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8. 2. 28. 23:03

영애는 느긋하기를 원한다.




07. 복슬복슬 용병단.


손님이 들어오는 가 싶더니 공기가 바뀌었다.

위압감.

장신인 탓일까.
그 무엇에도 물들지 않을 것 같은 칠흑의 머리 탓일까.
또는 날카로운 시선 탓일까.
가장 앞의 검은 머리 남자는 이 공간을 지배해 버린 듯
그런 존재감을 가진 사람이었다.

손님들이 얼어붙은 것 처럼 창백해졌지만 그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면 황급히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고 테이블에 둔다.
"안녕" , "잘 먹었습니다" 라는 숨죽인 목소리만이 희미하게 들린다.
케이크를 만끽하던 여성 손님도 카운터 자리의 남성 손님도, 그들에게 부딪히지 않게 문으로 나간다.
너무도 빠른 행동에 나는 멍해진다.
불이 났는데 나만 남겨진 기분이다.
대피해야 하는건가 하고 조금 망설이게된다.
그렇지만 손님이 있다.
새로운 손님이다.

"어서 오세요"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한다.
눈에 익은 검은 색 상의를 앞섬이 벌어지게 입었다.
아래에는 흰색의 와이셔츠.
칠흑의 머리는 쓸어 올린 올백.
날카로움이 있는 아몬드 모양의 눈동자는 호박색.
뚜벅뚜벅 무거운 발걸음으로 내가 보는 방향에서 왼쪽의 안쪽 테이블로 간다.
4번 테이블이다.

털썩,
벽에 붙은 소파 의자에 앉았다.
뒤를 이은 것은 초록색 머리의 자그마한 청년.
왼쪽 눈이 앞머리로 숨겨진 그는 본 기억이 있다.
온 적 있는 손님이라면 기억하고 있을 것이지만 생각나지 않는다.
거리에서 마주친 걸까.
그는 흑발 남자의 건너 편 자리에 앉았다.

"정말 미인이네"

새하얀 머리의 청년이 말한다.
마음이 담기지 않았으니 칭찬한 것은 아닐 터이다.
게다가 흥미가 없는 듯 곧바로 얼굴을 돌린다.
산뜻하게 흔들리는 스트레이트의 짧은 머리가 반짝거리고 있다.
아름다운 머리다. 속눈썹도 마찬가지.
아몬드형의 눈동자는 하늘색이다.
얼굴도 갖추어져 있고 여자가 내버려두지 않는 타입 같았다.
작은 얼굴이고 모델처럼 늘씬한 허리와 가느다란 체형.
슈나이더 못지 않은 미남이다.
또한, 검은 상의를 입고 있다.
손목 부분이 조금 찢어지고 있다.
안에는 푸른색과 녹색으로 이뤄진 대리석 무늬의 셔츠를 입고있다.
그도 왼쪽으로 가서 3번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헤-"

흰 청년의 말에 맞장구를 친 것은 검은 머리 남자만큼이나 큰 사람.
관심없는 듯이 시선을 돌린다.
살짝 뻗뻗해 보이는 푸른 머리를 올백으로 넘기고 약간 치켜올려진 눈을 하고 있다.
그의 검은 색 상의의 구석에는 몇군데 구멍이 뚫려있다.
그리고 하얀 청년과 마주 보며 앉았다.
동행이라고 생각하는데 두개의 테이블을 넷이서 앉았다.
그들 외에는 손님이 없으니 괜찮지만.

"지금 치울께요. "

접시를 치우려 했을 때 검은 머리 남자의 시선이 케이크를 향하고 있었으므로 한번 중단한다.
절반 남은 퐁당 쇼콜라.
라즈베리 소스로 장식한 미니 사이즈.
매일같이 오는 여성 손님이 살찌는 것 때문에 고민하고 있어서 즉흥적으로 만들어 봤다.
보고 있던 다른 손님도 주문한 것으로 메뉴에 추가하기로 결정.

궁금한 것일까.

"……왠지 전체적으로 달콤하지만, 식물 냄새도 나는데?"
"……꽃인가?"

