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애는 느긋하기를 원한다
제1장 느긋한 찻집
19.무의식의 슬픔.(세나 시점)
로냐가 몸이 아픈 날.
대신 가게를 가볍게 청소한 뒤에 돌아간다고 말할 때, 한숨 잤던 로냐는 심하게 힘든 모습이었다.
결국 몸을 치료하기 위해서 하루 휴일로 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도 매일점심을 이용하고 싶으니까, 빨리 고쳤으면 좋겠다.
아쉽지만 내일은 다른 곳에서 점심을 먹어야 한다.
"세나, 내일 아가씨 간병하러 가."
거실의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으니 , 류세가 얼굴을 가까이 대고 말했다.
"……왜?"
"아가씨가 몸이 아픈 건 세나 탓이잖아."
"부당하다고."
"너 비번이고, 아가씨 혼자 살고, 너 때문이고, 간병해."
"……"
페이지를 넘길 때가 되었지만, 읽는 것을 멈추고 생각한다.
확실히 그녀는 혼자 사니까, 돌봐 주는 사람은 없다.
분명 새로운 환경에서의 생활에 고달픔도 있어서 몸이 아픈 것인지도 모른다.
불편할 것이다.
그렇지만 로냐는 거리의 주민들을 좋아하고 있다.
참견 좋아하는 이웃이 알아서 돌볼 것 이다.
"내일, 점장한테서 밥 먹을 수 없는건가……으에에....."
소파에서 엎드려다 치세가 아쉬운 듯 투덜거린다.
흔들흔들 하는 꼬리가 털썩 하고 떨어지고는 "쿨"하며 잠들었다.
"음, 보스가 간병하면 어떨까? 내가 일 갈게."
건너 편 소파에 누워있는 시제에게 권해 보자.
지난번에 둘만 있게도 했고,
시제는 아이를 잘 돌봤었으니, 간병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제에게서 대답이 없다.
벌써 잠들어 버린 것 같다.
"뭐야, 세나. 아가씨의 간병, 그렇게 싫은 거야."
"……별로 싫은 건 아니야. 아…… 갈 테니까. 류세도 눈이나 붙여 둬."
누가 있다면 신경을 쓰게 만드는게 아닐까 해서, 집을 찾아가는 것이 망설여진다.
모습을 확인하고나서, 어떻게 할 지 정하자.
일이 있는 류세도 잠을 자라고 손을 흔들어 쫓아 냈다.
쿠션을 안고 다른 소파에 뛰어든 류세는 나를 쳐다 본다.
"……뭐야."
"환자에게 손대면 안된다구?"
" 자라, 좀."
뭔 소리야.
류세는 부비적부비적 쿠션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었고, 눈을 감아 잠들었다.
그 뒤, 일에 가기 전에도 류세가 치세에게 "간병에 가!" 라고 못 박았기에, 세 사람을 배웅했다.
아침을 느긋하게 보낸 뒤에, 책을 한 손에 들고 로냐의 가게에 간다.
인간의 모습으로 걸어가고 있으면 , 눈에 익은 컵을 거머쥔 거리의 주민이 눈에 띈다.
느긋한 찻집의 테이크 아웃용 컵이다.
"역시 로냐쨩의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하루가 시작되지 않아."
그런 소리가 귀에 닿는다.
아무래도 갓 내린 커피인 듯 하다.
설마 라고 생각하며 발을 재촉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하얀 문에는 휴업 간판이 걸려있다.
가게는 제대로 쉬고 있다.
"어라……세나씨……안녕하세요"
내가 노크하기 전에 문이 열리고, 그 사이로 로냐가 얼굴을 내밀었다.
어제보다 기운이 없는 작은 목소리.
항상 둥글게 떠 있는 푸른 눈동자는 졸린 듯이 가늘게 떠져 있다.
틈으로 보인 것뿐이지만, 선명한 은백색의 머리는 평소와 달리 내리고 있었다.
어깨에는 황백색의 두꺼운 타월을 걸고 있다.
문 그늘에 가린 모습이 경계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안녕"
그런 반응을 불쾌하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인사를 했다.
매일 봤던 "어서 오세요"의 미소도 당연히 없다.
그 일에 외로움도 느꼈다.
가게 안에서 커피의 향기가 흘러나온다.
그녀에게서는 언제나 달콤한 냄새와 식물의 냄새가 난다.
