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제32화
두 사람이 떠난 고요함과 을씨년스러움이 바람과 함께 옷을 뚫어 살갗에 닿았다.
"그라크 전을 만나고부터, 리카르도는 꽤나 변했습니다. 저는 그것을 환영하며 그를 바꿔준 당신을 보지는 못했지만 좋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과거형으로 한 말에 싫은 예감이 든다.
이어지는 말은 나쁜 것이리라.
한 박자 쉬고 나에 닿은 것은 단단한 광석 같은 차가운 목소리였다.
"이런 식으로 만나기 전 까지는"
나를 내려다보는 시선에 가슴이 술렁거란다.
이건 냉철한 평가를 내리는 눈이다.
"당신은 그야말로 먹이감이 된 짐승이다."
에이가벨 경은 사람 좋은 얼굴 따윈 벗어 던져, 표변한 태도와 차가운 말로 나에게 쏘아붙였다.
"무슨 뜻입니까?"
"이쪽
세상에 발을 들이면 안된다는 뜻이다, 그라크 전. 당신의 마술사로서의 활약을, 나는 이 눈으로 보고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세라피나 양에게 지지받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 였다면 여기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
예리한 말로 만들어진 칼날에 찢겨질 것 같다.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숨김없이 말한다니, 당당하게 보이는 태도를 만드는 것도 하지 못한 채, 냉수를 뒤집어쓴 기분이 되었다.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거절의 눈으로 다그치듯 에이가벨 경이 계속 말을 이었다.
"정말
당신이 자신의 실력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만큼 뛰어나다고 평가하고 있다면, 당당하게 왕궁에나 가면 됐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
이렇게 어정쩡하게 존재를 나타내는 일이야말로, 그 실력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이 나라에 확실히 당신의 존재는 필요할 것이다.
그라크 전이 자신의 힘에대한 부족함을 보충하기 위해 인맥을 얻으려는 것도 이 나라 사람으로서는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라고 그는 계속 말했다.
"그 때문에 리카르도를 이용한 일을 나는 허용할 수 없다."
에이가벨 경이 말하는 것은 모두 정론이었다.
지금 있는 선택 사항 중에서 더 이상 좋은 방법은 보이지 않았다.
나와 리카르도의 관계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내가 리카르도를 이용하는 모습으로 밖에 비치지 않을 것이다.
모든 표면적인 일,
즉, 나에 관한 사항은 리카르도가 맡은 일이다.
그것이 얼마나 그를 소모시킬까.
"거기까지 알고 있다면 왜 오늘 밤 초대를 해 주신 겁니까."
"나는 리카르도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을 시킨 인물을 인정한 것도 아니다."
거기까지 혹평한다면 역설적으로 웃기기 까지 한다.
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 보면 오늘의 나는 어릿광대나 다름없었다는 것일까.
"그렇게나 안 되는 건가요?"
"서민으로 생활하고 있고 처음 자리에서 있다면 허용 범위인지도 모른다. ...옆에 서는 것이 리카르도 아니라면."
그 말에 에이가벨 경이 어떻게 단둘이 되어서까지 직접 나에게 말하러 온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는 나의 방법도 수단도 목적도 인정하고 있지만, 리카르도를 이용한 일에 대해서 화를 내는 것이다.
"나는 그라크 전이 싫다."
밤의 이슬도 얼 정도로 우리 주위는 차가운 공기가 차오르고 있다.
나는 에이가벨 경이 가슴에 쌓고 있던 참을 수 없는 심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미 나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장소에 서 있기 때문이다.
숨겨지지 않는 감정의 말에 의해, 큰 타격을 입은 나.
그러나 그 전에, 에이가벨 경을 그렇게 만든 것은 나.
오로지, 리카르도를 염려하는 친구의 존재에 새삼 놀랐다.
"왜 나타났지. 당신을 위해서, 리카르도는 뼈를 깎는 것이다. 그렇다면 꽁꽁 싸매어져서, 숨겨져서 , 조용히 살면서 사랑을 하는 것 자체에 만족하면 되지 않나."
에이가벨 경은 나에게 다가오는 것도 꺼리지 않고 같은 장소에 선 채로 나에게 가시 돋친 말을 내뱉었다.
그것은 자칫하면 폭주하여 나에게 분노를 쏟아내 어떻게 굴복 시키려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런가, 리카르도의 친구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가.