킁킁, 냄새를 맡은 흰 청년과 푸른 청년이 말했다.
가게안에는 식물을 장식하지 않았다.
밖에는 작은 정원이 있지만.
머리에 떠오른 것은 연꽃의 요정 로트.
냄새를 맡아 보면 연꽃의 냄새가 난다.
오늘 아침에도 도움을 얻었는데, 그 잔향일까.
인간이 알 것 같지는 않다.
눈에 익은 상의와 손님이 도망 친 것을 조합해 보니, 혹시...

"스테이크"

사고가 멈췄다.
흑발의 남자가 주문한 것 같다.
너무나도 낮은 목소리.

"보스, 스테이크는 없다고 했지"

건너 편의 녹색 청년이 말했다.
그 목소리를 듣고 확신한다.

"저, 실례지만……혹시 어제 오신 수인족 이신가요?"

틀렸다면 기분나빠할 지도 모르지만,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묻는다.
앞머리에 숨어 있지만 오른쪽 눈은 활짝 열렸다.

"그렇, 지만……"
"아, 역시"

실수가 아닌 것에 안심한다.

"눈이 똑같아서요, 혹시나 했는데 .목소리도 같아서 , 그만 무심코."

눈동자 색깔과 얼굴의 윤곽, 그리고 머리 모양이 일치했다.
감탄스럽다.
수인족의 다른 모습은 매우 비슷한 걸까.

" 죄송합니다. 수인족을 뵙는 것은 처음이라. 마음이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조금 당혹감이 떠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웃는 얼굴로 고개를 숙인다.
"……별로"라고 말한 그는 화를 내지 않았다.

"푸푸풉! 세나, 들켰잖아."

흰 청년이 웃는다.
녹색 청년의 이름은 세나였다.
그 테이블도 정리를 하면서도 물어 봤다.

"여러분, 같은 상의를 입고 있지만 소문의 수인 용병단 인건가요?"

검은색 상의와 손님들의 반응은 마침 소문으로 듣던 수인 용병단인 것이다.
지금은 인간의 모습인 것이 아쉽다.
오늘은 복슬복슬하지 않다.
꽤 아쉽다.

바로 대답을 듣지 못 했다.

하얀 청년과 세나 씨가 그에게 눈을 돌린다.
흑발의 남성이다.

얌전히 허가를 기다리는 모습으로 봐서, 검은 머리 남자가 리더적인 존재일까.
보스라고 불리고 있었고.
나도 그를 향해 시선을 돌린다.

"고기가 먹고 싶다……"

라는 한마디.

"음…… 죄송합니다. 스테이크는 제공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샌드위치에 생햄이나 파스트라미[훈제 쇠고기], 베이컨, 비엔나 등의 고기를 끼워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꾸벅 하며 고개를 숙이고 설명한다.
메뉴에도 쓰여 있으니까 보여준다.

"그럼, 고기를 많이 부탁할 수 있는가?"
"네"
"나는, 파스트라미가 좋겠다"
"나는 베이컨"
"파스트라미 세개, 베이컨 하나"

나는 끄덕이면서, 주문을 받았다.
세나 씨, 보스 씨 하얀 청년은 훈제. 푸른 청년은 베이컨.
고기많이.

"보스는 식후에 블랙 커피 나는 라떼. 류세는?"
"응, 나는 어떻게 할까. 라떼가 좋지만 우유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흰 청년의 이름은 류세?
"우유가 적은 라떼는 가능합니다만 "이라고 하면"그럼 그렇게" 하고 무뚝뚝한 대답이 돌아왔다.

"치세는?"
"나는, 주스가 좋아. 뭐가 있지?"
"갓 짜낸 오렌지 주스가 있습니다."
"오렌지로 좋아. "

푸른 사람은 치세 씨.
오렌지 주스.
"아, 언니(ねーちゃん). 야채는 필요 없어"라고 말하는 치세씨.
……언니 라니. 아가씨라고 불린 적은 있지만 그것은 처음이다.
학원의 영애들이라면,"무례한놈!" 이라며 붉게 변하며 소리를 쳤을 것이다.

"야채는 먹어, 낮 시간 정도는"
"아앙?"

