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제5화
종자라는 것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게도 처음 격는 일이다.
이것 저것 보살펴주는 그에게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리카루도는 정장에서 약간 느슨한 복장으로 바꾸었다.
그래도 서민보다 훨씬 질 좋은 것을 입고 있었고, 작은 검을 허리에 꽂고 있었다.
여기에 있어야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곧장 알 것이다.
그러나 본인은 그런 것을 상관하지 않고 나에게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돌봐 주는 것에 불아나기도 하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매번 감사인사를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고 점잖게 타일러졌다.
"자, 몸에 좋은 디아로스열매입니다. 드셔 보세요."
그렇게 껍질을 벗긴 붉은 열매를 내보인다.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내 몸을 일으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입가까지 가져다 주었다.
마치 어미 새에게 먹이를 받은 새끼같은 기분이다.
얌점히 그것을 입에 넣으면, 싱싱한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맛있다."
"다행이네요. 마음에 드십니까?"
"네, 정말 맛있어요."
" 그렇다면 또 주문하도록 하겠습니다."
주문 하지 않으면 손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을까.
지금 눈치 챘지만, 고향의 과일에도 뒤처지지 않는 달콤함이었다.
무서워서 가격을 들을 수 없다.
그 일은 가슴 한구석에 묻어두고 나는 다른 우려 사항을 리카르도에게 물었다.
"그런데, 리카루도의 일은 괜찮나요? 이렇게 돌봐주고 있지만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닌가요."
"안심하십시오. 정전을 하는 방향으로 문관들이 뛰어 줘서. 나 같은 기사에게는 대기 명령이 나와 있습니다. 뭔가 있으면 바로 가야하긴 하지만 근처에 있기만 한다면, 어디서 대기해도 딱히 별 문제 없으니까요."
"그렇습니까"
"하지만 정전이 실현될 때까지는 잠시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하루카씨는 마음 편히 보내세요."
중추에 있는 사람의 말이라 신뢰성은 높다.
정전이라고 무조건 기뻐하기엔 이르겠지만 아무래도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안심하고 침대에 몸을 파묻었다.
문 너머 쪽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기척이 나고 작은 노크 소리가 울린다.
내가 대답을 하는 것 보다 빨리 리카루도가 물었다.
"무엇입니까?"
간호사 같은 여성의 목소리가 몸을 깨끗이 하기 위해서 왔다고 간결하게 말했다.
와병 생활인지라 목욕도 할 수 없는 나는 그 일이 기뻐 얼굴에 웃음을 띄웠다.
제발 부탁한다고 생각하며 문 너머에 있는 그녀를 들어오게 하려고 했을 때였다.
"제가 합니다."
나는 얼굴에 띄워진 미소가 미묘한 형태로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 이 남자는 뭐라고 했는가.
그 당혹감이 퍼지는 와중에도 황금의 머리를 가진 미려한 남자가 몸을 닦는 흰 천과 따뜻한 물이 담긴 통을 안고 침대에 다가온다.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리카루도는 내 몸을 닦을 것 같았다.
매우 초조하다.
평소에는 눈꼽만큼도 신경쓰지 않지만, 내 본성은 여자다.
마술사는 대개 모습과 성별을 속이는 일이 많이 있고 그러한 까닭에 겉보기에 동성일지라도 이성과 접하는 것 같은 신중함으로 대응한다.
이렇게 피부를 노출시키려는 행위는 언어 도단이었다.
간호사가 온다면 아직 여성이며 그들에겐 업무니까 참을 수 있다.
소년으로 변장하고부터 마술사 이외에게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상식인 것을 눈치채고 있었지만, 소속된 마술병 부대에 있으면 그것을 느끼는 일이 적어 완전히 잊고 있었다.
나의 옷을 벗기와 목덜미에 손을 건 리카루도를 황급히 불러서 선다.
" 기다리세요, 리카르도!"
"...무슨 일인가요?"
