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8. 2. 28. 23:06

영애는 느긋하기를 원한다.



10.새로운 친구.



찻집을 시작한지 열흘이 지나 완전히 아침 준비에 익숙해 졌다.

마시멜로를 사용한 프렌치 토스트를 요정 로트들과 식사를 하던 때.

딸랑딸랑 하고 조용히 종소리가 울렸다.


테이블에 앉아 있던 로트들은 부랴부랴 카운터 뒤로 뛰어들어 간다.

아직 개점 시간은 아닙니다,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손님을 보고 놀랐다.


나와 같은 하늘색 머리에 백발이 성성한 중년의 남자.

감색 트렌치 코트와 은색 줄무늬 조끼.

점잖은 아저씨 같은 모습 

주름사이사이에는 상냥함이 베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안녕, 로냐"


따뜻한 시선과 미소를 보내는 로나드 할아버님.


"할아버님!"


만나러 와 준것에 기뻐, 망설이지 않고 가슴에 뛰어들어가 껴안았다.

할아버님은 그걸 그대로 받아들였다.


"프렌치 토스트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함께 어떻습니까?"

"아, 좋지."

"네!"


함께 아침 밥.할아버님과 미소를 나눈 뒤 뒤를 보다.

깊은 남색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갖고 검은 연미복을 입은 마른 남자.할아버님의 호위 겸 시중드는라 모.


"안녕하세요. 로냐 아가씨"

"안녕하세요. 라모도 프렌치 토스트 먹을래요?"

"염려, 감사 드립니다. 저는 신경 쓰지 않고 로나드님과 두분이서 즐기세요."

".....그래"


고개를 숙이고 간곡히 거절하는 라모는 내 호위를 할 때와 같다.

책임감이 강하고, 결코 태도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입장을 제대로 가리는 충견이라는 느낌.

몇번 티타임에 초대해도 거절당했다.

여전히 함께 앉지 않는다.

나중에 커피만 떠넘기는 식으로 전달해 보자.


"안녕, 요정님들"


할아버님이 카운터 테이블의 그늘에서 들여다보고 있는 로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상냥한 미소라서 그런지 나를 닮아 그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로트들이 그늘에서 나와 꾸벅 하고 고개를 숙인다.

할아버님 몫의 프렌치 토스트를 만들어 가면 다시 로트들은 테이블 위에 복귀했다.

친해져서 다행이다.


"혼자 사는 것과 찻집은 어떠니?"

" 순조롭고 충실합니다. 커피도 케이크도 호평이에요."


먹으면서, 할아버님에게 보고한다.

어릴 때부터 그러던 것처럼 생각 나는 말을 전한다.

영애를 그만뒀음에도 다르지 않게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다.


로트들은 끄덕끄덕 맞장구를 치면서, 조그맣게 자른 프렌치 토스트를 먹는다.

바닐라 향기가 풍긴다. 

촉촉한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이 느낌이 정말 좋다.


달콤한 아침 식사가 끝나면 다음은 커피 타임.

할아버님에게 한잔 드리고 다른 하나는 라모에게 미소를 보이며 건넸다.

난처한 표정을 했지만 제대로 받아 준다.

건네주면 거부하지 않는구나. 후후.


"……너무 맛있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한모금 마시고는 라모가 정중히 감사를 표한다.

그리고 가만히 컵 속을 바라보았다.


내가 커피를 시작한 계기는 라모가 나의 호위를 그만둔 계기이기도 하다.

커피 한잔을 실패했을 뿐인데, 책임감을 느끼고 그만두었다.

복잡한 듯한 표정이다.

부드럽게 커피를 함께 먹는 날은 올까.


할아버님의 옆으로 돌아가서, 다음엔 수인 용병단을 이야기 하려 했다.

변화를 가까이에서 보여준 것이나, 복실복실하고 복슬복슬하다고 말하려 했다.

그 직전에


" 새로운 친구는 생겼니?"


우아한 동작으로 한모금 마시며, 할아버님은 묻는다.