"뭐 하고 있는거야 너. 안쉬고 있잖아."
"네? 쉬고 있어요. "
"손님에게 커피 줬잖아."
"아……위로 음식을 가져다 준 이웃에게 답례에요."
"……정말.."
역시 누군가가 있으면 신경을 쓴다.
이 아가씨는 쉰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는 듯하다.
"네가 아픈 것은 내 탓이니까 간병할게. 안에 들어가도 되지?"
"네? ……아, 이건 제가 나쁜겁니다."
"류세들이 나를 책망하고 있으니까, 빨리 몸을 고치는게 좋아. 아니면 나를 안으로 들이지 않고 싶은 이유가 있는거야?"
아직 안지 얼마 안 되었고, 이성이기도 한 나를, 집안에 들이는 것은 저항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친구를 이렇게 경계하고 있으면 기분이 나쁘다.
" 그렇습니다……"
로냐가 긍정했기에 눈을 부릅뜬다.
나는 신용 못한단 말인가?
"……요정님이 간병을 해 주니까, 괜찮아요 "
"……아아...로트가 오는 거야?"
"네……그래서 이웃 여러분들도 간병을 해 주려고 했는데, 거절했어요."
낯가림이 심한 요정 로트가 간병하러 오고 있으니 다른 사람은 집에 들일 수 없다.
단지 그것 뿐인 이유였다.
"지금 약을 만들어 주고 있어서, 마시고 자면 내일은 개점할 수 있어요. "
요정이 간병하고 약을 만든다.
태연히 말하지만, 평범한 일이 아닌 것이다.
"…… 그래도 작은 로트는 하지 못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잖아. 손님은 내가 쫓아 보낼 꺼니까, 악화되기 전에 쉬어."
요정도 있으니, 나도 들어가려 했다.
일일이 문병객에게 커피를 내고 있으면 쉴 수 없다.
요정만하지는 못해도, 나 같은게 있으면 쫓아내는 역할에 제격이다.
"……으와아아."
조금 무리하게 안으로 들어서면 로냐는 가냘픈 목소리를 흘리며 당황했다.
" 죄송합니다……옷 차림을 다듬지 않아서."
수줍게 얼굴을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쓰다듬고 누른다.
그 모습에 아까의 반응은 경계가 아닌 단순히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숨어 있었을 뿐이라고 깨닫는다.
나의 자의식 과잉이었다.
조금 힘이 빠진다.
"나는 여기서 책을 읽으며 손님을 상대하지."
"그럼 커피 어떻습니까?"
"너는 침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라."
"……네"
태평하게 웃는 로냐에게 조금 강하게 말하면, 이제야 자신의 방으로 향한다.
물결치는 머리가 허리까지 닿아 있는 뒷모습을 쳐다본다.
휘청거리면서 느린 발걸음.
확실히 이층에 있는 방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
"내가 옮겨 줄께"
책을 테이블에 두고 나는 그녀를 양팔에 안았다.
내린 머리 때문인지 살짝 달콤한 향기가 흩날린다.
꽃의 향이다.
"앗……세나씨, 힘 쎄시네요……"
평소보다 온화한 어조로, 에헤헤 하며 로냐는 미소를 흘린다.
축 늘어지고, 경계심이 눈꼽만큼도 없다.
나는 로냐와 별 차이 없는 키이고, 시제와 달리 체격이 좋은 건 아니니까, 놀란 것 같다.
"나는 수인이야"
그말만 했다.
자그마한 나는 로냐에게 있어서도 이성으로서 매력이 부족한 것이다.
어제 얼핏 보았지만, 시제에게 안겨 계단을 오르던 때는 붉어졌었다.
그러니까 로냐에게 이성으로서 의식되지 않더라도 괜찮지만.
생긋생긋 웃는 로냐의 푸른 눈으로 쳐다보며 2층에 도착한다.
손이 막혀 있으니 있으니 로냐에게 손잡이를 돌려달라고 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오른쪽에는 침대.
왼쪽에는 갈색의 책상과 녹색 소파가 함께 놓여있고,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커튼을 흔들었다.
꽃 향기 가득한 작은 방.
책상 위에 있는 요정의 향기와 로냐의 향기다.
그리고 뭔가 정체 불명의 냄새가 나는 것 같은…….
치세가 머스캣(청포도) 라고 비유한 이래, 오랜만에 만난 요정 로트였다.
