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6. 12. 22. 19:26


나는 두번째 인생을 걷는다.



144.

벽에서 추락한 아벨을 보았을 때, 피는 아차 싶었다.
아벨이 떨어진 것은 분명히 밧줄을 방치해 버린 자신의 탓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 쪽에서는 경비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죄송하아암다아-, 뭔가 큰 소리지 나지 않았나요?"

하품 섞인 목소리.
아무래도 제대로 못 들은 것 같다.

"리넷트 부탁해. 경비 사람들에게 『 새가 떨어졌다 』라고 해!"
"어, 보호하는 건가요? 넘겨야죠!"

피의 말에 리넷트가 놀란다.
하지만 피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 불쌍하잖아. 상처도 있는 것 같고, 비밀로 해 주자."

아벨이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은 아마 피 때문이다.
여기서 넘겨버리면 정말로 불쌍하게 되고 만다.

"제발 리넷트"

피가 그렇게 말하면 리넷트는 처음에는 침묵했지만 가만히 쳐다보더니" 알겠습니다" 라고 마지못해 승낙했다.
일단 피가 기절한 아벨을 끌고 가 겨우 침대에 눕히고 있으면 리넷트가 돌아왔다.
특별히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없었다고 한다.
애초에 그럴 의욕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피, 피님, 혹시 그 남자에게 침대를 사용하게 할 생각입니까?"
" 그런데?"
"그럼 피님은 어디서 잠을 청하시는 겁니까!"
"아직 빈방은 있잖아? 뭣하면 나는 소파라도 좋고."

좁다고 해도 일단 작은 집 정도의 크기는 있다.
리넷트가 묵는다고 할 수 있는 것 처럼, 아직 방은 여러개 있었다.

" 알겠습니다……. 다른 방을 제가 청소하고 침대를 정리합니다."

눈을 반쯤 뜬 리넷트가 못마땅해 하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리넷트으로는 피님을 소파에서 재우다니 천부당만부당 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쪽 숙소에서 피가 휴게실에 있는 마음에 드는 의자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일 따위는 모른다.

피님이 주무시는 방을 적당히 정리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해 당장 지금부터 준비를 하려고 한 리넷트였다.
피는 아벨이 아직 혼절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리넷트에게 말했다.

"그러면 나는 좀 갈아입고 올게"
"네……갈아입는건가요?"

왜 지금 시점에서 갈아입는 것인지 리넷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리를 다친 아벨은 후궁의 주인인 피의 호의로 그대로 후궁에 머물게 됐다.
여기에서의 나날들은 말하자면 천국이었다.
침대에서 내려오지는 못하지만, 피님과 리넷트가 직접 밥을 만들어 준다.

(매일 이렇게 귀여운 아이들의 수제요리를 먹을 수 있다니 너무 행복하잖아)

"왜 웃고 있는 건가요?"
"왜 그래, 리넷트. 어떻습니까, 아벨씨. 맛있었나요?"

단지, 리넷트에게는 미움 받는 듯 지금도 노려보고 있다.
그것을 피님이 곤란한 얼굴을 하고 달래고 있다.
정말 친절한 분이다.
그런 피님이 만들어 줬다는 세닛첼.
쇠고기를 얇게 저민 것을 얕은 기름으로 볶은 것으로, 오스톨에서는 일반적인 요리이다.
북쪽 숙소의 식당에서도 자주 나온다.

"네! 너무 맛있어요!"

솔직히 맛은 짜고, 맛있다고 말할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자신을 위해 만들어 준 것이다.
맛있지 않을 리가.

"후후, 다행이네요."

왕족의 혈통 다운 품위가 느껴지게 입가를 누르고 웃는 피의 행동에 아벨의 뺨이 폭하고 붉게 물든다.
그것을 본 리넷트의 시선이 점점 찌를듯하게 됐다.
그렇지만 그 미소를 보게됐으니, 맛있다고 말해서 좋았다고 아벨은 생각한다.

"피님, 어느새 요리를 기억하셨나요?"
"여기에 있는 동안은 시간이 있었기에, 여러가지 기억했어요."

그 말을 듣고 아벨은 문득 깨닫는다.
계속 갇혔다는 소문은 역시 사실이었던 것이다.

( 이렇게 좋은 아이인데...)

그것은 왕성에 있는데도 피의 모습을 아무도 본 적이 없어 공공연한 사실인 것이었다.
하지만 피를 알게 된 아벨에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였다.



리넷트와의 회화로 미루어 보면, 평소에는 리넷트 조차도 여기에 없는 상태라고 한다.
그렇다는 것은 항상 혼자 여기서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계속 이 후궁에

혼자서…….

지금까지 그 소문들을 들어도 아무 느낌이 없었던 아벨은,
가슴이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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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피는 착한아이입니다.


정말 심성이 착해서,


애완동물(쿠인)을 잘 보살피고


친구들과 사이좋게(협박하며) 놀고


기사대의 기사들(카인,크로우)과 흥미진진하게(가슴철렁하게하며) 재밌게 지내는


그런 착한 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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