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8. 7. 21. 23:51


공작 가문에서 태어나서 첫날에 후계자 실격의 낙인이 찍혔지만 오늘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공작후계실격


29.벚꽃회(7)


지도에 대한 교육 후에는 가이더의 또 다른 일, 짐 나르기의 설명이었다.
그렇지만 이건 별로 설명하는 게 없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설명하기보다는 일단 보는게 좋겠지."

위크만 선생님은 창고에 들어가더니 거기서 가방을 하나 가져왔다.
창고에 있었던 모양이지만 그 가방의 천은 새하얗고 깨끗했다.

그러나 나는 그 크기에 충격을 받는다.


커!


그 가방은 컸다.
그냥 컸다.

배낭의 형태로 길이는 나보다 조금 작지만 옆으로 길어서 전체적으로 나보다 훨씬 크다.
안에 들어가서 살짝 웅크리면 편하게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다.

"일단 모험에 필요한 것을 하나씩 집어 넣었으니 무게를 한 번 확인해 보렴."
"에……에……"

이거 아무래도 파워를 해방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무리인게 아닐까…….
유아 시절에 비하면 허약함이 개선되긴 한 것 같은데, 그래도 다른 아이에 비해서 신체 능력이 뛰어나지는 않다.

"뭐, 일단 한번 해 보자"

싱긋싱긋 웃는 위크만 선생님의 말에 일단……이라는 느낌으로 들어본다.

땅에 놓아도 내 키와 똑같은 크기의 가방에 팔을 뻗어 무리인거 아냐? 라는 느낌으로 짊어지듯 들어본다.
그러자 믿을 수 없게도 가볍게 가방이 땅에서 떠오른다.

에에에에에, 뭐야.
들었어!
어째서!?

위크만 선생님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잇는다.

"가이더가 사용하는 그 가방은 중량 경감의 마법이 걸려있지. 검사가 사용하는 검과 마법의 지팡이처럼 가이더의 소중한 무기야. 이 안에 모험에 필요한 아이템이나 전리품 같은 것들을 넣어 다른 모험자가 여차할 때 가볍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거지."
"오오~!"
"그 가방은 가이더를 맡아 준 답례로 너에게 주마."
"정말이에요?!?감사합니다!"


나는 마법 가방의 성능에 감동했다.

확실히 이 가방은 대단히 유용하다.
하지만 크고 움직임의 방해가 되니, 이런 커다란 것을 전사와 마법사가 짊어진 상태로는 제대로 싸울 수 없게 될 것이다.
전문 직업이 되는 것도 수긍이 갔다.

가이더를 맡은 것은 선생님이 곤란함을 해결해 주기 위함이었지만, 여러가지 공부도 되고, 매직 아이템을 받게되어 기분이 좋았다.

"모험에 필요한 것들은 이 종이에 적어놨으니 집에 돌아가면 가방 속의 것과 맞춰 보거라. 없는게 있다면 나에게 말하면 된다. 바로 갖다 줄테니."
"네~"

매직 아이템을 받았으니 훌륭하게 가이더 역을 완수해야겠다.

"그럼 가이더의 마지막 일, 식사 관리다. 이번의 퀘스트는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예정하고 있으니 함께 가는 파티의 아이들을 위한 점심 한 끼 식사를 준비해 줄 수 있을까. 보르게이 선생님이 말하기를 아주 요리를 잘한다고 하던데, 맡겨도 될까 싶긴 하지만, 가능할까?"
"네, 해보겠습니다!"


잘 하는 것은 계란말이 뿐인데요.
그치만 음식은 지금도 시녀들과 이것저것 연습하고 있기도 하고.
지금은 훈련의 성과를 보여야 할 때 다.
힘내자.


그리고 아침9시 부터라면 아무래도 루브 로제의 수업과 겹치게 될테니, 집과 학교에 잘 쉬겠다고 말해야 겠다.