약초로 보이는 식물을 나란히 두고, 절구가 놓여 있다.
약을 만드는 것일 터이다.
정체 모를 냄새는 이것 때문인가?
머스캣 두알 정도의 연두색깔 요정 로트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입도 눈도 크게 벌리고 굳어진다.
나의 등장에 놀라는 듯하다.
로냐를 슬그머니 침대에 내리면 침대 옆에 있는 탁자 위에도 로트가 있었다.
당황한 모습으로 뛰어내렸다.
"……이제 적당히 나에게 익숙해지라고. "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무릎을 꿇어 바닥에 있는 로트와 책상 위에 있는 로트에게 타일렀다.
"함께 로냐의 간호를 하자. 그녀를 건강하게 하고 싶은건 마찬가지 잖아. 그렇지?"
로트들은 멀거니 처다보고 있다.
"너희들은 약을 만드는데 전념하면서, 로냐가 쉬도록 감시하고, 나는 손님을 내쫓을 테니까. 알았지?"
그렇게 말하면 로트들이 작은 손을 머리에 대고 "아이!" 하며 경례한다.
동생들과 마찬가지로 다루기가 쉽다.
"후후……"
웃는 소리가 귀에 닿았기에 돌아본다.
침대 위에 앉아있는 로냐가 왼손을 입가에 올려서 웃고 있었다.
"봐요, 좋은 사람이라고 알아주었잖아요."
축 늘어진 잔잔한 미소.
조금 바라보고있어 버렸지만, 나는 일어선다.
"너는 누워서 쉬어라."
"네에."
힘빠진 대답을 한 로냐가 눕는 것을 돕는다.
얇은 담요를 덮어 주고, 그 위로 걸치고 있던 두꺼운 타올을 덮어 줬다.
아무래도, 추위를 느끼는 것 같다.
"후후……정말 세나씨는 좋은 오빠군요 "
"아아, 너도 있다고 했지. 오빠가. "
이런 식으로 간병 받은 경험을 떠올린 발언인 줄 알았더니.
"오라버니는 이런 것 하지 않습니다."
로냐는 창백해지며 고개를 젓는다.
이상한 반응을 의문스럽게 생각하며, 고개를 저는 바람에 흩어진 머리를 쓰다듬어 다듬어 줬다.
손가락이 스르륵 미끄러지는 머릿결이 부드럽다.
터치감이 좋아서, 필요 이상으로 만지고 말았다.
"아, 미안……"
로냐가 쳐다보는 것을 깨닫고 손을 떼어 낸다.
"헝클어졌나요?"
"조금.……브러시로 다듬어도 될까?"
"아, 좋아요."
더 만지고 싶어서 둘러댔지만 아예 허가가 나왔다.
누워있는 로냐의 머리를 잠시동안 만지자.
손님은 오지 않기도 하니.
내가 빗을 찾으면 로트 셋이 실어 주었다.
그것을 받아 침대에 올라가 로냐의 뒤에서 머리를 빗었다.
화려한 물색을 두른 은백색의 머리카락.
물결치는 머리칼을 브러시로 매만지면 더욱 부드러워진다.
조금 서늘했기에 맑은 물을 만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침대에 올라탄 로트들도 로냐의 머리에 뺨을 부비고" 후와와아" 하며 새된 목소리를 흘렸다.
요정 역시 기분 좋은 것 같다.
"그러고보니 지난번에 시제와 둘만 있게 되었을 때, 갈기는 만졌어?"
"아뇨."
"응? 장난치지 않았어?"
"했지만……손만. "
아직 갈기에는 장난치지 않았던 건가.
만지고 싶어 했으니 그때 하면 좋았을텐데.
로냐가 류세와 치세의 장난에 당황했기 때문에 가볍게 손만 장난친 것이다.
"시제씨도 상냥한 사람이네요..."
로냐가 불쑥 중얼거린다.
"…… 그래."
웃고 있는 옆모습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맞장구를 친다.
시제를 그렇게 생각했던 인간의 이성은 처음이다.
서로 관심이 있다면 연애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
시제도 좋은 나이이다.
마을에는 시제에 다가오는 수인이 몇명이나 있는데, 시제는 상대하지 않았다.
내버려두면 혼자 있을 뿐이다.
잘되어서, 로냐와 그런 사이가 됐으면 좋겠다.
이 두 사람의 페이스로는 진전이 없을 것 같다.
