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7. 9. 3. 22:11

나는 두번째 인생을 걷는다








179


첫날의 순찰을 마치고 요새로 돌아간다.
시간은 이미 저녁쯤이 되어 있었다.

"휴~ 땀이 엄청나네"
"휴식도 있었지만, 계속 걸었으니까. "

상의를 펄럭거리는 슬라드의 말에 레미에도 동의한다.
그 말대로, 견습 기사의 소년들은 많든 적든 모두 땀을 흘리고 있었다.

몇번이나 휴식을 끼우며 이동했다고 하지만, 태양이 보이는 동안 걷고 있었으니 땀을 흘릴 수 밖에 없다.

"저녁 식당은 밤 9시까지이다. 내일도 돌아다닐 꺼니까. 잘 먹어 둬라. 그리고 땀을 흘렸다면 온천이 있다. 여기는 마음대로 들어가면 된다."

병사들을 해산시킨 부대장이 피들에게 와서는 그렇게 말했다.

"온천인가요?"

소년들의 눈이 빛난다.

온천은 피도 들은 적이 있었다.
화산이 있는 곳의 지하에서 뜨거운 물이 솟아나와.
그것을 조금 식혀 들어간다고 들었다.

들어가면 건강해지는 효과도 있고, 온천이 솟은 곳은 왕족이나 귀족의 휴양지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피는 간 적이 없었지만.

목욕 자체가 사치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피와 견습기사들의 생활은 샤워가 중심이다.
그리고 가끔 사우나에 갔다.

그러나 역시, 가끔 들어가는 따뜻한 물은 기분이 좋다.

"어라, 그래도 여기가 화산 지대가 아니지 않나요. "

레미에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 그러고 보니 한번 가본 적 있었는데, 그때 같은 이상한 냄새는 없어."

피도 들었다.
온천 지대는 독특한 냄새가 난다고.
그렇지만 이 성채에 도착하고서 그런 냄새를 맡은 기억이 없었다.


"아, 화산이 없는 곳에도 가끔 물이 끓지. 굉장히 신기하다구. 요새는 오락이 적으니까, 허가를 받고 병사들이 우선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어차피 장사가 될 만큼 뜨거운 물이 끓지 않는다고도 하고. "
"아아"

그런 것도 있느냐며 소년들은 감탄했다.

" 좋아! 그럼 당장 가자!"

슬라드가 그렇게 말했을 때, 피는 꾸욱꾸욱 쿠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역시 피도 오랫만이라 온천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이왕이면 온천에 들어가고 싶어 쿠인, 부탁해!)

그렇게, 시선으로 전했다.
쿠인은 조금 곤란한 표정이 되면서 권유하고 있는 슬라드에게 말했다.

"저, 나는 좀 더 뒤에 들어갈게……"
"나도 그렇게 할께."

이심전심.
피의 마음은 말이 없어도 쿠인에게 통하게 되어 있었다.
피에게서 쿠인 이라는 완전한 일방통행이지만.

"그래, 그럼. 레미에 가자!"
"으, 응"

딱히 이상하게 생각하는 기색도 없이 슬라드들은 온천이 있다고 들은 방향으로 달려갔다.

"고마워"

귓가에 작은 소리 감사인사를 한다.

"온천 쪽은 사람이 많아 보이니까 먼저 밥먹으러 갈까"



요새에는 식당도 있다.
병사들이 순찰을 하는 아침에는 열지 않지만 요새의 경비 병력들은 그곳에서 아침, 점심까지 먹는 것 같다.
순찰 담당과 경비 담당은 한달 정도의 간격으로 교체된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하루종일 걷는 순찰보다 경비가 인기 있는 것 같은데, 그 부대장님은 순찰이 좋다고 말했다.
경비는 몸이 굳어진다던가 뭐라던가.

둘이서 식당으로 향한다.
식당은 요새 1층의 서쪽이다.