이리하여 위크만 선생님의 가이더 교육도 끝났다.

내가 루브 로제에 돌아가기위해 폼쵸무 초등 학교 간판을 지나가면 어쩐 일인지 길 건너 편에서 민트 군이 걸어왔다.

우리는 눈에 띄기 때문에 마차 통학을 그만뒀다.
역시 일반적이지 못한 것 같다.
아니, 상위 귀족 사이에서는 일반적이라지만 ―― 아무리 그래도 그런 것이 일반적일 수가 없다.

그리고 딱히 노려지거나 할 걱정도 없고, 습격 받아도 걱정할 것도 없고, 호위 역의 아이들에게 너무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기에, 귀갓길에서만 일을 하도록 했다.

그래서, 오늘은 민트 군과 함께 돌아갈 예정이었다.

"혹시 마중 나온 거야?!"
"응, 여기에 다닌다고 들었어서……"

여전히 무표정이기에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일부러 와 주다니 기쁘다.
친해졌다는 것이겠지.

"그럼 갈까?"
"응"

그 날은 민트 군과 함께 귀가했다.


***


집에 돌아온 나는 모두와 함께 먹을 점심 메뉴를 생각한다.
소피아 쨩들의 문제는 아직 아무것도 생각나는게 없으니, 좌우지간 이쪽을 먼저 처리한다.

파티는 둘로 나누는 것 같다.
가이더가 있는 파티와 가이더 없는 파티.
하나의 파티는 11명이다.

아무리 그래도 계란말이 만으로는 안된다.
될 수 있으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이 좋겠다.

그렇게 되면 햄버거 카레 스튜.
음, 뭐가 좋을까.

햄버거는 숲에서 만들기 힘들다.
카레, 잘 생각해보면 카레는 이 세상에 없다.
스튜, 스튜도 시판 루를 써서 밖에 만들어 보지 않은 나로서는 더더욱 어려울 것 같다.....

제대로 설비가 갖추어진 부엌에서 시녀에게 배운다면 어떻게든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야외이니 분명 어려울 것이다.

그 가방 안에 들어있던 조리 도구는 바닥이 깊은 중화 냄비 같은 프라이팬 하나.
그거 하나로 어떻게든 아이들이 좋아 할 만한 요리를 생각해야 한다.

으음, 뭐가 있을까.

뭔가 없을까.
휴대하기 편하고 간편하게 플러스 알파 할 수있는 조리 도구가 ...

고민하면서 저택을 걷고 있던 내 귀에 시녀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이 펜던트, 은세공인데 왜 녹슬지 않는 걸까요 ...... 혹시 가짜인게 ......"
"어머, 묘하게 가벼운걸"
"그러고 보니 빛깔도 좀 이상한데."

네, 그거 혹시……!

나는 시녀들 쪽으로 뛰어 갔다.

"그거! 보여주지 않겠습니까! 그 펜던트!"
"에,에트와님!?"
"ㄴ, 네, 알겠습니다."

뿅뿅 튀어오르며 그렇게 말하자 시녀 씨가 그 메달을 줬다.
들어 보면 은제치고는 확실하게 가볍다.
그리고 빛깔이 흐릿한 느낌이다.
혹시 이건 설마……!

"미안합니다, 이것을 빌려도 괜찮을까요! 부탁 드립니다!"
"네, 네…… 괜찮습니다만……"

나는 그것을 가지고 가서 크류트 군의 방이 있는 쪽으로 내달린다.

"크류트 군, 크류트 군!"
"우왓,무엇인가요 에트와님"

갑자기 방에 들어와서 그런지 크류트 군이 놀란 얼굴을 했다.

"크류트 군! 부탁이 있어!"
"또인가요? 이번에는 크로스 웰 님께 좋은 보고도 올라가는 건가요?"
"아니, 이번에는 개인적인 부탁이니까 보수는 딱히 없이"
"네……"

크류트 군은 그 말을 듣고는 의욕이 팍 떨어진 눈을 했다.

