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 22. 19:17
영애는 느긋하기를 원한다.
제2장 수인 용병단
로냐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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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신폭신함이 기분 좋다.
왠지 나쁜 꿈을 꾼 느낌이 들지만, 기분이 좋고 너무나 편안한 마음이 된다.
구름이라도 껴안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눈을 뜨면 까많다.
까맣고 푹신푹신한건 무엇일까.
궁금하면서도 뭉실뭉실한 것에 얼굴을 묻는다.
볼이 그안에 폭 하고 싸여서 따뜻하다.
복슬복슬하다.
갑자기 내쉬어진 깊은 숨결이 내 목덜미에 닿았다.
조금 떨어져서 보면 껴안고 있던 것은 순수한 검정색의 사자였음을 확인한다.
고르르릉 목을 울리고 기분 좋게 자고 있는 시제 씨.
뭐지, 시제 씨와 곁에서 자고 있는 꿈?
나는 다시 한번 껴안으며 순수 검정색의 푹신푹신함 속에서 눈을 감는다.
염원하던 시제 씨의 갈기에 닿기는커녕 베개 대신 파묻혀 있는 꿈이라니, 멋지다.
푹신푹신하고 복슬복슬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다시 한번 흩어지는 숨결의 따스함을 느끼고, 눈이 떠진다.
일어나서 멀어진다.
말랑말랑한 큰 쿠션 위에서 나란히 자고 있었다.
칠흑의 말랑말랑한 쿠션.
너무나도 기분 좋다.
어느 저택의 한 방 같은 느낌의 널찍한 방.
가구가 몇 개 정도 벽에 나란히 있었고, 창문은 낡은 듯한 검은 커튼으로 햇빛을 가로막고 있다.
아마 시제 씨의 집이리라.
어제의 드레스 입은 채다.
이것을 입고, 시제 씨와 보낸 것까지는 기억하고 있다.
샌드위치를 먹고 케이크를 만들어 먹고 춤을 추고...
더 이상은 떠올리고 싶지 않아 얼굴을 양손으로 가리고 웅크린다.
강렬한 졸음에 습격당하지 않게 유의했다.
그레이 티아님의 치료 마법이 가진 효력 중 하나.
공포를 더 이상 높이지 않기 위한 조치.
떠올리기 싫다고 거부해도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오빠에게 들켰다.
오빠에게 은신처를 알려졌다.
말대꾸도 허용하지 않고 매도된 것만은 기억하고 있다.
무서웠다.
내 말을 일체 들어주지 않고 단지 나무랄 뿐이다.
자신이 모두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버릴 뻔했다.
악마는 좋은 아이라고 불만스럽게 말하지만 부모님의 말을 듣지 않은 나는 나쁜 아이다.
불효자다.
전생의 느긋하고 싶었던 욕망도 있었기에, 어려서부터 강요된 숨도 쉬지 못하던 나날은 너무나 힘들었다.
부모의 말을 잘 따르는 오빠가 보면 나는 글러먹은 여동생에 불과하다.
나를 이해할 수 없으리라.
노력을 했는데도 무엇 하나 인정 받지 못 했기에 자신을 잃어버릴 뻔했다.
그 무슨 말도 들어주질 않아서, 나는 목소리가 없는 것 아니냐고 생각해 버릴 뻔도 했다.
가족에서 벗어나기위해 파혼과 오명은 최고였다.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달아났으니 말이다.
이럴 때 가장 먼저 잘못이 없다고 격려했던 것은 슈나이더였다.
그리운 마음은 부정한다.
스스로 일어섰다.
나는 틀린 것이 하나도 없다.
나에겐 제대로 노력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누워서 멀거니 사자씨를 바라보고 있으면, 호박색 눈동자가 열린다.
그 사자씨에게서 손이 뻗어나와, 감싸듯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화악 하고 볼이 붉어진다.
큰 손이 따뜻하다.
포동포동한 털과 육구의 탄력성을 느꼈다.
마치 내가 회복한 것에 대한 포상처럼.
