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8. 3. 17. 19:04

공작 가문에서 태어나서 첫날에 후계자 실격의 낙인이 찍혔지만 오늘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공작후계실격




15.별장 여행(9)




엉망진창이 된 유적 앞에 3명의 그림자가 서 있었다.
검은 로브를 입은 장년의 한 남자와 똑같이 검은 로브를 입은 젊은 여자 한 사람, 그리고 안경을 쓰고있는 문관 느낌의 청년.

젊은 여자는 어째선지 유리그릇에 담긴 파르페를 먹고 있었다.
그것을 본 안경을 쓴 청년이 싫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무엇을 드시고 있는 겁니까, 디나님."
"그게, 공작가의 별장에 조사하러 갔을 때, 배가 고프다고 하니까 시녀들이 준비해 줘서 말이야. 남기는 것도 미안하니, 가져왔어."

그렇게 말하며 디나라고 불린 여자는 파르페를 놓지 않는다.
주위에 부는 바람에 그녀 쇼트 컷으로 잘린 차분하면서 붉은 머리칼이 흔들린다.

안경 청년은 그녀의 말에 눈썹을 올리며 곤란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럴 때는 사양하고 거절을 하십시오. 당신도 이미 왕가 13기사가 되었으니 조금은 자각을……"
"에-, 유리스 군은 딱딱해~."

유리스라고 불린 안경 청년의 말을 디나는 흘려 넘긴다.
그리고 파르페를 입에 넣는 것을 그만두고는 유적을 내다보며 중얼거린다.

"하아, 100년 만에 유적이 기동했다던가 뭐라던가 해서 나왔더니 설마 이런 폐허가 되다니.."
"디나,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 때, 지금까지 말하지 않고 있던 남자가 말했다.
디나의 상사이자 왕가 13기사의 최고봉 ―― 이 나라 최강의 마법사를 고르라고 한다면 반드시 그 후보에 오를 남자.
이름은 베리올.

어떤 색으로도 물들이지 않을 칠흑의 머리칼에 거의 표정 하나 바꾸지 않는 철면피.
라이벌이라 불리는 실 필 공작가의 크로스 웰 공작도 딱히 감정을 나타내지 않는 편이지만 , 표정이 없는것에 대해서는 이쪽이 확실히 이기고 있다고 말해질 만큼 변화가 없다.
목소리는 바닥에서 들려오는 듯이 낮다.

디나는 이 남자가 마스터라고 불리게 된 이유를 알고 있다.
겉으로는 왕가 13기사의 리더이기 때문이지만, 이 별명을 붙인 남자는 거리의 구둣방에 있는 완고한 장인(마스터)와 닮았기 때문이라고 술 자리에서 고백했다.

"마스터, 이런저런 생각할 것도 없는 것 같은데요. 굉장히 강한 검객이 나타나서, 에이션트 골렘을 전부 쓰러뜨리고 사라졌다고 들었을 때는 또 무슨 오컬트 같은 농담이 유행하는거냐고 생각했지만..."

거기에서 디나는 말을 멈추고, 비꼬는 듯이 웃는다.

"이 광경을 보면 그 이야기도 어느정도 진실이 섞여 있다고 믿지 않을 수가 없네요."

유적의 일부분과 함께 구르고 있는 에이션트 골렘들의 몸.
원형을 남기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지만,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는 검에 베인 흔적 같은 것이 남아 있다.
그것보다 현저한 것은 유적 쪽일지도 모른다.
몇 만년이나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던 바닥과 벽을 갈기갈기 찢어낸,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공격의 흔적이었다.

"마법에 의한 가능성은 없습니까?"

유리스가 본 적도 없는 경치에 압도되어, 베리올에게 확인하듯 묻는다.

