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8. 11. 7. 14:32



공작 가문에서 태어나서 첫날에 후계자 실격의 낙인이 찍혔지만 오늘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공작후계실격





43.마족과의 교류회(1)


"이야, 가극(≒오페라)이란건 정말 좋은 거 였구나."

이쪽 세상에는 비록 영화는 없지만 연극은 있다.
이 세상의 귀족부터 서민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즐기고 있는 오락이기 때문에 난해한 작품뿐 아니라 어린이가 즐길 수 있는 작품도 많이 있다.

루브 로제가 있는 도시인 루벤드에도 극장이 여럿 있다.
그리고 오늘은 휴일을 맞이하여 극장에 놀러 온 것이다.
물론 호위역인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나는 팸플릿을 껴안은 상태로 가극의 감동에 젖는다.

"저도 감동했습니다."

소피아도 즐거웠다고 한다.
잘됐다.
다른 아이들도 만족스러운 얼굴이다.
요즘 여러가지로 바빳으니 좋은 기분전환이 되었으려나?
데리고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뭐, 어린이용이지만 나름대로 재밌었지요."

크류트군도 아직 어린이잖아 라고 한마디 하고 싶은 것은 참겠지만, 그런 의견도 아직 어린아이같구나.

어렸을 때는 아이들 대상인 작품을 순수하게 즐기다가, 조금 성장하면 그것을 바보같이 생각하고, 그리고 어른이 되면 이상하게도 또 다시 아이들용의 작품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인간의 성장 과정은 대체로 그런 느낌이다.

즉, 나는 이제 완전히 어린이들을 위한 것도 즐길 수 있는 숙녀다!
어린애가 아니라구!


"재밌게 즐겨놓고 투덜대지 마라."

링크스군이 크류트군의 뺨을 잡아당겼다.

"그래. 불만 따위는 말하면 안돼."

아니 슬리젤군 그건 좀..

아무튼 극장 사람들이여, 감동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 안녕.
안녕.


극장에 이별을 고하고, 대로에 발을 내디뎠을 때--.


방금 전까지 우리가 있던 극장이 폭발했다.


굉음이 울리면서 건물 2층까지 시뻘건 불길이 치솟는다.


으에에엑!?

"에트와님, 이쪽으로!"

호위역인 아이들이 나를 지키듯 불꽃 앞을 가로막고 장벽을 친다.
극장 안에서 비명이 들려온다.

극이 끝나 사람들이 나왔으니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남은 관객이나 극단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나는 됐으니까 불부터 꺼!"

나는 불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이동한 뒤에 아이들에게 지시를 한다.

"네!"

실베스트레의 아이들이라면, 이런 불길 따위, 소방인원이 오기 전에 다 꺼버릴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좀처럼 불이 꺼지지 않는다.

바람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아이들이 공기를 차단하고 물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크류트군이 물을 조작해 불에 끼얹는다.
그러나 불길이 사그라지기는커녕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설마 마법의 불!"

소피아가 중얼거린다.


뭐야, 설마 진짜인가.
이 아이들 5명이 힘을 써도 끌 수 없는 불이라니, 엄청나구나.
누구의 소행일까.


나는 호위역인 아이들과 구경꾼들의 시선이 타오르는 불길에 몰려있는 것을 확인하고 일단 현장을 떠난다.
민트군은 눈치채고 있던 것 같지만 가만히 있었다.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천휘씨를 해방한다.

"천휘씨, 건물이나 사람에게는 될 수 있는 한 피해 주지 않고 저 불을 끌 수 있어?"

높은 건물 옥상에 올라가 불길이 치솟는 극장을 보며 천휘 씨에게 묻는다.

[어렵지만 해보지. 마법 칼날의 스킬 효과만을 추출해 목표로 날리는 거다. 잠시 기다려.]

기다린지 20초 정도 후, 천휘씨의 소리가 머리에 울렸다.

[다됐다.]
"감사!"

나는 옥상에서 극장을 목표로 칼을 휘둘렀다.
투명한 충격파 같은 것이 극장의 불꽃을 목표로 날아간다.

그리고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도달했을 때 불꽃만이 두 동강 났다.

그 순간
내 심안에 창백하게 빛나는 마법진이 보였다.
역시 마법이었던 것이다.


불길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소멸했다.
이제 소피아쨩들의 힘으로도 가능할 것이다.

점점 불이 꺼져 간다.

흠, 어떻게든 된 것 같다.

나는 서둘러 현장으로 돌아와 천휘씨를 해제했다.

"괘, 괜찮으십니까? 실베스트레의 자제분께서 이렇게 직접 …"
"네, 괜찮아요."

뒤늦게 온 소화도구를 든 병사들이 소피아 쨩들에게 걱정의 말을 건넸다.
소피아쨩들은 귀족들 뿐만 아니라 여러 계층에서 유명한 것 같다.

나는 살짝 안심했다.
소피아쨩들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니 이상하게 화재의 범인으로 의심받거나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것이다.
특히 링크스군은 화염계열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 걱정은 기우였던 것 같다.
병사들의 실베스트레에 대한 신뢰가 튼튼했다.

"불길을 진화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머지는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그 말을 마친 병사들은 극장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 힘만으론 지워지지 않았어.…조금전엔 설마 유적에서 우리를 도왔던 그...…"

링크스군이 갑자기 갈라져 사라진 불꽃을 떠올리며 중얼거린다.

윽, 살짝 위험했나…?

그렇지만 그대로 방치해 둘 수도 없었고...…。

"모르겠어...그렇지만 불 마법의 위력도 심상치 않았다. 크로스웰님에게 보고해 두자."
"아, 도대체 뭘까.이유를 모르겠어...…"

슬리젤군이 굳은 얼굴로, 크류트군은 지친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소피아쨩과 민트군은 나를 가만히 보고 있다.
뭐, 이정도면 당연히 들켰겠지...。


"일단 돌아갈까."

부상자가 신경쓰이긴 하지만, 병사들이 있으니 현장을 맡긴다.
의료 마법을 쓰는 사람들도 오고 있는 듯 하다.
우리같은 아이들이 나설 곳은 아닌 것이다.

우리는 호위역인 아이들과 저택에 돌아왔다.

나중에 후속보고가 왔는데, 마법이 사용된 것은 극장 안의 사람이 없는 장소였고, 다행히 부상자 정도 밖에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범인에 대한 것이지만,
그 마법진은 인간이 쓰는 마법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마족]
그렇게 불리우는 종족이 사용하는 마법의 흔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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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마족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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