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7. 9. 3. 22:18

나는 두번째 인생을 걷는다





 




185


다음 날의 순찰은 평온하게 끝나고 축제의 날이 밝았다.

그 날은 피와 견습 기사들이 처음으로 지도 병사들 없이, 주위를 순찰하는 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처음이니 근처의 마을을 3개 정도 돌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오전 중에 끝이 난다.

존에게 그 설명을 듣자, 여느 때처럼 아침에 집합한 견습 기사들 사이에는 살짝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다.
팀에 말썽을 안고 있으니 말이다.

리더는 여전히 코냐크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그 누구도 하기 싫어하는 것을 어쩌겠는가.

그리고 피는
주위의 분위기 따위엔 아랑곳하지 않고 샌드위치를 게걸스럽게 먹고 있을 뿐이었다.

"……언제까지 먹을꺼냐."

코냐크가 이러쿵저러쿵 나쁜 감정을 넣어 툭툭거리지만.

"네엡"

피는 별일없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하고는 남은 샌드위치를 단숨에 먹고 스프를 삼키고 순순히 응한다.
반대로 아무런 관계도 아닌 레미에 쪽이 분위기가 나쁜 것에 푸른 얼굴을 하고 있다.

"칫, 그럼 간다. 루트는 알아 두었으니께 나를 따라오면 된다."

그리고선 코냐크는 앞을 향해서 걸었다.
모두 따라갔으나 코냐크의 지시도 별로 없고, 둘로 갈라졌던 부대가 섞여버린 바람에 소년들의 행렬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래도 모두들 잠자코 따라갔다.

"음~, 어색하는구나~……"

직접 소동에 관여하지 않았던 레미에만이 눈물어린 목소리로 푸념을 흘렸다.


***


소년들의 순찰은 ,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하게 무사히 끝났다.
마을을 3개 정도 돌 뿐이다.
무슨 일이 생기는게 오히려 어려울 지도 모른다.


코냐크는 시종 피에게 사나운 태도로 접하고 있었지만, 피가 다 흘려넘겼 때문에 문제는 없었다.

요새에 돌아가면 병사들이 성 밖에 집합했다.

"순찰은 무사히 끝난 모양이구나."

부대장이 피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말을 걸어왔다.

"네"

피들이 솔직하게 대답을 하면 부대장은 웃으며 요새의 앞에 모인 병사들을 오른손으로 가리킨다.

"우리는 이 모양이다. 축제라고 듣고는 나잇값도 못하고 저렇게 설레고 있지."

확실히 모여있는 병사들의 표정은 모두 들뜬 느낌이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축제라는 것은 즐거운 것이다.
물론 피들도 기대된다.

"너희들도 가지? 함께 데려다 주마."
"네!"

아무래도 축제를 하는 마을까지 데려다 주려는가보다.
고마운 제의에 피들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부대장의 뒤에 붙어 간다.

마을로 향하는 길에는 이미 출발했던 병사들의 집단이 간간히 보였다.

"모두 축제에 가나요?"

그렇게 부대장에게 물어보면.

"필요한만큼은 요새에 병사를 남겨 두지만, 대부분의 녀석은 축제에 가지."

그리고 씨익 웃는다.

"제비뽑기에 걸려서, 잔업이 된 놈들은 세상이 끝난다는 얼굴로 우울해 하고 있었지. 술을 마실 수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동정하는 모습은 티끌만큼도 보이지않는 상태로, 크하하하하고 웃었다.
완전히 승리자의 미소이다.

"최근 이 근처의 지방에서는 대규모 산적의 출현도 없으니까. 가급적 축제를 즐기도록 하고 있어. 계속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도 좋지 않으니까 말이야."


뒤에서 소리에 돌아보면 병사장 에케르트씨가 있었다.

피들과는 만나는 것이 일주일 만인지도 모른다.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다.


"지시를 내린 병사장에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오늘 밤은 밤새도록 마십시다!"
"하하, 적당히 부탁할게."