왜그러냐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도 그는 그 손을 물렸다.
그가 남자의 몸에 욕정 할 리가 없다.
이렇게 내가 신경 쓰는 일을 오히려 미안하게 생각한다.
안도의 한숨을 뱉고 물었다.
"당신에겐 지금까지 마술사가 주위에 있었던 적이 없는건가요. "
"그 말씀대로입니다만, 뭔가 불쾌하게 생각하셨나요?"
불쾌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매우 곤란하다는 것이다.
당혹감으로 흔들리고 있는 그에게 고개를 흔든다.
"아뇨.그렇지 않습니다..."
혹시 리카루도는 소년인 나 이기에, 섬기겠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미래유망한 젊은이가 이렇게 불편한 몸이 된 것을 동정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입을 열기에는 용기가 필요했다.
이제 그의 모든 것은 나를 거스를 수 없으니까.
그 각오가 잘못되어 있었더라면 얼마나 충격적이면서 비탄에 빠질것인가.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다.
그가 그 일을 뉘우친다면 이 자리를 떠나 두번 다시 얼굴을 보지 못하게 하자. 그렇게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결정하게 신중히 단어를 선별한다.
"나의 이 모습은 마술로 속인 것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리카루도는 푸른 눈을 크게 뜨고 순수한 놀라움의 표정으로 이쪽을 보았다.
인공물보다 잘 다듬어진 얼굴이면서, 그 위에 떠오르는 풍부한 감정은 그가 살면서 보기 힘든 밝게 빛나는 사람이라고 알게 해 준다.
같은 사람으로 태어나면서 이처럼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진 사람은 정말 드물다.
수없이 생각한다.
나에겐 황공한 일이라고.
침대 위에서 움직일 수 없는 몸인 나는 올려다보며 반응을 살핀다.
잠시 후, 의외로 리카루도가 띄운것은 납득한 표정이었다.
"침착하신 분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위장한 모습에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의외로 쉽게 받아들여졌다.
리카루도에게는 내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기쁘게 생각되지만, 더욱더 자신의 어디를 보고 그가 섬기겠다고 생각했는지를 모르게 되었다.
"그런데, 그것이 어떠한 관계가 있는건가요?"
나는 지금까지 성별에 개의치 않고 행동해 왔다.
새삼스레 여성 취급하라고 주장하는 것도 부끄럽다.
그렇기에 굳이 우회적인 표현을 쓴다.
"마술사는 모습을 속이는 것도 있기 때문에, 과도한 접촉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는 것은...좀 곤란합니다."
거절한 생각이었지만 그는 어김없이 나의 주장을 기각했다.
"저는 하루카의 종자입니다. 주인의 시중은 제 일이 아닌가요 "
"그러나 여기에는 간호사도 있습니다. 딱히 리카루도가 안 해도..."
"그녀들이 괜찮다면 제가 안될 이유도 없지 않습니까."
"리카르도는 기사입니다. 귀족입니다 환자를 돌보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사이기 때문에 주인의 손이 되고 싶습니다"
서로의 주장은 평행선인 채 맞물리지 않는다.
답답한 나는 머리로 생각하는 것보다 먼저 입이 마음대로 열고 있었다.
"적어도 눈에 띄는 곳에서는 피해주세요! 저는 당신이 종자인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아요!"
말하고나서야 리카루도에게 상처 입히는 말이었다고 깨닫는다.
약간 안색이 하얗게 변한 그에게 황급히 변명했다.
"저, 딱히 종자인 것이 싫은 것은 아닙니다. 예, 결코. 다만 뭐라고 할까요? 안온한 삶을 바라는데, 평민이 기사를 종자로 하고 있다는 것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요."
"...잘 알겠습니다."
피부에 핏기가 돌아온 것으로 보아 뜻은 전해졌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간호사를 불러들이러 간 그의 등은 애수에 젖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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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큿....미소년의 몸을 만질 기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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