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제16화
여전히 방과 저택의 주위만 오갈 뿐인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바뀐 것을 말하자면, 감금하고 있는 듯한 폐쇄감이 사라진 것일까.
걱정하는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얌전하게 집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약간의 불편함도 받아들여졌다.
마당에 나가자 건조한 공기가 휘몰아친다.
이곳의 계절은 습도만 변한다.
극단적인 더위도 추위도 없이 그저 건기와 우기 같은 시기에 맞추어 식물들의 양상이 바뀌어 가는 것이다.
이제 건조에 강한 식물들이 돋보이는 계절이 될 것이다.
그 후에는 호우가 잦은 우기가 찾아온다.
이 계절에 밖에 구하기 힘든 약초를 구입하고 싶은데 부탁하면 누군가 대신 구입해 주는 걸까.
아즈리 꽃이 한창이어서 오솔길을 물들인다.
꽃잎이 찻잎을 변색시키기 전에 정원사가 잘라낸다.
발걸음을 옮기면 저번에 일어설 때 지탱했던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며 수근거린다.
별반 달라진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뒤에 있던 알프가 갑자기 앞으로 나섰다.
표정은 굳어있어서, 나의 외출을 거절했을 때 보였던 차가움을 느꼈다.
나무를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돌리면서 몸으로는 나무에게서 나를 숨기는 듯이 했다..
장소도, 곁에 있는 사람도, 전혀 달랐지만, 알프에게서 느끼는 긴장감이 나를 단숨에 전쟁터로 되돌렸다.
위험이 닥칠 가능성이 있다.
상황을 파악하고 즉시 전투 준비를 한다.
나는 전방을 제외한 나머지영역을 살피고 사람이 숨을 만한 곳에 의식을 돌리며 빠르게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가장 빠른 효과를 얻을 만한 방법을 골라 언제든지 쏠 수 있는 상태로 만든다.
경종 같은 심장 소리가 귀 안을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나뭇가지가 부자연스럽게 휘어있다.
누군가가 그 속에 숨어 있다.
"누구냐!"
알프가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었다.
숨어 있는 것이 들통나자, 가지 사이로 당황한 움직임을 보이는 검은 그림자가 보인다.
주위에 눈을 돌렸지만 다른 움직임은 없다.
단독범인 모양이다.
잠시동안 나무 위에서 발버둥치던 그 그림자는 알프의 시선이 전혀 빗나가지 않는 것에 포기했는지 땅에 내려왔다.
얼굴과 체격은 소년과 청년 사이 정도의 어린 느낌이고, 머리는 금색, 눈은 초록색.
마술사가 작업복으로 선호하는 로브를 걸치고 있다.
옷감의 재질로 판단하기에는 비싼 로브이다.
숨기는 것을 상정하지 않은 모습에 나의 긴장이 풀렸다.
"아야, 아파라..착지 실패했다."
그러면서 발목을 쓰다듬으며 통증을 누그러뜨리는 모습이 무방비하다.
알프는 시선만 나를 향해 돌리고 어찌해야 할지 물어왔다.
괴한은 경계되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듯, 한가한 보습으로 아직도 발목을 쓰다듬고 있다.
해가 없는 듯했지만 나도 말을 꺼내지 않고 목을 끄덕여 알프에게 답했다.
"누구냐"
알프의 물음에 괴한은 꼿꼿이 서서 어울리지 않는 예의로 차렸다.
"아, 이런 곳에서 실례했습니다. 저는 마술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 라이달·레이스 라고 합니다. 당신들은 이 저택의 사용인가요 "
"그렇다면 어쩔껀가. 오늘 손님의 예정은 없다."
겨우 이쪽이 험한 시선을 내보이고 있는 것을 깨달은 라이달이라고 밝힌 그는 곤란한 듯이 머리를 숙인다.
의젓하면서도 느껴지는 품위는 교육을 받은 증거이다.
"죄송합니다, 한번 정면으로 와봤지만 거절당해서요. 이렇게 무례하지만 벽을 타고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용건은"
그 한마디에 라이달은 순간 눈을 빛내고 흥분하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아! 그런데요! 이쪽에 그 고명한, 헤다리온의 영웅이 묵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부디 사사받고자 이렇게 왔습니다. 제발 만나게 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헤다리온의 영웅?
그것은 최근 들었던 그 일일까.
그것이 왜 이 상황에서 나올 것일까.
알프는 기묘하게 몸을 굳어지더니, 잠 자는 호랑이의 눈앞을 가로지르듯이 신중하게 살짝 물었다.
"어디서 그 말을?"
"헤다리온에 부임한 분들이 그의 사람에 대해서 말했던 걸 들었습니다. 그런데 왠지 다들 일관성이 없어서 고생했지만요."
그렇다면 그는 착각했을 것이다.
이 저택에 있는 손님은 나 이외에는 없다.
경계를 풀고 마력을 흩어낸 나와는 달리 알프는 아직 매서운 눈초리로 라이달을 째려보고 있었다.
어딘가 기분이 상한 모습이기도 하다.
"유감스럽지만 그 이야기의 사람은 없다. 돌아가라."
"그럼 제 눈으로 확인합니다. 이 저택에 누군가가 초대된 것은 알고있습니다. 저도 어중간한 마음으로 온 게 아닙니다. 브람디경에는 나중에 아그네스타가에서 사죄하겠습니다."
이 말을 듣고 씁쓸한 기분이 되었다.
눈앞의 사람은 귀족이었던 것 같다.
억지로 집에 침입했는가 했더니 이젠 저택의 사람에게 폐를 끼치겠다고 선언하고, 게다가 친정의 이름을 사용하며 위협하고 있다.
아그네스타가는 아마 백작 정도였을까.
그러나 마술사를 목표로 한다면, 모두 집을 버릴 것이다.
마술은 스승에게서 제자에게로만 전해지는 비술이며, 친정에도 발설해서는 안 된다.
그 때문에 집안과의 관계가 스승에의해 끊기는 일이 마술사의 관습으로 되어 있었다.
마술사를 지향한다고 하면서도 집안의 힘에 의존하는 그 태도가 마술사로는 괘씸하다.
그러나 그것을 그가 바로잡게 할 마음도 들지 않았기에, 바로 관계를 끊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착각을 바로잡으려 했다.
잘못을 깨닫고 저택에서 나가기를 바랬다.
"헤다리온의 영웅은 적병을 베어 넘기는 막강한 검사죠? 마술사를 목표로한 라이달 『각하』께서 무엇을 생각하고 검사의 제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릅니다만, 이 집에는 그에 해당하는 분은 안 계십니다."
호칭에 담은 아이러니컬을 깨달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라이달은 나를 갸웃하며 바라봤다.
"그런 소문도 흐르고 있는 것 같네요. 누가 말하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르다구요?"
눈을 빛내고 한숨 고른 뒤 몹시 거드름 피우긴 어조로 그가 말했다.
"헤다리온의 영웅은 , 그 증오스러운 적국 헬리오트의 동굴 작전을 일격으로 붕괴시키고, 상처 입은 전선의 병사를 죽음의 늪에서 구한 , 위대한 마술사입니다."
나는 한순간 숨쉬는 방법조차 모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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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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