텐션을 높이며 다가서는 부대장에게, 에케르트가 쓴웃음을 띄운다.

그런 대화를 본 피 일행들도 축제에 대해서 즐겁게 이야기하다가 목적했던 이웃 마을에 도착했다.

거의 촌락이라고 해도 좋을 규모의 마을이라 건물은 목조의 검소한 것이 많지만, 축제 때문인지 천이나 나무 세공으로 장식되어 아름다웠다.

마을 안쪽에서는 마을 사람과 여행자, 병사들의 즐거운 목소리가 들린다.
음유 시인도 온 듯, 악기의 울림과 노랫소리가 들린다.

피들도 왠지 두근거려졌다.


촌장에게 인사한다는 에케르트와 헤어지면서 부대장을 따라가면 통이나 컵이 많이 놓인 구역에 도착했다.

주변에는 독특한 향이 감돌고 있다.
냄새로 알 수 있다.

술이다.



부대장이 돌아보고 피들에게 말했다.

"하하하하, 이곳은 어른을 위한 곳이다. 너희는 마시면 안 된다"
"아……"
"알아요……"

살짝 삐진 견습 기사들에게 부대장이 오른손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너희들의 장소는 저쪽이다. 음식은 자유롭게 먹어도 되고, 과일 주스도 있다."

부대장이 가리키는 쪽을 보면, 옥외에 놓인 원목 테이블에 맛있는 요리와 주스가 잔뜩 있었다.

"우와ー!"

견습 기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달려간다.

피도 마을 사람에게 접시를 받아 음식을 가져간다.

우선 호박 찜 같은 것을 입에 옮긴다.


"응, 맛있다!"


새 후추 구이나, 산나물이 들어간 계란 말이, 돼지 소시지 등.
피는 각각의 요리를 접시에 얹어 잔뜩 먹는다.

그렇게 견습 기사들이 식사를 만끽하고 있으니 나이 또래 정도의 소녀들이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당신들, 견습 기사 라는데 , 정말인가요?"
"으, 응"

우연히 근처에 있던 헤젤이 머뭇거리며 고개를 끄덕이자, 꺅-하는 새된 비명소리가 터진다.

"나 기사 , 처음 봤어!"
"있잖아요, 나쁜 놈들과 싸우거나 했어?"
"뭐, 아직 기사가 아니고 견습이다....그러니까 그런 것도 선배를 따라가는 것 뿐이고……"
"굉장해!"


순식간에 일부의 견습 기사들이 여자에게 둘러싸인다.
전원 외모가 뛰어났었는데. 역시 기사는 여자에게 동경의 존재인 것이다.


"당신도 견습 기사야?"
"혹시 외국의 피가 있는건가요?"
"머,멋있어~"

피 옆에 있던 쿠인도 곧 마을 여자들에 둘러싸인다.
정확히말하자면, 가장 인기있다.

쿠인은 이국적인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눈에 띈다.

뿐만 아니라 정말 미형이다.

그렇기에 인기 있는 것은 당연하다 라고 피도 생각한다.

"아, 저기……앗! 히, 히스……"

당황하면서 여자의 집단에 삼켜지는 쿠인이었지만,
피는 양꼬치를 입에 옮기며 배웅할 뿐이었다.

"젠장-! 부러워! 나도 잘생겼으면..."

피는 별로 그렇게 외모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 본인이 풍기는 기운 탓인지, 슬라드에게는 여자들이 다가오지 않았다.

"나도 앞으로 키가 30센치 크면 레미에에게는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피도 요리를 와구와구 먹으면서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귀여워"라고 연호되고 있는 레미에를 보며 중얼거린다.

어째서인지 레미에에게는 남성적인 면에서 우월하다는 무의미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피였다.


***


축제가 시작된지 꽤 시간이 지났다.

어른들은 벌써 모두모여 술잔을 손에 들고, 마을 사람 군인 관계 없이 다함께 들떠 있다.

