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8. 3. 7. 21:44

영애는 느긋하기를 원한다



제1장 느긋한 찻집 



14.아침 거미는 길조.




아침햇살에 눈을 뜨고 상쾌한 기분으로 침대에서 내려가 기지개를 편다.

아침 준비를 하고, 오늘은 하늘색 드레스를 입었다.


항상 그렇듯 장보기를 하면서 이웃과 대화를 나누고 돌아와 가게 준비를 한다.


오늘은 미니 케이크를 판매할 수 있도록 직사각형의 형태로도 만들었다.

퐁당 쇼콜라보다 자그마한 케이크로 과식의 고민을 해소하려는 시도다.

과식을 걱정하는 여성 고객들을 위해서다.


무스를 얹은 초코 케이크를 만들고 쇼트 케이크도 만든다. 

쇼트케이크의 마무리는 폭신폭신한 크림과 딸기를 장식한다.

크림이 손가락에 묻었기에 할짝 하고 핥았다.

"아앙" 하며 케이크 만들기를 도왔던 로트가 졸라댔다.


살짝 손가락 끝에 크림을 얹어 로트의 입가에 내민다.

앙 하고 먹고는 작은 두 손으로 뺨을 잡으며 미소를 지었다.

맛있나보다.


문득 홀 쪽에서 요정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떠들며 노는 것과는 다르다.

청소 중인 로트들을 들여다보면 청소를 멈추고 있었다.



"노!" 라며 새된 목소리를 높였던 이유는 작은 거미 탓이었다.

어디선가 흘러들어온 거미를 출구로 가게 하려고 분투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거미는 우왕좌왕 할 뿐.


"아읏" 하며 넘어지는 소리가 났다. 

데구르르 구르고는 다시 일어서서 거미를 추격하다가는 또 넘어진다.


"와아" 하며 모두 나란히 거미를 뒤쫓는다.

양손을 파닥파닥 흔들며 필사적이다.

이윽고 서로 부딪쳐서 또 데구르르 굴렀다.


이 역시 흐뭇한 광경이지만, 내가 손을 뻗기로 했다.

양손으로 거미를 가두어 확보하여 창가 위에 놓아두니, 밖을 향해 타각타각 하고 사라져갔다.


그 창문에서 구름 하나 없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턱을 괸다.


"오늘은 어떤 좋은 일이 생길까."


이 세계에도 아침 거미는 길조라고 한다.

약간의 고양감을 안고 아침 공기를 폐 가득히 들이마신다.

반짝 반짝 눈을 빛내는 로트들이 보고 있었기에 웃음을 흘린다.




커피 테이크 아웃 주문과  케이크를 먹으며 담소하는 여성들로 붐비는 오전.


"어제 다른 용병단이 왔다면서?"

"몇몇곳에서 행패를 부린 뒤 로냐쨩의 가게에 갔었다고 들었는데……로냐쨩의 가게도 무사해서 다행이야."


커피만 사러 온 남성손님 대부분이 어제의 건에 대해서 말했다.

마침 함께 있던 세나씨와 일촉즉발 상태가 되었기에 결계로 쫒아냈다.

환각의 마법으로 나가길 바랐지만, 잘 안되었기에 결계를 사용해 가게에 들어올 수 없게 했다.


보는 대로 괜찮았다고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정말, 그러니까 용병은 횡포를 부릴 뿐이라 곤란하다구."

"심하지 않으면 좋겠네요...어제의 용병과 비교하면 수인 용병단이 상식 있는 좋은 사람들입니다."

"하하하, 로냐쨩은 그 수인 용병단 편을 드네."


수인 용병단과는 전혀 다르다고 했는데도, 가볍게 흘려넘겨진다.

그들에게는 같은 존재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걸까.

유감이다...


"점장씨! 오늘 미니 케이크도 맛있어!"


테이크 아웃 손님을 배웅하면 그 화려한 미소녀가 보고 웃어 주었다.

오늘은 포니테일이다.

털끝이 빙글 하고 살짝 컬이 들어가 있었다.


"감사합니다"라고 웃어 주면서 카운터에 돌아가려다 한 손님이 눈에 띈다.

혼자 테이블석에 앉아 있는 여성 손님.

연령은 나보다 위라고 보여진다.

평소엔 친구와 셋이서 오는 단골 손님.

아무래도 다른 분들은 케이크를 참기위해 오늘은 오지 않은 듯 하다.

그 하늘하늘한 단발의 빨간 머리의 소유자가 손을 문지르고 있었다.