"친구……인가요……"


여기 와서 많은 사람과 만나고 알게되었다.

하지만 친구라 할 만한 사람은 떠오르지 않는다.

이웃 분들은 친절하지만 이웃이고.

손님과 대화를 하지만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 새로운 친구는 생기지 않았다.


"다음은 새로운 친구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또 오마."

"어……벌써 돌아가시게요?"


아직도 할 말이 있는데.


"……사실 로발트가 찾으러 왔단다."


주저하며 말한 문장에 나온 이름을 듣자마자 나는 몸서리를 친다.

핏기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 괜찮다.가르쳐 주지 않았단다" 라고 말한 할아버님은 나의 등을 쓰다듬었다.


로발트.

카뷔제라가의 장남인 나의 친오빠.

자부심강하고 의연하며 나에게는 엄격한 오빠.


왜 오라버님 나를 찾고 있는것일까.

지금까지의 일을 생각하면 걱정하는 것 같지는 않다.

나를 다시 찾는다니, 이익도 없다.

이유는 알고 싶지 않다…… 무섭다.



"너무 오래 머물면 냄새를 맞을 수도 있겠구나…….그러니 만나러 오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겠구나. 혹시 모르니까 말이다. "

"네, 알겠습니다"


오빠라면, 할아버님의 부재를 알게 되자 마자 행적을 쫓을 것 같다.

내가 창백하게 있으니 할아버님은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슈나이더군도 나에게 와서 너를 찾고 있었단다."

"네? 그가……요?"


멍하니, 반문했다.

할아버님에게 갑작스러운 약혼 파기의 사과를 하러 간다면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내 행방을 찾았다는 듯 하다.

정나미가 떨어졌어도 걱정되었던 것일까?


"……그에게는 가르쳐 둘까?"


나의 어깨에 손을 얹고, 곧지만 부드러운 시선으로 할아버님이 바라보며 묻는다.

무심결에, 나는 고개를 흔든다.


"…… 괜찮겠니? 그렇게 사이가 좋았는데. 로냐가 감기로 몸져 누웠을 때도 반대를 무릅쓰고 옆에서 간병했던 그에게……다시 기회를 주지 않는 거니?"


어깨에 놓인 큰 손이 내 뺨을 어루만진다.

편안했기에,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립다. 

그런 것도 있었다.

감기 예방의 마법을 걸고서 나를 간병했다.

그날 나눈 대화까지 생생하게 기억 날 뻔 했기에 억지로 차단했다.


"그때 슈나이더 군은.. "

" 어린 시절의 언약으로 묶는 것은 너무 안타깝습니다. 괜찮습니다, 슈나이더는 함께 할 분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되기를 원하니까요."


할아버님의 오른손을 두 손으로 감싸며, 아쉽지만 떼어 낸다.


"…… 알았다. 일, 무리하지 않도록 하거라. 친구를 사귀어서 재밌게 보냈으면 하는구나."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며, 할아버님은 나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

나는 꾸욱하고 힘껏 껴안다.

라모가 이동 마법의 검은 지팡이를 꺼냈다.

소환진이 나타나고 하얀 안개가 소용돌이를 치며 둘러싼  뒤, 두 사람의 모습을 삼켰다.

그리고 안개는 더 이상 퍼지지 않고 가볍게 녹아 사라졌다.


"……"


다시 자리에 앉아 남은 커피를 홀짝였다.

할아버님과의 이야기를 되짚으며 오빠를 떠올렸다.

달각 달각.

손이 떨려버리기에 컵을 떨어뜨리기 전에 테이블에 뒀다.

로트들이 동그랗고 귀여운 눈동자를 뜨며, 걱정스럽게 나를 올려다보았다.


"…… 괜찮아...안 들킬거야……"


오빠도 그렇게 오랫동안 나를 찾느라 시간을 할애하지 않을 것이다.

시시하다며 일찍이 포기할 것이다.


"만일의 경우에는 숲에 가야겠지."


