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8. 9. 2. 16:37

공작 가문에서 태어나서 첫날에 후계자 실격의 낙인이 찍혔지만 오늘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공작후계실격


36.벚꽃회(14)



워터 엘리멘트가 넘어지면서 숲에는 평화가 다시 찾아왔다.

숲에 감돌던 팽팽한 긴장감이 사라지고 모사모후 씨가 돌아다니던 원래의 온화한 분위기로 돌아왔다.

그 커다란 워터 엘리멘트가 쓰러진 뒤에는 작은 개울이 생겨났다.
그 곳에 모사모후 씨가 잔뜩 달라붙어 있었는데, 워터 엘리멘트의 마나를 흡수하고 숲에 뿌리려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파이셴 선배와 함께 숲 밖에 걸어가고 있다.

"흥흐흥~♪ 라라라~♪"

워터 엘리멘트가 물을 모아 방출한 탓인지 안개도 개여서 하늘이 맑았고,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빛이 밝혀주는 숲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부르고 싶을 정도로

이상하게도 모사모후 씨가 덤벼들지 않는다.
우리 곁을 지날 때 한번 펄쩍 뛰어오르고는 지나간다.
어쩌면 감사인사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잠시 내가 콧노래를 부르며 걷다 보면 파이셴 선배가 질문을 한다.

"그래서 그 힘은 뭔가요?"

큿.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까.

환생할 때 신님에게 굉장한 힘을 받게 됐다고 해도 믿지 않을 테고, 그래도 그 밖에 다른 설명도 불가능하고.

곤란하구만...

대답하기 곤란해 하고 있으니, 파이셴 선배는 이쪽을 지긋이 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흐응, 대답을 못하는 건가요. 그럼 대답하지 않아도 좋아요. 도움을 받았으니."

에- 괜찮은건가.
다행이다.

나는 휴우 하고 한숨 돌린다.
그런 나의 반응을 본 파이셴 선배가 조금 짓궂게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의 반응으로 보면, 밝히고 싶지 않은 뭔가 구린 힘이란 것은 알 수 있고요.."

윽.

"그래서 실필 가의 사람들은 그런 힘이 있는 것을 아나요?"
"아뇨, 소피아 쨩과 민트 군밖에 모릅니다."
"즉, 거의 비밀로 하는 거네."
"네."

파이셴 선배는 다시 한숨을 토한다.

"조금 현명하네요. 실 필가에서 그 도장을 받은 한, 귀족들은 당신을 동료로 인정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리고 대부분의 귀족은 평민이 자신들을 웃도는 힘을 갖는 것을 싫어하고요. 만약 당신의 힘이 알려지면 귀족 사회에는 큰 혼란이 야기되겠죠……"
"으헤……"

나보다 훨씬 귀족 사회에 정통한 파이셴 선배의 진단은 설득력이 있었다.
무심코 이상한 소리를 내어 버린 나에게 파이셴 선배가 엷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도 아까는 실필가가 자녀를 폐적시켜 힘을 감추고 무언가를 꾸미고 있는게 아닌가 했으니까요."
"에에에, 그럴 리가! 그렇지않아요!"
"그래요. 실필가는 그런 짓을 할 것 없이 일부러 그런 표시까지 만들어 힘이 있는 혈통을 유지하고 있는 걸요. 이번에는 터무니없는 실수를 해버린 것 같지만 말이에요."

그렇게 파이셴 선배는 진심으로 즐거운 듯이 웃기 시작한다.

어라, 그러고 보니 지금 우리 왠지 좋은 느낌이지 않나.
의외로 잘 된 것 같다.
아직 루이셴 선배라는 문제가 남아있지만 문제해결에 한발 다가선 느낌이다.

나는 파이셴 선배에게도 부탁한다.

"죄송합니다만, 선배도 저의 힘을 비밀로 해 줄수 있을까요?"
"문제없어요."

나의 부탁을 파이셴 선배는 간단히 받아들여 준다.
나는 예상하지 못 했던 흔쾌한 대답에 놀라고 말았다.

"에, 괜찮나요?"
"이래봬도 은혜에는 보답하는 주의에요. 애초에 그 모습을 봤을 때 부탁하지 않아도 비밀로 할 생각이었고요."
"오오! 감사합니다!"

역시 파이셴 선배, 좋은 사람이잖아.

솔직하게 기뻐하는 나의 모습에 파이셴 선배가 조금 황당하는 얼굴을 했다.

"바보같은 성격이군요. 비밀로 하겠다고 하면서 당신을 이용 하려고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건가요?"
"선배에게 곤란한 일이 있으면, 전력으로 제가 도울께요!"
"……하...됐어요."


