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8. 7. 31. 10:38

새벽녘


제30화

혼잡한 인파를 피해 정원 쪽으로 이동하자 비로소 주위의 눈도 없어져,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을 만한 장소를 찾아낼 수 있었다.

친구와 대화를 시작한 한나씨와 떨어진 리카르도가 우리가 있는 방향에 사람이 오지 않는지 지켜보고 있다.
크게 심호릅을 하자 익숙하지않은 자세와 긴장에 의해 굳어진 몸을 겨우 풀 수 있었다.

"아, 피곤했다"

입을 열자 저절로 입에서 튀어나온 솔직한 소감에 세라피씨가 미소지었다.

"아주 당당하고, 훌륭했어요. 에이가벨 경에 대한 인사도 제대로 했었고, 이런 자리에 처음 참석하신 분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을거에요. "
"세라피씨는 저를 기쁘게 하는 것을 잘하시네요."
"저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사람에게 익숙하지 않다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알아채기 쉬운 것이니까요."

세라피씨는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은 긴장해서 떨렸다.
내 마음의 버팀목이 된 것은 옆에 있는 세라피씨와 리카르도의 존재였다.
내가 뭔가 실패할 만한 징후가 있다면 그들이 재빨리 정확하게 도와줬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그 안심감에 가까스로 허세를 부릴 만한 기력을 가질 수 있었다.

"세라피씨 덕분이에요. 곁에 있어 주신 덕분에 꽤 마음이 편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인사를 들을 정도의 일은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웃으며 겸손하게 말하지만, 아무리 감사해도 모자랄 정도였다.
차가운 밤 바람이 흥분과 긴장으로 달아오른 몸을 쓸어줘서 기분이 좋다.
계속 여기서 쉬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금방 돌아가야겠지요. ...『 전부 감자 』도 믿을 수 없고."

혼잣말로 말했지만, 이상한 울림의 말을 감지한 세라피씨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감자...는 무엇입니까?"
"채소의 이름입니다. 속으로 그 말을 반복하면, 주위 사람이 불가사의라고 그 채소로 보여 긴장하지 않게 된다는 허무맹랑한 주술입니다."

의미를 이해한 세라피씨는 입가를 누르고 작은 목소리로 웃었다.

"후후훗! 하루카씨의 눈에는 아그네스타 각하도 로헤디 각하도 에이가벨 경도 모두 채소로 보인 것이군요!"

정말 즐거운 일을 알게되었다는 듯이 눈을 빛내는 세라피씨는 그 커다란 파티장에서 늠름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보통 소녀 같았다.

신이 난 나는 집게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짐짓 심각한 얼굴로 덧붙였다.

"이건 굉장한 비술입니다. 결코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되는 거에요."
"물론이에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어요! 맹세하죠."

세라피씨가 신분의 벽도 만들지 않고 대해주어, 나는 어린 친구를 가진 것 같아 기쁘게 생각했다.
둘이서 얼굴을 마주보며 그런 사소한 일로 웃으면 기분이 좋다.

"이런 곳에 있었는가. 찾았다구"

낯선 남자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면 오늘의 주역인 에이가벨 경이 리카르도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그래험이 이런 곳에서 농땡이를 쳐도 괜찮은 건가?"

에이가벨 경에게 대답한 리카르도는 평소보다 꽤 스스럼없는 말투였다.
본인은 교류가 있다고 말했었을 뿐이었지만, 그 모습을 보니 친구인 듯하다.

신분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카르도의 약간 무례할 수도 있는 태도에 놀랐다.

"두 사람은 꽤 사이가 좋군요 "
"네. 기사를 목표로 삼고 그 길을 함께하게 되면서 형제처럼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해요. "

에이가벨 경은 햇볕에 그을은 피부와 초록색을 띤 눈을 가진 청년이었다.
그 단련된 몸은 표범 같거나, 혹은 유연한 강철 같은 인상을 주었다.

"리카르도씨의 옛날 이야기라도 들어주면 어떨까요. 상냥한 분이니까, 분명히 기꺼이 이야기 하실거에요. "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저는 그의 일을 알고 있는 것처럼 당연하게 곁에 있지만, 거의 아무것도 모르고 있으니까요."
"알고 싶다면 이제라도 알면 좋을 거예요."
"...그렇군요 "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바람을 타고 파티회장의 번화한 목소리가 귀에 닿는다.
아주 조금 떨어졌을 뿐인데 여기는 회장과 달리 꽤 어둡게 느껴진다.

