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제37화
하룻밤 객실을 사용해 신세 지고 다음날 아침까지는 평범하게 접대를 받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망이 좋은 정원에 준비된 테이블과 의자에 자리잡았고, 사용인들은 탁자 위에 놓인 초인종 소리가 간신히 들리는 정도의 먼 곳에 서서 기다리고 있다.
홍차와 구운 과자가 있지만 분명히 비밀 이야기를 하기 위한 공간으로 안내되었다.
나무들도 적고 은신처도 없다.
이것이라면 엿듣는 걱정은 없을 것이다.
자리에 앉으면 세라피씨가 직접 나에게 홍차를 따라 주었다.
"드세요."
"감사합니다."
구운 과자를 먹자 단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어딘가 그리운 맛에 하나 둘 그 작은 과자를 차례차례로 먹어 버린다.
"맛있어요."
"맛있으시다니 다행이네요"
세라피씨도 구운 과자를 먹었는데, 그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잡담을 할 마음이 없었을 것이다.
바람이 잔잔하게 살랑이는 가운데 서로 말 없이 홍차를 마시고 세라피씨가 컵을 내려두며 입을 열었다.
"아시다 시피, 리카르도씨는 예전에 로렌시아 공주 밑에서 근위 기사로서 임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근위 기사가 되는 것은 이 나라에서 기사로서 작위를 얻기 위한 가장 빠른 지름길입니다. 그만큼 결코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실력을 겸비하고 신뢰에 걸맞는 충분한 인품을 나타내야 될 수 있는 아주 좁은 문입니다만... 리카르도씨는 단시간에 인정 받아 성에 들어가게 됐어요. 로렌시아 공주의 밑에 있던 때도 있었던 것일테죠. 결국 그 후 리카르도씨는 스스로 근위직을 버리고 전쟁터로 들어간 것입니다."
계급에 대해서는 대강 배웠지만 기사 계급에 대한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해서, 공부가 되었다.
그러나 리카르도가 걸어온 길을, 지금 알려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잘 모르겠습니다. 세라피씨. 당신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 다르다.그것을 알고 싶지 않다.
세라피씨는 나에게 다가와 눈동자 속을 꿰뚫어 보듯 응시했다.
"저는, 리카르도씨와 하루카씨의 관계에 대해서 가르쳐줄 때 까지 아무것도 듣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단지 하루카씨를, 나라를 위해서 지원하고 있다는 말 밖에 말씀하고 있지 않았지만요. 안 들어도 추측은 할 수 있었어요. 리카르도씨와 하루카씨는 이해관계 이전에 너무나 큰 유대관계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요."
확실히 세라피씨에게 말로 전한 것은 없었다.
그것은 세라피씨에 대한 신뢰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표준적인 주종 관계가 아닌 방식이었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말하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라피씨는 나에 대한 리카르도의 태도도 충분히 눈치 채고 있었으니, 모를 리가 없다.
그녀가 무슨 의도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제 그 사실을 세라피씨에게 알리는 것에 뭔가 지장이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리카르도는 제 기사입니다. 그에게 맹세를 받았습니다."
"...역시. 그것도 가정 중 하나..였다기 보다는 재확이네요. 공공장소 이외에서는 숨기려고도 하지도 않았으니까요."
세라피씨는 한번 숨을 고른 뒤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저, 너무 싫은 말을 할 지도 모릅니다만. 용서해 주실껀가요?"
"괜찮아요"
"어제 그 밤. 로렌시아 공주를 보았을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나요?"
가슴 속에 그때의 정경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두 사람.
아무도 들여가지 못 할 듯한, 완전한 세계.
살짝 소름 끼치는 굳은 주먹을 쥔 나를 본 세라피씨는 눈을 내리뜨고 말했다.
"그분을 사랑하고 있네요."
반사적으로 외쳤다.
의자에서 일어서서 테이블에 힘껏 팔을 내리쳤다.
"아니오!"
허용되지 않았다.
그것만은.
그런 비참한 감정으로 그 사람을 보고 있다니 용납될 수 없다.
"그는 고결한 기사입니다! 저는 그 주인. 리카르도의 눈부신 경건함에 제가 겨우 부응할 뿐입니다. 한점 흐림도 없는 그를 더럽히는 생각 따윈 하지 않습니다.!"
"하루카씨..."
리카르도가 상처받지 않을까.
리카르도가 요구한 것은 기사의 주인이니까.
나는 무엇이든 리카르도가 요구하는 사람으로서 있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
스승을 잃고서 생긴 가슴 속 구멍에 그가 스며들어 구멍을 막아 버렸다.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이다.
