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제14화
인기척이 적어진 큰길을 혼자 걷는다.
계속되는 포석이 깔린 길은 자신의 발소리를 차갑게 울려 퍼뜨린다.
서두르지 않으면 날이 저물고 만다.
가로등이 있는 시내라면 걸을 수 있지만 집 주변에는 불이 없다.
최악 깜깜한 길을 걷게 된다.
이렇게까지 늦게 돌아갈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그만 오래 있고 말았다.
기계적으로 발을 놀리며 귀가했을 때 저택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했다.
알프는 틀림없이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나에게 딸린 하인이니까.
파레리씨는 상냥한 여성이니 분명 평범하게 걱정해 줄 것이다.
그 밖에도 집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은 모두 친절하게 해 주니, 돌아가면 폐를 끼친 것에 사과해야겠다.
리카르도는 어떨까.
나는 그 사람에 대해 정말 모르겠다.
그가 나에게 그런 주술을 쓴 이유도 모르고, 그 사람과는 근본적으로 태생부터 차이가 있는지라 잘 모르겠다.
왜 나를 주인으로 했는지, 그런 강한 감정은 내가 아는 것이 아니어서 이해할 수 없었다.
귀족 사회에서 살아오던 사람들은 겉보기로는 깨끗하기에 당황스럽다.
그 말이 본심인지 빈말인지 알 수 없다.
내용물을 보는 견해를 잘 모르겠는 것이다.
시간을 두고 인연을 만들면 쉽게 알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리카르도는 나보다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것에 매달리고 있다.
그것을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리카르도의 사정이 있다면 내 사정도 있다.
왜 집에서 흔쾌히 나가게 해 주지 않는 것일까.
알프가 그렇게까지 분명하게 외출을 거절했으니 반드시 고용주인 리카르도로부터 지시가 있었던 것이 확실하다.
그의 사정만이 강요되는 기분이 됐다.
확실히 리카르도는 나에게 아주 좋은 치료 환경을 제공했지만 딱히 나는 그 병원에 있었더라도 잘 되었을 것이고.
..아니 이건 마치 삐진 아이 같지 않은가.
자신의 행동과 사고를 돌아보고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그는 충분히 잘해 주고 있고 내가 그를 이해 할 수 없는 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다.
모든 것은 나 스스로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에게 어떻게 접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본심을 숨기고 있다.
그리고 의구심에 빠졌다.
이래서는 자신에게 주의를 돌리기 위해 가출소년일 뿐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그를 평가한다고 생각했는데, 무의식 중에 자신은 나쁜 쪽에만 눈을 돌리고 있었다.
모르는 인물에게서 거리를 두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방적인 예측만으로 사람을 경시하는 것은 안 되는 일이다.
잘못된 억측뿐인 태도로 대하면 회복이 어려울 정도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나는 지금 상황에 초조해 하고 있는 것 같다.
타인을 배려할 여유가 없다.
게다가 감정적인 행동하고 있다.
마음대로 밖에 나가면 피해를 입을 사람이 반드시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혼자서 자신의 미숙함을 크게 부끄러워하고 있노라니 멀리서 누군가가 내 이름을 소리 쳤다.
"하루카님!"
달콤하면서 부드럽고 하지만 어딘가 차가우면서도 언제까지나 듣고 싶다고 느껴지는 바람 같은 그 목소리가 지금은 절박감에 가득차 비통하게 들렸다.
전방에서 나를 향해 일직선으로, 그가 달려온다.
"리카르도"
나는 그 고통스러운 표정에, 무심코 그의 이름을 중얼거린다.
그는 얼마나 달렸는지, 폭포 같은 땀을 흘렸다.
평소의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다.
숨을 몰아쉬는 모습으로,
흙먼지로 심하게 더러워진 모습으로,
한눈도 팔지 않고 어린애처럼 나를 시선으로 꿰뚫는다.
리카르도는 내 앞에 서서 불안에 찬 눈으로 내 온몸을 살핀다
내가 부상을 입지 않았는 지 확인하다.
몸도 손도 발도 상처 하나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의 바보같은 얼굴을 살폈다.
