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8. 12. 15. 02:35

공작 가문에서 태어나서 첫날에 후계자 실격의 낙인이 찍혔지만 오늘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공작후계실격



47.마족과의 교류회(5)

그리고 하나코와 함께 루벤드의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비가림막과 의자만 있고 옆이 개방되어있는 관광용 마차로 마을을 돌아다닌다.

"오오! 대단하다! 예쁜 건물이 잔뜩이야!"

마차에 앉아 흘러가는 마을 경치를 보며 하나코가 외친다.

"북쪽 성은 이런 건물이 없나요?"
"눈과 유적뿐이니까 말이야. 싫진 않지만 매일 같은 풍경이면 따분해."

처음에는 싸웠던 두 명이었지만 소피아쨩도 어딘가 즐거워 보였다.
카페를 나온 후에도 크림이 묻은 뺨을 닦아준다거나 하며, 언니가 된 기분일 것이다.
그런 두 사람도 귀엽다.

이 동네에 산지 몇 개월이 되지만 관광지는 잘 모르는 곳 뿐이였다.
지역 주민은 명소에 가 본 적이 없다 라는 현상이다.

그래서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며, 우리들도 관광을 즐겼다.

3시쯤 되어 간식으로 핫도그를 먹기로 했다.
점심 식사는 단것만 먹었기에 전원이 의논한 결과 그렇게 되었다.

"음, 빵과 야채와 소시지를 함께 먹는 것인가. 이 소스는 뭐야?"

하나코는 핫도그를 흥미롭게 바라본다.

"케첩이에요."
"케첩..."

마왕성에는 케첩이 없는 것 같다.
하나코는 우리가 먹는 것을 흉내내 크게 입을 벌리고 핫도그를 덥석 하고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 우물우물 먹는다.
그 얼굴은 곧 만족스러운 빛을 띤다.

"음~맛있어~."

크레프, 파르페, 핫도그, 인간들의 음식들 모두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다.



동전을 던지면 다시 이 마을에 올 수 있게 된다는 흔한 이야기를 가진 한 천사 석상.
그 앞에서 하나코는 가져왔지만 쓸 수 없던 화폐를 전부 다 집어던졌다.
풍덩풍덩 하는 큰 소리가 나서 다른 관광객들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또 온다!"

크게 외치는 하나코를 얼굴이 붉어진 소피아쨩이 끌고 가 자리를 피했다.

당초 예정됐던 쇼핑도 잊지 않는다.
옷가게에 들어간다.

"어떤가요, 에트와 님?"
"어때? 어때?"

소피아도 하나코도 이것저것 입어보며 나에게 보여 준다.
천사인 소피아쨩 뿐만 아니라 하나코 또한 외모는 무척 귀엽다.
아까부터 다른 손님이 힐끗힐끗 보고있을 정도다.

"두 사람 모두 잘 어울려~"

두 사람의 패션쇼에 나는 짝짝짝 하며 박수를 보낸다.
점원도 흥분한 모습으로 두 사람에게 말을 건다.

"두 분 다 엄청 귀여운 분이시네요! 명망있는 귀족가의 영애님 아닙니까? 아아, 그래도 보라색 머리 아가씨는 그 모자와 옷이 맞지 않습니다. 이 모자로 바꿔 보시겠어요?"

그러면서 점원이 하나코의 모자를 벗기려고 한다.
나와 소피아가 당황한다.

거기엔 하나코의 뿔이 있으니까 말이다.


"아, 점원씨. 그 모자는 건드리지 마세요!"
"그래요, 그 아이가 마음에 들어해서요."

하나코도 부랴부랴 모자를 잡으며 눈을 부릅뜨고 점원을 노려본다.

"마음에 드는 거야. 이것 말고는 필요없어."
"그런가요? 죄송합니다."

다행히 점원도 순순히 수긍했다.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사 줄게?"
"정말이야?"

내 제안에 하나코가 기뻐한다.

"아, 에트와님. 하나코의 것이라면 제가 사겠습니다."

오늘은 언니이고 싶은 소피아쨩이 그렇게 말했다.

"그래!"

흐후후후후후, 나는 언니 계에 있어 선배이니 한발자국 물러서서 지켜볼 뿐이다.

"고마워~"
"이 정도는 별거 아닙니다."

계산을 마치고 나서 하나코의 감사인사에 조금 들떠 있는 소피아쨩도 귀엽다.

선물 가게에도 들렀다.

"살짝 미안한데~"
"괜찮아, 모처럼 관광하러 왔으니까, 즐거웠으면 됐어."
"에트와 님은 아주 상냥한 분이라 그 정도는 신경 안 쓰십니다."

가게를 나왔을 때의 하나코는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있었다.
아버지나 호위인들 에게 줄 것들 이라던데.....
마왕에게 루벤드에서의 선물이라니... 기묘하다.

"계속 신경이 쓰였지만, 에트와가 지위가 높구나. 처음에는 소피아의 하인인가 뭔가 인줄 알았어."

아, 역시 그렇게 보이는가?
100이면 100이 그렇게 보는 것이다.
하나코의 말에 소피아쨩이 살짝 화를 낸다.

"에트와님은 저의 주인입니다!"
"하지만 소피아랑은 달리 강한 힘은 느껴지지 않는단 말이야."
"에토와 님은…!"

거기서 소피아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입을 다문다.
대신에 내가 적당히 설명한다.

"후훗후, 인간사회의 신분에는 여러가지 복잡한 사정이 있어."
"으~응, 그런 건가~"

하나코는 그걸로 납득해준 모양이다.
편하구만, 바보는.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거리를 돌아다니고 마침내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만났을 때는 파란 하늘로 둘러싸여 있던 마을도 저녁노을에 물든 오렌지색으로 바꾼다.

