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 가문에서 태어나서 첫날에 후계자 실격의 낙인이 찍혔지만 오늘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공작후계실격
24.벚꽃회(2)
다과회 장소는 루브 로제의 정원 한쪽에 있는 깨끗한 저택이었다.
제대로 된 단독 주택이었는데, 이곳이 통째로 벚꽃회를 위해 제공되는 모양이다.
귀족 대단해…….
나는 감탄하며 집 안에 들어간다.
"어서 오세요, 실베스트레 분들. 벚꽃회에 와주셔서 영광입니다."
상급생으로 보이는 소녀가 그렇게 소피아 쨩들에게 인사한다.
그래, 소피아 쨩들에게.
이거 이제 싫은 예감이 든다는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
최상급생인 소녀에게 안내받아, 2층의 한 방에 들어간다.
한눈에 보이기에도 고급으로 보이는 장식으로 가득한 방에 우리보다 연상인 미소녀 미소년들이 8명 가량 있었다.
그 중심에 있는 한 명.
분위기가 다른 소녀가 앉아 있었다.
나이는 중간쯤 정도일까. 3~ 4학년이라는 느낌이다.
다른 아이들은 똑바로 선 채 긴장된 표정으로 소피아 쨩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 그 소녀만은 물빛의 아름다운 머리에 덮인 아름다운 생김새의 얼굴에 여유의 미소를 띄우며 앉아 소피아 쨩들에게 응대했다.
"잘 오셨습니다. 실베스트레분들. 저는 닝피유 후작가 파이셴 이에요. 앉으세요. 금방 차를 내어드릴게요."
파이셴이라고 밝힌 여자 아이는 이 중에서 연장자 인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방안의 모든 아이들이 그녀를 따랐다.
당연하다면 당연할 것이다
닝피유 후작가는 4공작의 하나인 운디네 공작가에 가장 가까운 분가. 즉 실베스트레라고 불리는 소피아 쨩들과 동격의 가문이다.
우리처럼 호위 역과 긴급시의 후계자 후보 같은 특수한 연관성은 가지지 않아서 특별한 호칭은 없지만 그 권세는 결코 뒤떨어지지는 않다.
"그럼 사양 않고"
소피아 쨩들이 의자에 앉으려 하자, 서있던 소년과 소녀들이 뛰어가며 의자를 끌어주며 보조해주었다.
당연히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뭐, 괜찮아. 직접 앉으면 되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앉을라치면, 슬쩍 하고 가까이 있던 소년이 의자를 움직였다.
물론 앉는 것을 도와주는 상냥한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 장난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심안<만티어>을 가진 나에겐 그런 공격은 소용없다!
나는 간단히 위치를 수정하고 앉았다.
그러자 의자에 장난을 치던 소년이 깜짝 놀라며 더 의자를 잡아당겼다.
"응나아아아아~"
좋은 느낌의 쿠션에 좋은 느낌으로 의자다리가 끌려가며 엉덩이 밑이 진동하는 바람에 나는 발정기의 암고양이 같은 목소리를 내어 버렸다.
"에트와님!?"
호위 역의 아이들이 깜짝 놀란다.
그 파이셴이라는 소녀도 눈을 크게뜨며 흠칫하고 놀랐다.
"하하, 이건 실례. 의자가 너무 좋은 감촉이라서."
관심이 쏠리자 소년은 의자를 확 떼고 도망 쳤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속여 넘겼다.
파이셴은 잠깐 눈살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보다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소피아쨩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오늘은 매우 맛있는 차가 들어왔어요. 퀸 레멩세의 홍차에요. 고귀한 태생의 당신들이라면 분명 맛있게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부디 마셔주었으면 해요."
파이셴이 신호하자 한 아이가 옆방에서 찻잔 세트를 가지고 와서 차를 건넨다.
나는 빼고!
소피아쨩 링크스군, 슬리젤 군, 민트 군, 크류트 군.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그냥 지나갔다.
차가 없는 다과회. 참신하구나, 이거!
혹시 나는 부르지 않았던 걸까 잠시 생각해 봤지만 의자에 장난을 걸었던 소년의 태도로 보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초청해서 이런 취급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좋다.
이렇게 되면 그렇구나. 저질러 버려야겠구나.
음..참자. 그래. 참아.
소피아쨩들이 동경하던 벚꽃회니까.
파이셴의 태도로 보아 권유하러 온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그 자리를 방해할 수는 없으니 참자, 참아~.
헤이헤이 괴롭힘 컴온!
수도승처럼 맑고 잔잔한 마음으로 모두 받아들여주마.
