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8. 8. 21. 23:12

공작 가문에서 태어나서 첫날에 후계자 실격의 낙인이 찍혔지만 오늘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공작후계실격


34.벚꽃회(12)


"하앗!"

파이셴은 숲에 들어서자마자에 있던 워터 엘리멘트를 마법으로 쓰러뜨렸다.

그러나 그 사이즈는 분명히 소환된 것보다도 작았다.

(이건 본체가 아니야……)

이것은 최악의 사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폭주한 워터 엘리멘트가 대기의 수분을 흡수해 거대화 하는 것 뿐만 아니라 분열도 하고 있다.

날씨 또한 최악이었다.
하늘은 흐리고 숲은 안개가 낄 정도로 습도가 높다.
워터 엘리멘트가 흡수할 물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멀리서 워터 엘리멘트의 떼가 보이기 시작할 때, 파이셴은 발을 멈췄다.
어느것이나 크기는 별로 크지 않기에 아직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 크기의 워터 엘리멘트 들이 이 만큼이나 있다면, 핵이 되는 본체의 부근에서는 얼마나 많고 커다란 워터 엘리멘트 들이 있다는 것일까.

( 쓰러뜨리는 것은 무리일지도 몰라..그렇다면 아이들을 먼저 ……)

솔직히 말하자면 파이셴은 평민을 좋아하지 않았다.
미천한 태생에 멍청하고 천박하며 힘도 약하다.
자신과 가까이 할 만한 인간들이 아니다.
그 에트와라는 공작가의 실격녀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그렇다고해서 죽어도 괜찮다는 것은 아니었다.
하물며 자신들 때문에 피해를 입게 된다면…….

워터 엘리멘트와 마주하는 무력한 에트와와 평민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자 등골이 오싹해졌다.

(지금 당장 구출하러 가야하는데……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

아무리 빨리 구하고 싶다고 하지만, 숲은 너무나 넓다.

파이셴은 도망 간 오라버니에게서 들은 정보를 떠올린다.

(분명 수업의 일환으로 오고 있다고 말했지. 그렇다면 선생님이 있을테고. 선생님이라면 대부분의 장소는 알고 있을 거야.)


숲 주변을 열심히 달리자 어른들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의 뒤에는 퀘스트 달성 축하 깃발과 수많은 과자가 쌓여 있는 탁자가 있었다.
그러나 어른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새파랬다.


그 시선의 끝을 따라가면 숲을 뚫고 솟아난 것 같은 거대화된 워터 엘리멘트 하나가 보였다.

틀림없이 자신들이 소환한 본체일 것이다.


"빠, 빨리 도우러 가야해……!"
"선생님, 무리야! 이길 수 있을 리 없어!"


선이 가늘고 별로 의지가 되지 않을 듯한 청년이 처절해 보이기 까지 하는 모습으로 숲에 들어가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를 막고 있는 어른들의 말은 정론이었다.
게다가 나 또한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마법도 쓸 수 없는 인간이 지금 숲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금 시간이면 아이들은 야영장 근처에 있을 거예요! 거기에 도착하면..."

(야영장....?)

중요한 말을 들은 파이셴은 지도를 찾는다.
있었다.
테이블에 숲의 지도가 있다.

(여기인가...)

파이셴은 숲 쪽으로 달려갔다.
그 순간 그 모습을 알아차린 어른이 막으려고 한다.

"이, 이봐 아가씨! 어디 가는 거야!"
"내가 아이들을 도우러 가겠어요!"
"기다려, 숲은 위험한 상태다! 아무리 귀족이라고 해도!"
"애초에 저희 잘못입니다……!"

파이셴은 그렇게 말하고 어른의 정적을 뿌리치고 숲으로 뛰어들었다.


***


숲에 들어가 워터 엘리멘트와 싸우며 아이들을 찾는다.

야영장이 가까워 질수록 적은 점점 늘어나고 커다래졌다.

(위험해……)

파이셴이 사용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물 속성의 마법 뿐.
고귀한 윈데네가문과 가장 가까운 핏줄인 님피유 가문은 거의 대부분 수마법의 전문가이며 파이셴 또한 예외가 아니다.

수분을 흡수하는 워터 엘리멘트를 상대로 물 속성의 마법으로 쓰러뜨릴 수 있는 것은 파이셴의 마법이 강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해 상대방이 마법보다 강하다면 쓰러뜨릴 수 없다.
오히려 마법이 점령당해 버린다.


그 임계점이 숲 속으로 들어 갈수록 차츰 다가오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물러설 수는 없다.
책임이 있으니까.