"이상하네요. 저토록 찬란한데."
"저 곳은 무대 위인걸요."

분명하게 단언한 세라피씨의 비유는 참으로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모두 저마다의 역할을 맡고 있는 무대 위예요. 하지만 그 이면에서 이 나라의 모든 것과 연결이 되죠. 보이지 않는 곳을 내다보지 않으면 모르는 사이에 희극과 비극을 연기하게 될지 모릅니다. 혹은 모든 것을 손안에서 춤추게 할 수도 있겠죠 "

세라피씨는 아무런 감회도 담지 않고 담담하게 사실만 말했다.

"세라피씨는 연기하는 사람과 연기하게 하는 사람, 어느 쪽입니까?"
"각본도 자신의 의지로 바꾸는 월등하게 여배우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것이라면 이미 달성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쪽은 겨우 무대에 서는 것이 허용된 풋내기의 몸이다.
미숙한 눈으로는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넓고 깊은 세계가 있을 것이다.

세라피씨의 이야기를 마음속으로 조용히 곱씹고 있자니, 우리 이야기의 끝 나는 것을 저울질했는지 그때까지 떨어져 있던 에이가벨 경이 다가왔다.

"야회는 즐기셨습니까?"
"네. 물론이죠"
"그거 다행이군요. 아까 홀에서 만났을 때는 천천히 얘기할 시간이 없었으니까요."
"일부러 찾으신 건가요?"
"마침 저도 좀 쉬려던 참이어서요. 리카르도가 보여서 이쪽으로 와보니 두 사람의 모습도 있어서, 중간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즐겁게 웃으며 말 하는 모습에서 친근한 성품을 느꼈다.

"다시한번 초대에 감사 드립니다."
"저야말로, 리카르도의 은인이라면 제가 제일 먼저 초대해야 합니다. 참가해 주셔서 기쁩니다."

리카르도는 에이가벨 경의 옆에서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다.
내가 오늘 참석한 것도 그가 리카르도의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에이가벨 경은 근위 기사라는 명예로운 직업을 갖고 있어 수도에서 꼼짝 못하고 있었지만, 리카르도가 전장에 가 있을 때 계속 걱정하고 있었다고 한다.

"세라피나 아가씨도 오랜만입니다"
"오늘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는 세라피씨로 시선을 옮기고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생각 났다는 듯 말했다.

"맞아. 만나면 꼭 말하려고 했습니다. 세라피나 양이 예전에 보고 싶어 했던 금공작 박제가 지금 아버지의 수중에 있는 것 같은데, 보시겠습니까?"

금공작은 먼 이국에 살고 있는, 꼬리 날개에 아름다운 금빛을 가진, 이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귀한 새다.
세라피씨는 정말 그 새에 관심이 많았던 듯 그 말에 눈을 반짝였다.

"어머, 정말인가요?꼭 보고 싶어요 "
"분명, 볼 만한 가치가 있을겁니다. "

기뻐하는 그녀의 반응에 기분이 좋아보이는 에이가벨 경이었지만 뭔가 짚이는 것이 있는 듯 표정이 흐려졌다.

"아...어쩌죠. 조금 떨어진 안쪽 방에 장식해 놓고 있습니다만, 저는 여기를 빠져나갈 수 없으니....리카르도, 부탁할 수 있을까? 본 적 있었을 테니까."

리카르도는 에이가벨 경의 얼굴을 빤히 보면서 세라피씨를 안내하는 것을 승낙했다.

"상관 없어."
"부탁해"
"그럼, 이쪽으로."


세라피씨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즐거워하며 리카르도 뒤를 따라갔다.
그것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려고 한 나의 팔을 에이가벨경이 붙잡았다.

"그라크전은 여기에. 저와 좀 더 함께 하도록 하죠."

그는 입이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눈은 놀라울 정도로 얼어붙은 차가움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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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어  딜 도  망 가


미남을 항상 생각하고 걱정하는 친구는 과연 미소년을 어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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