파이셴 선배는 흥 하고 고개 돌린다.
그래도 꽤나 친해진 것 같다.

소피아 쨩들도 있지만, 귀족 중에는 첫 친구 같은 관계가 아닐까, 선배와 후배이긴 하지만.
소피아 쨩들은 어느 쪽인가 하면 가족 같은 느낌이고.

나는 파이셴 선배와 함께 천천히 숲을 나왔다.

***


둘이서 숲의 출구까지 도달했다.

"에트와쨩!"

리리시 쨩이 달려온다.
리리시 쨩은 나를 껴안자 평소처럼 스윽스윽 뺨을 부볐다.

"얼마나 걱정했다구~"
"응, 그래그래."

나는 리리시 쨩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위크 만 선생님도 다가온다.

"에트와 군, 무사했습니까? 다행이다……"
"네~"


위크 만 선생님은 돌아온 내 모습을 보고서야 겨우 안심했다.
그리고는 안심한 표정으로 나에게 꿀밤을 먹였다.

"그엑?"
"그렇지만 두번이나 숲에 들어가는 것은 무모한 행동입니다! 돌아왔으니 다행이지만..."

아무래도 상당히 걱정시키고 말았나보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솔직하게 사과한다.
그런 나를 파이셴 선배가 앞서서 감싸준다.

"너무 화내지 말아 주세요. 이 아이 덕분에 저도 안전하게 숲을 나올 수 있었으니까요."
"……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에트와 군. 나야말로 너희들이 위험한데도 도우러 갈 수 없었으니까요. 한심한 선생님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대피시켜 줘서 감사합니다. 당신 덕분에 모두 무사했아요."


아마 나를 나무란 뒤에 그렇게 사과하려고 했던 것일까.
어느 쪽 말에도 나를 향한 배려가 느껴진다.

어른이 된다 해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나도 신에게 받은 치트 힘이 없었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걱정이 아니라 학생들의 걱정을 계속한 위크 만 선생님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최종적으로는 웃으며 서로의 무사를 기뻐하고 있으니, 그런 우리들을 지켜보던 어른들 집단 속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파이셴, 무사했나!"

아, 루이셴 선배다.....

모여있던 어른들에 섞여 루이셴 선배가 있었다.
내가 무심결에 차가운 표정으로 보는 이유는 말할 것도 없으리라.

그러나 그런 내 반응을 의식하는 모습도 없이 루이셴은 파이셴 선배 곁으로 뛰어간다.

"다행이다. 걱정했잖아."

아무래도 걱정한 것은 정말인 것 같다.
파이셴 선배를 바라보는 루이셴 선배의 얼굴에는 안도의 감정이 있었다.

하아……사건의 원흉이지만 모두 무사했으니 어쩔 수 없나...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파이셴 선배가 갑자기 외쳤다.

"이 녀석이에요! 이번 사건의 범인은!"

엣!?

"파, 파이셴……?"
"이 녀석이 워터 엘리멘트를 소환하고 폭주시킨 채 달아났어요! 증거인 마법진은 숲 속에 있어요! 마법원에서 조사한다면 누가 썼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빨리 기사단에 통보해요!"

파이셴 선배는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루이셴 선배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수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열변했다.

"범인...?"
"분명 이번 사건, 물 마법의 사용자가 범인일 터인데……"

파이셴 선배의 고발에, 주위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파, 파이셴……어째서……"

동생에게 배신당한 루이셴 선배는 멍한 얼굴을 했다.
그런 루이셴 선배에게 파이셴 선배는 화난 얼굴로 쏘아붙인다.

"어째서는 무슨!! 자신이 소환한 엘리멘트를 그냥 두고! 이런 재난을 일으키고! 모르쇠로 지나가려 하다니! 귀족 실격이다!"
"우!……으윽……"

여동생의 박력에 압도된 루이셴 선배는…….

"나, 나는…… 몰라. 모르는 거야!"


아, 달아났다.

"도망치지 못 해요!"

도망 치는 루이셴 선배에게 파이셴 선배가 쏘아낸 마법의 물줄기가 직격했다.
등을 돌리고 달아나는 데 전력을 쏟았는지 방어할 수 없었나 보다.
루이셴 선배는 곧장 땅바닥에 뻗어 기절했고 잠시 후에 불러들인 기사단에게 연행되었다.

그런 루이셴 선배를 파이셴 선배는 팔짱을 끼고 차가운 시선으로 배웅한다.

