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번째 인생을 걷는다
181
사흘째의 순찰을 마치고 요새로 돌아온 피를 기다린 것은 바위같은 당당함으로 진로를 막고 있는 코냐크였다.
"여자 얼굴! 나와 승부를 하자!"
부대장과 병사의 사람들과는 이미 헤어졌다.
주위에는 견습 기사들 밖에 없었지만, 조금 술렁거린다.
"왜?"
일단 들어 보자.
"왜긴! 그 상태로 물러설 까 보냐!"
역시 어젯밤 포커가 원인 이었다.
도박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 어렵다.
이기면 상대방을 화나게 만들어 버리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좀 있다 6시, 활 연습장에서 승부다! 도망치지마라!"
"알았어"
피가 코냐크의 도전장을 깔끔하게 받아들였다.
코냐크가 떠난 후 레미에가 놀란 얼굴을 하고 물었다.
"괜찮아? 히스."
피가 이런 싸움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일은 드물다.
본심을 말하자면 피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이번 원정에서는 기본적으로 튀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는 거절했을 때 더 문제가 생길 것 같다.
" 져도 별로 손해는 없고. 게다가 이런 거 거절하면 계속 끈질기게 승부를 도전하니까."
"윽!……"
불똥이 튀어 흑역사를 상기하게 된 쿠인이 얼굴을 푸르게 하고 고개를 숙인다.
"죄송합니다……"
풀이 죽어 사과하기 시작한 쿠인에게 피가 당황하며 만류한다.
"딱히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아. 당시는 분명 정말 민폐였지만 그 덕분에 쿠인과 만났으니까, 지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히스, 그거 별로 위로가 안돼는 말이야."
슬라드가 고개를 흔들었다.
어쨌든 승부를 받아들인 이상 지정된 곳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슬라드가 지나가던 병사에 물어봐서, 연습장의 위치는 바로 알 수 있었다.
4명이서 그 장소로 향한다.
활 연습장은 옆으로 넓게 만든 요새의 뜰에 놓인 건물이었다.
사수가 서 있는 부분만 지붕으로 덮여 있고, 나머지는 노천이지만 위험이 없도록 그물이 겹겹이 붙어 있다.
입구까지 가자 키 작은 견습 기사 소년이 서있는 것을 깨달았다.
피보다는 키가 큰 레미에와 같은 정도일까.
확실히 남쪽 숙소의 하이랄이라고 불리는 소년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이랄은 피들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코냐크와 승부를 다시 받았는가."
한숨을 쉬는 듯한 행동은 피에게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아닌 지라, 코냐크의 편은 아닌 듯했다.
"뭐, 귀찮아 질 것 같았으니까."
피는 솔직히 말했다.
사실, 이미 귀찮게 되고 있다.
하이랄은 한숨을 한번 더 내쉬고는 피에게 말했다.
"그럼, 충고하는데. 녀석이 넘겨주는 활을 사용하지 마. 먼저 와서 교묘하게 조금 비뚤어진 활 몇개를 골라 놨어. 그래서 거의 빗나갈 거야. 저 녀석은 나와 같은 사냥꾼의 마을 출신이니까. 그런 것을 잘 알거든."
"뭐야 그거!"
"비겁하다!"
하이랄이 폭로한 코냐크의 수작에 레미에와 슬라드가 분개한다.
역시 포커뿐 아니라 활에도 자신이 있어서 이 승부를 도전해 온 셈이다.
더구나 이번에는 이기기 위해 수작을 부리기도 했다.
피는 그렇게나 승리에 집착하는 자세에 오히려 감탄할 정도였다.
하지만 피에게 있어 친절하게 일러 준 것에 대한 의미는 그다지 없었을지도 모른다.
"왜 가르쳐 준거야?"
그것보다 흥미를 느낀 것은, 하이랄의 행동이었다.
그도 남쪽 숙소의 견습 기사다.
피의 아군은 커녕 접점 조차 없다.
"별로 대단한 이유는 없어. 다만 저 녀석은 교활하게 주위를 꺾고, 남쪽 숙소와 여러 장소에서 리더인 체 했으니까. 그런 일을 하는 그 녀석이 싫을 뿐이야."
하이랄은 그것만을 말하고는, 승부에는 관심이 없는 것인지 연습장에서 떠났다.
피들은 훈련장 안에 들어갔다.
활이 놓여 있는 창고의 문은 닫혀 있다.
레미에가 피에게 걱정스레 말했다.
"억지로라도 들어가서, 한개 집어 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
" 괜찮아"
피는 레미에를 안심시키듯 웃는다.
레미에는 정말 괜찮을까 하고 불안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건물 안으로 가면 코냐크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외에 남쪽 숙소의 소년들과 다른 숙소의 견습 기사들도 있다.
헤이즐과 몇몇은 괜찮은거냐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쪽을 보았다.
"이거이거, 기다리다 지쳤다구, 꼬맹이. 여자 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니 겁먹고 달아난 줄 알았잖여."
