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 가문에서 태어나서 첫날에 후계자 실격의 낙인이 찍혔지만 오늘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공작후계실격
26.벚꽃회(4)
다음날 쉬는 시간.
어떻게 해야 파이셴 선배를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나의 곁에 상급생 소녀들이 찾아왔다.
상급생 소녀들은 나에게 용건을 간략하게 전한다.
"루이셴님이 부르니 점심 시간에 학생회실로 오세요."
"루이셴님……?"
기억에 없는 이름에 고개를 갸웃 거린다.
"파이셴님의 오라버니!"
"최상급생으로 초등부의 벚꽃회 중재역을 하시는 분! 초등부 학생 회장도 하고 계시어요. 부디 실례가 없도록 하세요!"
그것만 말한 상급생 소녀들은 곧장 떠나갔다.
파이셴 선배의 오빠구나.
이건 괜찮은 상황 일지도 모른다.
가능한 한 가장 어른인 인물일테니, 냉정한 대화가 가능할 확률이 높다.
나이 많은 사람, 파이셴 선배의 오빠니까 파이셴 선배를 설득하는 것도 분명 편할 것이다.
벚꽃회 사람들도 이 상황을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자리를 이끌어 줄 인물이 나와 줘서 나도 안심했다.
일단, 점심에는 학생회실로 갈까.
학생회실은 5학년 교실이 있는 동에 있다.
아, 그 전에 ――.
나는 플래티넘 교실로 달려가 크류트군을 찾아낸다.
오늘은 혼자였다.
"크류트 군"
"겍, 에트와님, 또 무엇입니까?"
"소피아 쨩들에게 오늘은 용무가 있어 점심은 함께 먹지 못한다고 전해 줄 래?"
"제가 왜……"
"어머나, 크로스 웰님에게의 보고에 호위 역 땡땡이 치는 것은 잘 속여 둘게."
"큿……"
내가 직접 말하면 소피아 쨩들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되물을 가능성이 높다.
파이셴 선배의 오빠를 만난다고 해도, 소피아와 링크스 군 두 사람은 좋은 얼굴을 하지 않을 것이다.
우선 여기서는 비밀로 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 이유로 크류트 군, 잘 부탁해."
나는 소피아 쨩들에게로의 전언은 크류트 군에게 맡기고 점심에 학생회실로 가기로 했다.
***
그리고 점심.
학생회실에 찾아갔다.
『 사람의 기색은 하나 뿐이구나 』
천휘 씨가 알려준다.
"실례하겠습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호화로운 테이블이 놓인 방에 한 소년이 서있었다.
파이셴 선배와 같은 하늘색 머리, 검은테의 안경을 쓴 졸업반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소년.
아마 이 사람이 파이셴 선배 오빠인 루이셴 선배일 것이다.
그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다.
학생회에 들어가는 문을 닫으면 루이셴 선배는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음, 에트……와 군은 너인가?"
"네, 에트와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루이셴님"
나는 루이셴 선배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루이셴 선배는 의자에 앉아 한숨을 내쉬고 곤란한 얼굴로 말하기 시작했다.
"골치 아픈 일이 되었어. 후작가의 아이가 벚꽃회에 들지 않다니,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던 일이야."
확실히 반 친구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소피아 쨩들이 벚꽃회에 들어가는 것은 귀족 사회에 있어 규정 노선 이었을 것이다.
"벚꽃회는 전통 있는 살롱이지. 그 중에서도 후작가의 사람은 벚꽃회에 들어 가는 것이 당연시되며 이 모임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가문이야. 물론 왕가의 분이나 공작가 쪽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심사되어 선별된 자만이 들어 올 수 있는 백작가 이하의 귀족과는 다른 입장인 것이야."
흐응, 과연~.
실제로 초등부에는 후작가의 사람 밖에 없는 거 같고, 그들이 대표를 하고 있다.
후작가이며 공작가의 후계자가 될 수 있는 소피아 쨩들이 중요했을 것이다.
"유감이지만 초등부에는 공작가 이상의 사람은 없고 당분간 입학 예정도 없다. 이대로 계속되면 벚꽃회의 이름에 흠집이 생길 뿐만 아니라 운영에도 차질을 빚고 만다. 사태를 조속히 해결해야한다는 것이지."
아마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듯하다.
안심했다.
그럼 이제 둘이서 해결 방법을 찾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오빠인 루이셴 선배라면 파이셴 선배를 설득하기 쉬울 것이고.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루이셴 선배가 책상에 뭔가 쿵 하고 올려두었다.
그것은 돈 다발이었다.
귀족의 아이의 용돈으로는 본 적이 없는 금액이다. 얼마나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고 루이셴 선배에게 묻는다.
"무엇입니까?"
"너는 공작가의 후계자라는 자리를 잃은 몸이지만 호위 역의 임시 주인으로서 명령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이것으로 실베스트레의 아이들에게 벚꽃회에 들어가도록 명령해주게."