"그건 있을 수 없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마법으로 이런 흔적을 남기며 싸우는 것은 오히려 번거로울거야. 그리고 그런 술기는 본 적도 없고."
"그렇다, 이 규모의 적을 만약 마법사가 쓰러뜨린다고 생각한다면 상당한 규모의 마법을 써야 한다. 파괴의 흔적은 거리에 따라 균일하게 남을 것이다."

남은 파괴 흔적은 막강하면서 변덕스러웠다.
마치 힘을 과시하 듯, 혹은 감정에 따라 손 가는 대로 휘두른 것 같았다.

"하아아……"

유리스는 둘의 대화를 들으면서, 유적을 파괴한 검의 흔적 같은 것을 보고 다시금 믿기지 않는 것을 본 것 같이 망연자실해 진다.

"뭐, 의외로 3영웅 따위가 휘적휘적 이 근처를 걷던 중이었을 수도 있고."
"디나님, 그 이름은……"
"여기는 귀족의 눈이 있지도 않으니까 딱딱하게 굴지마."
"저도 일단 귀족의 일원입니다. 최하위의 남작가이지만."
"어라, 그랬지."
" 그렇습니다……"

디나는 쾌활하게 유리스와 대화하다가 허탈한 표정으로 웃으며 중얼거린다.

"그런데 이제 연대도 모를 정도의 옛 유적이라더니 끈질긴 놈이네. 2놈 남았나."
"네……?"

유리스는 디나가 무슨 말을 하는지를 모르고 당황한다.
그런 유리스의 뒤에 있던 잔해 속에서 철의 거인이 솟아올라왔다.

"우와앗."

유리스가 비명을 지르다.

그러나 디나는 뒤로 돌지 않고, 차가운 눈동자만을 철의 거인에게 향하며 중얼거린다.

「검은 소용돌이」

철 거인의 몸을 집어삼키는 듯하게, 칠흑 같은 구체가 출현한다.
그것은 마법을 막는 힘이 있을 에이션트 골렘의 장갑을, 가뿐하게 구부러트리더니 한순간에 삼켜간다.
에이션트 골렘이 일격에 파괴됐다.

디나는 씩 웃으며 베리올에게 눈길을 돌린다.

"나머지 하나 부탁합니다, 마스터."
"정정한다. 모두 3구, 나머지 2구다."

베리올의 뒤에 출현한 에이션트 골렘에게 거대한 강철의 창이 꽂힌다.
크류트가 소환한 것과 같지만 그것은 제대로 에이션트 골렘의 몸을 뚫고 그 동력을 파괴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가 숲 쪽으로 날아간다.
쿵 하는 둔한 소리가 난 순간 뒤 쇳덩이들이 주위에 흩날렸다.

"어차, 실수."

디나는 이마를 톡 하고 때리더니, 익살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면서 유리스는 침을 꿀꺽 삼킨다.

(그 에이션트 골렘을 일격에……. 이것이 왕가 13기사. 이 나라 최고의 전력이며 하나하나가 최강 후보에 오르는 사람들……)


***


갑작스러운 이야기가 되지만 이 나라에는 최강이라고 알려진 3개의 세력이 있다.

그것이 왕가 13기사와 4공작, 그리고 3영웅이다.

왕가 13기사는 이름 때문에 조금 헷갈리지만, 왕족은 아니다.
그들을 섬기는 13명의 마법사들을 말하는 것이다.
이 나라에서 최고의 마법사 엘리트 집단이며, 그 중에서 최고봉이 베리올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최강이라고 이름을 떨친다.
왕가가 소유하며 사역하는 최대의 전력인 해결사이다.

그리고 4공작.
이것은 귀족들의 파벌 총수인 4개의 공작 가문의 당주를 뜻한다.
대대로 강력한 마법사를 배출해 온 가계이며, 그 당주가 되면 나라에서도 최고 등급인 마법사들 뿐이다.
다만 누가 센가 하는 것은 세대마다 제각각이고, 지금은 우리 실 필 공작 가문의 당주이자 나의 아버님, 크로스 웰 공작이 최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귀족이라는 세력의 대표이기에 하나의 세력으로 간주되고 있으나 각자가 파벌을 갖고 있어 의사가 통일된 것도 아니니 실제로는 네 가문의 세력은 제각각이다.
네 가문 중에는 조금 옛날에 왕가에 반란을 일으켜 버린 일족도 있고, 다른 일족이 말린적도 있다.