큰 체구의 워터 엘리멘트가 나무들 사이에서 튀어 나온다.
파이셴은 곧장  마법의 물기둥을 만들어 공격한다.

다음 순간, 물이 워터 엘리멘트의 몸 앞에서 멈췄다.
그러나 다시 움직이며 그 몸을 관통해 워터 엘리멘트를 흩어버린다.

( 괜찮아요. 아직까지는 괜찮아요……)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작은 수압의 칼날 같은 일격이 오른발을 스쳤다.
가지 위에서 작은 엘리멘트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

순간적으로 마법 장벽을 쳐 공격을 막아낸다.

"이녀석!"

반격으로 쏘아낸 마법으로 소형인 엘리멘트가 날아갔다.

"조금만 더 가면……"


살짝 발을 질질 끌면서도 파이셴은 지도에 나온 야영장을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했다.

하지만 거기에 아이들의 모습은 없었다…….

(어디, 어디에 있는 거야……? 어쩌면 더 깊이...)

숲 속을 바라보면 더 커다란 워터 엘리멘트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일부러 저 곳으로 갔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이 혼란에 빠져 방향을 잃고 위험한 쪽으로 이동했을지도 모른다.

숲에 들어올 때 그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았다.
물론 지나쳐 갔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렇게 워터 엘리멘트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는 어느 쪽으로 갔는지 조차 알 수가 없다...

다시 돌아가며 찾거나 안으로 들어가거나.
파이셴은 망설이다가 안 쪽으로 가기로 했다.

아직 찾지 않은 장소 쪽이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 ―― 그렇게 생각면서.


거대한 워터 엘리멘트들이 서성이는 숲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찾는다.
그렇지만 머리카락조차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이런 위험한 상황의 숲 속에서 아이들이 생존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런 근본적인 불안이 파이셴을 잠식한다.

(지금은 계속 찾을 수밖에 없어……)

그렇게 생각하며 조바심을 내고 있을 때.

단숨에 다섯 체 정도의 엘리멘트가 파이셴을 에워싸듯이 출현했다.
그 모두가 지금까지 싸웠던 엘리멘트들 보다 컸다.

"큭!"


물 기둥을 날려 우선 하나를 요격하려 한다.
그러나 작은 집 정도는 충분히 날려버릴 위력이 있는 그 마법이 워터 엘리멘트의 몸 앞에서 멈췄다.

움직임을 멈춘 물 덩어리가 워터 엘리멘트의 곁에서 소용돌이 치기 시작한다.

(마법이 빼앗겼어...)


최악의 상황에서 임계점이 오고 말았다.
포위된 상황에서 폭주하고 있는 워터 엘리멘트의 힘이 자신을 넘어섰다.

자신이 쏘아낸 물 마법이 붉고 섬뜩한 색으로 물들고, 목표를 반대로 바꾸어 날아간다.
그 위력은 내가 쏘았을 때보다 몇배나 강하다.


순간적으로 쳤던 마법장벽도 단숨에 깨진다.

파이셴은 그저 멍하니 자신에게 다가오는 물 기둥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나 죽는거야……? 아직 아이들을 돕지 못했는데……. 아무런 책임도 지지 못하고……?)

그 순간
옆에서 누군가가 굉장한 속도로 파이셴을 향해 뛰어와 번쩍 안아 들고는 물 기둥을 회피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나무 위로 이동한다.

자신을 도운 것은 자신보다 작은 소녀였다.
얼굴을 숨기기 위해서 인지 천으로 조잡하게 가린 얼굴이 맥빠지는 목소리로 말을 건다.

"괜~찮~은~가~요??"

자신을 둘러싼 워터 엘리멘트들이 형태를 바꿔서 나무 위에 있는 자신들에게 덤벼든다.
그러나 소녀가 검을 몇 번 휘두르자 단번에 다섯 구 모두 흩어져 사라진다.

(폭주하고 저렇게나 강화된 워터 엘리멘트들을 일격에!? 그것도 검으로!?)

그 믿기 어려울 정도의 강함에 파이셴은 눈을 부릅뜬다.

"아니-, 마침 숲을 지나가던 참이었는데, 뭔가 위험한 것 같아서 도우러 왔어요~. "

낯익은 목소리.
우리 학교 교복.
수상한 변명

(아 녀석, 에트와군요......)

얼굴을 가렸지만 금방 들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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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트와: 하핫! 지나가던 나그네이올시다!

파이셴: .............교복......목소리.......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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