힘없이 웃었다.

로트들이 사는 숲의 정령이 권유 했었기에 대피시켜 줄 것이다.

고개를 숙인 내 얼굴에 다가온 로트들이 착 달라붙어 왔다.

내가 아까 할아버님을 껴안 듯이, 달래고 있다.

마시멜로처럼 부드럽고 약간 서늘했다.

달콤한 향기다.

치유된다.

고마워.



" 좋아.그럼 베리브아의 케이크를 마무리해 볼까."




마음을 바꾸고, 등을 폈다.

밝은 모습을 보이면 로트들은 미소를 지었다.

기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와아"하며 모두 모이더니 테이블을 내려갔다.

아침 식사 전에 대략적으로 케이크가 완성됐다.

나머지는 베리브아 치즈 케익.


제대로 가져다 준 베리브아는 내 머리 같은 크기다.

2킬로 정도의 무게니, 들고 오기에 꽤 무거웠을 것이다.

답례로 케이크 한 홀을 주기로 하자.


베리브아는 라즈베리의 모양을 한 포도 같은 과일이니까, 한알 한알 따야한다.


딸기보다 달콤한 베리브아와 신맛을 제대로 남긴 라즈베리 소스를 함께한다.

새콤한 베리브아 치즈 케익.

라즈베리 소스를 맛 본 로트는 바르르 떨고 굳어졌다.

후훗 하며 웃고 말았다.

입가심으로, 베리브아 한알을 주었다.


오늘만의 특별메뉴, 베리브아 치즈 케익.

그리고, 후르츠 타르트와 과일 초코 케익.

찬란한 과일의 향연이다.


칠판같은 판넬에 써 현관에 두어 선전한다.

로트들도 배웅한 다음 카운터에 턱을 얹으며 생각에 빠진다.


"친구인가……"


친구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헨젤과 렉시.

가장 친한 친구이다.


렉시는 슈나이더의 삼촌이자 현 국왕 폐하의 왕비님의 언니의 딸. 베켓 백작의 따님이다.


슈나이더의 친척이니까 그 인연으로 제대로 이야기를 해 보게 되었고 친해졌다.


헨젤은, 처음에는, 슈나이더의 친구라는 인식이었다.

헨젤도, 친구의 약혼자로만 인식했을 것이다.

그가 마법 습득에 고전하던 중 내가 말을 걸어 가르쳐 준 것을 계기로 친해질 수 있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스스로 친구를 사귄 적은 없다.

다만 자연스러웠다.

친구는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그 전에 두 사람은 건강할까.편지는 보내두었지만 분명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다시 무사하다는 편지를 보내고 싶지만, 만일 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폐가 된다.


엘리트 학교를 쫓겨나고, 의절당해버린 전 영애와 아직도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알려지면 욕을 먹을 것이 확실하다.


원래, 직접 말하지 않고 편지만으로 작별을 고한 나에게 있어 편지를 보낼 자격이 있는 것일까. 

건강하다고 알려 주고 싶지만 고민하고 만다.

휴대 전화는 정말 편리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고민하면서도 느긋한 찻집을 열었다.


"안녕, 로냐쨩"

"어머, 안녕하세요"


액세서리 숍의 손님이 또 온 것에 놀라고 웃는 얼굴로 맞이한다.

수인 용병단의 건으로, 이제 안 온다고만 생각했다.


"로냐쨩의 커피가 아니면, 아침이 아닌 기분이야. 커피 하나."


그런 말을 하며 구매한 것은 한 사람 뿐만이 아니다.

제 커피가 필요하다며 다시 찾아 준 손님이 몇명이나 됐다.

기쁘다.

커피 매출이 오르겠다.


케이크 쪽도 호평이었다.

여성 고객은 눈을 빛내고, 고민 끝에 두개의 케익을 골라서 먹어 준다.

대부분 베리브아의 케이크 와 다른 하나이다.

의도대로 깔끔하게 베리브아를 먹어주어 기뻣다.

