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8. 7. 30. 23:41

공작 가문에서 태어나서 첫날에 후계자 실격의 낙인이 찍혔지만 오늘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공작후계실격


32.벚꽃회(10)

너무도 숲에서 임무가 시작된지 2시간 정도 지났다.

우리는 순조롭게 4개의 메달을 찾았다.

날씨는 여전히 흐리긴 해도, 걸으려면 그 편이 더 편해서 좋았다.
숲에는 안개가 껴 있었지만, 시야를 가로막는 정도는 아니어서, 조난 걱정은 없어 보였다.

"배고파."
"나도~ 배고프다~"

점심 시간이 임박하자 아이들은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슬슬 밥을 먹어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말을 꺼낸 아이들에게 나는 좀 더 걷자고 했다.

"곧 마물 방지가 되어있는 캠프장이 있으니까 거기까지 가자. 그리고 밥을 만들 거야."

가이더가 있는 우리 파티에서는 내가 식량을 옮기고 있다.
그만큼 모두 홀가분하다.
다른 조에서는 각각이 자기가 먹을 밥을 가지고 온 것 같다.


사실, 내 짐의 대부분은 사온 재료들이다.
어느정도의 양을 가져와야 할 지 잘 몰라서 많이 가져오고 말았다.
오히려 너무 많았을지도 모른다.

"네~"

이 숲의 가이드를 하며 나름의 신뢰를 얻었는지 아이들은 고분고분 하게 내 지시에 따른다.

그리고 걸어서 10분 정도 후, 마물 방지를 하고 있는 캠프지에 당도했다.

중심에는 모닥불을 피울 수 있는 돌로 만든 구조물이 있었고 그 주위 3미터 정도를 원형의 마법진이 에워싸고 있다.
이것이 마물 방지 인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밥을 만들자."

나는 캠프장에 놓아둔 낡은 테이블 위에 깔개를 깔고 재료와 조리 도구를 꺼낸다.
도마, 칼, 프라이팬, 기름, 소금, 그리고 양파, 파프리카, 당근 등의 채소, 나머지는 닭고기.
상하지 않도록 얼음도 가지고 왔다.

식기도 늘어놓았다.
그릇을 깨지지 않게 깨끗한 수건으로 싸서 가지고 왔다.

"뭐 만들어?"
"훗훗후 기대하시라."

나는 그렇게 말하며 도마에서 채소를 썰어 간다.

채소는 서투른 아이도 많으므로 잘게 썰고, 양파는 적당히, 당근은 잘 익을 수 있는 크기로 자르다.

아, 닭고기를 자르는 것을 잊고 있었다.
이건 한 입 사이즈 정도로 자른다.

재료 손질이 끝나면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먼저 닭고기를 볶는다.
프라이팬에 중량 경감의 마법이 걸려서 어린아이의 손으로도 다루기가 쉽다.
표면을 굽고나서 속도 잘 익도록 천천히 볶는다.

마침 잘 구워진 닭을 그릇에 옮기면 다음은 채소다.

우선 익는데 오래걸리는 당근을 넣고 양파도 바로 뒤에 투입한 뒤 잘 익을 때 까지 볶고 소금으로 살짝 양념을 한다. 마지막에 파프리카도 익혀준다.

리리시 쨩이 음식 냄새를 킁킁 하며 맡더니 황홀경에 빠진다.

"냄새 좋다~. 이제 다 된거야?"
"미안~, 아직 좀 더 걸려."

여기에서 화이트 소스를 만들―― 버터를 녹이고 밀가루를 볶은 뒤 우유를 덩어리지지 않도록 섞어 가면서 만들―― 예정이었지만, 연습을 해도 아직도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녀들이 만든 화이트 소스를 얼려서 가져왔다!
감사합니다 시녀분들!

화이트 소스를 프라이팬에서 해동하자 맛있는 냄새가 숲에 퍼진다.
아이들도 무슨 음식인지 눈치챘다.

"혹시 그라탕인거야?"
"에, 그래도 오븐이 없는데!?"