세나씨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면 싫다는 듯 얼굴을 찡그린 치세씨는 대꾸하지 않았다.
세나씨는 작지만, 치세 씨보다 입장이 위인걸까. 따르는 것 같다.
야채는 빼지 않는 것이 좋겠다.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를 세개, 베이컨 샌드위치를 하나. 블랙 커피를 한개, 라떼를 두개, 오렌지 주스 하나. 이것으로 괜찮을까요?"
"응"
"알겠습니다"

부엌에 들어가 먼저 음료수를 준비한다.
완성된 음료수를 테이블에 놓고, 샌드위치 만들기에 들어간다.
프라이팬에 베이컨을 구우면서, 양파와 토마토를 자르고 양상추를 씻는다. 확실히 물기를 털어내고, 빵에 얹는다.
고기 많이니까 듬뿍 얹는다.
수인씨니까, 역시 고기를 좋아하는 걸까.

" 기다리셨습니다"

테이블에 둔 순간, 보스씨가 잡더니 덥석 베어 물었다.
무척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치세씨도 자기 접시를 잡더니 덥석 물었다.
식욕이 왕성하다.

"평판대로 맛있잖아, 언니"

라떼를 마신 류세씨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칭찬었지만, 계속 언니라고 부른다…….
"감사합니다"라고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수인과 만나는 것 처음이라고 말했는데, 수인에 대한 건 잘 알고 있어?"

하늘색 눈동자를 가늘게 뜨며 올려다봤다.
조금 날카로움을 느끼면서도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다.

"네.태어나면서 변신 능력을 가진 종족이지요 "
"아니 거기 말고"
"……?  사람과 짐승 두가지 모습을 가진 종족이지요 "
"그러니까 그쪽 말고"

나의 인식은 잘못되어 있는 건지 불안해 진다.
류세씨는 오른손을 휙휙 휘저었다.

"인간을 찢어버릴 힘이 있다고, 모르는 거야? 언니!"

화가 난 듯 치세씨가 소리를 질렀다.

"아, 네.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최강의 수인 용병단인거죠."

짐승의 힘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강한 용병단.

한순간 조용해졌다.
……응?

"어... 언니……천연이야?"
"……글쎄요, 그런 말 들은 적은 없지만요."

천연 발언이라도 했을까.
모르겠다.
천연이라고 한다면, 헨젤이었지만.

"철부지 인거 아냐? 전혀 괜찮지않잖아, 이 녀석"

치세씨는 와구와구 우물우물 거리며 나를 엄지로 가리켰다.

"후-.어쩔 수 없네. 이봐, 언니."

한숨을 내쉰 류세씨가 일어나 얼굴을 가까이 했다.
가까이서 봐도 예쁜 흰 얼굴.
순백의 머리와 하늘색의 눈동자는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가늘게 뜬 눈동자와 올라가는 듯한 미소로 볼 때 수인의 모습은 고양이 일 것 같다.

"우리들, 수인 용병단은 소문대로 최강이야. 이 거리의 영주가 치안을 좋게 하기위해 고용하고 있어. 당신처럼 약한아가씨를 지키는 것도 우리들의 일이지."

목소리가 탄력이 있다.
그런데, 하늘색의 눈동자는 식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도시 안에서도, 괴롭힐 기회를 찾는 무리는 있어..우리들이 범죄자로부터 지킬 테니 그때는 보수를 달라고? 후불로 좋으니까."

아, 역시. 어제 세나씨가 찾아 온 것은 이런 뜻이었나?
혼자인 나를 걱정하고 발길을 옮겨 주었다는 걸까.
다른 사람들은 야만스럽다고 말했지만 정의감은 강한 것 같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
"저는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으므로 걱정은 없습니다."

엘리트 학원의 탑은 허세가 아니다.
몸을 지키는 마법을 쓸 수 있으니, 할아버지도 자취를 허락했다.

"자, 이 가게에서 느긋하게 있어주세요. 이곳은 느긋한 찻집이니까요."

일 때문이 아니라 느긋하게 있기를 바란다.
웃으며 말했지만, 류세씨는 멈춰있다.
잘 보면 세나씨들도 어이없어 하고 있다.
계속 묵묵히 먹던 보스씨도 손을 멈추고 지켜보았다.
마법을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을 모르니까 설득력 없어보여 더 철부지 아가씨로 느껴진 것일까.