이제 막 만났으니,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시제씨의 아버지는 기사였다고 하네요 "
어라.
시제는 벌써 그런 일을 로냐에 말했는가.
"…… 그러고보니, 이름을 듣지 못했어요……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모르겠어. 우리 수인은 인간처럼 가명(家名)을 가지지 않으니까, 시제도 사용한 적 없어. 우리의 모습이 가명 같은 거구나. 모습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으니까."
"아……그럼 시제씨 어머님도 검은 사자군요…… 아름다운 사람이었겠네요."
또 희미한 목소리를 내고 로냐는 흐트러진 웃음을 흘린다.
아까부터 로냐가 말하는 "오라버니"와 "어머님"가 걸린다.
이 근처에서 자란 사람은 그렇게 품위 있게 말 하지 않는다.
기사를 알고 있다니 로냐도 기사의 가계에 있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성장 환경이 좋은 것도 이해가 간다만.
그 쯤에서 로트의 약이 완성된 듯 책상 위에서 휙휙 손을 휘둘렀다.
약초의 씁쓸한 냄새가 코를 울린다.
그러나 로트가 비칠 것 같은 투명한 흰색의 커다란 꽃잎을 넣으면 냄새가 없어진다.
아무래도 쓴맛이나, 냄새를 지우는 효과가 있나보다.
나는 유리 포트와 컵을 아래에서 가져온 뒤, 약을 로냐에게 먹였다.
이제 잠들면 된다.
"요정의 약은 매우 효과가 있다고 해요. "
"처음 먹는거야?"
"저는 이렇게 몸이 아픈 것은 어릴 때 한번 뿐이어서요."
로냐의 머리를 리본으로 가볍게 묶어 정리하고 옆으로 보냈다.
한계였을까, 로냐는 곧 잠들어 버린다.
로트가 사이드 테이블에 둔 꽃잎이 담긴 병 덕분일까.
씁쓸한 약초의 냄새는 사라지고 로냐에게서 늘 나는 달콤한 꽃의 향기가 방안 가득하게 차올랐다.
그래도 약간 잠을 못 이루는 것 같아서, 적신 수건으로 가볍게 이마를 닦아 주었다.
정리를 하고 있는 로트들에게, 조용히 하도록 "쉿" 하며 입에 집게 손가락을 세었다.
흉내를 내는 듯 , 로트도 "쉿" 하며 입에 손을 댔다.
도우려고 책상에 다가가니, 빌려줬던 책과 노트가 눈에 띈다.
만졌지만, 욕실에서 읽고 있던 것 치고는 지저분하지 않았다.
그래도 마법의 기운이 남아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보호의 마법이라도 썼던 것일까.
옆에 있는 노트도 잡으려고 했지만 휘감긴 끈을 깨닫고 멈춘다.
분명 이 리프는 건드리는 자들의 냄새에 반응하고, 냄새를 바꾸는 식물이다.
남이 만진 것을 알아채려고 한다면, 일기인 걸까.
이 안에 우리 수인 용병단의 것도 기록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어떤 식으로 우리를 적고 있을까.
일기에 적어 줄 정도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진다.
별로 욕설을 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엄중히 잠그지 않은 것을 보면 절대로 다른사람에게 보이기 싫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로냐의 수수께끼와 같다.
완전히 숨기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을 열면 로냐의 정체도 손쉽게 알게 되겠지.
그렇지만 일기는 보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만지지 않는다.
그리고 역시 마법을 배운 경험이 있는 것 같다.
환영의 마법과 결계, 보호의 마법까지.
요정의 소굴을 알면 로냐의 고향도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제가 알아냈다는 거처는 오리페도트의 숲.
식물의 정령 오리페도트의 숲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찾아보면 인간을 싫어하는 환수가 있고, 최근 인간이 다가오지 않게 된 숲이라고 한다.
장소는 동남쪽 나라의 변두리.
근처에는 도시나 거리가 없다.
로냐의 고향을 찾을 힌트가 되지 못 했다.
책상 위에는 그녀가 샀다고 말한 책이 몇권 나란히 있을 뿐.
여기에도 힌트가 없어 보인다.
문득 시선을 깨닫고 책상 위에 눈을 돌린다.
거기에는 청소를 끝낸 로트들이 나란히 나를 쳐다봤다.