어제도 신세를 졌지만 큰 요새인 만큼 상당한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큰 식당이다.
견습 기사들이 쓰는 식당의 10배 정도 넓을지도 모른다.

식당은 붐볐지만 모두가 온천에 있어 그런지, 좌석은 아직 남아 있었다.
뷔페 형식으로 좋아하는 것을 가져가고 마지막으로 가져간 반찬 수만큼 식당 아줌마에 식권을 건네준다.
독특한 형식이지만, 요새에서 생활하면 모두 먹는 양이 다르니 양이 일률적이면 부족해 하는 사람이 나오거나 반대로 양을 자유롭게 하면 과식하는 사람이 나오기 때문에 이런 제도로 만든 것 같다.

식권은 한 품목마다 한장이 쓰이고, 월 초에 지급된다.
피들도 이 요새에 온 첫날에 받았다.

상당히 무리 하지 않는 한  다 쓰지 못할 것 같지만 , 벌써 절반 정도를 써버려 주변과 거래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병사들도 맛있게 먹는 식당 구석에서 피와 쿠인도 앉아 식사를 한다.

" 맛있네"

남자가 만든 남자를 위한 식단이라 고기 요리가 많지만, 산지이기 때문인지 산나물과 함께 구워져 있고, 못 먹어 본 맛의 요리도 있었다.
그래도 역시 돌아다닌 뒤 공복 상태에서는 뭐든지 맛있다.

"네, 스승 밑에서 수행했던 때 먹었던 요리가 생각납니다"
"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산에서 수행했었지?"

산의 요리라는 것은 이런 것이 많은 것인지도 모른다. 라고 피는 생각했다.

"쿠인의 스승님이라. 대단한 사람이지? 한번 보고 싶다"
"저…… 괜찮다면……다음은……"

뭔가 우물거리는 쿠인에게 피는 고개를 갸웃 거린다.
그 때 멀리서 소리가 들렸다.

"어이, 검은 질풍!"

소리가 난 식당의 입구 쪽을 보면 코냐크가 있었다.
그리고 이쪽을 향하여 손을 흔들고 있다.
들은 적 없는 이름을 부르고 있지만, 누구를 부르고 있는 것인지는 왠지 모르게 알 수 있었다.

그는 이쪽으로 뛰어 오며 말했다.

" 검은 질풍, 포커 하지 않을텨?"

역시 쿠인이었다.

" 검은 질풍이 무슨……"

쿠인이 반문한다.

"뭐시기는 너의 별명이여. 동북 대항 검술 시합에서 엄청난 활약을 했다고 소문을 듣고 있고."

역시 그래서 그런 별명이 붙었던 것인가.

"……뭐 괜찮지만"

쿠인에게는 OK인 별명이었던 것 같다.
피도 어울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부터 포커 하지 않을런가? 1대 1, 남자의 승부다!"
"포커라는 것은 뭔가 거는거야?"

피가 물었다.
한 적이 있다면 알지도 모르지만 포커는 무언가를 걸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는 게임이다.
어떤 높은 패를 열심히 모아도 보너스 같은 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는 것은 상대를 이겼는지 졌는지 라는 결과 뿐.

2페어로 이겨도 로열 스트레이트 플래시를 갖추고 이겨도 승패는 같은 것이다.

그러니, 예를 들어 돈을 걸도록 한다고 하다.
이쪽에 강한 패가 갖춰지면 적극적으로 돈을 많이 베팅 할 수 있다.
하지만 더 강하면 그 돈을 모두 털린다.
거기서 처음
게임으로의 수 싸움과 눈치 싸움이 되는 것이다.

"물론 걸지. 이걸 말이야"

그렇게 말한 코냐크가 꺼낸 것은 피와 쿠인이 아까 쓴 식권이었다.

