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 가문에서 태어나서 첫날에 후계자 실격의 낙인이 찍혔지만 오늘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공작후계실격
41.첫 사교계(3)
혼자가 된 나는 벽에 다가가 로스트비프를 먹는다.
입식 형식의 파티인지라 테이블 위에 여러 요리가 잔뜩 진열되어 있지만 , 모두들 이야기하는데 열중하기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음, 본래 이야기가 끊기는 어쩌다 한번쯤에 우아하게 맛만 보는 것이니 당연하겠지만, 맛있는 요리가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채 외롭게 놓여 있다.
나는 그 가운데에서 로스트비프를 발견했다.
파티라고 하면 로스트비프.
로스트비프라고 하면 파티.
원래의 세계에서도 그랬던 대표적인 요리이다.
스테이크도 고기구이도 아닌 이상한 요리.
때때로 그냥 그대로 스테이크를 하는게 맛있는 거 아니냐고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그 모습을 보면 누구나 군침을 삼킬 수 밖에 없다.
분명 그 이런저런 소리를 하던 그들도 손을 대고 말 것이다.
그런 마성의 요리이다.
손도 안 댄 로스트비프를 내가 속속들이 접시에 담는다.
소스도 듬뿍.
그리고 벽에 이동한 뒤,
한 입.
음, 맛있다.
절묘하게 익힌 고기와 알맞게 어우러지는 소스.
과연 귀족의 파티.
요리사도 엄청나구만.
아,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 혼자가 되다니 한심하다.
냠, 로스트비프 마시쩡.
앞으로 이런 자리에 참여하는 기회가 늘어난다면 거절해야 할지도 모르겠네.
냠냠, 로스트비프 마시쩡.
하지만 역시 , 후작가 아이들은 인기만점이다.
링크스 군, 민트 군, 소피야 쨩 슬리젤 군, 크류트 군, 그리고 파이셴 선배.
모두의 주변에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폭넓은 연령층의 남녀가 쉼 없이 찾아들고 있다.
또한 모두의 응대도 완벽하다.
과연 명문가의 아이들.
저런 점잖은 얼굴은 오랜만에 본 것 같다.
소피아 쨩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미소로 응대하고 있다.
그런 천사의 모습에 성인 여성도 동갑의 아이도 빠져든다.
하지만 왠지 그 미소가 살짝 흐린 듯 하다.
역시 아까의 일이 신경쓰이는 걸까?
음.
"죄송합니다~.웨이터 씨-"
나는 웨이터에게 말을 붙였다.
"무슨 일인가요?"
오홋, 시중을 드는 사람답게 평범하게 응대한다.
잠깐 내 이마에 눈이 갔지만, 루브 로제의 학생 전원이 참가한다는 것은 평민의 아이들도 있는 것이니, 모두 손님 취급일 것이다.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았으니 나로서는 고마울 뿐이다.
"종이와 펜을 빌릴 수 없나요?~"
"네, 네에…..잠시 기다려주세요."
내 주문에 당황하면서도 일단 어디에선가 종이와 펜을 가져온다.
나는 즉시 소피아 쨩에게 보낼 메시지를 쓰고는 다시 웨이터에게 맡겼다.
웨이터는 제대로 소피아 쨩 주변에 모인 사람을 헤치고 복숭아 주스와 함께 편지를 준다.
복숭아 주스는 소피아 쨩이 좋아하는 음료다.
소피아 쨩은 조금 놀라면서도 편지를 펼친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어뒀다.
『 아까는 미안. 나는 소피아 쨩을 많이 좋아해. 오늘밤은 함께 자지 않을래』.
소피아 양은 메시지를 보고 놀라면 두리번 두리번 주위를 둘러보다.
나는 조금 예의바르지 못한 행동이지만 파티장에 놓아둔 의자에 무릎으로 서며 키를 높여 소피아 쨩에게 손을 흔들었다.
거의 존재가 무시되고 있니까 프리덤이다.
눈이 마주친 것은 한순간이지만 소피아 쨩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돌아온다.
힘이 난 것 같다.
"감사합니다."
협력해 준 웨이터에게 감사를 표한다.
"아뇨, 만족 주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웨이터 씨는 고개를 숙이고는 또 다시 일을 하러 사라졌다.
고마워요~
***
할 일을 마친 나는 파티회장 구석으로 돌아가 로스트비프를 먹는다.
마시쩡마시쩡.
이대로 파티가 끝날 때 까지 로스트비프를 파트너 삼아 보내는 걸까 싶었더니 옆에 누군가 찾아왔다.
어라, 벚꽃회의 멤버 분이 아니십니까.
본 적이 있는 사람 두 명이 내 곁에 다가 온다.
아마 졸업반이라고 생각되는 여자는 내 접시에 담긴 로스트비프의 산을 어이 없다는 얼굴로 바라봤다.
"뭐야 그건…… 그렇게 로스트비프만 "
"아니~ 좀처럼 먹어 보지 못했던지라~"
공작가에서 살고 있다 하더라도 매일 사치를 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밥은 맛있지만 의외로 보통이다.
로스트비프가 식탁에 나온 것은 1년에 1,2회 정도다.
한꺼번에 많이 먹어 두고 싶은 것이 서민 본성이지.
그렇게 말하면서, 로스트비프를 포크로 푹 찍어 입에 넣었다.
"다른 음식은 먹지 않나요?"
또 다른 여자 아이가 나에게 묻는다.
나보다 한두 살 위 정도일까.