훗훗후.
나는 닭과 볶은 채소를 넣은 그릇에 화이트 소스를 넣고, 거기에 치즈를 얹어준다.

"역시 그라탕이야."
"그렇지만 어떻게?"

그리고 꺼낸 것은 은박지!

나는 그대로 그릇을 감싼다.

"뭐, 뭐야 그건……"
"훗훗후 비밀 무기야~"

그리고 은박지로 싼 그릇을 모닥불 속에 넣었다.

"에에에, 타버린다구!?"
"괘, 괜찮은거야!?"

요리를 망치는게 아닌가 하며 호들갑을 떠는 아이들을 힐끗 보고는, 나는 차분히 그라탕의 완성을 기다린다.
그렇게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2분 정도 있다가, 은박지로 싼 접시를 나무 막대기로 잘 꺼낸다.
그리고 은박지를 열어 봤다.

그러자 치즈가 잘 녹아 몽글몽글한 그라탕이 드러났다.

이것이 바깥에서도 요리 할 수 있는 그라탕 은박지 구이인 것이다!

"그라탕-!"
"대단해!"

그라탕이라고 하면 아이들이 좋아하겠지.
파티의 아이들의 눈이 빛낸다.

" 뜨거우니까 조심해~"

나는 화상을 입지 않게끔 수건에 감싼 그라탕을 아이들에게 나눠준다.
아이들은 기쁜 얼굴을 하면서 뜨거운 그라탕을 숟가락으로 떠서 입에 넣는다.

"뜨거워, 그래도 맛있어!"
"모험에서 그라탕을 먹을 수 있다니 행복해!"
"역시 에트와!"

모두 정신 없이 먹는다.
열심히 준비한 보람이 있다.

나도 정리를 하고, 그라탕을 먹으려고 하자 문득 숲 쪽에서 기묘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건 울음 소리……?"
『 증폭한다. 』

천휘님이 내가 눈치 챈 소리를 증폭시켜준다.
역시 울음소리다.

"왜그래? 에트와 쨩."

나의 행동을 눈치 챈 리리시 쨩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미안, 나 좀 다녀올께, 금방 올거야."
"에? 에트와 쨩!?"

나는 캠프를 떠나 울음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향하다.
숲을 나아가면 아이들의 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낯익은 목소리, 우리와는 다른 조의 아이들이다.

나무를 빠지고 소리가 나는 곳까지 다다르면 그곳은 지옥의 광경이 펼쳐졌다.

"우와아앙!우와아아아앙!"
"내 밥이!!!으아아아아앙!"
"내 빵도 먹어 버렸어 으아아아아앙!"

땅바닥에 앉아서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과 그에 개의치 않고 그들에게서 빼앗은 빵과 소세지를 가차 없이 우물우물 먹는 모사모후 씨.

아마 먹고있는 것은 아이들이 각자 준비한 점심일 것이다.
그 모든 것이 빼앗겨 모사모후 씨의 입 속에 들어 있다.

그렇다.
인간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모사모후지만 실은 한가지 곤란한 특징이 있다.
모사모후는 인간을 덮치지는 않지만 인간이 먹는 도시락에는 가차 없이 덤벼든다.

분명 그것도 숲의 양분으로 삼을 생각인 것이다.
평소에는 초등 학생도 쓰러뜨리는 모사모후이지만, 이 때만큼은 자비가 없다.

그래서 나는 마물 방지가 있는 캠프지 까지 이동하여 조리를 시작했던 것이다.
모사모후에 아이들의 밥을 빼앗기지 않도록.

아이들이 있는 장소는 캠프장에 곧 도달할 수 있는 곳이었다.
아마 메달의 공략에 시간이 빼앗겨 점심 때가 되자 캠프장까지 찾아가는 것을 참지 못하고 도시락을 열어 버렸을 것이다.

그 결과가 이 참극이다.

나는 그 주변의 나뭇가지를 주워 모사모후 씨의 머리를 두드린다.
모사모후 씨는 아이들에게서 빼앗은 식량을 남기며 숲의 대지로 사라졌다.
앞으로 자라날 식물의 양분이 되었으리라.