"보스! 세나가 순찰하러 간다고……"
갑자기 문이 열려 나는 벌떡 일어났다.
들어온 것은 왠지 상반신 알몸인 순백의 치타, 류세 씨.
얼굴을 붉힌 내가 시제 씨의 침대에 있다.
발뺌할 수 없는 상황.
류세 씨의 뒤에서 벌떡 서있던 꼬리가 축 하고 떨어진다.
"저, 여기에는……"
영문을 모르지만 이유가 있을 것이다.
"뭐, 뭐 하는 거야!!시제!!"
소리를 높인 류세 씨가 뛰어드는가 싶더니 나를 옆구리에 끼우며 뒤로 숨겼다.
복슬복슬한 견갑골에 유혹 당한다.
시제 씨는 다시 눈을 뜬다.
졸리는 듯한, 귀찮은 듯한 눈빛.
"아직 하지 말라던 게 이런 거였어?! 내가 먹을테니 기다리라고!? 젠장!! 시제!!"
류세씨가 겨드랑이에 끼고 소리 지르니 귀가 찡하다.
그런 류세 씨의 얼굴에 베개가 격돌했다.
"시끄럽다……오빠가 와서 기절했기에 데리고 돌왔을 뿐이다. 로냐가 매달렸기에 그대로 잠들었고. "
시제 씨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크게 하품을 한다.
큰 송곳니가 보였다.
"오빠에 대한 것…… 라클레인들에게 말했나요?"
"……아니"
" 그렇습니까. 부탁합니다, 그들에겐 덮어둬 주세요."
"……그래"
그렇구나.
기절한 나를 놔둘 수 없어서 데리고 돌아왔다.
그렇다면 라클레인에 맡기면 좋았을 거지만, 라클레인이 모르는 것이 형편이 좋다.
라클레인이 로바르트 오라버니를 습격해 버릴 것이니 말이다.
"그, 뭐야…….아가씨, 어서 오세요 저희 집에. "
차분해진 류세 씨는 떠나지 않고 어깨 너머로 빙긋이 웃으며 환영의 미소를 보낸다.
수인 용병단의 사는 집은 도시의 변두리라고 들었다.
거기까지 일부러 데려와 주었다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시제 씨. 그치만 왜 이렇게 까지 해 주시는 건가요?"
의문을 품고 묻는다.
어제는 생각도 못했지만, 왜 보호까지 맡아 주는 걸까?
"모르겟나?"
시제 씨는 드물게 놀란 듯 물었다.
"……네"
"…… 알 때까지 이곳에 머물러라"
"네?"
"류세, 좀 더 잔다. 가볍게 안내하고 있어라."
화난 듯한 시제씨는 그렇게 말하곤, 몸과 고개를 돌려버린다.
"네~"하고 대답을 한 류세 씨에게 이끌려서, 시제 씨의 방을 떠났다.
그리고는 인간의 모습인 세나 씨와 딱 하고 마주쳤다.
나를 보고 당연히 놀라는 표정이다.
내 손을 잡고는 상반신 복슬복슬…… 이 아닌 상반신 알몸의 류세 씨를 보았다.
그리고 시제 씨의 방을 본다.
"……자세히는 안 듣겠지만 결혼하지 마."
"너무 건너 뛰었어요."
여러가지를 생략하고 결혼에 대해 조언하는 세나 씨.
오해를 하고 있으니 자세히 이야기 하도록 하자.
"어라-!!"
다음 순간 들린 것은 높은 목소리다.
기억에 있다.
"로냐 점장 왜 있는거야? 보스한테 테이크 아웃 됐어!?"
복도 끝에서 뛰어 온 것은 바로 세레나 씨였다.
눈을 의심한다.
나부끼는 긴 황록색의 머리, 화사한 체형에 반바지 롱 부츠 모습.
"세레나 씨, 왜 여기에……?"
"세레나? 뭐야 그건. "
류세 씨가 얼굴을 찌푸리고는, 세레나 씨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세레나가 뭐야, 어이"
"으아, 나의 가명이야, 그만!!!"