"……어이"

보스씨가 낮은 목소리를 내고 나를 불렀다.

"커피"
"아, 네. 갖다 드리겠습니다"
"샌드위치 한개"
"네, 알겠습니다"

커피와 샌드위치.
접시를 치우고, 또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를 다시 만든다.
보스씨에게 낼 즈음에는 류세씨도 앉아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혹시 고용해 주었으면 해서 온걸까.
용병단을 고용할 여유는 없고, 게다가 필요도 없다.
그럼 이제 안 오려나.

이 사람들이 오면 다른 손님이 뚝 끊기게 되어서, 나는 느긋이 있을 수 있다.
오늘까지만인가, 하고 아쉬워하며 주방으로 돌아갔다.

그 외에 주문은 없었고, 나머지는 점심을 끝내면서 몰래 독서를 한다.
퐁당 쇼콜라도 포크로 작게 잘라 먹었다.
완전히 식어버려었지만, 새콤한 라즈베리 소스를 묻혀서 촉촉한 초코 케이크와 비터 초콜릿 소스가 혀 안에서 어우러 진다.
커피에 잘 맞을 거 같다.
그러고 보니 보스씨가 신경쓴 것 같으니, 권해 볼까.

"왜 숨어서 읽어?"

카운터에서 다가온 세나씨에게 들켰기에 흠칫하고 몸이 떨린다.

"죄, 죄송합니다.손님의 보는 앞에서...실롄가 싶어서요 "
"……흐음. 별 상관 없어."

쓴웃음을 지으면서 가슴을 쓸어내린다.
손님이 있을 때는 그만두자.

"미안한데 우리 조금 눈 좀 붙일 테니까. 칩은 후하게 줄테니."
"어……뭐, 괜찮아요 "
"…… 책 봐도 괜찮아 "

여관은 아니지만, 아마도 어제처럼 밤까지 손님이 오지 않는다면 거절할 필요 없다.
나의 손에 있는 책을 흘깃 본 세나씨는 자리로 돌아간다.

아, 먼저 디저트를 권해야.
부엌을 나온 순간 나는 딱 하고 움직임을 멈추며 굳는다.
복실복실복슬복슬복실복실한 용병단이 거기에 있었다.

보스씨 자리에는 훌륭한 갈기를 가진 검은 사자, 팔짱을 끼고 기대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세나씨 자리에는 큰 귀를 세운 녹색 자칼. 테이블에 엎드렸다.
류세씨 자리에는 순백의 고양이, 둥근 고양이 귀와 길고 긴 꼬리까지, 치타 일지도 모른다. 무늬는 없지만.
팔짱을 끼고 엎드렸다. 꼬리는 바닥에 닿을 듯이 길다.
치세씨 자리에는 입을 열고 코를 고는 푸른 늑대. 창가의 벽에 기대어 자고 있다.
부스스한 꼬리가 테이블 아래로 보였다.

……복슬복슬 용병단!!!


부르르 하고 떨린다.
그래도 비명을 지르지 않도록 입을 눌렀다.

사, 사자가 있다.
크고 늠름하며 관록 있는 검은색, 잠자는 얼굴이지만.
폭신폭신 해 보이는 갈기에 얼굴을 묻고 싶다.
껴안으면 안 되는 걸까?

어제 자칼씨는. 아니, 자신의 오른팔을 베개 대신하고 있는 세나씨는 귀가 휙휙 움직인다.
의자에 올라간 복실복실한 꼬리는 가만히 있다.
만져도 될까?

흰 치타씨인 류세씨는 햇빛을 피하려고 웅크리다고 있다.
둥근 손이 보였다.
길고 긴 꼬리가 힘없이 늘어졌다.
어루만지면 안 되는 걸까?

푸른 늑대씨인 치세씨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훤히 보인다.
그래도 부스럭부스럭 하고 털을 만지고 싶다.
해도 될까?

다시는 복슬복슬한 용병단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자고 있으면 짐승의 모습이 되는 것입니까?
감사합니다.
복슬복슬 하게 해주세요.

……아니, 침착해라 로냐.
그들은 손님. 먹이를 조르러 온 도둑 고양이는 아니니까,
자고 있지만 마음대로 만져서는 안 된다.

