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9. 12. 22. 18:27

새벽녘

 

 

제38화

조용한 자기 방에서 책상 위에서 필기 도구를 째려보았다.
최근 내가 스스로 맡은 일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질색이다.

새하얀 종이에 펜을 움직여 이중 선을 긋고 그 아래에 쓸 무렵이 되면,  읽기 어려운 수준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내용은 어느정도 다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어떨까.

"알프레드, 조금 읽어 보세요."

방 안에 자리하고 있던 알프레드에게 첨삭을 받기위해 편지를 건넸다.

"그럼, 빌리겠습니다,"

잠시 살피고 있었지만, 특히 몇번이나 수정하여 읽기 어려운 부분을 판독 할 때, 그 눈의 움직임이 멈췄다.

"이건 라발 소장에게 보낼 거절의 편지입니까?"
"네."
"전에 한번 거절했다고 기억하고있습니다만."
"네. 하지만 상당히 마음에 쏙 들어 버렸는지, 다시 편지를 보내서요."
"...장소는 동방의 하르벨인가요? 확실히 그 장소는 특이합니다. 한번 가보면 어떨까요? 바리아스 가도가 하르벨까지 계속되고 있으니 이동은 거리에서 상상하기보다는 편하실 꺼라고 생각합니다."
"잘 아시네요. 알프레드는 간 적이 있나요?"
"제가 갔던 적은 없습니다. 이 편지의 발송인인 라발 소장은 저의 지인입니다. 전 뵈었을 때에 근무지인 하르벨에 대해서 여러가지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랬습니까"

알프레드 만큼 실력 있는 무인이라면 군인 상대로도 발이 넓은 것인가.
뜻밖의 곳에서 연결이 있었다고 놀라고 있으니 알프레드가 좀 곤란한 얼굴로 나를 본다.

"가실 생각은 없나요?"
"네.지금은요. 갔으면 하나요?"
"... 이뤄진다면요. 그에게는 신세를 많이 졌기에."

나는 팔짱을 끼고 마루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이 나라의 동쪽.
내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땅이다.
미지의 장소라는 것 만으로도 관심은 있지만, 그래도 결단을 단행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나의 스승이 동쪽 지방에 무슨 특별한 강한 마음을 품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옛날 스승이 생존해 있을 때 다.
동방에서 온 나그네가 마술사를 필요로 하여 집을 찾은 일이 있다.

평소 여행자도 마을 사람들도 차별 없이 접하던 스승은 그때만큼은 심술궂게 나그네를 쫓아내 버린 것이다.

감정적으로 보이는 그 행동과 함께 나는 스승이 소유한 몇가지 도구와 자료로 일찍이 스승이 동쪽에 찾아간 일이 있을 거라고 추측했었다.
그러니 상당히 성가신 추억과 싫은 생각이라도 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나도 굳이 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스스로 가야 할지 가지 말아야 할지 저울질하고 고민하던 차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방안에 퍼졌다.

"들어오세요"

입실 허가를 내주자 리카르도가 미간에 주름을 잡고 딱딱한 표정으로 조용히 들어왔다.

"무슨일인가요?, 그런 무서운 얼굴을 하고"
"전해야 할 정보를 입수했는데..."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난걸까.
나는 이야기를 재촉했다.

"동쪽 땅, 하르벨에서 『 영웅 』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하르벨의 영웅?
확실히 그 땅은 영웅의 나올 듯 한 곳이다.
그러나 영웅이라는 것이 막 나타나는 것이 아닐 텐데.
이쪽에선 내 생각보다 편하게 붙이는 호칭이었던 걸까?

"...요즘 유행하는 걸까요? 영웅이라는게"
"다릅니다."

리카르도는 입에 담기도 싫은 듯 얼굴을 찡그리며 사정을 설명했다.

"자신이야말로 『 헤다리온의 영웅』이라며 파렴치하게도 자칭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건, 어쩌면..음...

나는 내가 모방당하는 입장이라는 인식을 갖지 않고 있어 분노보다 먼저 말을 잃고 말았다.
이름이 알려지면 이런 일이 될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바로 알만한 거짓말 따위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작은 것이라면 간과하도록 할까, 리카르도에게 물어봤다.

"정도는요?"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현지에서는 이미 넘어가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장래적으로 궁정 마술사 되는 것이 약속되어 있다고 장담하며 여기저기서 접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 모르는 사이에 악평을 사게된다.
귀찮지만, 손을 써야 한다.

결코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다지 충격을 느끼지 못한 본인보다 분개하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리카르도는 얼음처럼 아무런 열기도 느껴지지않게 조용하게 말하며 그 인물을 비판한다.

"어리석기 짝이 없고, 뻔뻔한 행위입니다. 타인의 명성을 훔쳐 스스로 독 술잔을 들이키는 얕은 생각입니다. 단죄되어야 할 죄인입니다."

그 범인이 눈앞에 있다면, 그 푸른 눈으로 바라봐져 얼어붙듯 경직될 것이다.

그리고 그 욕설보다, 심장에 꽂히는 날카로움으로 정말 실망한 것처럼, 리카르도가 말했다.

"...구원할 수 없습니다."

그 한마디만으로 상대방에게 아무런 주저도 없이 그 칼을 내려치는 모습이 뇌리에 선명하게 그려지기에는 충분한 위력이었다.

완전히 얼어붙어 버린 방의 온도에 안정되지 못한 기분이 되어 노골적인 헛기침을 하면서 알프레드의 손 안에 있는 편지를 되찾았다.

썼을 때의 고뇌를 생각하며, 방금 무용지물이 된 허무감과 함께 뭉쳐서 휴지통에 버렸다.

"권유도 있었던 일이니, 하르벨로 갑시다. 알프레드, 안내를 부탁 드립니다."
"물론입니다"
"또 편지를 쓰야겠네요. 리카르도에게는 집보기를 부탁합니다."

수도에서 일이 있는 리카르도는 쉽게 이곳을 떠날 수 없다.
무리를 한다면 함께 오는 것도 가능할지 모르지만, 알프레드의 지인도 있는 것이니 일부러 동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함께 있어 주는 쪽이 돋보이는 게 확실하기는 하지만.

리카르도는 자신의 손으로 처리 할 수 없는 분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 알겠습니다."

나는 리카르도가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억울해 하는 모습에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괜찮다.
당신의 영웅은 더럽혀지지 않는다.
그렇게 마음을 담으면 리카르도는 말없이 그저 머리를 숙였다.

다른 사람의 일인데 자신보다 마음을 써 주는 사람의 존재라니, 이 얼마나 든든하고 기쁜 일일까.

나는 그런 리카르도를 소중히 하고, 그의 모든 것에 부응하고 싶다.

그래.
그걸로 좋은 것이다.
나는 거기에 아무런 감정도 가져선 안 된다.

가족처럼 소중히하면... 그렇게 결정 한 것이다.

세라피씨의 말을 회상하며 흔들리는 미숙한 마음을 가둔다.

깊은 호흡으로 여느 때의 고요한 편안한 마음이 된다.
괜찮다고 느꼈다.
나는 변함 없이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나의 심경이 안정된 반면, 가끔 있는 그의 극단적인 자세에 대해서 분명히 표현할 수 없는 일말의 불안이 스친 것이었다.


-----------------

==========

 

새로운 소재 등장!


===========

'[완결] > 새벽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벽녘-제40화  (0) 2020.03.24
새벽녘-제39화  (0) 2020.03.24
새벽녘-제37화  (0) 2019.12.22
새벽녘-제36화  (0) 2019.12.22
새벽녘-제35화  (0) 2019.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