"에에……그만 둬……누가 밥을 굶게 되면 웃을 수도 없어……"

피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평소에는 야단법석 이런저런 소란을 피우는 피 였지만, 요새에서의 임무 중에는 성실하게 지낼 생각이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순찰에서 체력을 쓰니까, 날마다의 식사를 내기 대상으로 삼는 것은 위험이 크다.
잘못하면 훈련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켁, 계집에 같은 얼굴은 배짱이 없구만. 검은 질풍, 너라면 그런 말 안 하지?"
"아니, 나도……"

피는 착한 아이인 쿠인이라면 거절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쿠인 역시 거절의 말을 이야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봐, 도박 정도는 할 줄 알아야 여자한테 인기가 있다구"

그 말을 듣고 쿠인이 말을 멈춘다.
쿠인은 왠지 주저하듯 이쪽을 잠시 지긋이 보았다.

그리고 굳은 결의를 한 표정으로 코냐크를 보았다.

" 한다..."

(에에……)

피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린다.

( 그렇게 인기가 많고 싶은 걸까……)




***



쿠인은 도박에 약하다.
감정에 솔직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표정이 무표정하기에 쿨하다고 오해되기 쉽지만, 기쁠 때도 놀랐을 때도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런 쿠인이기에 여지없이 라고 해야할까

포커에 졌다.

현재 30장 정도 잃었다.


그렇지만 열심히 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표정이 겉에 나오기 쉬운 쿠인치고는 포커 페이스도 열심히 하고 있었다.
패를 갖추는 것도, 딱히 실수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지는 것은 상대방이 잘하기 때문이다.

(뭐, 승부를 걸 만한 실력은 있구나……)

코냐크는 포커를 잘했다.
그저 잘한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 배운 적이 있는 듯, 프로끼리의 승부에서도 사용되는 기술을 사용했다.
그것은 리딩 이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상대방의 표정 뿐만 아니라 세세한 행동이나 버릇에서 감정을 알아내는 기술.

상대의 감정을 읽는 것 만으로 그렇게 다른 것인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다른 것이다.
예를 들면 , 상대방이 패가 좋지 않아 자신이 없어 할 때, 내기금액을 팍팍 올리면 상대는 알아서 카드를 내린다.
이길 수 있다.

쿠인이 아무리 감정을 숨기려 해도 쓸데없는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아무리 해도 이길 수 없다.

"이거이거 검은 질풍도 별거 없구만~"

필사적인 얼굴의 쿠인이 23번째의 패배를 당했을 때.

"네, 선수 교체"

피는 짝 하고 손뼉을 치고, 주위의 이목을 끌어 쿠인의 자리에 끼어들었다.

"히, 히스……"
"뭐야, 꼬마. 한번 도망 갔으면서, 해볼텨?"
"그래"

피는 조용한 목소리로 수락한다.

솔직히, 인기가 많아지고 싶다고 이번 승부를 받은 것은 어떨까 싶다.
원래 여자에게 인기 있을 필요도 없고.

그렇지만 쿠인에게는 신세를 잔뜩 지고 있다.
아니, 그보다 소중한 친구이다.
곤란해 하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그리고 이정도의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 숨긴 채 승부를 신청한 코냐크에 대한 분노도 있다.

"헷헷헤, 좋아 좋아. 다 잃어도 울지 말라구!"






결과부터 말하자면, 너덜너덜 해졌다.

상대가.

콘래드씨에게 배운 기술로 상대에게 거짓 감정을 보여줘 속이고 큰 판돈을 걸게 했다.
거기에서 이겨 정신이 무너진 부분을 가차 없이 파고들어 반 죽인다.
대승리였다.

포커 승부를 보러 왔던 견습 기사들이 웅성거린다.
그런 시선 사이에서 피는 쿠인에게 수중에 있는 대량의 식권을 건네준다.

"자"
"엣……"
"엣, 이라니.  쿠인 때문에 이겼는데. 받지 않으면 곤란해."
"아, 고맙습니다……그 코냐크, 돌려줄께……"

쿠인은 잃었던 만큼 가진 뒤, 코냐크에게 나머지 식권을 돌려 줬다.
그리고 피를 보고 어색하게 사과하다.