자고 있는 틈에 새까만 라이언 씨에게 달라붙어 얼굴을 묻고 싶지만, 안 된다.
절대로 안 된다,
로냐! 고객을 쓰담쓰담 복실복실하지 마라!

꾸욱, 하고 충동을 누른다.
그리고 조심조심 다가가가 식기를 치우려고 했다.
바로 그때,
찌릿.
복슬복슬한 용병단이 일제히 눈을 부릅뜨고 노려봤다.
복슬복슬해도 맹수의 모습인 만큼 공포를 느낀다.

"……치워 드릴께요 "

작은 소리로 전하면 보스씨가 바로 호박색 눈동자를 내렸다.
세나씨는 복실복실한 손으로 그릇을 옮기고는 자신의 팔에 부비적부비적 뺨을 부비며 몸을 움켜잡고 잠에 빠진다.
뭔가요, 그 귀여운 행동은.
내심 바둥바둥거리다가 손이 떨렸다.
어떻게든 잠의 방해가 되지 않게 테이블을 치운다.

옆의 4번 테이블로 가면 의자에 늘어진 류세씨의 하얀 꼬리가 흔들흔들하며 흔들렸다.
류세씨는 엎드린 채이다.
그래도 놀고 있는 것처럼 이리저리 꼬리가 움직였다.
궁금하고 궁금하고 궁금해서 어쩔 수 없다.
가까스로 빈 컵에 손을 뻗었다.

"그르릉..."

희번덕하고 눈을 뜨며 작은 신음소리를 내는 치세씨.
그렇지만 바로, 스르르 하고 눈을 감고는 "쿨" 하며 또 다신 잔다.

흠칫 하고 진저리를 친다.
다리에 꼬리가 맞았기 때문이다.
류세씨는 얼굴을 들고 멍하니 나를 쳐다본다.
인간일 때의 모습과 같이 긴 생머리를 고양이의 손으로 쓸다가 홱하고 외면했다.
꼬리까지 반대쪽으로 이동한다.
적어도 흔들리는 꼬리를 바라보고 싶었다.

그렇게 식기를 치우고 난 뒤, 낮잠 중인 복슬복슬한 용병단을 카운터에서 본다.
태양이 있어서 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것 같다.
양지에서 일광욕 같은 것일까? 그래도 너무 눈부실지도 모른다.
차양을 내리고 싶지만, 다가가면 또 눈을 뜰 테니 잠을 방해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카운터에 선 채 내리게 했다.
에이프런 주머니에 넣어둔 반지를 꺼내고 오른손의 중지에 끼운다.

골드 리프형 반지.
끝에는 청금석의 돌, 다른 한쪽에는 마력을 굳혀 만든 마석이 붙어 있다.
꽃처럼.

염력을 발동시키는 마법 액세서리, 라오오라 반지.
내가 만든 것이다.
주문에 쫓기고 있을 때 주방에서 이것을 사용한다.
의식을 집중하고, 염력으로 끈을 잡은 뒤 조용히 오른손을 내린다.
그러면 차양막이 소리없이 내려와 햇빛을 가렸다.
두 창문의 차양을 내리면 보스씨가 얼굴을 올린 것을 알아차린다.
차양에서 나에게로 호박색 눈동자를 돌렸다.
마법을 쓰는 것을 들키고 말았다.
이런 마법 도구를 가진 가게라니. 수상쩍게 여겨졌을까.

"……"

작은 빛도 삼킬 것 같은 순수한 검정색의 사자.
그래도 호박색 눈동자에 강한 빛이 깃든 모습이다.
사냥감을 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도 위협하는 위엄도 아니다.
그냥 바라볼 뿐 평온하다.
그냥 멍하니 있는 것일까.
천천히 눈꺼풀을 닫고 조용히 숨을 뱉고는 잠에 빠져든다.

나는 또 권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언제든지 주문에 대응할 수 있도록 카운터 자리에 앉아 독서를 한다.
우리 가게에 있는 복슬복슬들이 신경쓰이기 짝이 없다.

