐다.


"남작이 내는 술은 맛있다."

"아, 아뇨, 그런.. 남작님과 술을 마시다니. 고마운 권유입니다만, 거절하겠습니다"


미소가 굳지 않았는지 유의하면서 거절한다.

아무리 안면이 없다고는 해도, 귀족과 관련되는 것은 내게 위험하다.


영주인 남작님과 용병단의 단장님과 함께 술을 마신다니 상상만 해도 우습다.

16살부터 술을 마시는 것을 인정 받고는 있지만, 파티에서 와인이나 샴페인을 홀짝홀짝 마실 뿐.

술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 그렇군."

"……"


순수한 검정색의 사자는 고개를 돌렸다.

그 옆 얼굴과 목소리에서 안타까음이 느껴졌다.

우읏...너무 미안하지만, 함께할 수 없습니다.


"아, 초콜릿 칵테일은 어떻습니까? 만들어 봐서 맛있게 된다면 맛봐 주세요. "


초콜렛 좋아하는 시제씨가 좋아할 만한 제안을 해 본다.

칵테일은 만든 적이 없지만 공부하고 싶다.

남작과 술, 을  떼어내고, 이 가게에서 술을 즐기는 이야기로 몰아갔다.

그래도 초콜릿과 술은 구별시키는 것이 좋을까.


"그래."


시제씨는 나에게 호박색 눈동자를 향하며, 수긍했다.

"맛있는 것을 만들 수 있도록 연습하겠으니, 조금 기다려 주세요." 라고 했다.


"……"


시제씨의 손가락이 움직이면서 스으윽 하고 나의 오른쪽 손바닥을 미끄러져나갔다.

간지러워서 웃고 만다.

복실복실함에 파묻힌 손톱이 손가락 사이를 훑어간다.

간지럽다.

나는 엄지로 육구를 가볍게 눌러 포용포용 했다.

손만으로 서로에게 장난을 치는 것은 심장에게는 상냥해서 좋다.

완전히 즐겼다.


눈치 채 보면 시제씨가 턱을 괴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냥 미소짓는다.


"... 따뜻한 손이네요. "


그렇게 불쑥 말했다.


"... 작은 손이다."


시제씨는 목 안속에서 낸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낮지만 온화함을 느끼는 목소리.


인간은 보통 만지지도 못하고 ,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 지도 듣지 않는 수인.

이 손은 인간을 찢을 수 있을 정도의 힘을 발휘한다고 하기에 싫어하게 되어버린 수인.



세나씨는 말했지만, 과묵한 시제씨는 그것을 말하지 않을 뿐, 웃으며 만지는 나를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서워 할 것은 없다.

오늘 만졌던 류세씨도 행패같은 것을 부리지 않았다.

확확 다가온 치세씨는 무섭게 느껴졌지만, 닿았던 손은 부드러웠다.


지금도, 나보다 큰 이 손은 나를 해치지 않는다.



그 후에도 조금 이야기를 했다.


세나씨들이 선호하는 술의 이야기와 내가 마시고 맛있는 술과 잘 맞는 디저트와 안주의 이야기.


해가 기울어질 무렵에 시제씨는 돌아갔다.

가게를 나오기 전에, 푹신한 그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창문에서 보이는 노을을 바라보면서 루비를 들어 바라보자, 새빨간 빛이 다듬어지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류세씨에게 받은 이 환영 선물은, 

연마하지도 않고 금화로 바꾸지도 않고 방에 장식했다.


눈부신 루비의 빛을 바라보며 조금 움직여 사소한 변화를 즐겨본다.


활활 불타는 듯한 루비.


시제씨도 이 루비처럼 사실은 열정을 지닌 사람이고, 대부분 말하지는 않지만, 가슴 속에 불타는 듯한 의지가 있어서, 세나씨들은 그에 이끌렸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시제씨와 단둘이 이야기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류세씨는 마음을 열어 준 것 같고, 파란 복슬복슬과 하얀 복슬복슬과 검은 복슬복슬로 채워졌다.

시제씨의 갈기는 또 그 중에서도…….



"오늘은 멋진 하루였습니다"



충실함에 가득한 숨을 돌리며 미소를 흘린다.


이런 시간이 더 찾아올 것을 마음 속으로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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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수인놈들 이름이랑 색깔이랑 무슨동물인지 매치가 안된다고 말했는데요





사실 나도 그래요




번역하면서도 이놈이 뭔놈이었는지 기억이안나..........



대장인 깜장사자

시제 빼고는 다 헷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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