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제33화
책상 위에 있는 상자 하나에는 편지가 넘쳐 흐른다.
그 편지들은 모두 초대장이었다.
나는 그것들을 손에 들어 한 장 한 장 살피며 발신인의 이름을 떠올려가면서 선별한다.
마클레이드 파인 가, 바크서절가, 카라트 라바 가...공개 석상에 내가 모습을 드러낸 뒤 많은 명가가 관심을 갖고 있다.
그 수가 많은 것을 보고 확실한 반응을 느꼈다.
순조롭기 짝이 없다.
좋은 출발이다.
사람들에게 인지되는 수가 늘어나면 국가의 움직임도 가속화한다.
본래 가장 중요시해야 할 입장의 인간이 성 밖에 있다는 이 비정상적인 상황이 나의 위험을 증가시킨 큰 요인이다.
적절한 지위가 주어지면 주변의 부산한 움직임도 진정될 것이다.
안전의 확보도 더 확실히 할 수 있다.
막강한 힘이 있는 마술사는 국가에게 있어 바꿀 수 없는 무기와 같다.
국가는 위신을 걸고라도 지켜야 할 것이다.
아무튼 내가 정말 그럴 만한 마술사인지는 스스로도 의문스러운 대목이지만, 일단 일반적인 세상 사람들은 충분히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무기로 취급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지만, 위장인물 사살이라는 위험하고 매력적인 방안을 기각한 상태라면, 이 정도는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어떤 방법도 쓸 수가 없게 된 이상, 다음 나의 목적은 나라에 영웅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것이었다.
초대장 선택은 리카르도가 하고 있기에, 내가 할 일은 회장에서 서투른 짓을 하지 않도록 노력할 뿐이다.
종이를 이리저리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던 손이 멈췄다.
눈에 띄게 화사한 문자가 눈에 띄는 편지 하나를 집어든다.
『 세라피나·드레아굼·소루즈파라 』
잘 아는 이름에 무심코 입이 느슨해져 저절로 눈을 따라가다 보면 수신자에는 내 이름이 씌어 있었다.
나는 칼로 개봉하여 몇장의 편지를 훑어보았다.
잠시 뒤, 다 읽어 보니 평범한 내용이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세라피씨와의 거리가 가까운 것이 느껴져 반가웠다.
세라피씨와 이야기 할 때는 그리움에 사로잡힌다.
과거, 바로 곁에 있던 동성 친구와의 대화가 기억나는 것이다.
물론 내 친구는 귀족이나, 혹은 부자집 아가씨가 아니다.
하지만 말하는 어조는 달라도 소녀가 가진 특유의 기질은 어디에 가도 변하지 않는 듯했다.
나는 잃어버린 친구와 함께하던 때를 생각할 수 있었고, 세라피씨와 지내는 시간에 너무나 사치스러운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다.
세라피씨의 편지를 몇번이나 다시 읽고 있으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방에 울렸다.
명확하게 울리는 소리와 개인 차이를 보이는 노크소리에, 문 너머에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짐작이 갔다.
"들어오세요."
"실례합니다."
들어온 것은 예상대로 리카르도였다.
그는 내 얼굴을 보고 몸 걱정을 했다.
"아직 쉬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배워야 할 것이 많고 머리가 나쁜 것도 있어 무리하고 있기에, 컨디션을 무너뜨리기 쉽다.
방에 걸린 거울 한 구석에는 자신의 얼굴이 비치고 있었고, 축적된 피로가 해소되지 않은 것을 알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니요. 이제 괜찮아요. 그것보다 무슨 일 있나요?"
리카르도는 납득하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용건을 먼저 전하기로 한 듯 했다.
"이번 축하 파티 상대역의 일로 상담이 있습니다."
"아, 세라피씨에게 부탁하려고 생각하던 참이에요. 마침 편지도 받았으니, 답장하는 김에 상대역도 부탁할 수 있을지 물어볼까요."
리카르도가 말하고 있는 파티에 대해 떠올리고는 손에 들고 있는 편지를 보이며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이 조금 불만스러운 듯 변하는 것을 보고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어째선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자주 리카르도의 이런 반응을 본 것이다.
그것은 세라피씨와의 친교의 깊이를 그가 알게 되었을 때 가장 자주 일어났다.
신경을 더 썼어야 했다고 마음속으로 반성을 하고 있으니, 리카르도가 조금 눈에 힘을 주며 말한다.
"…최근 너무 자주 함께하지 않습니까.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소문을 낼지도 모릅니다."
그제서야 겨우 근본적인 잘못을 깨달았다.
자신의 외견상 성별이 남자임을 망각했던 것이다.
확실히 리카르도의 지적처럼 모르는 사람이 보면 세라피씨에게 다가가는 발칙한 놈처럼 비칠 것이다.
그래도 그 정도로 유혹 가능 할, 어설픈 사람은 아니겠지만.
진짜 성별에 대해서 그녀에게 말하는 게 좋을까.
상황이 진정되고 기회가 생긴다면, 세라피씨에게 말 할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지금 이 신변의 위기를 넘기면 말할까.
"유감입니다. 세라피씨라면 저도 마음이 편하지만. 그러나...그런 것을 진심으로 의심한 사람은 없지 않나요? 귀족과 평민입니다 가문이 허락할 리가 없겠죠."
"아니요. 소루즈파라 가는 검술로 유명한 군인 집안입니다. 그러므로 실력 주의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마술사가 지금까지 받아들여진 일은 없지만, 당주의 생각에 따라서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 귀찮네 "
무심코 토로한 심정에, 리카르도가 곤란한 얼굴을 했다.
귀찮지만, 나도 귀족 영애의 주위 평가가 어떻게 소문날지 짐작된다.
"하루카님"
"네. 하고 싶은 말은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공식 석상에서는 상대역을 부탁하는 횟수를 줄입시다."
리카르도의 말대로 한다고 하는데, 리카르도는 아직 마땅찮아 보였다.
"친구 교제 정도는 눈감아 주세요. 저는 세라피씨와 대화를 즐기고 싶습니다. 아니면 그것조차 문제인가요?"
이 정도로 분명히 단언한다면 리카르도는 그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아닙니다."
정말로 리카르도는 과도하게 걱정이 지나친 것이다.
내가 그녀의 친구라는 사실이 세라피씨를 해치는 요인 따위 되지 않을 것이다.
이 화제를 중단하기 위해서, 나는 하인에 음료를 부탁했다.
마음을 가라앉히기에는 따뜻한 홍차를 마시고 쉬는 게 제일이다.
그렇지만 리카르도는 건너 편 의자에 앉아 홍차를 마시면서도 그 머리 한 구석에서는 뭔가 생각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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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 크윽...감히...나의 미소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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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8. 1.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