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번째 인생을 걷는다.
127
피는 문자 그대로 , 대롱대롱 매달려 조리돌림 당하게 되었다.
식당에 설치한 밧줄에 상반신이 연결되어, 말 그대로 도롱이 벌레처럼 늘어져 있다.
참고로 제리우스에게 부탁해서 만든 것이다.
자신도 일단 납득하고 있는지 로프에 얌전히 묶여있다.
견습 기사 수업 중이나 훈련 중에는 제외되지만 기본적으로 그 이외의 시간은 계속 매달리게 되어 있다.
그것은 저녁 시간도 같은 취급으로.
"배고파……"
당연히 저녁 시간이 되면 배가 고달파진다.
덧붙여서, 못 먹는 것도 아니지만, 모두가 먹는 것을 바라보게 한 뒤 20분 정도 지나면 줄을 풀어줘 식사를 하게되는 것인데...
"저기, 쿠우우이이인. 한 입 줘"
그때까지 참지 못하고 벌을 피한 쿠인에게 밥을 조른다.
쿠인도 공범이었지만, 역시 벌칙 게임과 처벌이 중복되는 것은 불쌍하다고 하여 넘어갔다.
쿠인도 그걸 알고 있는지, 눈을 돌리면서 피의 목소리를 못 들은 척 한다.
"무우-……"
그대로 피는 도롱이 벌레처럼 식당에 매달렸다.
피의 벌은 4일 정도 이어져, 오늘은 제18기사대에 가는 날이다.
당연히 구속은 풀어 져 있다.
"오랜만의 자유-!"
오랜만에 자유를 얻은 피는 해방감에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두 팔을 벌리고 제18기사대의 창고에 뛰어든다.
그 순간 밧줄로 구속됐다.
"어어! 여기서도인가요?!?"
피가 비명을 지르지만, 말 없는 팔위크에 의해 밧줄로 천장에 매달린다.
이날 정도는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견습 기사들에게서 크로우를 경유하여 이쪽에도 이야기가 들려서 말이야. 크로우의 지시로 이쪽에서도 동일하게 취급하게 됐다."
크로우는 창고에는 없는 듯, 팔위크가 대신 답했다.
"뭐든지 지나치면 안 되는거란다“
소파에 앉은 콘래드가 손톱 손질을 하면서 피에 가볍게 주의를 준다.
그말에 올블루도 응응 하며 고개를 끄덕이다.
피가 문득 방을 둘러보면 다른 누군가도 매달려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그것은 갈루지였다.
"젠장. 늙으면 힘들구만-"
"노인이라면 얌전히 있었어야지."
팔위크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피의 공작에 재미삼아 전면적으로 협력한 갈루지도 같은 벌을 받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피의 폭주에 전력으로 힘을 빌려줬으니, 어쩔 수 없다.
둘 다 반성을 위해 잠시 매다는 것이 됐다.
"우으……"
"히잉……"
털북숭이 얼굴의 아저씨가 밧줄로 도롱이벌레마냥 천장에 매달려 있는 것은 이상한 광경이었다.
맥없이 밧줄에 매달려 있는 피에게 누군가의 발소리가 다가오더니 피 앞에 섰다.
피는 그것이 이올의 발소리라는 것을 눈치 챘다.
"대장!"
얼굴을 들어보니 팔짱을 낀 이올이 서있었다.
아, 이건 설교 모드구나, 하며 피는 한눈에 알아챘다.
" 알겠는가, 히스"
이올은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책을 빌렸으면 읽는 것이다."
이올의 설교는 거기서 끝났다.
평소 같으면 장황하게 여러 말이 이어진다.
피는 이올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대장, 혹시 화나셨나요?"
"화 안났다."
대장이 매우 화나 있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 매달리던 히스였지만, 마지막 날은 왠지 왕궁 뜰의 나무 밑에 매달려 있었다.
크로우의 지시였던 모양이다.
(도대체 왜지……)
그런 의문을 생각하며 이제 이 모습에 익숙해진 피가 흔들 흔들 그네처럼 흔들리거나 선회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자, 여러 발소리가 들렸다.
누구일까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거기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0명 정도의 시녀들이었다.
아르시아의 모습도 있다.
"아, 아르시아!"
밝은 목소리를 꺼낸 피를 본 아르시아는 눈알을 번뜩이며 눈총을 쏘아냈다.
아르시아는 앞치마를 잡고, 이쪽을 노려보며 말했다.
"히스 군. 우리를 경품처럼 쓰고 어떤 랭킹에서 우승하려던건 정말이야……?"
"아, 에, 음……, 그건……"
아르시아에게 노려봐지자 피는 우물거린다.
핵심이라고 할까 뭐라고할까, 변명의 여지도 없는 진실이다.
이마에서 땀이 흐른다.
"정말이였어……"
얌전한 아르시아가 드물게도 분노했다.
엄청난 눈으로 피를 노려본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노여움을 드러내는 것은 주위의 시녀들이었다.
피가 변명하지 못하고 있자, 시녀들은 그 주변을 에워싼다.
"역시 사실이었어요! 뭐가 천사의 웃음이야! 이 여자의 적!"
" 그러니까! 조금 귀여우니까 신이 나서는!"
"다도회는 중지야 중지!"
"으아! 죄송합니다!"
그대로 화를 내는 아르시아의 주위에 있는 시녀들에 의해서 피는 봉변을 당했다.
아르시아는 역시 돕지 않았다.
결국 피에게 가장 무거운 처벌을 한 것은 시녀들이었다.
그 광경을 나무 뒤에서 보는 남자가 있었다.
제18기사대에 있는 최고의 바람둥이, 크로우다.
이번 견습 기사들과 제18기사대의 연락을 주선한 것도 크로우이며 아르시아와 시녀들에게 정보를 흘려준 것도 크로우이다.
크로우는 시녀들에게 포위되는 피의 모습을 보면서 슬쩍 미소를 짓고는, 교훈을 주는 듯이 중얼거린다.
참고로 피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히스, 좋은 남자는 여자와 함께 놀이를 즐기는 것이다. 여자를 이용하고 자신만 이득을 봐서는 안 된다. 이 아픔을 딛고 일어서야 너도 진정한 좋은 남자가 된다."
그건 또 어떨까 싶지만, 크로우는 후배에게 올바른 길을 선도하는 선배 같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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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묻은 크로우
겨 묻은 히스 나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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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돌림은 경상북도 북부 지방 일원에서 발견되는데, 전라남도 지방의 ‘화지게’라는 관행도 이와 유사한 것이다.
마을의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생기면 마을어른들이 발의하여 동리회의를 거쳐 처벌을 결정한다. 처벌이 결정되면 마을사람들을 모은 뒤에 죄를 지은 사람의 등에 북을 달아매고 죄상을 적어 붙인 다음, 농악을 앞세우고 마을을 몇 바퀴 돌아서 그 죄를 마을사람들에게 알린다.
이것은 마을주민으로서의 성원권과 거주권을 박탈하지는 않지만, 죄를 지은 사람에게 창피를 주어 심리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이와 같은 행위의 재발을 방지하고 공동체적 촌락사회 성원의 동질성을 유지하려는 의도를 가진 소극적인 사회제재의 한 방식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조리돌림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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