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8. 7. 31. 10:37


새벽녘


제29화*




벽에 기대어 얼굴의 붉은 빛을 속이려 고개를 숙였지만, 모든 의식은 소년 모습의 마술사에게 달려간 청년들을 향한다.

잘 보면 청년 중 한 사람은 오른팔이 의수인 듯 어색한 움직임을 하고 있었다.
군복을 입은 청년 한명은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가리고 있었다.
말하는 내용은 들리지 않지만, 그 기쁨은 보고 있는 자신에게도 전해질 정도였다.

그런다.
그들은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다.


청년들에게 둘러싸여 그들을 올려다보는 소년은 잔잔하게 그들의 무사를 함께 기뻐하고 있다.
거기에는 열광도, 한점 흐림 없는 빛도, 특별한 강력함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구한 사람과 구원된 사람이 있고 그 관계를 누구도 짓밟지 않고 기리고 있다.
틀림없이 그들의 영웅이다.

나는 그 말이 뜻하는 무게를 몰랐던 자신을 깨달았다.
왜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곁에 있을 수 있다는 자만을 했던 것일까.

그 사람 곁에는 지금의 청년들 밖에 접근 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은 먼발치에 서서 그러면서도 그 모습을 눈을 떼지 않고 관찰하고 있다.

나는 그 다른 사람 중 한명에 불과했다.
잠시 그 사이에 아버지와 함께 휩쓸렸지만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말과 생각이 내 안에 생겨났다.

얼굴을 올린다.
아직 붉은 빛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이 보기 흉한 모습이야말로 지금 나의 바른 모습이다.

"아버지, 가자."
"그, 래.."

당황하는 아버지를 선도하며 나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청년들은 나와 아버지의 신분 때문인지 신속하게 그들이 함께 있던 그 분 옆을 내주고 사람 속으로 사라졌다.
방해할 생각 따위 없이, 이야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릴 생각이었던 것인지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누군가를 배려한다는 생각 따위 한 적이 없었던 자신을 알고 있었기에 그 감정에 스스로도 놀랐다.

세라피나양이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탐구하듯 바라봤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거리낄 일이 없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한 뒤, 블럼디 경과 이름 모를 그 분에게 나는 자연스럽게 머리를 낮췄다.

"요전에는 불쾌하게 해 버려서 죄송합니다. 저의 얕은 생각을 돌이켜보면 저 스스로가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솔직하게 사과하고 있는 것을 본 아버지는 지금이 블럼디 경의 분노를 푸는 호기로 생각한 듯했다.

"블럼디 경, 이 아들도 반성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아버지가 용서를 구한 탓에 성심 성의 것 말한 사의가 왠지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블럼디 경이 우리를 어찌할지 옆에 묻는다.
질문을 받자, 머리를 끌어내리고 있는 나에게로, 그 분이 말했다.

"고개를 들어 주세요. 사실 저도 라이달님께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있어서요."
"네...?"

얼굴을 들면 순진한 미소와 곧게 세운 세 개의 손가락이 눈에 비쳤다.

"하나. 라이달님께 제 소개를 하지 않은 것. 둘. 오해를 알고 있지만 바로잡지 못한 것. 셋. 사사받고 싶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답을 돌려주지 않은 것. 용서해 주시겠습니까?"

"그것은...물론입니다"

본디 자신이 저택에 침입한 것이 발단인 것이니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도 라이달님의 일을 용서하지 않은 수는 없습니다. 이것으로 서로 흘려버리도록 하죠 "

천연덕스러운 모습에 이쪽이 맥이 빠지고 만다.
아니, 다르다.
한방 먹은 것이다.

"제 이름은 하루카, 그라크 라고 합니다. 그런데...라이달님, 세번째 대답은 지금 해야 하나요?"

미소를 무너뜨리지 않은 채 그라크님은 나에게 물었다.
그 답은 물어볼 것도 없이 나 스스로 알고 있었다.

"아뇨"
"알겠습니다. 이대로 답하지 않고 지냅시다. 목표를 빨리 찾을 수 있도록 기원합니다."

분명 좀 전까지 고민하고 있던 나 자신이 있었을 텐데, 그라크님과 말을 나눈 후에는 이상하게도 가슴이 가벼워지고 있었다.

나는 이분을 정말 좋아하는데, 내가 그분 곁에 있는 것이 허용 될 가능성을 스스로 현저히 낮춘 것이 너무나도 아쉽다.

"과연 영웅이라고 이름을 떨치신 분이시다. 마음이 넓다!"

아버지가 호들갑스럽게 놀라며 감격한다.
굳이 익살스럽게 행동함으로써 상대방과의 거리를 줄이는 것이 아버지가 주로하는 행동이었지만 이번에는 실수였다.

지금까지 온화하게 추이를 지켜보던 세라피나양이 아버지의 반응을 보고 차가운 빛을 눈에 머금은 것이다.
아버지의 바닥이 얕은 것을 알려버린게 확실하다.

"아그네스타 각하.  환담 중에 죄송하지만 하루카씨를 빌려도 될까요? 친구에게 꼭 하루카 씨를 소개하고 싶어서요. "
"그렇습니까, 또 시간이 있으면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그럼 기회가 있다면, 또. 자, 세라피 씨 갑시다."

그라크님은 세라피나 양과 블럼디 경과 함께 사람들의 호기심 가득한 시선을 끌면서 당당하게 걸어갔다.

"역시 블럼디 경은 방심할 수 없구나. 일찌감치 도망가는 쓸모 없는 궁정 마술사보다 그 한 명을 군에 넣어 두면 얼마나 사기가 오를까? 향후에 그와 접촉하고 싶은 인물은 자연스럽게 블럼디 경에도 다가가게 되겠지."

아버지의 억울한 듯한 목소리가 들렸으나, 그런 계산을 하고 조급하게 거리를 단축하려 하니 똑똑한 세라피나 양이 눈치채고 피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그 사람이
그 소년이
그 마술사가
그 사람이야말로


웅성대는 주위의 중얼거림 따위 전혀 개의치 않으면서

불과 꽃을 감싼 그는

그저 잔잔하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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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핫...탐난다!


미녀: 어딜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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