세리나 씨는 싫어하며 뿌리친다.
하지만 세레나씨는 세레나씨가 아니었던 듯 하다.
옆에서 세나 씨가 한숨을 내쉬고 어깨를 움츠린다.
"로냐. 소개할께, 내 동생, 세스다. 이렇게 보이지만 동생인 세스다."
"왜 두 번 말하는 거야!?"
멈칫 한 세레나 씨와 세나 씨를 번갈아 보면 분명 비슷했다.
"세스씨였던가요, 깨닫지 못 했습니다. 그럼 오빠라는 것은 세나씨에 대한 건가요. "
세나의 이야기가 몇번 나왔는데,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지금은 딱 일치한다.
책벌레인 좋은 오빠.
"미안, 점장. 나는 기본적으로 거리에 있고, 장보기도 있으니까, 가명으로 다니는 거야. 정보 수집같은 사정에 좋으니까 수인이라는 것도 숨겼어."
그런 사정이라면 납득할 수 있다.
사람들의 이목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다니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입장이 필요했을까.
"그럼 여장도 그런 이유로?"
"아니. 이건 어울려서 좋아!"
세리나씨, 다시 말하면 세스씨는 가슴을 펴 보였다.
가슴을 항상 볼륨 있는 리본으로 속이고 있었지만, 그런 이유라고 이해했다.
오늘은 노란 꽃무늬 블라우스와 베스트.
블라우스의 소매는 너풀거리는 프릴이 달려있다.
그리고 평소와 같은 반바지와 롱 부츠.
확실히 어울린다.
"네, 정말 잘 어울리고 멋집니다."
"에헤헤, 그치?"
세스씨는 환하게 웃었다.
"아첨 따위 안 해도 된다구, 아가씨. 남자 주제에 여자 같은 꼴이나 하고."
"로냐 점장은 이해해 주는걸-!"
류세씨가 못마땅한 듯 따지는데, 항상 하는 익숙한 이야기인듯 세스씨는 메롱 하며 혀를 내밀다.
"어! 로냐의 냄새가……"
그 때 찾아 온 것은 치세씨.
마찬가지로 나를 발견하자마자 놀란 표정이다.
나와 시제 씨의 방의 문을 번갈아 보면서 파아앗 하며 만면에 웃음을 띈다.
"아침 밥 만들어 줘! 지금 사냥한다!!"
내가 있는 것보다 나의 아침이 더 중요한 듯, 치세 씨는 수인의 모습으로 변신하고 뛰쳐나갔다.
그것을 본 세나 씨도 바람이 달리듯 초원의 빛을 발하며 자칼로 변신하자마자 뒤쫓았다.
그리고 3초만에 푸른 늑대 씨를 끌고 돌아왔다.
"순찰이 먼저다. 보스는?"
"안내하라고 하던데?"
"안내라고 해도 우리들의 방 외에는 빈 방밖에 없잖아"
"아직 자고 싶대. 아가씨가 이상한 말을 하니 부끄러워 진 거야"
세나 씨에게 말하면서 류세 씨는 히죽히죽하며 나를 놀린다.
저 때문에?
"이상한 것? 뭐 이래저래 해서 로냐를 여기에 숨긴다는 건가?"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럼 휴게실과 식당까지 안내할게."
세나 씨의 제안으로 두 곳으로 안내된다.
걷기 시작하자 세스 씨가 내 팔에 매달린다.
류세 씨는 당겨서 떼어내고는 허리에 꼬리를 칭칭 감아 온다.
앞에는 세나 씨의 꼬리가 보조에 맞추어 흔들흔들 흔드리고, 그 옆에서는 반갑다는 듯 치세 씨의 푸른 꼬리가 붕붕 흔들리고 있다.
복슬복슬 하우스다.
"넓은 저택이군요 "
"응, 13년 전까지는 부자 상인의 집이었어."
13년 전이라면, 이 주변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다.
그 피해를 입어 비게 된 이 저택을 샀을까.