그 후에 울고 있는 아이들을 챙겼다.

"괜찮아?"
"우우우읏! 우리 밥이 없어……"

모사모후 씨를 쓰러뜨려도 밥은 돌아오지 않는다.
아이들은 겨우 울음을 그치지만, 아직 슬픈 듯했다.

나는 그들에게 제안한다.

"사실은 우리 조의 식사 재료가 아직 남아 있어. 괜찮다면 밥을 만들어 먹지 않을래? 먹고 싶으면 요리를 만들어 줄게."
"괜찮아……?"

나의 제안에 아이들은 눈을 크게 뜬다.
설마 라이벌 조의 가이더인 내가 돕겠다고 말할 줄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엄지 손가락을 세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완전 오케이야. 모험에 중요한 것은 서로 돕는 거니까. 그럼 마물 방지가 되어 있는 캠프장까지 이동하자."

그리고 나는 캠프장에 다른 조의 아이들을 데려와 마찬가지로 은박지를 사용한 그라탕을 대접했다.
그라탕은 아이들에게 호평이어서, 눈시울을 붉히던 아이들도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에트와 쨩"
"가이더를 바보 취습 해서 미안해."
"우리도 가이더가 있었다면……"

훗훗후 모두 가이더의 장점을 알아준 것 같다.
위크 만 선생님의 수업도 성공이 아닐까?

"오후부터는 11명 아니라, 다 함께 가지 않을래?"

또 뭔가 있으면 큰일이니 나는 다른 조 아이들에게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아이들도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는지. 나의 제안에 놀라면서도 호의적인 반응을 한다.

"괜찮아!?"
" 그렇다면 좋지만……"

같이 가고 싶은 듯 이쪽을 흘끔흘끔 보는 아이들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응, 애초에 경쟁도 아니었고, 11명보다 22명 모두 함께 하는 것이 더 빠르게 공략할 수 있어."
"우리도 환영이야!"

같은 조의 아이들도 동참한다.

"그럼 오후에는 모두 함께 이 숲을 공략하는거다!"
"오오-!"

그런 이유로 오후부터는 22명이 다 함께 행동하게 됐다.
첫 임무에서 나도 제대로 된 역할을 다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요리도 만족한다니 기뻤다.


"오후에도 즐거울 거 ――읏!?"


그렇게 말하던 중 나는 급속히 숲의 기미가 바뀌기 시작한 것을 깨달았다.
방금전 까지만 해도 이 땅 정령의 숲은 아까까지와 마찬가지로 우리를 지켜보듯 온화한 공기로 싸주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팽팽한 긴장감 같은 것이 감돌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아직 그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자, 그러면 슬슬 출발하자!"
"안돼! 아직 마물 방지에서 나가지마!"

나는 큰소리로 그들을 멈춘다.

"에,에트와 쨩……?"

리리시 쨩이 당황하며 나를 바라본다.
나는 아이들이 누구도 여기서 나가지 않도록 의식을 집중했다.

이윽고 너무도 숲의 분위기를 바꾸어 버린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그 모습을 보고 비로소 이상 사태를 깨달았다.

"저, 저게 뭐야……?"
"모, 몬스터?"
"나 그림책에서 본 적 있어. 워터, 워터 엘레멘트 다……"
"그런데 새빨개.....게다가 저렇게 많이..."

불길한 붉은색의 인간형을 띠고 있는 물 덩어리가 숲에 넘쳐나기 시작했다.



***


에트와가 제출한 종이에 적혀 있는 숲을 앞에 두고 루이셴이 중얼거린다.

"흥, 지저분한 숲이야. 우리 귀족들의 배움터 루브 로제가 있는 동네에 아직 이런 낡은 숲이 남아 있다니. 빨리 쓸어 버리면 좋을 것을. "

그 옆에는 좀 당황한 얼굴을 하고 있는 파이셴도 있었다.