그러니 기사의 맹세를 한 그에게 부정한 생각 따위를 가져선 안 된다.
그런데.
... 그럴 터 인데.
그때 나의 가슴에 떠오른 발칙한 욕망은.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제발, 그 눈을 이쪽으로!
부디 나를 눈동자에 비춰 주세요!
당신의 옆에는 내가 있어야해요, 리카르도!
내가 의문도 없이 자기 것이라고 확신했던 그 눈에 누구를 비추고 있는건가요!
리카르도!!
제발.
이런 나를.
아, 나는 어리석은 소원을 가진 것일까.
진실은 이상과 거리가 멀다.
너무나 강한 감정에 눈을 피하고 싶어진다.
주저앉은 내 옆에 세라피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왜 그렇게 울 듯한 표정일까.
당신은 강한 여성인데.
"전, 형제와 함께 싸우겠다고 부모에게 알렸을 때 극심하게 반대되었습니다. 귀족의 딸로서 당연하다고 납득하지 않지만 이해는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지금은 반대한 부모님의 마음을 잘 알 것 같아요."
세라피씨의 강렬한 눈이 눈물로 뿌예졌다.
"하루카씨, 여자였군요."
나는 자신의 진짜 성별을 알아맞힌 그 말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성별을 알아맞힐 정도로 연약한 자신의 태도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
"얕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버려야 했던 건가요. 거기까지 하지 않으면 이 나라는 지키지 못하는 건가요."
마술사에게 성별 따윈 별 상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마술사 이외에게는 그렇지 않다.
완전한 남자 사회인 군인들이 내가 여자라는 것을 알고 따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도대체 누가 따를 까요?"
그렇기에 나는 거짓말을한다.
"언제까지 계속 할 생각인가요?"
그 물음은 너무나도 잔혹하게 울려퍼졌다.
묻는다면, 대답해야 한다.
대답하면, 그것은 선언이다.
얼버무릴만한 교활함이 나에겐 없었다.
답은 이미 나와 있으니까.
나는 방금 자각한 생각을 모두 눌러삼키고 말했다.
"언제까지나. 앞으로도."
그것이 내가 여기에 있는 의미라고 한다면.
나는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진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할 것이다.
세라피씨는 마침내 그 눈꼬리에서 한 방울 눈물을 흘렸다.
"남자였으면 하고 항상 생각하던 저입니다. 하루카씨가 하는 일에 개입할 생각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는 한 여성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약하지 않아요."
세라피씨가 원하던 모습은 지금의 나와 비슷했다는 건가.
남자와 섞이며 함께 싸우고, 지키기 위해서 방패가 된다.
그러나 그건, 그 세라피씨조차도 불쌍하다고 생각할 애처로운 모습일까.
나는 마침내 해답을 얻었다고 생각했지만, 또 다시 알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세라피씨. 당신 때문에 저는 망설임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저는 틀렸습니까? 이건 잘못 된 건가요? 이대로 가면 이 나라는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닌가요?"
"친구의 한 사람으로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나의 소중한 친구가 있는 그대로 있을 수 없다면, 그런 나라에는 가치가 없습니다."
그녀의 말은 정말 친절하게 내 마음을 도려 냈다.
"... 마중이 온 것 같습니다."
세라피씨가 바라보는 끝에는 나를 데리러 온 리카르도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지 못 했다.
"돌아갑니다"
세라피씨에게 등을 돌리고는 한번도 돌아보지 않고 리카르도가 있는 곳으로 걸어 갔다.
걸어가는 나의 등에 한없이 상냥한 말이 뒤쫓아 왔다.
"하루카씨의 길 끝이 밝고 희망에 차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알 수 없는 분위기를 느끼고 당황하는 리카르도 옆을 빠져나가 대문을 향해 간다.
뒤에 리카르도가 따라오는 기척을 느꼈다.
그것만으로 마음 편해 진다니, 분명 모두 속임수이리라.
"왜그러시나요, 하루카씨. 뭔가 불쾌한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모습이 이상한 나와 세라피씨를 보고, 리카르도가 물어왔다.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할 생각은 전혀 없다.
결의를 담아 뿌리치듯 힘차게 말했다.
"당신이 걱정할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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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 얌마 다 들켰어.
(순애 루트를 타!!!)
미소년: 읏......그래도..안돼...
(그럼 ...이세꼐이물이 아니잖아!!)
미남: 멍멍 주인님 왜 그래요? 멍
(뭘까..분위기가 이상하다......저 도둑고양이가 뭔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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