"관리인이 일을 안하는 것 같은데요……"
"수인이라는 것만으로 고용에 응하지 않는 다구!"
세스씨가 심통이 나서며 말했다.
무서워 하기에 하인도 구하지 않고 저택도 손질하지 못한 채 다.
복도의 천장 구석에는 거미줄까지 있었다.
"청소도 세스의 역할이지만 뭐"
"나 혼자 이런 넓은 집을 청소할 수 있을 리 없잖아!"
꾸짓는 듯한 시선을 돌리는 류세 씨에게 세스 씨가 맞받아 친다.
그 사이에 끼어 있는 나는 쓴웃음을 흘린다.
"그렇다면 제가 돕겠습니다.경호의 감사를 겸해서요."
"야호!"
세스 씨가 만세를 하면 나의 오른 팔도 함께 올라갔다.
항상 밝은 미소다.
"원래 경호를 받고 있으므로 제가 보수를 지불해야 합니다."
"듣지 못했어? 우리들 탓이니까 경호는 그 보상이야. 청소도 할 필요 없어 , 쉬어. 컨디션은 어때?"
"상태는 뭔가 의식이 뚜렷하지 않는 감이 있지만……청소시켜 주세요. 물론 아침 식사도요."
세나 씨가 단호히 보수를 거절하였기에 물고 늘어지지 않고 청소와 아침 식사를 받아들이게 한다.
그러면 세스 씨는 또 다시 만세를 하고, 치세 씨는 승리의 포즈를 하며 기뻐했다.
"알았어, 청소가 끝나면 쉬어."
"네"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곁눈질로 바라보면 세나씨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가 담화실. 가끔 모두 눈을 붙이고 그러지."
복도를 나아가자 큰 방이 보인다.
안에는 몇개의 소파가 띄엄띄엄 있고, 사이드 테이블은 두 개 놓였다.
쿠션 소파 같은 것도 있어서 거기에 복슬복슬한 용병단 씨가 잠 잔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흘러나온다.
"옆이 식당"
"거의 태운 스테이크를 먹는 방이다"
"뭣이!"
바로 옆이 식사를 하는 방.
세월이 느껴지는 큰 갈색의 테이블이 하나.
난동을 부린 흔적이 뚜렷하게 있다.
개의 것으로 보이는 손톱자국이다.
치세 씨의 것일까.
"이 안쪽이 주방이야!"
"그럼 우리는 순찰하러 갈게"
"기다려, 오빠, 머리 묶어 줘!"
치세 씨와 류세씨는 나에게 한마디하고는 먼저 복도에 나갔다.
어깨를 움츠리면서도 세나 씨는 의자에 앉은 세스 씨의 머리를 만진다.
사이좋은 형제를 본 다음 부엌을 들여다보았다.
저택에 맞춘 넓은 부엌.
청소가 잘 되지 않은 것 같지만, 가마도 있는 멋진 부엌이었다.
재료가 있다면 빵을 구울까?
우선 부엌 청소를 해야 겠다
"그럼 로냐, 다녀올게."
머리손질을 마친 세나 씨가 말을 걸어왔다.
"네, 네, 그럼 다녀오세요."
"……"
배웅하는 말을 하며 손을 흔든다.
세나 씨와 엇갈리며 세스 씨가 부엌에 들어갔다.
아주 싱글벙글한 얼굴로 형을 배웅한다.
오늘은 포니테일이다.
"실례일지는 모르지만……세스 씨의 수인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분명 형인 세나와 판박이 일것이라 기대하며 조심조심 부탁했다.
"에-? 부탁을 받다니 처음인데…… 좋아."
놀라서 안절부절못하는 세스 씨였지만 받아들여 주었다.
눈을 감은 세스 씨는 벚꽃 색을 두르며 수인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갓 돋아난 새싹과 같은 색의 자칼이다.
쫑긋 선 큰 귀는 머리 위에 자리잡았다.
재빠를 듯 한 윤곽에 검은색의 코.
녹색 눈동자는 아몬드형이다.