"그……히스……미안……"

그런 쿠인의 뺨을 피는 꼬집었다.

사정없이 쥐어뜯었다.

"인기 있고 싶어서 힘내는 건 괜찮지만, 쿠인이 열심히 해야 할 것은 이런 일이 아니잖아! 쿠인에게는 쿠인이 잘하는 것이 있잖아, 그러니까 열심히 하지 마!"
"죄,죄,죄송합니다!"

약간 울상이 되어서 말하자.
쿠인이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럼 갈까"
"응"

할 말도 하게 되어 시원한 얼굴의 피는 그 자리를 떠났다.


***


"후아~, 역시 물은 기분 좋네"
"으, 응……"
"아, 미안. 쿠인은 아직 들어가지 않았었지. 역시 먼저 들어갔으면 좋았을까"

요새에 와서 이틀째.
여러가지가 있었고, 드디어 온천에 들어갈 수 있었다.

23시를 지나자 온천에는 아무도 없고, 피도 들어갈 수 있었다.
쿠인에게는 망보기를 부탁하고 있다.

"아니, 괜찮……"

망을 보게하는 것이니, 쿠인에게 먼저 들어가고, 피가 그 뒤에 들어갈까도 생각했지만, 양보해 준 것이었다.
정말 쿠인에게 감사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따뜻한 물에 땀을 씻겨내는 것은 극상의 기분이었다.
빨리 쿠인에게 차례를 넘겨주고 싶지만,  이 뜨거운 물에서 좀처럼 나갈 수가 없다.

"아니면 함께 들어갈까?"

갈루지씨에게 신소재로 만든, 물에 들어가도 괜찮은 옷을 받았다.
그걸 입으면 쿠인과 함께 들어 갈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하면 이런 교대방식을 취하지 않아도 되니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아니! 괜찮으니까! 정말 괜찮으니까!"

쿠인은 망보는 것을 열심히 하고 싶은 듯 하다.
그 열정이 어디서 오는지는 모르지만 정말 고맙다고 생각한다.

"휴, 다 됐다!"

피는 충분히 온천욕을 만끽하고, 역시 더 이상 기다리게 하면 미안하니, 뜨거운 물에서 나와 몸을 닦는다.
그리고 쿠인이 기다리는 탈의실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는 계속 입구를 지켜 주고 있는 쿠인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교대야. 고마워. 이번엔 내가 기다릴께."
"아니, 이제 방에 들어가서 자도 괜찮으니까……"

그렇게 말한 쿠인은 온천에 들어갔다.


그럴 이유가 없다.
친구이니 말이다.

피는 웃는 얼굴로 목욕탕의 의자에 앉아 쿠인의 목욕을 기다렸다.





쿠인이 뜨거운 얼굴을 밤 바람에 식히고 물 속에서 정신을 가라앉힌 뒤 돌아왔을 즈음에는,
새근새근 의자에서 자고 있는 피가 있었다.

"에엣……"

그 모습에 쿠인의 말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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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착한 아이인 쿠인이라면 거절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쿠인 야캐여...


쿠인 애껴여...












[쿠인은 왠지 주저하듯 이쪽을 잠시 지긋이 보았....... " 한다..."]






짜식...





["아니면 함께 들어갈까?"
"아니! 괜찮으니까! 정말 괜찮으니까!"]








[쿠인이 뜨거운 얼굴을 밤 바람에 식히고 물 속에서 정신을 가라앉힌 뒤 돌아왔을 즈음에는,
새근새근 의자에서 자고 있는 피가 있었다. ]





 

끼요오오오오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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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화에서 제기했던 의문인데


이번화에서 알 수 있듯이


평소에는 반말이지만


쿠인이 피와 둘이서 있을 때는 존댓말로 돌아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러니까 아직도 쿠인은 댕댕이다~ 그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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