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번째 인생을 걷는다.
108.
도착한 제파스의 저택은 삼엄한 분위기였다.
귀족의 개인 저택에는 경비를 위해 사병이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그 수가 심상치 않다.
카인에게서 풀로서의 스킬을 배운 피는 알 수 있었다.
전체의 수가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상당수의 병사가 이 저택에 있었다.
또, 호위에는 불참한 제1기사대의 기사들까지 있었다.
색적 임무를 마친 피와 대원들은 크로우 앞에 모인다.
"우리도 저택의 주위를 경계한다. 카인, 콘래드, 팔위크는 주변의 숲에 몸을 숨기고 경계를. 갈루지, 올블루는 기사대 쪽에 섞여서 경비를 담당한다 "
"저, 크로우씨 저는?"
혼자만 이름이 불리지 않은 피는 크로우에게 물었다.
"아, 히스는 잠깐 따라와라"
그 말을 듣고 피는 크로우에게 붙어서 걸어 간다.
저택의 뒤편을 향해 안으로 들어갔다.
경계 중인 병사는 크로우의 얼굴을 보고는 고개를 숙여 곧바로 안내했다.
그렇게 그대로 저택의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은 무장한 기사들이 걷고 있었다.
몇번이고 그 사람들과 스친다.
그런 저택 속을 크로우의 등을 보며 따라간 피는 어떠한 방 안에 들어간다.
안으로 들어가면 물건이 없고 천장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피는 바로 의도를 헤아린다.
" 가능할까?"
"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피는 크로우의 말에 수긍했다.
그리고 목적지와 의도를 들었다.
"너에게는 필 왕비 폐하의 호위를 부탁한다. 호위는 필 왕비 전하가 눈치채지 않게한다. 방의 천장에서 눈치 채지 못하도록 안을 감시해라. 그리고 무슨 일이 있으면 내려가줘"
그 말은 한 크로우의 표정은 진지했다.
피의 몸을 걱정하면서도, 단단히 각오를 한뒤, 내보내야 한다는 것을 결심하고 있는, 그런 진지한 표정이었다.
『 무슨 일이 있으면 내려가줘』,
그것은 곧 목숨을 걸라는 뜻이었다.
" 알겠습니다"
피는 크로우에게 똑같이 진지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기사가 된다면 생명의 위험이 있기도 한다.
제18기사대의 사람들과 한 무대에 선다면 각오한 바였다.
게다가, 여동생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거는 것도 아깝지 않다.
피는 쿠로우와 헤어져 환기구에 들어가, 여동생이 있다는 방으로 향했다.
아마 여동생이 있다는 것은 국왕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피는 처음 그 모습을 직접 보게 될지도 모른다.
도착한 방의 천장에서 안을 들여다보면 오랜만에 보는 필의 모습이 보였다.
각도 탓에 잘 보이지 않지만, 필은 데이만 시절보다 야위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그리고, 방 안에는 로이왕의 모습은 없었다.
대신 침대 위에 누운, 은빛 머리 청년의 모습이 있다.
잠 자듯 눈을 감고있는 청년은 눈을 뜰 기색이 없고, 앉아있는 필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
그의 오른쪽 이마에는 큰 상처가 있었다.
(누구……?)
웬 청년의 모습에 피의 마음 속에서 의문이 떠오른다.
필이 청년의 반응없는 손을 꼭 쥐고. 슬픈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토마슈……"
토마슈 그 이름은 피도 어렴풋이 들은 적이 있었다.
데이만의 이웃 나라 중 가장 작은 나라의 왕자.
고국에 있었을 때 시녀들이 이 정도면 혹시 당신이라도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라고 한 적이 있었다.
데이만에서 국내의 파티에 참석한 적이 없는 피는 만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올해 마차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들었다.
그 토마슈 왕자가 왜 이런 곳에 있는가.
피의 시선 너머로 필이 토마슈 왕자의 이마의 상처를 울 듯한 표정으로 쓰다듬는다.
그 손에 따뜻한 듯한 푸른 빛이 희미하게 맴돌았다.
필이 가진 위안의 힘. 하지만 그 빛을 받아도, 토마슈왕자는 눈을 뜨지 않는다.
그것도 그럴 것이다.
만약 그런 큰 상처를 입게 되는 사태에 빠지고 의식 불명에 빠졌다면, 필의 위안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치유의 힘은 약간의 상처를 고치는 정도의 힘이니까.
치유의 무녀라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은 그 정도의 일이다.
그래도 희소한, 이 시대에는 필 밖에 가지고 있지 않는, 기적의 힘.
그러기에 사람이 몰려온다.
별 대단한 것도 아니고, 원하는 것을 주는 것도 아닌데, 주위의 기대와 신망만을 끌어들이는 힘.
피는 이 힘을 가져버린 필이 결코 행복을 얻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필의 위안의 힘은 치유하고 싶은 사람을 달랠 수도 없는 채, 그저 무력하게 눈을 감은 옆얼굴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피가 지켜보는 가운데 필은 토마슈의 옆에 기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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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죽진 않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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