뒤에는 볼륨감이 복슬복슬한 꼬리.
역시 닮았다.
"짜잔 "
팔을 뻗으며 자랑하듯 보여 준 뒤 쑥스러워하며 웃었다.
"사실은..미움 받고 싶지 않아서 숨겼어."
"저에게요? 저는 여러분들을 좋아합니다."
" 고마워 기뻐!! 나도 너무 좋아!"
기뻐한 세스 씨가 나를 조심스럽게 부둥켜안았다.
신경 써 준걸까.
나는 자연스럽게 귀와 함께 머리를 쓰다듬었다.
따스함이 느껴지는 귀다.
복슬복슬하다. 후후후.
"수인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나의 모습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거든. 치세와 류세가 정체 밝히라고 맹렬히 반대했었어."
" 그렇군요……저는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귀엽다고 느꼈는데요. "
" 고마워! 이해해 주는 좋은 사람! 좋아!"
이번에는 볼을 부벼왔다.
복슬복슬하다.
세스 씨는 그럴 생각이 없어도 주위에서 보면 여장이다.
이해가 안 가는 남자들이 많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거리에는 여장 취미의 친구가 있는 듯,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세레나씨에게 말을 걸던 남자가 여장 취미를 가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 버렸지만, 모른 척 하기로 하다.
"당장 청소를 하죠. "
"마법으로 순식간에 팍 하는 거지!?"
"네"
꼬리를 붕붕 흔들고 기다리는 세스 씨를 등지고 나는 마법을 사용한다.
먼저 바람의 주문을 외치며 다수의 돌풍을 일으킨다.
그 바람으로 구석구석의 먼지를 치워 밖으로 보냈다.
다음은 낡은 것을 새 것처럼 재생하는 마법.
긴 주문을 외며 손바닥에 마력을 집중하면 반짝반짝하는 빛이 떠돈다.
그 손을 주방에 휘두르면 새 부엌으로 변신한다.
커다란 테이블 위에 손을 미끄러뜨리면 상처도 사라지고 반짝반짝하는 테이블로 바뀐다.
신난다
손을 설레설레 흔들면 천장도 닦은 것처럼 빛이 난다.
세스씨는 짝짝짝 하고 박수를 치며 내 뒤를 따른다.
복도도 눈 깜짝할 사이에 빛을 튀기면서 바꾸어 갔다.
춤추듯 나아가며 기억을 떠올린다.
어제는 시제 씨와 춤을 췄다.
즐거운 마음이 부풀어 오르고, 빙그르르 하고 턴을 한다.
치마를 날리며 휙, 휙.
나도 빛에 휩싸였다.
하늘색 드레스가 반짝 반짝 빛난다.
세스 씨는 재미 삼아 빛을 받았다.
세스 씨의 옷도 반짝 반짝 빛이 난다.
다른 한 손으로 손을 마주잡고 싱글벙글 어린 아이처럼 춤추고, 방을 하나하나 깨끗이 했다.
"굉장해! 순식간에 깨끗하게 됐어! 마법 대단해!"
"엄청난 마력을 사용합니다만, 편리하네요. "
"아, 피곤하지 않아? 괜찮아?"
"네"
소비가 계속되었지만, 이 정도로 피곤하지는 않다.
오히려 너무 즐거웠다고 미소를 지어주었다.
웃어 주는 세스 씨와 새것이 된 주방에서 빵 만들기를 했다.
"세스씨, 언제나 스테이크를 태운다고 들었는데 요리는 서투르나요? 그에 비해서는 손놀림이 익숙한데요. "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세스 씨는 반죽을 잘 만지고 있다.
"나, 고기는 딱 질색이야. 보지 않도록 하니까 태워버려. 아 다른건 잘하는 거야! 그치만 치세들이 고기만 원하거든."
납득했다.
몇년이나 요리 담당하고 있으면 숙달될 만 하다.
다만 잘 못하는 것은 극복하지 못하고, 치세 씨들은 다른 곳에서 스테이크를 찾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 사정이 있어 우리 가게에 다니게 됐다.
