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8. 7. 31. 10:36

새벽녘



제27화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나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며 창밖과 리카르도의 얼굴을 무의미하게 몇번이나 왕복하며 바라보았다.


내가 지금 입고 있는 것은 평소의 어두운 로브가 아니라 화려한 마법사용 정장이다.


목깃이 세워지고 기장이 긴 상의는 몸을 숨기는 것을 주체로 하고있고, 독특한 문양이 그려져 있다.

섬세한 자수는 전체에 아로새겨져 있어 다른 사람의 눈길을 끌 것이다.



한편 

리카르도는 기사용 정장이다.

기사에게만 허용하는 검을 모티브로 한 계급장이 어둠 속에서도 빛나고 있다.


나에게도 군인으로서의 정장이 있지만, 그것은 군의 소속이라는 것이 강조가 되기에, 마술사로서의 나를 강조하겠다는 의도로 굳이 마술사 같은 옷을 고른 것이다.



목적지는 공작인 에이가벨가(家)가 주최하는 야회 행사장.

삼남의 생일 파티가 주요 내용이지만, 귀환한 에이가벨가 관계자의 무사를 축하하는 뜻도 담고 있는 모임이다.


그러므로 에이가벨가와 친한 사람들과 , 동시에 군사 관계자가 많이 모이는 것이다.

전사자 유족을 배려하고자, 후자의 이유는 드러내지는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아마, 시작으로 삼기에는 리카르도가 준비해 준 최적의 장소이다.

공작의 지인들에게 얼굴을 알리는 것도 되고, 내 얼굴을 아는 군인도 참석하고 있을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창문 밖으로 보이는 포석이 깔린 길은 그 회장으로 향하고 있지는 않다.

그 전에 우선, 오늘 밤의 상대를 데리러 가야한다.


"아, 상대방은 정말 나로 괜찮다고 하는 건가요?"


그렇지만 무심코 이제 코앞임에도 불구하고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나를 안심시키듯 리카르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네. 틀림없습니다. 세라피나양은 약속을 어기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인 분이니, 한번 승낙한 일은 확실히 지킬겁니다. "


소루즈파라 후작가의 홍일점.

4명의 오빠를 가진 막내딸은 어린데도 이미 사교계에서도 아름다움으로 유명한 것 같다.

가족 구성상, 맹목적으로 사랑받고 있는게 확실하다.


그런 분이 나 같은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르는 수상한 인간의 상대를 맡는 것은 기적에 가까울 것이다.

마차는 속도를 늦추고 큰 집의 문을 통과해 그 집의 가족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도착했네요. 아, 밖에서 기다려 준 것 같습니다."


나는 리카르도의 시선의 끝을 따라가, 큰 문 앞에 선 두 여성을 보았다.


차분한 분위기를 가진, 은색에 가까운 색이 옅은 머리칼을 가진 여성은 리카르도의 상대역을 맡아 줄 예정인 한나 하이아레이 백작 영애다.


나는 그 옆에 선 소녀에게 눈을 빼앗겼다.

요염하게 빛나는 금발은 오늘 밤을 위해 장식된 소녀의 가냘픈 목덜미를 부각시키고,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눈은 수정처럼 빛나고 있다.

온기를 느끼게 하는 아주 얇은 살색으로 장식된 피부 위에 완벽한 형태의 싱싱한 입술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결점 따위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고, 단지 아름답다는 말이 저절로 떠오를 뿐이었다.


이 분이 세라피나양.

소문 이상의 꽃이다.


몇 년이 지나면, 

아니, 지금 시점에서조차 미소 하나로 불쌍한 남자를 포로로 사로잡아 버릴 것이다.


마차에서 내린 나는 둘에 가까이 다가가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소루즈파라님, 하이아레이님. 하루카 그라크 라고 합니다. 오늘밤은 잘 부탁 드립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하루카씨. 오늘밤 상대를 하는데 님이라고 하는 것은 딱딱하네요. 세라피라고 해 주세요."

"하루카씨, 처음 뵙겠습니다. 그럼 저도 한나라고 불러주세요,"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세라피나양의 눈과 한나 양의 엷은 미소에 이길 자는 없을 것이다.

거스르지도 못하고 나는 바로 백기를 올리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세라피씨, 한나씨로 부르겠습니다"

"네"


세라피씨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리카르도도 둘과 이야기를 나눴고 말벗이 되어 주는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한다.


몇번이나 만난 친한 사이일 것이다.

리카르도의 회화에서 익숙한 분위기를 느꼈다.

이제 한나씨와 리카르도는 다른 마차에 올라  마차 두대로 회장에 가게 되었다.


나와 세라피씨를 태운 마차가 달리기 시작하면 , 좁은 마차 안에서 밀착하여 앉고 있던 세라피씨가 기쁜듯이 내게 이야기했다.


"계속 뵙고 싶었어요. 저의 셋째 오빠도 하루카씨와 같은 장소에서 싸우고 있었다고 하던데요?"

"그랬습니까"

"네. 파티 상대의 이야기, 제안은 리카르도씨가 한것이지만 제가 희망했던 것이에요."


처음 듣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걸로 그녀가 내 상대역을 맡아 준 이유도 알게되었다.


"여자이기 때문에 오빠와 함께 나라를 위해서 싸우는 일도 할 수 없어, 기도를 할 뿐인 나날이었습니다. 남자라면 칼을 들고 싸웠을 텐데요."


이 아름다움을 지니면서 그녀는 씩씩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억울함이 배어나는 얼굴을 보니, 정말 그녀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군인으로서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세라피씨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분명 저는 세라피씨의 부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겠네요. 우수한 군인일 테니까요."


세라피씨는 그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놀랐다.


"음, 하루카씨가 그렇게 말해 주니 기쁘네요. 그래서...이번 일, 정말 기쁩니다. 전장에도 못 나갔던 나에게 싸울 수 있는 장소가 주어진 것이니까요."


세라피씨가 사자처럼 웃었다.


분명, 그녀는 내가 나서는 일의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하게 될 일의 이익도, 폄하되는 일의 불이익도.


"나를 그렇게 순순히 믿어 버려도 괜찮은 건가요?"


"블럼 디 경을 믿는 나를 믿고 있습니다. 하루카씨도 오늘 만나보니 신용할 만한 분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사람을 보는 눈에는 자신이 있습니다. 그리고...우리 가문은 제가 어찌하는 것 정도로 흔들리는 역사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게 단정하는 것은 분명 나의 불안을 모두 내다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보다 훨씬 연하일 텐데, 이 강렬함 이라니, 훌륭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아, 왜 이렇게도 아름다운 것인가.

나는 짧은 시간 동안 완전히 그녀의 신봉자가 되어 버렸다.


"세라피나님. 오늘 밤 그대와 함께 할 수 있어 감사드립니다."


나는 커다란 꽃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그 꽃은 꽃잎 밑에 칼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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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소리야


뭔가 꾸미는 건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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