하지만 우리도 크류트 군에게 줄 만한 보수는 없는걸.
지금은 착실하게 부탁하는 수 밖에 없다.

"부탁해, 제발!"
"음……"

" 그래! 뭐든지 한 번 원하는 걸 들어줄게! 아, 호위 역의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명령 하거나 할 수는 없어! 호위역에서 유리하게 되는 것도 무리고! 내가 개인적으로 이룰 수 있는 범위에서!"
"별로 안 땡기는데요."

응 , 나도 그렇게 생각해.

"부탁드립니다!"
"잠깐, 그만 두세요..."

내가 무릎을 꿇고 통사정하면 크류트 군이 한숨을 내쉰다.

"하...어쩔 수 없군요. 한번 뿐입니다"

좋았어!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크류트 군과 함께 밖에 앉아 있으면 링크스 군과 복도에서 만났다.

"뭐 하고 있어 에트와님. 벌써 밤이야"
"그게, 잠깐 크류트 군에게 부탁할게 있어서"

그렇게 말하자 링크스 군이 눈살을 찌푸린다.

"에트와님의 소원이라면 내가 한다."

나는 그 말에 아니 아니 하며 손을 흔든다.

"링크스 군, 흙 마법은 사용 못 하잖아. 이번에는 흙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서."
"……쓸 수 있어."

링크스 군은 잠깐 침묵하더니 신음하듯 그런 말을 흘린다.

아니! 못 쓰잖아!
너는 바람 마법과 불 마법 밖에 못 쓰잖아!
이 누나는 잘 알고 있다구!

왜 그런 거짓말을?

지긋이 나를 지켜보는 링크스 군에게 나는 일단 한 번 물어본다.

"그럼, 일단 같이 갈까?"
"그래……"

결국 잘 모르겠지만, 링크스 군도 함께 가게 됐다.


***


조리장에 들러서 필요한 물건을 받은 뒤, 크류트 군과 링스 군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크류트 군에게 지금부터 할 일을 설명한다.

"이 펜던트와 같은 금속을 모아 줄 수 있을까?"
"응."

크류트 군이 옛날에 썻던, 쇳가루를 모아 창으로 만든 마법. 그 일을 다른 금속으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왜 그런 짓을……. 확실히 그것은 땅속의 금속을 찾아 파낼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충분한 양이 모이지 않을 때의 긴급 수단일 뿐이고, 보통은 지표에 잘 있는 사철을 모으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오 역시 할 수 있어.

"부탁 드립니다! 그리고 모은 다음에 잠깐 멈춰 줄 수 있을까?"
"아, 알겠습니다. 하지만 처음이라 실패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응응."

크류트 군은 이러쿵 저러쿵 툴툴거리지만 마법을 쓴다.
마력이 크류트 군의 몸에서 쏟아져 나와 흙 속에 스며들어간다.
이윽고 땅 속에서 뭔가 떠올랐다.

그것은 빨갛고 동글동글 한 돌이었다.

"어라……이상한데.."

크류트 군은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듯 그렇게 중얼거리지만, 나는 이거다 라고 생각했다.
아마 이것이 보크 사이트다.
실물은 처음 보지만, 수업에서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이거야! 아마 그 안에 이 펜던트와 같은 금속이 섞여있을 거야! 크류트 군의 마법으로 꺼낼 수 있을까?"

크류트 군은 나의 설명에 별로 납득할 수 없다는 듯한 얼굴을 하면서도 " 하겠습니다." 하고 눈을 감았다.

잠시 집중하는 것처럼 마법을 조작하자 한 때 파아앗 하며 빛이 나오더니, 빨간 돌이 은빛 금속 덩어리와 붉은색 찌꺼기로 분리 되었다.
크류트 군도 놀란 얼굴을 한다.