흥미 진진 하는 모습으로 귀여운 둥근 눈으로 쳐다본다.
낯가림심한 주제에, 상냥한 요정이다.
놀아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로냐의 간병 중이다.
여기는 로트들에게 맡기고 나는 가게 쪽에서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뭔가 있으면 나를 부르면 된다.
다시 한번 로냐의 얼굴을 닦아 주고 수건을 두었다.
방을 나가려고 했지만 로냐의 왼손이 뭔가를 찾는 듯 시트 위를 미끄러진다.
물을 원하고 있는 걸까.
바로 넣어 주려고 침대에 손을 짚자 손을 잡았다.
허약한 힘으로 나의 왼손을 꼭 쥔다.
마음만 먹으면 그 손을 뗄 수 있지만, 불가능했다.
감긴 눈에서 뚝뚝 눈물이 넘쳐흘러서 떨어진다.
"……슈나이더……"
떨리는 입술이 가냘픈 목소리로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로냐는 눈물을 흘리며 괴로운 듯이 다시 그 이름을 부른다.
줄줄이 떨어지는 눈물은 멈추지는 않을 듯하다.
그리워하며 부르는 소리는 점점 알아듣지 못하게 됐다.
로트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로냐에게 기댔다.
"……누구야?"
침대에 오르려고 하는 바닥에 있던 로트에게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역시 귀여운 둥근 눈으로 눈물을 글썽거린 로트는 통통하게 볼을 부풀렸다.
그리고 붕붕 얼굴을 흔드는 모습이, 분노를 나타내는 듯했다.
손바닥에 태워 침대 위에 놓으면 로냐에게 기댔다.
요정이 화 낼 만한 인물.
슈나이더.
남자 이름이다.
누구에게나 온화하게 웃고 접객을 하던 로냐가 잠들어 울면서 부를 만한 남자.
실연했다는 상대인가.
예상이지만, 몸이 아파서 억누르던 슬픔이 쏟아졌을까.
실연했다는 것치고는 로냐는 근심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긍정적인 자세로 이곳 생활을 시작하더라도 가슴 깊이에는 슬픔에 시달렸다는 것인가.
"……"
슈나이더.
그 이름에 들은 적이 있다.
확실히, 왕족의 집안에 있던 같은……설마.
로냐는 이제 부르기를 그만두었는데, 마치 그 남자를 필사적으로 잡고 싶은 것처럼 나의 손을 잡는다.
아직 눈물도 떨어진다.
왜 이렇게 울고 있는지 모른다.
아는 것은 우리와 요정까지 좋아하는 로냐를 심하게 상처입힌 남자라는 것.
거리의 주민들도 좋아하는, 마음씨 좋은 로냐를 상처입힌 남자.
모르는 남자인데 로냐에게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는데, 분노가 끓어올라 버렸다.
요정이 화 내는 것도 당연하다.
빨리 잊어 버리면 그만이다.
미소를 저버리는 그 남자에 대한 것은.
로냐의 머리를 오른손으로 쓰다듬었다.
동생들을 어르듯이, 슬픔을 씻도록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지키면 된다고 생각한다.
느긋하게 보내길 바라는 로냐가 여기에 있는 한.
그 남자가 만일 또 로냐를 상처입힌다면 나는 용서하지 않는다.
아니, 우리가 용서하지 않는다.
말하면 시제들도 역시 분노를 느낄 테니까.
더욱 더 함께 시간을 보낸다면, 그 슬픔을 이야기해 줄까.
빨리 함께하는 시간이 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몰라도 지키고 싶다.
이렇게나 지키고싶은 매력을 가진 로냐를 상처입히다니 바보 같은 남자다.
빨리 실연의 아픔이 아물고, 다음 사랑으로 행복하게 되면 좋은데…….
엄지 손가락으로 눈물을 훔치자 로냐는 몸을 비틀었다.
여전히 고통스러운 표정이 가슴을 옥죄었다.
껴안고 달래려 했으나, 동생들처럼 취급하는 것은 안 된다.
깨어난 로냐가 놀랄 것이다.
로트들은 착 달라붙은 채 잠에 빠졌다.
나도 로냐의 눈물이 멈출 때까지 옆에 있기로 했다.
무의식적으로 흘리는 슬픔을 모두 내려놓아 버리면 그만이다.
잠이 깨면 평소처럼 웃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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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자칼, 녹색, 키 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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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나이더를 죽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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