그리고 나의 손을 리카르도의 큰 손바닥으로 감싸며 기도를 올리듯이 그의 이마에 바짝 붙였다.
"...무사해서.."
희미한 목소리로 흘러나온 것은 어디까지나 순수하게 나를 걱정하는 마음.
나는 그 순간 계속 의문으로 여겼던 리카르도의 일부를 알게 되었다.
그는 나에게 의존하고 있다.
누가 상상할 수나 있을 것인가.
모든 것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이 사람이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나에게 그런 감정을 가진다니.
병아리가 어미 새에게 의존하듯 그는 나를 의지하고 있다.
평소보다 작게 보이는 리카르도의 몸을 놀란 눈으로 봤다.
그렇다면, 내가 지니고 있던 의혹은 정말 쓸데없는 것이었다.
리카르도가 나를 배신할리가 없다.
그는 내가 필요하니까.
잡은 손을 풀고 키차이로 인해 나를 내려다봤다.
"찾고있었습니다. 이 마을은 지금,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때로는 희생자조차 발생합니다.
불만도 있겠지만, 부디 돌아와주세요."
곧은 눈이었다.
그 병원에서 나에게 충성하는 온몸으로 드러내던 그 의지를 드디어 나는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오늘의 행동은 최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리카르도를 믿고 있지 않다고 선언해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죄송합니다. 마음대로 벗어나서."
내가 꺼낸 사과의 말을 리카르도는 고개를 흔들며 거부했다.
내가 무사한 것을 안 그는 안심한 표정을 짓고 있다.
노출된 극채색의 감정은 언제나 표정에 드러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 생생함이 눈에 새겨져서 떠나지 않는다.
"아니요. 하루카님이 사과할 필요는 하나도 없습니다. 하루카님을 만족시키지 못 했던 제가 용서를 구해야 하지요."
주인에게 사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기사도 정신에 따른 것일까.
하지만 이번 일은 아무래도 내가 나쁘다.
그를 얕보는 어린아이가 되고 싶지 않다.
"그렇지 않아요 리카르도. 이것은 저의 잘못이라고 자각하고 있습니다. 저의 제멋대로의 행동으로 당신을 걱정시키고 말았습니다. 저의 사과를 받아 주지 않겠습니까? 리카르도가 저의 잘못조차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저는 이 일로 나가야만 합니다"
"... 그럼,용서하겠습니다. 하루카님이 말씀하신 죄를 전부, 저의 이름으로. "
완고한 나의 주장에 꺾여 준 리카르도가 가슴에 손을 얹으며 무겁게 말했다.
지금의 대화로 문득 주종 둘다 깐깐하고 고지식한 성격이라고 깨닫는다.
의외로, 그와 친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주 조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리카르도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 비호 욕구와도 비슷한 감정이 끓어오른다.
이 세상에 와서 진실로 나를 인연을 맺은 사람 따윈 없었다.
스스로 거부해 온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나를 원한다면, 리카르도가 팔을 뻗는다면, 함께하는 것 또한 하나의 재미다.
잠시 마음속으로 그에 맞는 말을 찾다가 하늘의 계시처럼 내려온 한 단어를 적용시켰다.
그래.
『동생』처럼
리카르도를 소중히 여기자.
아니, 리카르도쪽이 연상이라고 하는 것은 사소한 일이다.
그냥 비유다.
리카르도와의 관계를 잘 생각하고 가장 가까운 관계로 바꾼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가족처럼 그를 사랑한다.
변함 없는 친구가 된다.
나는 그와 주종을 맺고서 처음으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미소를 지었다.
"벌써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함께 돌아갑시다"
눈 앞에서 그런 결의가 있었던 일도 모르는 리카르도는 내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보다가 덩달아 활짝 웃었다.
"...네"
그의, 넋을 빼앗는 마성의 얼굴도, 가족으로서 보자면 천사의 사랑스런 얼굴로 보였다.
노을진 하늘 아래 두사람의 발소리가 울렸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무엇이 옳은지는 모른다.
그러나 두 사람의 거리가 확실히 변화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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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을 찾아 헤메이는 땀투성이 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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