"우리도 이제 집에 가야지."
"그렇…네요..."

그 말에 소피아가 살짝 섭섭한 얼굴을 한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제안을 했다.

"하지만 조금 걱정이 되니까 마을 밖까지 바래다 줄까?"
"..네!"

조금은 쓸쓸한 얼굴을 하고 있던 하나코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마을 북쪽 숲까지 데려다 줄까? 아마 거기에 호위가 숨어 있을 거라고 생각해."
"알겠습니다. 그럼 거기까지 저와 에트와님이 바래다 줄게요."

노을이 피어나는 마을의 북쪽 숲까지 걸어간다.
소피아도 하나코도 아쉬운지 발걸음이 느렸다.

마을을 나와 숲으로 들어가니 하나코가 숲속에 말을 걸었다.

"너네들, 있어~?"
"네, 하나코 님."

하나코의 부름에 하나코와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회색 로브를 입은 집단이 줄줄 나왔다.
모두 11명 정도일까.
역시 마왕의 딸이라는 말이 사실인지도 모른다.

그 중 가장 앞에 서서 새 모양 가면과 같은 것을 쓴 마족 남자가, 우리 쪽을 보고 하나코에게 묻는다.
그 목소리는 청년 같았지만 마족인지라 나이는 알 수 없었다.


"하나코님, 이 자들은 무엇입니까?"
"그들은 인간 도시에서 나를 도와줬어. 관광도 같이 하고. 이것 봐, 선물도 사줬다고!"

하나코가 웃는 얼굴로 하는 소개에 새 가면이 우리를 바라본다.

"과연, 하나코님이 신세를 진 것 같다. 감사를 표한다."


그렇게 말할 때 까지는 온화했지만 새 가면은 몸을 구부리더니 갑자기 전투태세를 취했다.
그리고 양 손에서 어린아이 키 정도는 될 법한 거대한 손톱이 10개가 나타난다.

"하지만 미안하다. 마왕님의 영애가 인간의 마을에 왔다는 제보가 새어나간다면 성가신 일이된다. 지우겠다."

양손에 선물을 든 하나코가 동요한다.

"이봐! 그만둬! 하치!"


하치라니…。

새 가면 마족 하치는 하나코가 제지하는 것을 듣지 않고 우리를 향해 달려온다.


소피아가 내 앞에 서서 곧바로 폭풍의 벽을 만들어 낸다.
빛 마법을 한데 모아 강화한, 강력한 것이다.


그러나.

『약화영조 略化霊爪』

하치가 짧게 주문을 외우자 손톱에 마법진이 뜨더니 손톱이 오렌지색 오라로 강화된다.
아마 흙마법의 무엇인가 일 것이다.

그것은 소피아 마법을 썩둑 하고 갈라버린다.
그리고 그 기세 그대로 소피아에게 덤벼든다.

으음, 이건 소피아쨩에겐 힘드려나?

"하늘을 빛내는 금오(金烏)의 검."

나는 천휘씨를 해방시키며 소피아쨩의 앞에 끼어들어, 하치의 손톱을 받아 낸다.
그리고 나서 칼을 슬쩍 흔들어 그 몸을 날려버렸다.


"읏!"

하치는 놀란 목소리로 뒤로 날아가지만 공중에서 휙휙 돌더니 자세를 가다듬고 땅에 착지한다.

"누구냐...!"

하나코의 호위들이 모두 나를 보고 경계태세가 된다.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대화로는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고, 일단 전부 쓰러뜨리고 시작할까?"

그 말에 얼굴을 가린 호위들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모두가 전투 자세를 취했다.

"괜찮은가...후회하지마라..."




몇 초 뒤 땅바닥에는 누더기가 돼 쓰러진 호위들이 있었다.
목숨은 빼앗지 않았다.
하나코의 동료들이니, 죽일 수는 없는 것이다.

하나코가 나를 보고 경악 한 목소리로 외친다.

"어, 너 그렇게 강했나?…하치들이, 11명이 동시에 한순간에 당한다니...!"

하나코는 짐을 어딘가에 두고 있었다.
어쩌면 위험해지면 도와줄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치가 비틀거리며 일어선다.

이제 전의는 없는 것 같다.

"알겠다, 기억을 지우는 건 포기하지....우리 현재의 전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어이, 지운다는 게 기억이었냐!
갑자기 소피아쨩을 공격하기에 자신도 모르게 도발 해버렸었는데, 죄책감이 밀려온다.

아니, 기억이 지워지는 것도 충분히 곤란하지만.

하나코가 하치에게 말한다.

"이제, 돌아가겠다. 여러모로 신세졌구나.소피아, 에트와."

그러자 하치과 호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의 사정 때문에 무례한 행동을 해 버린 것을 사과하지. 다시한번 하나코님을 데려다 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 또 기회가 되면 만나지. 빛의 공주와 그녀를 지키는 적안의 수호자여."

그 말을 끝으로 하치와 호위들은 하나코의 짐을 받아 밤하늘에 떠오른다.
소피아가 그에게 화난 얼굴로 외쳤다.

"제가 에트와님의 수호자입니다-!"

하늘을 날아가려는 하나코 일행들에게 나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저기, 마왕님의 이름은 뭐야?"

하나코가 돌아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버지의 이름은 포치다! 멋지지!"
"…………."


이쪽 세상의 마왕에게 뭔가 장대한 이야기를 기대하는 것은 그만두기로 하자.



---------------------



===========

하나코가 바둑이급이면...

하치는 백구
포치는 누렁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