그리고 3영웅.
이는 평민들의 영웅이다.
모험가 중의 최고인 S등급 모험자 중에서도 최고로 친다.
그 3명이 이렇게 불린다.

이들을 2대 세력이라고 부른다.
아, 잠깐 기다리봐. 3개가 있으니 3대가 아니냐고?

그것은 무르다.

3영웅은 평민의 영웅.
즉, 비공식적인 존재이다.
평민들이 왕과 귀족의 최고위와 나란히 할 전력을 갖고 있다.
그런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들 세 세력을 합쳐, 양대 세력이라 부르는 것이 현실이다.
조금은 슬픈, 왕후 귀족들의 자부심이다.

그런 따돌림을 받는 3영웅이지만 나라의 역사에는 제대로 관여하고 있다.

100년 전에 왕가에 반란을 일으킨 구노므 공작 가문의 당주이자 당시 최강의 마법사라고 불리며 왕국 역사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강한 마법사 붸르놈을 쓰러뜨린 것은 당시 3영웅 중 한 명인 뇨치봉이다.

그 외에도 3영웅의 여러 활약상은 여러가지 민간 전승으로 전해진다.

이상이 학교 입학에 대비하여 내가 자주적으로 공부한 이 나라의 역사다.
이것으로 입시도 완벽.
뭐, 3영웅에 대한 것은 절대로 테스트에 나오지 않으니까, 잡학이지만. 그쪽이 기억하기 쉬울 것 같다고, 시녀가 귀띔했다.

이 중에서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은 3영웅 정도다.
현재 모험자 지망이고 말이야.

"그러고보니 천휘 씨, 듣지 못 했던 일이 있는데."
『 뭐야?』

나는 변덕스럽게 시작했던 공부를 끝마치고(포기하고) 침대에서 빈둥거리며 천휘 씨에게 묻는다.

"그, 내 눈. 전투 때 열리고 오른쪽 눈만 붉게 빛나고 있잖아. 그거 뭐야?"
『 그것은 너에게 냉각기 같은 것이다. 네가 힘을 해방할 때 내가 너에게 엄청난 힘을 불어 넣는다. 그 힘을 우선 신체 강화에 써서 너의 몸은 가까스로 힘을 견딜 수 있지만 결코 좋은 상태는 아니다. 그래서 왼쪽 눈에서 대기의 마나를 가져오고 그것을 오른쪽 눈에서 체외로 배출함으로써 마나의 흐름을 만들어 체내의 힘이 열 때문에 폭주하지 않도록 냉각을 하고 있다. 그런 방식으로 너의 전투 형태를 안정시키고 있는 것이다.』

오오오오, 그런 구조가 있었던 겁니까.
나는 듣지 못했었기 때문에, 신들이 생각해준 방법인지도 모른다.

『 붉은 빛이 나오는 것은 마나의 방출이 물질 영역까지 간섭한 탓일까. 대부분의 에너지는 불간섭이라 마나로 방출되고 있지만 너의 경우 양이 심상치 않으니까 말이지. 』

호오.
그저 멋있는 이펙트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혹시 제가 눈이 보이지 않고 태어난 건 그 때문에?"
『 그렇다. 마나는 그냥 있으면 물질에 간섭하기 어렵다고는 하지만 미약하게 간섭하는 일은 있다. 눈 같은 섬세한 신경 기관이 있으면 통증이라던가 뇌에 큰 부담이 걸린다던가 하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 』
" 그렇구나-. 하지만 그렇다면 딱히 눈이 아니어도 되는 것이..."