다른 모두들은 야만적이며 난동을 피운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전혀 그런 일은 없었다.
용병은 깡패 같은 것이니 조금 나쁜 것은 어쩔 수 없다.
성에 있는 기사와는 다르다.
그렇지만 스테이크를 내놓으라고 호통을 치지도 않고,  나를 걱정하고 있다.
뭐, 단순히 고용하기를 바라고 왔을 뿐인지 모르지만.


고용해서 경비가 되면 어떻게 될까.
범죄를 저지하겠다며 기세가 지나쳐 가게를 부쉈는지도 모른다.
인간보다 힘이 강한 것이니까.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 공포를 품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가뜩이나 수인족은 인간을 찢는 괴력의 소유자로 유명하다.
용병이니까, 더 그런 것이겠지만.

나도 비슷하다.
카뷔제라 백작가는 왕도의 동남쪽 [피오상]의 지배자라고 이야기되어 진다.
백작가 따님이라서 서민 학생들도 멀찍이서 포위했다.
부모나 형처럼 차가운 인간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두려워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학원에서 쫓겨난 날.
그 자리에 있던 누구나 나는 악역인 것이라고 납득했다.
내가 접한 수인 용병단은 나쁜 사람들은 아니다. 출입금지를 할 이유는 없다.
……벌이가 주는 것이 이유가 되겠지만. 거부할 생각은 없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자신의 라떼를 마신다.
쓴맛은 우유가 중화하고 그 깊이가 깊으며, 적당한 달콤함이 따뜻하게 확산되면서 안심된다.
상황이 조금만 생각한 찻집에 비슷해서, 타지다.
매일 이렇다면 좋겠다. 느긋하게 있을 수 있고 , 지나가는 시간이다.
카운터위 모래 시계를 뒤집고 거기에서 독서를 계속했다.

한시간 정도 지나,  세나 씨가 일어났다.
내려가 있는 차양을 신기하게 본 뒤 류세씨들을 일으킨다.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을 흘리며 복슬복슬한 용병단은 또 귀엽다고 할 수밖에 없다.
맹수의 모습인데.

"음료는 어떻습니까?"
"그럼 쥬스를 "

오렌지 주스를 인원 수만큼.쟁반에서 옮기면, 얼른 받아 들이켰다.
……옮기면서 손이 닿고 싶었다.

"끄아!……오늘밤은 좀 강한 녀석이 나오면 좋겠는데"
"어차피 송사리만잖아"

치세 씨와 류세 씨가 먼저 가게를 나간다.
혹시 앞으로 밤새 일인가.
그렇다면 카페인을 먹지 말고 누워서 수면을 취했어야 하는데...
스윽 하고 코끝에 검고 복슬복슬한 것이 나타나 크게 놀란다.
사자의 앞발. 아니 보스씨의 오른손이다.

붉은 파우치를 내밀어 왔기에, 돈이라고 이해하고 손을 내밀면 떨어졌다.
캉 땅그라랑 하는 소리와 무게부터가 혹시나 하고 속을 확인하면 내용은 금화. 대충 열장은 있다.
딸랑딸랑, 벨이 울리고 그들은 가게를 나가고 말았다.

"저! 기다리세요!이거 금화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팁 치고는 너무 많다.
잘못계산 한 것 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황급히 불러 세웠다.
순수산 검정색의 사자는 얼굴만 돌려 나를 쳐다본다.

" 맛있었다. 다시 온다"

단 두마디.
휘릭 하고 흔들흔들하는 사자의 꼬리를 배웅한다.

"감사합니다! 또 방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떠나가는 그들에게 들리도록 인사를 하면 보스씨를 제외한 나머지가 돌아봤다.
류세씨도 치세씨도 발걸음을 멈췄다.
나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당황한 모습의 푸른 늑대씨는 돌아본 뒤 앞서가는 검은사자씨를 뒤쫓는다.
뒤를 잇는 것은 류세씨와 세나씨들, 걸을 때마다 흔들리는 꼬리가 귀엽다.

그런데, 걷고 있던 사람들은 하얗게 변하며 피한다.
굉장히 싫어한다.

그렇지만 본인들은 신경 쓰는 기색 없이 위풍 당당히 활보한다.
저것이 이 마을을 지키는 최강의 수인 용병단.


붉은 파우치를 바라봤다


오늘 느긋하게 있는 것 만으로 이렇게나 벌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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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너무 길어




9200자 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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