"흥! 최저에요..."

그리고 그 자리에 모인 전원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번 사건은 님피유 후작가의 책임입니다. 훗날 제대로 된 사과를 하겠습니다."


음, 귀족 아가씨...
조금 무섭다….


***



그 사건이 있은 지 며칠 후, 루이셴 선배는 전학을 가게 되었다. 후작가를 상속할 권리도 파이셴 선배에게 옮겨진 것 같다.

음, 어떨까.
저지른 일을 생각하면 타당하다고는 생각된다.

파이셴 선배에게 물어보자 "당연한 응보"라고 했다.

그런 사후 처리도 끝나고 나는 벚꽃회의 저택이 있는 정원 앞에 있었다.
소피아 쨍 링크스 군, 민트 군, 슬리젤과 크류트 군도 마찬가지다.

그런 우리 앞에서 파이셴 선배가 고개를 숙인다.

" 지난 다과회에서 에트와 양을 모욕한 것은 저의 어리석음에 의한 실수였습니다. 에트와 양은 실격의 표식을 받았어도 공작가의 영애로서 부족한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벚꽃회의 대표로서 부끄러운 행동을 사과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사과를 받겠습니다, 파이셴님."

소피아 쨩들을 위해 파이셴 선배가 공식적인 사과의 장을 만들어 준 것이다.

고개를 살짝 기울이면서도 어쨌든 되었나 하는 표정의 소피아와 링크스 군.
그것을 받아들이고 당당한 태도로 고개를 숙이는 파이셴 선배.

파이셴 선배 쪽에서 어른의 관록이 느껴진다.
2살 정도의 차이지만, 역시 연공은 허세가 아니라는 걸까.

"그럼 다시 한번 소피아 씨, 벚꽃회에 들어와 주실 수 있을까요."
"네, 명예로운 제안, 감사히 받아들이겠습니다."

파이셴 선배가 소피아 쨩의 가슴에 꽃무늬의 뱃지를 달아 준다.
그 뱃지는 벚꽃회 멤버의 증거인 듯 하다.

됐다!
이것으로 완전히 화해다!

소피아 쨩도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다행이네~

파이셴 선배가 속속 호위 역의 아이들에게 배지를 달아 준다.

링크스 군, 아직 고집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내가 그쪽을 보며 웃자 붉게 변하며 얼굴을 피한다.
민트 군, 표정은 변하지 않지만 아마 기뻐하는 중일 것이다. 아마…….
슬리젤 군은 왠지모르게 자랑스러워 했다. 응, 안심된다.
크류트 군의 가슴에도 꽃무늬의 뱃지가 빛난다. 휘말려서 힘들었겠지. 수고했다.

좋아, 이것으로 전부 끝났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파이셴 선배가 내 앞에 섰다.

무슨일일까……?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파이셴 선배가 꽃무늬 뱃지를 내 가슴에 살짝 얹는다.

"에트와, 당신도 오늘부터 벚꽃회의 일원이에요. 그 멤버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하세요."


선배는 그렇게 말하며 나에게 미소를 짓는다.
선배...

나는 그 뱃지를 떼어내며 선배에게 돌려준다.  

"아하하, 용서해주세요 선배. 그런 데 들어가 버리면 점심 도시락 먹는 시간이 없어지잖아요~?. 그런 건 싫어요~."

나로서는 소피아 쨩들이 벚꽃회에 들어간다는 목적을 달하고자 한 것이니 내가 참여할 필요성은 전무하다.
오히려 불필요한 활동 때문에 시간을 빼앗기면 점심 먹을 시간이 없어져서 힘드니까 사양하겠습니다!

내가 정직한 마음으로 거절하자 선배가 고개를 수그리고 떨기 시작했다.

으응? 왜 그러시나요 파이셴 선배~.

다음 순간, 선배가 날리는 싸대기가 내 볼에 안착한다.

"조금은 분위기를 읽으라고! 이 멍청이가ー!"
"뷰맣!"

위력적인 손바닥 타작을 맞고 벌렁 쓰러진다.

아파-!
아버지한테도 맞은 적 없는데…….

"잘도 에트와 님을!"
"아, 아니에요. 조금 부글부글 하는 바람에 그만! 그럴 생각이……!"

쓰러진 나의 귀에 소피아 쨩이 화를 내는 목소리와 파이셴 선배가 당황하며 변명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뷰...먀..ㅎ...……"


모두 화해할 수 있었을 텐데.....
이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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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총한 에트와....


그리고 단숨에 차기후작자리를 꿰어차는 파이셴

무서운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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