조금 안색도 나쁘게 보인다.


"춥나요?"

"아, 네……냉증이라서요. "


물어 보면 쓴웃음을 흘린다.

요즘은 봄처럼 온화한데 손이 식어버리는 것 같다.


"냉증이라면 케이크와 커피는 삼가는 게 좋아요. 아, 마침 어젯밤부터 끓이고 있는 야채 스프가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가우 뼈로 국물을 우려낸 야채가 듬뿍 들어간 스프라면 따뜻해질 것이다.

이제 케이크는 다 먹었지만, 점심으로 괜찮을거라고 생각한다.

고집에 진 것처럼 "그럼 부탁합니다"라고 말해 주었다.


"점장씨, 상냥하구나!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화려한 미소녀는 다시 씩씩하게 돌아간다.

건강하고 마이 페이스인 사람이다.


빨간 머리의 손님을 위해, 접시에 스프를 담아 건넨다.

그녀는 케잌을 먹고 나서 커피를 주문했다.

오늘은 커피가 아니라 코코아를 권한다.


"저기저기, 점장씨. 이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화려한 미소녀의 자리를 치우니 옆의 손님이 말을 걸어왔다.

미니 케이크를 먹는 3인조 여성 고객.

내 또래 같다.

금발을 묶은 머리 끈을 보인다.

백합을 모티브로 해서 아기자기하다.


" 어울려서 귀엽네요 "

"그치-?"


액세서리 샵의 신작인 것 같다.

그들이 말하길 혼인 활동 중 멋진 남자를 첫눈에 반하게 하기 위해서, 멋을 부리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왕자님도 첫눈에 반하는거 아냐?"

"하하 샐리도 참. "


금발의 소녀는 샐리.

자주 농담을 해서 두 사람을 웃게 한다.


왕자님이라고 하자 떠오른 것은 미소년.

조금 슈나이더를 많이 닮은 외모이지만, 둥글고 순진한 성격이다.

그래서 성실하고 착실한 사람이다.

아직 어릴 때부터 왕자로서의 업무를 해냈다.

나를 "로냐 언니" 라고 부르며 쫓아오던 귀여운 아이.

그 아이도 이제 슬슬 결혼 상대를 고르게 될까.

어떤 사람을 고르는 것일까.


"왕자님이 뽑는다면 서민과의 결혼도 허용되지?"

"그런 것 같지만 왕자님과 만날 기회가 없지?"

"그리고 아직 13살이라구?"


세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분명 기회는 거의 없다고 생각된다.

왕도에서 이 거리까지는 너무나 멀다.

마차로 이동하려면 20일 정도는 걸린다.

그래서 나는 이 거리에 왔지만.


국왕 폐하는 본인에게 결혼 상대를 결정하게 한다며 들어온 혼담은 모두 거절하고 있었다고 한다.

약혼녀도 없는 왕자는 파티에서 항상 인기있는 상태였다.

아직도 좋아하는 이성이 없는 한, 주변의 귀족은 희망을 가지고 있다.


"점장은 어떤 사람과 결혼하고 싶나요?"

"네? 저요?"


결혼 하고픈 상대.

지금까지는 슈나이더 뿐이었기에 금방 답이 나오지 않아 그저 웃을 뿐이다.


"점장, 가게열고 처음에는 많이 구애 받았었는데, 없어져 버렸네. "

"그 사람도 접근하고 있다고 들었어! 그 , 맥 웨이씨! 멋지잖아, 그 사람!"


샐리씨는 능글거렸고, 그 옆의 케이티 씨가 흥분한 듯 동의를 구했다.

외관은 멋진 남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끄덕인다.


"에, 그럼 교제하고 있나요?"


케이티씨 옆 레인씨가 눈을 크게 떴다.

케이티 씨도 몸을 내밀었다.


"아뇨, 거절했습니다"

"에에~!!"

"왜!?"


고개를 흔들면 샐리씨와 케이티씨가 소리를 질렀다.


"점장씨, 미소녀라고 여유부리다가는, 혼기를 놓쳐버립니다."


레인씨로부터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가뜩이나 수인 용병단이 가게에 눌러앉아 접근하지 못하니, 한창 때가 지나버린다구요?"


좀 가혹한 사람이다.


"점장씨, 혹시 수인의 누군가를 좋아는거야? 굉장히 멋진 사람 있죠, 흰머리의 "


샐리씨가 또 실실 웃으며 기뻐했다.

"인간의 모습만이라면 그렇지만. 수인이야-……" 라며 케이티 씨는 미묘하게 동의한다.