오후의 간식으로 주문하려 한 것은 기쁘지만, 안타깝게도 수량에 한계가 있다고 거절했다.


"에에에~! 유감!!"


목소리를 낸 것은 이 세계에서는 조금 색다른 패션의 귀여운 여자 아이였다.

연한 분홍색의 프릴 장식이 팔랑이는 블라우스와 베이지 핑크의 스트라이프 무늬 코르셋. 그리고 반바지이다.


여성이 반바지를 입는 것은 이 세계에서는 꽤 힘들다.

나는 지금도 입을 생각도 안한다.


맨발이 보이지 않게끔 검은 가죽의 롱 부츠를 신고 있다.

너무 귀엽지 않으면서 쿨하게 보이는 패션.

화려한 미소녀 씨.

단골 중 한 사람으로, 항상 멋있다고 감탄했다.

오늘은 허리까지 늘어진 어여쁜 황록색의 머리를 땋고 있었다.

하얀 리본도 함께 엮여서 제대로 연결되어 있었다.


"오늘의 머리도 멋지네요 "

"응? 고마워!"


씩, 웃음을 흘리며, 그녀는 베리브아를 입에 넣었다.


그녀와는 나이가 같을지도 모른다.

이름을 듣고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보자.


"오빠가 해 줬어."


오빠라는 단어를 듣고 머리에 떠올려 버린다.

오빠가 머리를 쓰다듬어 준 적도 없다.

손을 잡는 것도 부탁했더니 꼼짝 못할 만큼 노려봤던 것이다.


"손재주가 좋은 좋은 오라버니군요 "

"네ー.정말 상냥해요!"


그녀도 자랑하는 듯 목소리를 헐떡거린.흐뭇한.


"……저, 이름을 물어봐도"

"아~점장님에게는 형제가 있어?"


목소리를 높인 그녀에게 나는 눈을 깜빡였다.

어라, 이름은…….


"……음, 있습니다. 한 사람. 별로 사이가 좋다고는 못하겠군요. "

"어? 그래? 나라면, 점장님의 머리를 만지고 싶은데~ 점장님은 언제나 같은 스타일인걸!"


케이크를 먹으면서 신나게 머리를 흔든다.

이 아이는 항상 혼자서 온다.

오빠는 오지 않느냐고 질문하려 했지만, 이름을 묻지 못 했다.

조금 기분이 가라앉았기에 재도전은 그만두자.

결국 나는 마음에 드는 가게의 점장으로 친구는 되지 못하는 걸까.


" 내린 거 보고 싶어~"

"부엌에서는 방해가 되니까요. "

" 예쁜 머리인데....알겠습니다, 또 올께~점장씨!"


천진 난만하고 마이 페이스인 그녀는 다 먹자마자 길게 땋은 머리를 흔들고 부츠로 카륵카륵 소리를 울리며 사라졌다.

카운터 너머로 배웅한 다음, 고객에게 집중한다.

베리브아를 향한 절찬의 소리를 들으며 만원인 가게 안을 이리저리 바삐 움직였다.


11시를 넘은 시간.

상황을 바꾸는 손님이 들어섰다.

검정 줄무늬 와이셔츠와 검은색 조끼

그리고 둥근 에메랄드가 달린 끈 넥타이.


창문에서 쏟아지는 빛으로 어린 잎새와 같은 색으로 반들거리는 머리는 오른쪽 눈을 숨기고 있다.

허리가 가늘고 자그마한 청년이었다.


용병단의 표시인 상의를 입지 않은 세나씨다.

오른손에는 책을 한권 가지고 있었다.


상의를 입지 않아도 세나씨가 수인이라는 것을 안 고객들은 돌아갈 채비를 시작한다.

무리하게 케이크를 입 속에 욱여 넣고 돈을 두고 허둥지둥 가게를 나갔다.

순식간에 나와 세나씨 단둘이 된다.

벽에 건 시계를 올려다보며 세나씨는 어깨를 으쓱인다.