"진심입니까, 오라버니?"

그 얼굴은 여기에 있는 것에 내키지 않는 다는 모습이었다.

"당연하다. 그 에트와 라는 여자는 작위도 안 나오는 신분이면서도 우리 님피유 가를 바보취급했다. 벌을 받아 마땅하잖아? 조금 겁을 줄  뿐이다. 내 워터 엘레멘트의 힘으로."
"여, 역시 지나친 것이……?"
"제어를 잘못하지 않으면 소환한 엘레멘트가 사람을 다치게 하는 일은 없다. 파이셴은 나의 힘이 못미더운것인가?"
"그, 그렇지는 않습니다....."

루이셴은 히죽히죽 웃으며 땅바닥에 마법진을 그린다.
그것을 본 파이셴이 다시 결심한 모습으로 말한다.

"역시 그만둡시다, 오라버니. 결국은 학교에서의 사소한 말다툼입니다. 마법까지 써서 몰아세우다니, 역시 지나칩니다."
"닥쳐라 파이셴!"
"...?"

루이셴에게 혼 나자 파이셴은 눈을 크게 뜬다.

"여동생이라 애지중지 하고 있었지만 나는 님피유가의 당주를 이을 몸, 너는 단지 우리 가문의 딸이고 그 신분에는 차이가 있다. 제대로 분별해라!"
"........"

갑자기, 따르던 오빠로부터 튀어나온 막말에 파이셴는 대답하지 못하고 멍하니 주저앉는다.

"그래. 그거면 된다. 너도 나를 따르기만 하면 된다."

그것을 승낙으로 받아들였는지 루이셴은 흡족하게 웃으며 주문의 영창을 시작했다.
마법진 안에서 인간의 키 3배 정도 되는 인간형 물 덩어리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자신에 가득 찬 얼굴로 그것을 보고 있었던 루이셴이었으나, 갑자기 변화가 일어났다.
물색의 투명한 워터 엘레멘트의 몸이 섬뜩한 붉은 빛으로 휩쌓인다.
그리고 모양을 무너뜨리더니 주위의 수분을 급속히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망연자실했던 파이셴이 문득 의식을 되찾았다.

"혹시 여기는 땅 정령이 있는 숲!? 오라버니! 주문을 즉시 멈추세요! 이상한 마력에 땅 정령이 적의를 가져서, 워터 엘레멘트가 폭주하고 말겠어요!"
"으, 이제 와서 그런 말을 들어도……!"

이미 워터 엘레멘트는 루이셴의 제어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 몸은 마법진 밖으로 벗어서 운 나쁘게도 숲에 퍼진 안개를 들이마시며 급속히 팽창한다.

"멈춥시다...이대로는 숲에서 모험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피해가 나오고 말겠어요!"

파이셴이 파리한 얼굴을 하며 워터 엘레멘트를 억지로라도 중단시키기 위해서 마법을 사용하려고 한다.
그러나 ― ―.

"나, 나는 몰라. 이, 이런 것, 내 탓이 아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루이셴은 폭주하기 시작한 워터 엘리먼트를 보고 도망 쳤다.

"오라버니!? 아!워터 엘레멘트가!!"

설마 도망 치다니
파이셴은 그 모습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틈에 워터 엘레멘트가 마법진을 떠나 주위의 안개를 들이마시면서 너무도 숲 안으로 파고들어 갔다.

"그, 그런……"

폭주한 엘레멘트는 마력이 불안정하기에 곧바로 없어질 수 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최악의 상황이라, 주위의 수분을 빨아들여 오히려 거대화 하고 있다.
그리고 운이 없게도, 오늘은 안개가 껴서 대기의 수분이 너무나 풍부했다.
이 상태로는 정말 위험하다…….

시간이 지나면 A급 이상의 모험자가 아니라면 해결할 수 없는 재앙이 되고 만다.

" 어떻게든 멈춰야..."

파이셴은 혼자서라도 워터 엘리먼트를 멈추게 하기 위해서, 너무도 숲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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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쓰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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