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7. 12. 23. 13:11

새벽녘




제6화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철수를 하는 듯 주력군은 수도로 귀환한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리카르도도 그 일에 쫓기고 있어 이전처럼 병원에 자주 얼굴을 내밀지 못 했다.


아마 내가 리카르도가 종자라는 것이 유포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도 어느정도 관계 있을 것이다.

갑자기 끊긴 문병을 외롭다고 생각하기는커녕 안정되는 것은 서민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너무나도 다르다.

신분이라기보다 출생에 의한 환경의 차이.

그 사고.

그 몸짓.



그에 비해 나는 촌스러움이 묻어나는 평범한 특수 직업인.

무신경하게 있는 건 무리다.


나는 그렇게 찾아온 평온을 누리며 살짝 힘이 들어가게 된 손발의 재활 훈련을 시작했다.


손발에 힘이 들어가므로, 몸을 뒤척이는 것을 시도해 본다.

누가 오지 않는 한 꼼짝도 못하는 상황에서 겨우 벗어나게 될 것 같다.


중심을 조금씩 비틀며 팔을 세우고 상반신을 지탱 한다.

하지만 도중에서 힘이 다하여 몸이 무너졌다.


침대에 쓰러진 것은 괜찮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잡은 침대의 울타리가 빠졌고 그와 함께 몸이 침대에서 흘러내리고 말았다.

아픔을 각오하고 눈을 감는다.


다음 순간 찾아온 것은 아픔이 아닌 부드러운 감촉이었다.


"...상처는 없나요?"


들려온 목소리에 상황을 확인해 보니, 어째선지 리카루도가 내 밑에 깔려 있다.

내 몸에 통증은 없다.


"괜찮아요 "

"다행이네요. "


리카루도는 쓰러진 내 몸을 들어 무릎에 손을 넣고 아이를 들듯 가볍게 침대에 올렸다.

여전히 세련된 움직임이다.


"감사합니다.....저.. 언제 오셨습니까?"

" 지금 막입니다. 열린 문 너머로 떨어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간담이 서늘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리카르도는 미소짓고 있었지만, 동시에 피로의 기색도 있었다.


요직에 있으니, 바쁜 것이다.

이 장소에 온 것도 시간을 억지로 만든 것이 아닐까.


"만약을 위해서 의사에게 보입시다. 다행히 여긴 병원이니까요."

" 그렇게까지 안하셔도 됩니다. 리카루도가 도와줬고요."

"나중에 문제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부디 저를 위해서도 진찰을 받아 주세요."


저를 위해서도, 라고? 그렇게 까지 말하면 거절할 수 없다.

할 수 없이 부른 의사에게 진찰을 부탁했다.


의사는 머리나 상체를 조사 했고, 어디에도 통증이 없음을 확인하고나서는 , 그 모습을 지켜보는 리카루도와 나에게 말했다.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이 정도면 걱정할 일은 없습니다"

" 그렇습니까. 수고하셨습니다."


리카루도는 눈가에 힘을 빼며 의사에게 예의를 표했다.


"그럼 저는 이만"


의사는 바삐 나갔다.

두 사람만 남은 방에서 나는 리카르도에게 이겨 기세가 오른 웃음을 보였다.


"아무일도 없다고 했죠?"

"결과론입니다"

"뭐, 그말대로입니다만. 저보다 리카르도가 훨씬 환자 같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바쁘더라도 무리하지 않는게 좋아요."


억지로 오지말고 쉬어 주세요.

그 생각으로 한 말에, 그는 외로운 듯 쓴웃음을 짓는다.


"무정한 말씀을 하시네요....게다가 오늘은 얼굴을 보러 왔을 뿐인게 아닙니다"

"뭔가요?"

"사실은 조만간 수도에 귀환하는 것이 정식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정말 정전이 된 것이다.

갑자기 실감이 났다.

전쟁이 끝난다.

눈앞의 기사는 오체 번듯하게 집에 갈 수 있다.

진심으로 웃으며 그것을 기뻐했다.


"축하합니다."


리카루도도 미소를 짓는다.


"감사합니다. 먼저 돌아가게되어서, 죄송합니다."


그렇다. 

리카루도와 다시 만나지 못 할지도 모른다.

나는 얼마간 병원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고, 리카르도는 수도에 돌아가면 일도 있으니, 병원까지 오지 못 할 것이다.

주종이라 하더라도 두 사람 사이의 서약이다.

일도 생활도 있는 사람끼리 현실적으로 생각해서 , 곁에 있기 어렵다.


"외로워지겠네요"


가만히 중얼거린 나에게 리카르도는 어딘가 불안한 모습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래서 그 일이지만..."


조금 뜸을 들이다가 내 눈을 보며 말했다.


"제 집에 오시겠습니까?"

"네?"


예상치 못한 제의에 무심코 반문했다.

당황하는 나에게 리카르도는 설명한다.


"한번 수도로 돌아간 뒤 마중을 보내겠습니다. 저의 집이라면 솜씨 좋은 전속 의사도 있어 불편은 없을 겁니다. 하인도 입이 무거우니, 치료에 전념할 수 있죠. 어떤가요?"


고맙지만 그렇게까지 부담을 주는 것도 나쁘다고 생각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병원 생활에도 익숙해졌다.

몸을 움직이게 되면 내가 살아온 그 허술한 집에 가면 된다.

그렇게 원래대로 돌아간다.


"이 병원에서도 충분합니다"

"반드시 만족하실 수 있게 모시겠습니다."


불만이 있어서 거절하는 것은 아니다.

꺼리고 있는 나를 보고 그는 얼굴을 괴로운 듯이 일그러진다.


"당신이 중요합니다. 이 장소는 수도에서 너무 멀어 오가는 것도 뜻대로 안 됩니다"


리카루도가 수도에 돌아간 후에도 나와 접점을 가지려고 하는 것에 놀랐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스스로에게 주술을 걸 만큼 나에게 집착했던 것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쉽게 관계를 끊을 리가 없다.


뒤늦게 거기까지 생각이 미쳐 반성한다.

리카루도는 비통한 표정으로 여전히 나를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름다운 사람이 슬픔을 표현하니 왜 이리 죄책감에 차오르는 것일까.


결국 억지로 되었다고는 하나 주인으로서의 책임감과 미남의 박력에 지고 말았다.


"... 알겠습니다. 갑시다"


포기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나에게 리카르도는 미소를 보였다.


"감사합니다. 하루카 씨"


아무래도 아직 인연은 끊어질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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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소년을 집에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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