흰머리는 류세씨인가? 

수인이라고 알지 못하면 자주 헌팅 당할 정도로 인기 있다.

거리의 아가씨들도 멋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러나 역시, 수인이라는 점 때문에 기피되는 것 같다.



"매력적이고 멋진 분이죠"


허리는 가늘고 훤칠한 장신에 얼굴도 잘생겼다.

하얗고 짧은 머리는 반짝 반짝 빛나고 있고 왕자 타입의 외모다.

몇 번이나 말을 걸어 봤지만 아직 틱틱대는 태도다.

류세씨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니까, 그 밖에 말할 수 있는 것이 생각 나지 않았다.


"그치만 싫지? 수인이라니"

"인간을 찢어 버리다니, 너무 무서워서 가까이 갈 수 없어"

"원래 용병은 결혼 상대에 맞지 않아요."


전율을 하며 카페 모카를 마시는 3명.

레인씨는 현실적인 판단이지만.


"저는 무섭지 않아요. 단순히 그 만큼의 힘을 갖고 있다는 우화일 뿐이고. 그들이 인간을 찢는다는 소문은 못 들었어요. 분명 샐리씨들의 상상과는 달리 좋은 수인이에요."


사람을 쉽게 찢는 힘을 가지고 있다니, 표현 때문에 수인은 잔인하다는 인상을 받아 버리는 것 같다.

수인 용병단은 좋은 수인이라고 주장한다.

그게 사실이니까.

샐리 씨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다가 곧 샐리씨가 웃기 시작했다.


"역시 좋아하는 거지?"

"수인 용병단분들, 좋아하고있어요."


나는 웃음으로 대답했다.

빨간 머리의 손님이 수프를 다 먹은 것 같기에, 코코아를 원하는지 물어본다.


딸랑딸랑.

새로운 손님이 오는가 하면 문에서 들어온 것은 류세씨였다.

반짝거린 순백의 머리 틈에서 밝은 청색의 눈동자.

말했던 그대로, 날씬하고 훤칠한 스타일.

칠흑의 상의는 앞이 벌어져, 브이넥 라인의 셔츠가 더러워져 있는 것이 잘 보인다.

조금 벌어져서 복부가 보여 버리고 있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입을 다물고 입술을 곤두세운 얼굴을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다.


"어서 오세요"

"……응"


인사를 하고 시계를 보면 아직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가게에 있던 손님들이 당황했다.

내가 좋은 수인이라고 했지만 나쁜 소문도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나쁜이야기를 했던게 들렸을거라고 생각했던건지 

샐리 씨들은 하얗게 변했다.

그리고는 돈을 두고 류세씨 곁을 지나서 나갔다.



"아, 기다려주세요. 코코아를 포장하시지 않겠습니까?"

"그럼 그럼……부탁합니다."


빨간 머리의 손님을 만류하며 코코아를 권한다.

류세씨를 신경쓰고 있기에 빠르게 코코아를 건넨다.

"무리하게 마시지 마세요"라고 한마디 곁들여서.


마지막으로 빨간 머리의 손님이 나가면서 문은 열리지 않게 된다.

세나씨들은 아직 안 올 거 같다.


"혼자인가요?"

"……나만 먼저 돌아왔다. "

" 그렇습니까……지금 치울께요. "


류세씨는 처음으로 카운터 자리에 앉았다.

항상 테이블석인데.


신기하게 생각하면서, 접시를 치우고 테이블을 닦는다.

그 동안 류세씨는 입을 다물고 있지만, 밝은 청색의 눈동자는 나를 향했다.


손을 놓고 눈을 마주치면 류세씨는 외면한다.

대화를 해야 할까 그냥 둬야 할까……고민된다.


접시를 부엌으로 옮기고나서는 천으로 된 냅킨으로 탁자를 닦는다.


그러자.


후왁

류세씨가 눈을 감는가 하면 솜사탕처럼 부풀어 오른 흰 연기가 나타난다.

순식간에 하얀 치타가 되었다.


인간일 때와 같은 순백의 머리카락 사이로 아몬드형의 눈동자는 밝은 청색을 빛낸다.

긴 속눈썹도 순백이었다.

그 어느 곳도 하얗다.


둥글고 작은 귀.

고양이과 같은 작은 얼굴.

뒤에는 길고 긴 꼬리가 오뚝 섰다.


처음으로 류세씨의 변화를 본 나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순백의 치타씨는 다시 홱하고 얼굴을 돌렸다.



---------------------


==========

고양이과는 츤데레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