마을의 중앙에 큰 불이 켜지고 음유 시인의 연주에 맞춰 짝을 이룬 남녀가 춤추고 있다.
그 중에는 마을의 소녀와 견습 기사들도 있었다.

배를 채운 피는 인기척 없는 조용한 장소에서 그런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

"모두 즐거운 거 같네."

피도 즐거웠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축제의 소란스러움이 이상하게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분명 후궁에 있던 그대로라면 이런 즐거운 사실도 몰랐었겠지."



피는 축제의 불빛을 바라보며 가만히 중얼거린다.


그런 피의 귀에 탓탓탓탓 하고 누군가가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 방향을 바라보면 쿠인이 뒤를 보면서 이쪽을 향해 뛰고 있다.
마치 누군가에 쫓기는 듯한 모습이다.
아직 피를 눈치채지는 못한 듯 했다.

"무슨일이야 쿠인. 그렇게 뛰어다니고."
"앗, 히스. 왜 이런 곳에 "

말을 걸자 아니나 다를까, 이쪽을 발견하지 못했던 쿠인은 놀란 얼굴을 했다.
쿠인은 축제에서 헤어질 때와 비교해서, 옷이 구깃구깃해져 있었다.
대충 이쪽으로 달려온 사정도 짐작이 갔다.

"나는 휴식. 쿠인이야말로 왜 그래? 모처럼 장래 유망한 미형 견습 기사로 인기만점이었는데 여자와 춤추지 않아도 되는거야?"

피는 살짝 얄궂은 미소를 지으며 쿠인을 놀렸다.
그래서 쿠인도 피가 사정을 헤아리고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살짝 시무룩해졌다.


"딱히,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고 싶지 않고, 춤도 관심 없어요……"
"응, 그렇구나."

피는 쿠인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나이의 소년은 여자한테 인기 있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면 실제로 인기가 있었다.

쿠인도 여자들에게서 댄스 신청이 쇄도해서 황급히 도망쳐 왔겠지만 인기있게 되는 것 자체는 좋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피의 놀림에 정말 토라진 표정을 지은 쿠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 피는 쿠인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결론에 이렀는지 알 수 없었다.
친구도 가족도, 상대의 생각 모두를 이해할 수는 없는 법이다.

피는 쿠인에게 다가가, 그 손을 잡았다.

"그럼 모처럼이고 나랑 춤춰 볼래?"
"엣……"

쿠인은 놀란 표정을 한다.
그런 쿠인에게 피는 안심하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 괜찮아. 이래봬도 제대로 스텝은 기억하고 있어."

데이만에 있었을 때 신부 수업으로 익히게 된 것이다.
그 누구와도 춤출 기회가 없어서 해본 적은 없지만, 연습에서는 의외로 잘 되었었다고 생각한다.

피는 당황하는 쿠인에게 인사하고는 이곳에까지 들려오는 음악에 맞추어 여성용 스텝을 밟는다.

"앗……"

쿠인은 처음에는 놀랐지만 어색하더라도 그것에 맞추어 남성용의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역시 귀족의 아들이니 춤 자체는 배우고 있었다.

"쿠인도 꽤 잘하잖아."

해 보면 의외로 재미 있었기에, 피는 쿠인의 손을 잡으며 휙 하고 돌거나 가까워지거나 하며 , 배웠던 여러 댄스의 움직임을 보였다.

쿠인은 때때로 움찔움찔 했지만 피에게 제대로 맞춰 주었다.

쿠인을 찾던 여자들도 일부러 여기까지 올 것 같지는 않았기에, 피와 쿠인은 잠시 두 사람만의 시간 속에서 계속해서 춤을 추었다.


달빛이 비추는 가운데 쿠인의 손을 잡으며 신나게 춤을 추는 피를 보고 쿠인은 생각한다.

(이건 귀족용 댄스스텝이야……)


히스가 춤추고 있는 것은 귀족 소녀와 부인이 배우는 정식 예법의 댄스였다.
이 마을의 여자들이 하고 있는 겉보기만 흉내낸 춤과는 다르다.