"너무 일찍이었네……미안"

"어서 오세요. 혼자인가요?"

"……다시올께 "


발길을 돌릴 것 같았기에 나는 그것을 제지했다.


" 괜찮아요.  카운터 자리로 하겠습니까?"


다른 손님은 용병단을 피해 나가지만, 그것은 그들의 의사다. 

유감이지만.


세나씨는 카운터 자리에 앉아 주었다.


"벌이는 괜찮아? 오후의 고객은 우리들밖에 없지?"

"벌이는 괜찮아요. 어제 시식해 주신 케이크가 호평이라 오늘도 매출은 충분합니다. 아, 베리브아 치즈 케이크가 있습니다만, 어떻습니까?"


카운터 테이블을 치우면서 , 걱정하는 세나의 말에 괜찮다며 답해 줬다.


"……흐음. 줘. 정리가 끝나고 나서라도 괜찮아."


베리브아의 치즈 케익을 하나.

호의를 받아들여 청소를 계속했다.


"다른 사람들은 12시가 지나서 올거라고 생각해. 나는 비번이야"

" 그랬습니까. 그럼 셋이서 일하고 있는 건가요?"

" 끝내고 돌아오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밤마다 전투인건 아니니까"

"음-……밤부터 아침까지 일하나요?"


무리하지 않을 정도로 접시를 쌓아 부엌으로 옮겼다.


" 어두워지기 전에 국경으로 가서 그 인근을 지키는 거야. 그 근처가 좋지 못하다는 건 알고 있겠지? 거기에서 오는 것은 범죄 목적인 놈들 뿐이야. 거리에 근접시키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거기서 쫓아낸다. 다른 경로에서 거리에 접근하지는 않는지 확인하면서 돌아오고."


무심코 눈을 돌리며 손을 멈춘다.


"……수인 용병단 넷이서, 여기서 국경까지 지키고 있나요?"


도무스카자의 거리는 나라의 구석에 있다고 하지만 국경까지 아직 거리가 있다.

지나치게 방대한 범위이다.


"충분하다구. 황무지라서 사각은 없고, 우리의 눈과 귀와 코는 놓치지 않아."

"……정말 최강이네요. 감복했습니다."


정말 감탄했기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도무스카자 거리 최강의 방패이자 검이다.

최강의 이름은 멋이 아니다.


"……너 같은 반응은 드물구나."


세나씨는 흥미롭게 턱을 짚은 채 나를 보았다.

치세씨도 이상하다고 했었다.

별로 신경쓰지는 않지만.


"어차피 손님은 오지도 않지? 너도 앉아 말동무가 되어라."


옆에 앉으라고 하길래, 조금 고민한다.

딱 점심시간이기도 하니, 그러기로 했다.

베리브아의 치즈 케이크를 두조각 두고 세나씨의 왼쪽 옆에 걸터앉았다.


"너는 욕심이 없는데, 이런 비싼 과일을 사용하다니 정말 괜찮은거야?"


맛있다는 감상을 말한 후에, 세나씨는 경제 상황을 의식했다.

"다행히도 값싸게 구입했습니다"라고 웃으며 대답한다.

열매를 따 주는 요정, 로트들의 대가는 무척 싸다.


혀에 얽히는 크림 모양의 치즈와 파즛 하고 터지는 베리브아의 녹을듯한 달콤함과 라즈베리 소스의 새콤달콤함.

그것을 느끼며 세나씨의 옆모습을 본다.

치즈 케이크를 먹으면서 책을 읽고 있었다.


"대중 소설입니까?"

"그래.……너, 전에는 낡은 소설을 읽고 있었는데. 그 작가의 책, 다시 읽을 정도로 좋아하는가?"


수인 용병단이 처음 가게에 온 날에 몰래 읽던 책이다.

세나에게 들켰지만...


"작가의 작풍이 좋았기 때문에 과거의 작품을 읽고 있었습니다"

"아-……독서가 취미라는게 아니야?"