루이셴 선배는 그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낭랑하게 말한다.
"15세가 되면 너는 공작가의 비호를 완전히 잃게된다. 불쌍하게도 너무나 돈이 탐 날 것이다. 이 돈이 있으면 귀족의 입장을 잃어도 나름대로 잘 살겠지. 실베스트레 아이들을 벚꽃회에 들어가도록 명령하면 이 돈을 네게 주마. 기쁘지 않은가?"
루이셴 선배는 돈을 나에게 밀었다.
"자, 사양 말고 받도록. 이것은 님피유가가 주는 재능도 마력도 없어 폐적 되어 버린 불쌍한 딸에 대한 자비이기도 하다. 물론 실베스트레의 아이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설마 거절할 것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미소와 함께.
"사양하겠습니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말했을 때, 루이셴 선배는 순간 무엇을 들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의 답을 인식하자 일순간 그 표정이 움찔하고 뒤틀린다.
그렇지만, 다시금 미소를 만들어 나를 본다.
"이것으로 부족하다는 걸까? 음, 너 같은 폐적 된 자의 탐욕스러움을 쉽게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구나. 아니면 아직 어려 자신의 입장을 모르는건가?"
"돈의 문제가 아닙니다."
나는 루이셴 선배의 말을 막았다.
"이번 문제는 당신들 벚꽃회 분들이 소피아 쨩들이 아끼는 것을 경시했기 때문에 일어난 문제입니다. 거기서 당신들이 먼저 다가가지 않는 한 그 관계는 결코 개선되지 않습니다."
나는 확신했다.
지금 상태로는 무리다.
이 사람들과 소피아 쨩들이 잘 어울리는 것은.
아니, 이 사람이 있기 때문에 무리다.
"호, 그럼 어찌하라는 것이지……?"
루이셴 선배의 얼굴에는 이제 웃음이 사라졌다.
그 얼굴에 있는 것은 숨겨지지 않는 나에 대한 모멸의 감정과 자신을 거슬렀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 뿐.
그것은 파이셴 선배가 보이던 것보다 훨씬 무거웠다.
"저를 나름대로라도 좋으니 존중하세요. 안 된다면 그렇게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
"뭐? 너는 공작가에서 폐적되어 이제 귀족의 신분조차 없는 존재야. 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 자체가 우리 귀족의 자비인데 그 이상의 입장을 바란다고?"
"당신들에게는 그렇겠지요. 하지만 소피아 쨩들에게는 다릅니다. 저 아이들은 저를 소중히 생각해 줍니다. 그런 소피아 쨩들을 위해 겉으로나마 저에게 평등하게 대할 수는 없나요. 딱히 계속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 아이들이 당신들과 친해질 때 까지만이라도. 그러면 바로 이 문제는 곧바로 해결됩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면 루이셴 선배는 화난 얼굴을 보였다.
그가 손을 흔들자 화병의 물이 솟아나와 형태를 이루더니, 나의 멱살을 잡아 끌어올린다.
" 까불지 마라. 왜 우리가 너 같은 하급 귀족 이하의 실격자를 한순간이라도 같은 입장으로 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냐!"
결국 이것이 이 사람의 속내?
돈을 주는 것은 괜찮아도, 잠시라도 대등한 것은 싫다고.
"그것이 그 아이들에게 있어서 소중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소중히 하는 것을 함부로 대하면 화를 낸다. 그건 당연한 일이잖아요? 당신들에게 소피아 쨩들이 소중한 존재라고 한다면, 소피아 쨩들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소중하게 다루어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안 된다면 ,그 아이들이 아끼는 것을 쉽게 짓밟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라면, 저도 그런 사람들이 그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네년이 무슨 대단한 것이라고!"
선배의 격앙과 함께 물이 움직여 문 쪽으로 내던져진다.
그대로 문에 머리를 부딪쳤다.
아이고 아파라..
하지만, 지금은 태연한 얼굴을 하고 일어선다.
"저 아이들의 주인입니다. 15세까지만 이지만"
"……"
잠시 서로 노려본다.
학생회실에 침묵이 흘렀다.
루이셴 선배는 침묵 후 나에 짜내듯이 말했다.
"……기억하지. 너 같은 것이 후작가의 적자인 나를 거스른 것을."
나도 루이셴 선배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며 학생회실을 나온다.
"그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다면 제가 말한 것을 생각해 두세요."
복도를 한동안 걷다가 시야에서 벗어난 후 머리를 쥐어뜯다.
"아~잘 되려고 했는데 내가 싸워서 어쩔 거야~!"
앞으로 어쩌면 좋을까.
그 루이셴 선배를 상대로 하는 것이라면 파이셴 선배 쪽이 아직 이야기가 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그래도 이제 와서 파이셴 선배와 화해한다 해도, 가장 위의 루이셴 선배와 싸웠다는 것이고…….
벚꽃회와 소피아 쨩들 사이를 주선할 계획은 속공으로 좌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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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쓰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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