"균형이 잘 잡힌 식사를 했으면 좋겠는데요. "
"그런거야! 아아 기쁘네-. 집안 이야기는 친구들에게 못하니까 이렇게 이야기해서 기뻐. 고마워 로냐씨."
오늘 몇번이나 감사인사를 하는 세스 씨다.
그렇게나 기쁠까.
"저도 세스 씨와 여러분을 더 알게 되어 기쁩니다."
나도 마찬가지다.
빵을 구우면 다음은 쉬기로 했다.
일단은 휴식이 필요한 몸이니 말이다.
담화실 소파에 앉아 평소 수인 용병단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반짝이는 꼬리도 만지게 됐다.
과연 세련미 있는 세스씨다.
털끝 하나까지 손질을 하고 있다.
그 꼬리는 극상으로 복슬복슬하다,
세나 씨의 꼬리를 떠올리게 된다.
복슬복슬한 긴 털, 그래서 어루만지면서 손 끝이 파묻힌다.
부드럽고 언제까지 쓰다듬고 있고 싶어진다.
복슬복슬
아침부터 복슬복슬해서 행복하다.
실례를 무릅쓰고 뺨을 부비어도 되겠느냐고 부탁했을 때, 날갯짓 소리와 함께 바람이 일었다.
무슨일인가 하고 있었더니 푱푱푱하고 부드러운 것이 나에게 쏟아졌다.
연꽃의 요정 로트들이다.
눈꼬리에 눈물을 글썽거리며 나에게 딱 들러붙는다.
아, 그러고보니 어제는 만나지 못했다.
외로웠을가 걱정했던걸까 , 아니면 둘 다 일까.
"안녕하세요, 라클레인. 하루 만이네요 로트들."
"아이!"
로트를 실어다 준 것은 라클레인이다.
그는 방을 살핀 후, 세스에게 눈을 돌린다.
초면이다.
"세나 씨의 동생 세스 씨입니다. 이쪽은 환수 라클레인입니다"
"처음뵙겠습니다-!"
"그래."
라클레인은 딱히 세스 씨의 모습에 별 느낌 없는 것 같다.
나를 들여다보지만 뭔가 생각이 난 것처럼 세스 씨와 같은 방향을 향했다.
"어, 손님이다……"
세스 씨는 미간에 주름을 짓는다.
아무래도, 방문객이 온 것 같다.
수인 용병단 씨의 집에는 방문객이 드물다고 했던가.
세스 씨는 경계를 드러내면서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잎이 떨어지듯 연녹색이 벗겨지고, 미소녀의 모습이 된다.
"그엑...이 목소리는……"
미소녀의 모습인데, 노골적으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뿌웃 하며 화난 얼굴을 하고 나를 곁눈질로 본다.
"조금 기다려 줘."
나한테 한마디를 전한 세스씨는 방문자의 대응을 하러 갔다.
이상한 모습이었다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상태는 어떤가?"
"아직 편안한 것 같은데요, 괜찮아요. "
"그래? 오늘도 수인들에게 맡기면 될까?"
"그런 것 같아요."
"그럼 만약의 때에는 언제든지 나를 불러라."
"네"
확인하는 그에게 나는 미소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라클레인은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듯, 시원스럽게 떠났다.
그 누구도 믿지 않는 환수 라클레인의 신뢰를 얻은 수인 용병단 씨는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남은 로트들에 기댄 채 소파에 누웠다.
내 코에 매달리다거나 뺨을 부비며 얼굴에 웃음을 띄우는 연두색의 요정으로 바라본다.
느긋하게 있을 수 있게 되어 행복하지만 좀 한가하다.
순찰에 나간 시제 씨들이 돌아올 때까지 뭘 하고 있을까.
"아, 그래!"
좋은 생각을 해낸 나는 부모를 따르는 병아리처럼 뒤 따르는 로트들을 데리고 다른 방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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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오토코노코.....?
이거 완죤....
갓작품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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