"인간의 위에는 한계가 있어 사람 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쥐꼬리 만한 것이지요. 그래서 이 파티에서 제공된 음식 중에서 내가 구해 줄 수 있는 것은 로스트비프 뿐. 슬프지만 로스트비프 뿐 이에요"
미안, 다른 맛있는 요리도 구조해 주고 싶지만 위의 용적이 부족한 것이다.
"무슨 말을……"
"그건 로스트비프가 먹고 싶을 뿐인거죠."
"그렇다고도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자 두 사람은 내 옆에 온다.
이야기 상대가 되어 주는 것 같다.
"파이셴님이 부탁했어. 이런 파티에서 후작가의 사람은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니 말벗이 되어 주라고."
"아, 딱히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에요. 벚꽃회의 동료가 되었으니까 이야기 하고 싶었고."
파이셴 선배~.
그 친절함에 찡~ 하고 울린다.
게다가 이 여자아이들도, 아까부터 힐끔힐끔 이쪽을 보고는 떠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녀들도 벚꽃회에 들어온 멤버다.
후작가의 사람은 아닐지라도 평범하게 인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일부러 시간을 할애하고 내게 찾아온 것이다.
너무나 고맙다.
"아직 자기소개를 안 했지. 나는 풀나. 아지오 백작가의 딸이야."
"저는 레니레, 가문명은 모즈. 풀나 씨와 같은 백작가입니다."
이름도 알려 준다.
풀나 씨와 레니레 씨 인가.
잊지 말아야지.
풀나 씨는 5학년. 레니레는 3학년인 것 같다.
"에트와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마 이름이 알려져 있겠지만 나도 자기 소개를 한다.
그 후 30분 정도 풀나 씨와 레니레씨는 나와 이야기했다.
꽤 친해진 느낌이다.
풀나 씨와 레니레 씨는 "그럼 또 다른 아이가 오니까" 하며 떠나갔다.
그러자 파티를 즐기고 있던 사람들 중 몇 명이 두 사람에 다가간다.
역시 인기인 이구나.
일부러 나를 위해 시간을 쓰다니 고맙다.
다음에 다가 온 것은 남자 두 명이다.
레니레 씨와 같은 정도일까.
즉, 2~3학년 정도.
"나, 나는 카사츠그. 잘부탁한다."
"나는 코릿토입니다."
이가 돋보이는 장난 꾸러기 같은 아이가 카사츠그.
우등생 같은 아이가 코릿토.
둘 다 백작가인 것 같다.
파이셴 선배나 레니레 씨의 한살 아래인 2학년.
카사츠그 군은 잠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손을 모으고 나에게 사과했다.
"미안, 처음 왔을 때 의자를 뺀 것은 나야. 용서해줘~."
"아아~, 괜찮아~ 괜찮아~"
계속 양심에 가책을 느끼고 있었나보다.
나는 손을 흔들며 전혀 개의치 않는 것을 전한다.
오히려 지금까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잊어 버렸을 정도다.
나의 말에 카사츠그 군은 겨우 안심했다.
"로스트비프이구나, 맛있겠다."
카사츠그 군이 나의 접시에 올려진 로스트비프의 산을 보고 조금 부러운 듯 말 한다.
분명 모두에게 인기가 있어서 좀처럼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건 좀 불쌍하다.
링크스 군들은 괜찮을까.
소피아 쨩에게 로스트비프를 보내는 게 좋았을 지도 모른다.
"먹을래?"
카사츠그 군은 왠지 연상이라는 느낌이 들지않아 반말이 된다.
본인도 개의치 않는다.
"괜찮아?"
내가 내민 포크에 찍혀있는 로스트비프를 카사츠그 군은 덥썩 하고 받아 먹었다.
먹성이 좋다.
나도 한 입.
냠.
"코릿토 씨도 먹을래요?"
나는 코릿토 군에게도 포크에 찍힌 로스트비프를 내민다.
코릿토 군은 잠깐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저었다.
"저, 전는 괜찮습니다……"
그렇게 둘 다 잡담을 하고 헤어졌다.
다음에 온 것은 남녀 2인조.
둘 다 4학년인 것 같다.
여자는 차를 주는 사람이니까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여자가 샤르티 씨, 남자가 엣셀 씨.
다시 30분 가량 잡담을 하고 헤어졌다.
귀족 다운 단정한 사람이었다.
파티 시간은 2시간 반 정도니 앞으로 40분 정도 남았다.
혼자 시간을 보내지 않게 되어서 정말 고맙다.
파이셴 선배와 벚꽃회 멤버의 사람들에게 감사인사를 해야겠다.
헤어질 때 샤르티 씨가 말한다.
"다음은 유우피가 찾아올 테니까 잘 부탁해."
벚꽃회의 멤버는 호위 역의 아이들과 나를 제외하면 파이셴 선배를 포함해 8명이었으니 마지막은 한 명인 듯 하다.
나는 다시 파티회장의 구석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도록 서 있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음, 나와 말하고 싶지 않아 아이도 있을 것이다.
그럼 나는 나머지 시간을 로스트비프와 보내면 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로스트비프는 맛있는가?"
"네, 정말 육즙이 제대로 남아 있고 소스도 알맞아 맛있습니다."
"홋홋호, 그래? 오늘의 요리사가 두팔을 걷어붙이고 솜씨를 부렸는데, 그 감상을 들으니 기쁘구나."
얼굴을 살짝 옆으로 돌렸더니 하얀 수염이 친근해 보이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설마.....이 사람이 유우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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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비프는
영국요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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