"그나저나 소문대로 훌륭한 분들이네요. 여러분 모두 아름다운 외모뿐 아니라 그 재능과 학업의 우수성은 이미 학교에 소문이 나 있어요. 벚꽃회에 어울리는 분들이에요. 어딜봐도 부적절한 분이 한 명 섞여 있지만요."
그렇게 파이셴이 나를 보고 깔보듯 웃자 벚꽃회의 아이들도 키득 키득 소리 없는 웃음을 털어놓았다.
나도 일단 하하하 하며 웃어 둔다.
이런 건 연회 분위기를 깨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당신들의 이야기가 있어. 분명 당신들에게도 희소식이예요."
대충 나를 웃음거리로 만든 뒤 파이셴은 소피아쨩들을 보고, 주제를 꺼내려는 듯했다.
이제 미션은 컴플리트인가? 좋아 좋아.
아직 뭐가 좀 더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인내 할 줄 아는 나에게 적 따윈 없다!
"벚꽃회에 입회하는 이야기라면 사양하겠습니다."
얼어붙을 듯한 목소리로 파이셴의 말을 끊은 것은 소피아쨩이었다.
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몰라 나도 벚꽃회 사람들도 굳는다.
그치만 아침에는 그렇게 들어가고 싶다고 했었잖아. 기뻐했잖아.
갑자기 들어가고 싶지 않다니!?
"아까부터 에트와님께 보인 모욕적인 언행을 용서할 수 없어요!"
아아, 그거였나?.
그냥 넘겨도 되는데, 상냥한 아이구나…….
그렇지만 어쩌지, 이거...
벚꽃회의 소년이 타도록 저를 가리키는.
"모, 모욕이라고 해도, 이 사람은 대를 이을 자격이 없는 가짜 당주이고 진짜 실필가의 당주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의 말은 당연했다.
내가 실필가의 진짜주인이라면 이런 취급은 결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의 속내를 우리가 모르듯, 우리의 속내도 그들은 알지 못한다.
아무런 작위도 이을 자격이 없는 부적격자가 후작가의 적자인 아이들을 거느리고 있다.
이것은 너무나 부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들이 보면 이런 주인을 강요받아, 호위 역의 아이들이 불편해하고 있는 그런 상황으로 비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상대를 모욕했는데 설마 진짜로 화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게 아닐까.
"뭐라고 하건, 세상이 어떤 평가를 내리던 에트와님은 우리의 주인으로 어울리는 것입니다. 착하고 멋진 자랑스런 우리의 주인입니다!"
소, 소피아쨩 그 말도 기쁘긴 하지만 뭔가 수단과 목적이 뒤바뀐게 아닐까?
공작 지위를 잇기 위해서 나를 호위하고 있으니 여기서는 벚꽃회에 들어가 순조롭게 경력을 쌓으셔야 해요…….
"동감이야. 이런 속 시꺼먼 것들이 모인 곳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아."
분노하는 소피아쨩으로 인해 다들 초조해 하고 있으니 또 다른 곳에서도 조용한 분노의 소리가 날아들었다.
링크스 군이다.
팔짱을 끼고 벚꽃회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피면서 평소의 활발한 모습이 아닌,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한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너, 아까전만해도 벚꽃회에 들어가는 이야기를 하면서 기뻐 했었잖아.
살짝 자랑스러운 얼굴을 했던 거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는데.
"나도 이런 곳은 들어가고 싶지 않다."
민트 군……은 여느 때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그렇게 단언했다.
" 그렇군요. 주인인 에트와님을 이렇게 취급하는 모임에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슬리젤 군도 새침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뭐 정말?...설마 이렇게 될 줄이야...
"잠깐, 잠깐만. 벚꽃회의 권유야. 공작가뿐만 아니라 왕가까지 소속된 살롱이라고. 우리의 경력에 있어서도 중요한 거야."
크류트 군만이 초조한 얼굴로 4명을 설득하려 한다.
그래 그래, 역시 소피아쨩들에게 소중하지. 그러니 벚꽃회에 입회해야지.
"모, 모두 저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여기는 원만하게 ――"
나도 설득하려 하자 탓 하고 링크스군이 내 팔을 잡았다.
"돌아간다. 에트와님. 이런 취급을 참지 말라고……바보……"
그렇게 말하고는 팔을 잡아당기며 밖으로 나갔다.
소피아쨩들도 일어서서 따라간다.
"지, 진심입니다……? 당신들……"
경악하는 얼굴로 파이셴이 말했다.
"당연하다. 두번 다시 안와. 이런 곳."
"안녕히 계세요, 파이셴님. 두번 다시 말 걸지 마세요."
"그럼"
"그럼. 파이셴님."
그렇게 4명의 아이들은 나를 끌어내며 벚꽃회에서 나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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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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