쿠인도 후견인에의해 한때 제대로된 댄스를 선생님께 배웠었다.
그래서 수줍어하면서도 제대로 히스의 움직임에 맞출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히스는 귀족인가 뭔가로, 정식적으로 선생님에게 춤 지도를 받은 것이다.
히스 본인은 빈민 출신이라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이상하다.



(이 아이는 도대체 누구일까……)





새하얀 달빛에 비춰진, 귀부인용 춤을 잘 추는 이상한 소녀를 보면서 쿠인은 생각했다.


(좀 더 히스에 대한 것을 알고 싶다..)


왜 귀족의 댄스가 가능한지.
왜 남장을 하고 견습 기사 따위를 하는 건지.
도대체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쿠인은 모르는 것 뿐이었다.





***




마을 외곽에 있는 코냐크는 혼자서 요리를 와구와구 먹고 있었다.

"젠장……잘 되지 않아……"

그 입에서는 푸념 섞인 말이 새어나온다.

"무슨일이냐? 축제를 즐기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

그런 코냐크에 말을 걸어 온 것은 존이었다.

"존 씨……"

솔직히, 코냐크는 존을 얕보고 있었다.
함께 순찰을 하고 있던 병사들 속에서도 입장이 낮은 취급이었고, 실제로 견습 기사들이 봐도 약해보이고 미덥지 않았다.
그래도 불평을 들어줄 상대로는 좋을지도 모른다.


"최근 잘 안 된다고 할까요…….모처럼 리더가 되었는데, 말 안 듣는 놈이 있어서. 그래서 왠지 주위 놈들도 나를 리더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 분위기가 되고...지금까지 말을 듣던 남쪽 숙소 놈들까지 잘 안듣게 되고……"
"그래……"

존은 코냐크의 푸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한다.

" 괜찮아. 내일부터는 견습 기사들 만으로 순찰을 시작할 거니까. 그것을 성공시키면, 분명 견습 기사들도 코냐크 군이 리더에 어울린다고 제대로 알아줄 꺼야 "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무슨 일이든 처음이 중요하지. 처음에 성공하면 전부 잘되고, 실패하며 모두 안되기 십상이니까. 그래서 첫번째 순찰에서 반드시 성공하는 거야. 그러면 모두의 신뢰는 반드시 돌아올 거야."
"그렇지만 자신이 없어요……"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이 방법 저 방법으로 상대를 꺾어 자신의 산하에 두는 것으로 리더를 유지했다.
그것이 통하지 않는 상대의 등장, 게다가 반대로 두들겨졌으니 코냐크의 자신감은 상실되었다.

그런 코냐크 기운을 북돋게 하듯이 웃은 존은 그 주머니에서 지도를 꺼내었다.

"그럼 지금부터 나와 함께 내일 둘러볼 루트의 확인을 하자. 전부 머리에 넣어 버리면 실수할 일은 없을 거야. 네가 자신감을 얻게 될 때까지 나도 계속 함께 해 주마"
"존 씨……"

코냐크의 눈동자가 글썽거린다.
코냐크는 존을 내심 우습게 보던 것을 후회했다.

좀 미덥지 못한 인상이었지만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이었다.

"코냐크 군에게는 이 일로 가장 중요한 요령을 가르쳐 줄게."
"중요한 것?"
"그래"

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코냐크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마을 사람들을 믿는 것이야"
"믿는 것……"

그 말을 복창하는 코냐크를 보고 존이 미소지었다.

"그 말대로야. 지켜야 할 사람들을 믿지 않는 다면 , 기사도 병사도 임무를 수행 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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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쿠인도 피가 사정을 헤아리고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살짝 시무룩해졌다.]














["그럼 모처럼이고 나랑 춤춰 볼래?"
"엣……"]














[쿠인은 때때로 움찔움찔 했지만 피에게 제대로 맞춰 주었다.]

[피와 쿠인은 잠시 두 사람만의 시간 속에서 계속해서 춤을 추었다.]










[(좀 더 히스에 대한 것을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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