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8. 5. 6. 13:49

공작후계실격



22.폼쵸무 초등학교 모험자 학급(3)




보르게이 선생님이 바구니에 잔뜩 담겨진 계란을 가지고 툭 하며 교탁위에 둔다.

"오늘 가르칠 것은 계란말이다. 계란말이는 요리의 기본이니 말이다."

소리가 난 것에 비해 계란은 깨지지 않았다.
다행이다.

우리는 5명씩으로 나뉘게 됐다.

"어라, 리리시 그 아이는 누구야?"

같은 조가 된 여학생들이 나를 보고 다가온다.
정말로 나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했던 거구나.
이 학교 엄청 느긋하네.

"내 친구 에트와쨩이야"

친구!
친구!!!!

리리시쨩의 말에 나는 무심코 마음의 꼬리를 휙휙 흔들고 말았다.

"에토와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오오, 귀족이라니 드무네."
"잘부탁해!"
"잘부탁해~"

인사를 끝마치면 우리의 책상에도 계란이 나눠진다.
이 세계의 계란은 지구의 것보다 훨씬 컸다.
껍질도 그만큼 튼튼해 보인다.

"요리는 처음이야~"

그렇게 긴장한 얼굴로 말하는 리리시를 보며, 나는 계란말이 정도라면 만들 수 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하고 내심 생각한다.
오히려 계란말이 정도밖에 만들지 못한다.

"그럼 우선 계란을 깨 보는 거다!"

보르게이 선생님의 힘찬 구호에 맞춰 모두 계란을 깬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이라 그런지 모두 잘 되지 않는다.

"윽, 엉망이 되어 버렸어"
"안 깨져! 깨져라-!"
"좀더 쎄게해! 아!노른자가-!"

교실은 아비규환이 된다.
보르게이 선생님은 뭔가 있어보이는 얼굴로 팔장을 끼며 "그 시련을 극복했을 때야말로 진정한 모험자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계란이 깨지면서 껍질이 들어가버려."

리리시쨩도 고전하고 있다.

나는 ― ―.

"리리시쨩 이렇게 하는 거야"

나는 식기의 모퉁이에 계란을 톡톡 하고 살짝 두드리고 힘을 살짝주며 틈을 벌린다.
그리고 그 틈사이에 손가락을 넣고 확 벌렸다.

흰자와 노른자가 공 모양의 접시에 예쁘게 안착한다.

예전 세계와 경도는 조금 달랐지만, 금을 가게하는 힘을 조정했더니, 그 뒤의 수법은 비슷한 것이었다.

모두 한꺼번에 터트리려고 하니까 실패하는 것이다.

내가 예쁘게 계란을 깨어 보이자 리리시쨩의 눈이 동글동글하게 됐다.

"대, 대-단해! 에트와쨩!"

그와 동시에 반 아이들도 나를 놀라운 표정으로 본다.

"계란을 그렇게 깨끗하게 까다니!"
"마치 마법 같았어!"
"엄청나.에트와쨩!"

어라, 이거 혹시 나의 시대가 온건가요?
과연 이라거나 굉장해 라거나 주위에서 추켜세워주는 이세계 생활이 설마 여기에서 실현인것인가!?

"그렇게 대단할 건 없어~"

칭찬을 받았기에 기뻐서, 수줍게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니, 정말 그저 계란을 깼을 뿐인데.

"혹시 에토와쨩은 요리할 수 있어?"
"계란말이 정도라면.."

나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실처럼 가는 눈을 팟 하고 빛낸다음, 다음 공정에 착수했다.
포크를 두개 들고 계란을 휘젓기 시작한다.

"다음은 계란을 섞는데, 이런 식으로 자르듯이 섞어주면 돼요."
"오옷! 그런 기술이!?"
"대단해! 천재야!"

천재라니, 과장이 심하시네요.
평범하게 계란을 섞었을 뿐인데~ 후훗.

의도대로의 반응을 해 줘서, 나는 또 신이 났다.

"맛 내기는 소금과 설탕을 적당량."
"소금과 설탕을!?"
"그런 짓을 하면 단 것인지 짠 것인지 모르게 되잖아."
"악마적인 발상이야!"

어머머, 저 또 뭔가 이상한 짓을 했나요?
평범하게 양념을 할 뿐인데~이런이런.
훗훗후.

"불을........붙여서!"
"굉장해! 스스로 불을 붙였어!"
"혼자서 불을 붙이다니!!"
"역시 에트와쨩!"


사실 이건 조금 고전했다.
그렇지만 스토브가 없는걸.
부싯돌을 써본 적 있어서 다행이다.

"프라이팬을 데운다음 물 한 방울을 떨어뜨려 온도를 보고! 그 이후에 기름을 두릅니다!"
"굉장해!"
"마치 어머니 같아!"
"엄청나!"

어느새 나는 반의 주목 대상이 되고 있었다.
훗흐흐헤헷헤헤.
아니 뭐. 좀더 칭찬해도 된다구-.

" 푼 달걀을 붓고, 구워지면 이렇게 쌓아갑니다!"
"굉장해, 이불 같아!"
"예뻐~!"
"맛있겠다!"

"적당히 구우면 완성입니다!"

나는 완성한 계란말이를 그릇에 옮기고 부엌칼로 잘라 완성시켰다.
조리실은 나에 대한 존경의 눈빛으로 넘쳐났다.


훗, 초등학교 1학년들을 상대로 지식 무쌍 ――단순한 계란말이 만들기 ――을 하고 말았다.
솔직히, 즐거웠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보르게이 선생님의 말을 듣는 것을 잊었다.
혼나지 않을까.

보르게이 선생님도 어느새 근처에 있었는데, 팔짱을 낀 상태로 머리를 끄덕이더니

"완벽한 솜씨다. 좋다!"

큰 박수로 칭찬했다.
아무래도 오케이인 듯 하다.

리리시 쨩이 내가 만든 계란말이를 반짝거리는 눈으로 바라본다.

나는 그녀의 눈빛을 읽고 그녀에게 방금 만든 계란말이 접시를 내밀었다.

"괜찮다면 먹어봐."
"괜찮아!?"
"응응! 먹어 주면 기뻐."

리리시쨩은 작은 포크로 한조각을 찍어 가볍게 입에 넣었다.

"뜨거워!"

아, 아직 뜨거운 것 같다.

"그렇지만 달고 맛있어~!"

리리시쨩은 나의 계란말이를 먹고, 볼을 누르며 흐뭇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다행이다. 아이들이라서 설탕이 많은 양념을 했었다.

"대-단해!"
"계란말이를 혼자서 만들어 버리다니!"
"천재야!"

주위의 아이들을 제각기 나를 칭찬한다.

"그래, 이 아이를 본받아서, 너희들도 계란말이 만들기를 성공시켜라!"
"네~!"
"오오-!"

보르게이 선생님의 구령에 기운차게 대답을 한 아이들은 의기양양하게 자신의 계란말이 만들기를 시작한다.

"에트와쨩 나에게 계란말이를 가르쳐줘!"
"나도!"
"응, 좋아~"

나도 이번 생에는 요리를 제대로 해보자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까지 왔는데, 계란말이 밖에 못 만듭니다 라는 것은 너무 부끄럽다.

일단 오늘부터 시녀에게 배우자.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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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꼬이!

너는 계란말이를 잘하는 프렌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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