눈 중요하잖아.
오감 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니, 심안을 가지고 있어서 불편함은 없지만 그래도 눈을 뜨지 못하는 것은 걱정된다.
사회적으로는 좀 불편한 것도 있고.
딱히 눈일 필요도 없을 것 같고.

『괜찮은가?』

꽤 박력 있는 목소리로 천휘 씨가 되물어 왔다.

"으. 응……?"
『 마나의 순환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체내의 에너지가 바깥 세상과 접촉하는 기관을 쓸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눈 귀 코 입 등이다. 만약 눈을 쓰고 싶다면 다른 기관을 대신하게 해도 된다. 그 경우 귀과 코나 입에서 수수께끼의 빛을 뿜으며 싸우게 되지만 그래도 괜찮을까? 색을 중시하는 너를 위해 원래의 세계에 있는 만화 따위를 참고하여 눈으로 골랐지만, 싫다면 지금부터 변경 해도 상관 없다. 』
"눈으로 부탁합니다, 천휘 씨."

나는 침대 위에서 무릎을 꿇었다.


***


이야기는 바뀌어 나는 환생하기 직전을 떠올렸다.
그 천휘 씨를 두는 것을 잊은 사건 때다.

"그때 나 뭔가 가지고 있었어!"

수 많은 서류에 서명을 끝마친 열기에 몸을 맡겨 전생의 문에 뛰어들었을 때.
그때 나는 분명 오른손에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떠올린다.

"아, 아○ 펜슬이다."

서명한 직후 쥐고 있는 채 그대로 환생의 문에 뛰어들어 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 보이지 않는다.
환생했을 때 갖고 있지 않았다.

어디 갔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천휘 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 그렇다면 너의 영혼에 동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
"동화?"
『 그렇다. 불러내 보면 어떤가.』
" 불러낼 수 있어?"

나는 천휘 씨에게 방법을 듣고 실제로 불러내 보게 됐다.
침대 위에서 오른손을 뻗으며 그 이름을 부른다.

"아○펜슬 씨!"

툭.
정말, 나왔다!

딱 ○이 펜슬다, 아○ 펜슬.
아○ 패드 PRO가 없으니까 의미가 없어!
○이 펜슬 뿐이야!

『 나도 같은 형식으로 불러낼 수 있다. 어디까지나 영혼에 동화되어 있을 때 만이지만. 』

과연 그래서 천휘 씨의 모습도 보이지 않게 된 것인가?
천휘 씨의 경우 의지가 있는 탓에 자주적으로 나타났지만.

나는 오른손에서 나온 하얗고 스마트한 펜을 보고 조금 누그러진다.

(몰랐는데... 이 세상에 태어난 이후 줄곧 곁에 있어 주었구나.)

그렇게 생각해 보면 어쩐지 애착이 간다.
뺨에 대고 스윽스윽 문질러 보았다
차갑고 매끈한 플라스틱 감촉이 느껴진다.

사용할 곳은 없지만 사랑스럽다.

"천휘 씨!"

그런 김에 나는 천휘 씨를 불러낸다.

『 뭐야……』

싫은 듯 하면서 나와 주었다.
투덜투덜하면서도 말을 들어주는 점이 좋다.

나는 아○펜슬 씨와 천휘 씨를 침대에 나란히 놓고 차를 준비한 뒤 중심에 두고 나도 정좌했다.
차를 둘러싼 모든 것이 나의 반신인 나.
나 모임이다.

"엣헴! 여러가지 있었지만 이렇게 인연이 있어서 여기에 모이게 된 것이니, 앞으로도 우리 함께 이 세계의 삶을 열심히 열심히 즐깁시다!"

오오-!

『 별 수 없구만……. 너의 지원을 열심히 하도록 하지……』
「……」

아○펜슬 씨는 말할 수 없으니 대답해 주지 않지만 왠지 열심히 하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연유로, 3명(?)이 함께 하는 이세계 생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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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구멍에서 기묘한 불빛을 내뿜는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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