겁없는 웃음을 되찾은 코냐크가 피를 보면서 그런 말을 했다.
아직 약속인 6시가 되기 전이었으나 피는 그의 말을 흘려낼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눈에 띄고 싶지 않다.
오로지 묵묵히 승부를 할 뿐이다.
그 냉정함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순간, 코냐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흥, 그러고 있는 것도 오늘까지여. 규칙은 간단하다. 남자 답게 한판 승부야. 저기의 대상을 향하여 화살을 쏘았고 더 중심에 맞은 편이 승리다"
한판 승부라니, 이건 또 용의 주도했다.
활의 이상함을 알 수 없게끔 승부를 할 생각이었을 것이다.
"어차피 활은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준비해서 두었다구. 마음에 드는 걸 골라."
그런면 코냐크는 옆에 있는 소년의 손에 들려준 활 다발을 가리키고 있다.
일부러 여러개를 준비한 것은 상대에게 자기가 선택했다는 착각을 선사하기 위함일 것이다.
왜 이런 머리를 다른 일에 사용하지 않거냐며, 피는 마음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 괜찮아. 내 건 가지고 왔으니까"
그렇게 하면 피가 등에서 검은 막대 모양의 물건을 꺼냈다.
짤깍짤깍하고 끼워맞추니 순식간에 활의 형상을 갖추었다.
"그거 가져온거야?"
그 활이 낯에 익은 쿠인이 놀란 얼굴을 했다.
"에헤에 사실은 개량형이야. 커서 보통 활처럼 쓸 수 있어."
비밀 무기를 선 보일 수 있게 되어, 약간 기분이 좋아진 피가 뽐내는 얼굴로 쿠인에게 해설한다.
갈루지씨와 함께 만든 야심작이다.
"혹시 그 밖에도 은닉무기를 갖고 있는건……?"
"흐흠."
쿠인게서 원하던 반응을 얻어, 피는 콧대가 높아진 기분이었다.
슬라드와 레미에는 피의 은닉 무기 사정에 그다지 밝지 못 했기에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피를 전혀 모르는 코냐크와 남쪽 숙소 소년들에 이르러서는 아연실색하며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런 소년들은 두고 피는 총총히 사격 장소에 서서 이미 여러 차례 연습을 통해 손에 익은 줄을 당긴다.
좋은 집중력으로 내리 꽂힌 화살은 상당히 중앙 쪽에 꽂혔다.
"자, 코냐크의 차례야"
피가 굳어진 상태인 코냐크에 말했다.
"비, 비겁혀! 그런 활을 가지고 왔다니! 몰랐어!"
"딱히 어느 활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룰은 없었지. 아니면 네가 준비한 활을 사용하지 않으면 뭔가 그쪽에 안좋은 일이 일어나나?"
"큿……"
제 무덤을 파게 되어 코냐크는 침묵했다.
그리고 활을 들고 사격 장소까지 이동하여 자신에게 타이르듯 중얼거린다.
"젠장……저런 장치가 없어도, 나의 실력이 있으면 이길 거야……"
실제로, 코냐크의 활 기량이 높다는 것은 어쩐지 짐작되었다.
그가 지닌 활은 훈련장에 있는 양산품이 아니라 깔끔하게 만들어져 있고 윤기가 있었다.
나름대로의 물건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검을 사용해 싸우는 기사의 견습이니, 이 원정에 활을 가져오는 자는 적다.
그야말로 그와 하이랄, 그리고 접이식으로 부피가 적은 활을 가지고 있는 피 정도다.
하지만 안 된다.
정신이 흔들리고 있다.
자신의 노림수에 빠지지 않은 피가 꺼낸 본 적도 없는 활.
피의 말에 이미 자신의 얕은 수작이 들킨 것도 짐작되었다.
그로 인한 코냐크의 마음은 현재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활은 거울처럼 마음을 나타낸다.
피는 활을 가르쳐 준 팔위크의 말을 떠올렸다.
줄이 공기를 찢는 소리가 울리고 날아간 화살은 과녁의 중심에서 크게 비켜갔다.
가까이서 볼 필요도 없는 피의 승리였다.
"자, 그럼"
"기, 기다려!"
떠나려는 피를, 코냐크가 불러 세운다.
"뭐야?"
피의 대답은 차가웠다.
역시 비겁한 수단까지 쓰고, 여기까지 끈질기게 군다면 부드럽게 대응할 필요도 없다.
"이런 건 승부가 아니여! 원래 기사의 싸움은 검과 검의 승부다!"
피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걸로 정말 마지막이라고 한다면 좋아"
평소였다면 말도 듣지 않고 전력으로 달아났을 것이다.
그렇지만 원정 훈련지이기에 어떻게든 일단락 지을 수 밖에 없다.
"당연하지! 내일 나와 너, 1대 1 승부다!"
그런 이유로 사흘째 승부는 미루어 지게 되었다.
이미 2승을 했지만, 귀찮았기 때문에 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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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풀이 죽어 사과하기 시작한 쿠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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