리카르도의 저택에 언제까지나 숨어 있으면 되었다고.
혹은 모든 것에 귀를 막고 눈을 덮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마을로 돌아가면 좋았다고.
어쩌면 나는 크게 착각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도중인지도 모른다.
고민 고민하다가 대답을 찾지 못한 채 자신감도 없이 이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아간 발걸음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나는 무엇을 알려야 할지 잘 취사 선택하여, 성실하게 가장 깊숙이 박혀있는 감정을 찾아, 이 모습이 된 뒤 처음으로 언급했다.
나의 모든 행동의 근원은 여기에 있다고 꼽을 수 있다.
"언제나, 언제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엇 때문에 여기에 있는가. 나의 삶에 무슨 의미가 있는 가. 그것이 나의 불가피한 의무이며, 그렇기에 삶을 굽힐 수 없는 것입니다."
그 일에 쫓기고 있다고 말 해도 좋을 정도다.
잠 못 이루는 밤, 혹은 혼자있는 방 안에서,
끝없이 같은 일을 반복한다.
뭔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내가 이 세계에 소환된 운명이, 이 세상의 어딘가에.
"숨어지내는 생활에 행복이 있다면 그것이 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저밖에 못하는 역할이 있으면 피하는 것이 옳다고는 생각지 않게 되었습니다."
눈 앞의 청년은 피곤해서 보일 정도로 슬퍼하고 있었다.
이 사람은 총명하니까 나보다 훨씬 멀리까지 보이는 것이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말려들게 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 사람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까지 상처를 준다고.
"생각했기에 시작했습니다. 장래에 누구를 끌어들여도 멈출 수 없어요."
리카르도를 포기한다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리카르도가 그걸 원한다.
이제 나에게 필요한 사람이니까.
그렇게 내 가슴안에 생겨난 그 이외의 작은 감정에 대해서, 무의식적으로 외면했다.
"하지만...부디 에이가벨 경은 끝까지 리카르도의 친구로 있어 주세요."
"당신에게 그런 말 듣지 않아도 그럴거다."
에이가벨 경은 삐진 듯 팔짱을 끼고 외면했다.
나 자신은 미움을 받고 있지만 제대로 리카르도를 걱정하고 있는 에이가벨 경을 싫어할 수 없었다.
잠시동안의 침묵 후
뭔가 나름대로 감정을 털어낸 것인지, 깊은 한숨을 내쉬고 그가 말했다.
"이번에 만날 때 각오해 뒀었지만, 리카르도의 멋짐을 당신에게 말할 필요가 있었다. 그것을 알고 조금은 주인에 걸맞게 되도록 노력 하는 게 좋다."
"아아, 그건 알고있어요. 저도 잘 부탁 드립니다."
뻔뻔스러운 태도에 에이가벨 경은 눈을 반쯤 뜨고 노려보았다.
"미안하지만, 한대 때리게 해 주지 않겠나."
"그만둬라. 그 전에 내가 너를 쓰러뜨릴 테니까."
그 목소리의 방향으로 얼굴을 돌리면 돌아오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리카르도는 마지막 에이가벨 경의 말만 들었 던 듯 기분 안 좋아 보이는 얼굴로 에이가벨 경을 째려보고 있었다.
"농담이야. 서로 꽤 친해졌어."
"그것은 기쁜 일이네요. 박제, 정말 정말 정말 볼 만했어요. 좋은 것을 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분 좋은 세라피씨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렇게 말해 주어서 좋지않았던 리카르도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기뻐 해 주셔서 다행입니다. ...이제 홀로 돌아가야 겠군요. 여러분, 부디 계속 즐기십시오."
에이가벨 경이 시간을 신경 쓰고 자리를 뜬다.
그가 떠나며 한마디를 남기고 갔다.
"그라크 전, 나는 그레이엄라고 불러도 상관 없어"
뭔가 내가 말하기 전에 바로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레이엄은 당신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네요."
그가 이름을 허용한 것은 나를 인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리카르도 때문일 것이다.
조금 전까지의 대화를 전혀 모르고 그렇게 말하는 리카르도에게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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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나아아아아으 친구의 주인이이이이 되어었따면서!! 그으으으런 !!!
우리 미남이가 얼마나 멋찐데!!! 게다가 마음껏 부려먹꼬!!!
미남: 뭐하냐
친구: 앗! 우리 친해요^^ 리카르도 충성충성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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