"정말 나왔어……"
"아주 많아. 크류트 군! 그것이 알루미늄이다!"
"아, 알루미늄……?"
"그래그래"

나는 기쁨에 겨워 싱글벙글 웃으며 부엌에서 빌려 온 봉을 내민다.

"그것을 종이처럼 얇게 만들어서 이 막대에 감아 줄 수 있을까!"
"뭐, 또 뜻 모를 소리를……. 알겠스빈다……"

창을 만들 때처럼 금속이 변하더니 길고 얇은 종이처럼 되어 간다.
그리고 봉에 빙글빙글 휘감긴다.


그리하여 그것은 완성되었다.

은.박.지!

"오오오오, 아주 많아. 아주 많아. 크류트 군! 천재야!"
"이걸로 된겁니까……?"
"그래그래!"

크류트 군은 내가 만들게 한 은빛 금속으로 만든 얇은 종이가 둘둘 감긴 봉을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바라본다.

"이런게 무슨 도움이 되는 건가요?"
"훗훗후, 이건 여러가지로 도움이 돼. 고마웠어. 정말 고마워. 크류트 군은 정말 대단하네."
"별로 대단한 거 아니야 그런 거……전혀 대단하지 않아..."


판타지 세계에서 은박지를 만들어 버린 크류트군을 맹목적으로 찬양하고 있으니 뒤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링크스 군..
잊고있었다…….

돌아보면 링크스 군은 나무 옆에 앉아, 돌아서서 완전히 삐져 있었다.

계속 크류트 군과 둘이서만 대화를 주고받은 탓인지 쏙 빠져버린 링크스 군은 기분이 상해 버린 것 같다.
아니, 딱히 일도 없는데 이야기 할 수도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그래도 조금 더 신경 썼어야 했겠지?
미안해~~

아……
어쩌지 이거…….


나는 잠시 생각한 뒤 ――.

"자, 그럼 은박지 사용법을 한 번 볼까…..."

그러면서 주머니 속에서 감자를 하나 꺼낸다.
어차피 나중에 잠깐 시범 해 볼 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갓 만든 은박지를 찢어, 감자를 감싼다.

그리고 곤란한 듯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 곤란하네. 그러고 보니 불을 피우는 것을 깜빡 잊어 버렸다. 불을 피워 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는데~."
"내가 한다!"

링크스 군이 재빨리 일어서며 내가 모은 땔감에 불을 붙였다.

나는 펄쩍 뛰어오를 듯이 기뻐하며 링크스 군에게 감사를 표한다.

"우와! 고마워, 링크스 군. 덕분에 살았어! 역시 링크스 군의 불 마법은 대단하네!"
"별로……이 정도는 낙승이다……"

링크스 군이 수줍어 하며 고개돌리는 것을 보니 기분을 제대로 풀어 준 듯 하다.
다행이다.

어찌어찌 링크스 군의 기분도 풀어진 것 같으니, 은박지에 싼 감자를 모닥불 속에 넣는다.
남자 두 사람은 놀란다.

"엣, 타는 거 아닙니까?"
"괜찮은거야?"
"훗훗후, 보기나 하시라."

불만 바라보기를 약 20분.
불을 끄고 감자를 꺼낸다.

됐다.

두 사람 앞에서 은박지를 들어보이자 표면은 조금 탔지만 속은 따끈따끈한 감자가 나왔다.

"오, 오……"
"나의 마법으로 조리 기구를……"
"자, 셋으로 나누자"

감자 한 개를 셋이서 나눴다.
소금과 버터도 가지고 와서 곁들였으면 좋았을 텐데.

"맛있어."
"음, 맛있습니다."

그래도 두 사람은 만족해 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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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호일.....


흐으음



알루미늄을 모르던시절의 알루미늄 펜던트면 엄청 비쌀텐데


흐으음


뭐, 마법이 있는 세상이니

안비쌌을 수도 있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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