솔직히 대답하면 세나씨는 왠지 아쉬운 듯 중얼거린다.

아, 혹시 공통의 취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비번 날 책을 가져다 주려한 것일까?


"사실 지금까지 책을 별로 읽게 해주지 않아서, 읽은 책은 유명한 것 정도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계기로 독서를 취미로 삼고 싶어요……뭐, 바빠서 아직 두 권밖에 읽지 못했지만"

"……흐음. 가족? 가족이 읽게 하지 않았다고? 책을 싫어하는 가족이구나……"



자백하면 조금 의심을 받고 말았다.

어떤 의미로는 책을 싫어하는 것이기도 하니 애매하게 끄덕인다.


"지금까지 읽고 마음에 들었던 것을 알려주면 내가 읽은 것을 추천해 주지."


세나에게 그렇게 제안받아 나는 기뻤다.

공통의 취미를 갖는다면, 점원과 손님이라는 관계뿐만 아니라 친구 관계가 될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함께 독서를 한 적은 없었다.

공부라면 있지만.

신선하고, 둥실둥실하며 기분이 들뜬다.


"……아, 저, 세나씨"

"뭐야?"


긴장하면서도 나는 뜻을 굳혀 말하기로 했다.


"친구가 되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두근 두근. 

설렌다.

심록색의 눈동자는 크게 떠진다.

천천히 고개를 갸웃거리자, 머리가 산뜻하게 흔들린다.


"너 정말 수인에 대해 알고 있는거야?"

"……네. 변화를 본 것은 어제가 처음이지만 잘못된 인식은 하지 않았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어쩌지.

또 대답이 회피되어서 충격이다.


"우리는 인간을 찟을 힘을 갖고 있다"

"괴력이네요 "

"……자기가 그렇게 당할 거라고 상상하지는 않아?"


그렇게 말하기에, 입에 손을 대었다.


"훗, 그런 일을 할 거예요?"

"…… 안해."



세나씨가 처음으로 웃었다.

부드러운 상냥한 미소.


바람이 쓰다듬은 초원처럼 반짝하며 순식간에 초록색 일색이 된다.

내가 처음 만난 수인씨가 나타났다.

큰 귀가 똑바로 서서 재빨라보이는 모습에 작은 머리. 아몬드형의 눈동자는 깊고 깊은 녹색.

조금 긴 앞머리가 오른쪽 눈을 가리고 있다.

꼬리는 바닥이 닿을 정도로 길고 볼륨이 있었다.


"다시한번, 잘부탁해. 세나 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로냐입니다"


승낙을 받은 것 같다.

기뻐서 무심결에, 내민 손을 양손으로 감싸 악수를 한다.



그리고 깨달았다.


푹신한 손이다.

사람을 닮았지만 손가락은 길고, 그래도 모양은 개과의 손이다.

녹색 털이 덮여 있고, 육구가 있다.


육구가 있다.


육구.



굳어 있으니 세나가 살그머니 손을 뗐다.


……육구가….


탕 하고 세나씨가 책을 덮었다.



"……"


나는 다시 굳는다.

두둥실로 날아오르듯 세나씨의 볼륨 있는 꼬리가 내 허리를 스쳤다.

지금은 나의 스커트 위에 있다.


" 만져도 괜찮아, 로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려 옆의 자칼 씨를 멍하니 바라본다.


" 만지고 싶었지? 처음 만났을 때 시선을 느꼈다. 류세도 꼬리를 보고 있다고 했었고 , 치세의 꼬리를 계속 신경쓰고 있었지"


들통나고 있었다.

볼에 열이 나는 기분이다.

세나씨는 별로 화나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친구니까, 만져도 돼."



세나씨와 꼬리, 나는 몇번이나 번갈아 눈길을 보냈다.


예기치 못한 갑작스러운 허가에 당황했다.





-----------------------


=============


복슬복슬이 들어와서

복슬복슬해도 된다고 말하고 있다


뭐야


천국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