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제10화
리카르도를 못 만난지 며칠이 지났을까.
그 말은 역시 결별 선언이었을 것이다.
날짜에 전혀 얽매이지 않는 생활을 하는 사이 나는 완전히 날짜 감각이라는 것을 잃어버렸다.
마을에서의 일정은 매주마다 누구에게 납품해야 하는 것이 있거나 용무가 있거나 하며 이런전런 부지런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은 백수 같은 환자 생활이다.
돌봐지는 것도 미안하고 익숙하지도 않다.
몸이 착실히 회복되고 있는 것이 유일한 구원이다.
요즘 겨우 자력으로 일어서게 됐다.
천천히라면 걸을 수도 있다.
방에 있는 의자에 걸터앉아 준비해준 마술 책을 훑어본다.
이 세계에는 인쇄 기술이 없기 때문에 책 한권이 매우 비싸고, 게다가 마술에 관한 전문 서적이 되면 꽤나 드물기에, 서민으로는 손을 뻗을 수 없다.
그런 고급 물건을 아낌없이 내주니, 역시 귀족의 씀씀이 라는 것은 무시무시하다.
눈으로 읽으면서 필요한 부분을 백지에다 만년필로 베낀다.
모처럼의 좋은 환경이니 가능한한 지식을 가져간가는 일념으로 글을 썼다.
원래 이런 수수한 작업을 좋아한다.
혼자서 묵묵히 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조심스럽게 울렸다.
"들어오세요."
허가를 내주면 알프가 무뚝뚝한 인사를 하고 방에 들어왔다.
누구도 보지 않으니 일일이 나같은 것에게 정중하게 인사하지 않아도 되는데, 고지식하다.
그는 손에 있던 한장의 두꺼운 천을 내 어깨에 걸었다.
"벌써 상당히 오랫동안 책상에 앉아 계셨습니다. 좀 쉬시는 게 어떠신가요?"
그 말에 처음으로 시계를 보았다.
바늘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꽤 나아가 있었다.
"정말이네, 몰랐어요 끝내기 좋은 지점까지 보면 쉬겠습니다"
"그럼 다과를 들이겠습니다"
환자이기에 컨디션을 생각해 주고 있었던 것일까.
관절이 어색한 것 이외에는 특별히 문제도 없어서, 그 호의가 약간 귀찮다.
물론 입으론 말하지 않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만약 내 컨디션이 무너졌을 경우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은 알프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뭔가 말하지도 못한다.
전장에서는 며칠밤낮으로 들판에서 생활하는 일도 많았으니, 이런 대우는 낯선 것이다.
알프는 일단 문 밖에 가서, 과자와 따뜻한 홍차를 준비했다.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홍차로 몸을 녹이며 밖을 바라본다.
항상 산책하고 있는 정원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 매일 뻔질나게 드나들고 있으면 식물에 흥미가 적은 나는 역시 싫증이 났다.
좀 떨어져있다고는 하나 모처럼 수도에 살고 있으니 한번은 중심지에 가 볼까.
벽에 서 있는 알프에게 말을 걸었다.
"한번 거리에 가보고 싶습니다. 몸도 회복되었고요. 함께 가 주시지 않겠습니까?"
나는 가벼운 기분으로 제안했다.
알프가 평소처럼 바로 동의해 줄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가 거절하는 것은 만나고서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본 적 없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예상치 못한 딱딱한 목소리였다.
"안됩니다. "
또박또박 떨어지는 목소리에 심장이 덜컥 하고 순간 흔들렸다.
알프는 언제나 남에게 호감을 주는 표정이지만 몇번이나 부탁해도 거절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깨닫게 만드는 분위기를 띄고 있었다.
평소의 그와는 다른 모습에 당황했다.
알프는 그런 나를 보고 말을 이었다.
"마을은 지금 사람들이 넘쳐, 치안이 나쁩니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모이고 있습니다. 그런 장소에 몸이 아픈 하루카님을 모실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리카르도 같은 기사가 있잖아요?"
"리카르도님은 대응에 쫓기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모이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무력이 아니라 행정의 역할입니다. 행정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게 치안이 안 좋은 걸까.
나는 운이 좋기에 큰 문제 없이 시골에서 지금까지 살고 있었다.
체험한 적이 없는 것에는 흥미가 솟는다.
못 가게 막을 정도로 위험한 상태라고 하니 오히려 보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다.
아직 컨디션이 좋지는 않지만 마력이라면 감각적으로 꽤 돌아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마술사는 일반인에게 두려움을 사고 있다.
비록 몸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도 마술 하나라도 보이면 아마 문제가 사그라들 것이다.
그런 자신감에 나는 알프의 충고를 중요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면으로 부딪혀도 막을 것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알겠습니다"
그렇기에 표면상으로만 납득한 척을 했다.
속마음을 다를지라도 말이다.
이 소년의 외모 때문에 너무 만만하게 보는 모양인데, 이래뵈도 내용은 다 자란 어른인 것이다.
말 잘듣는 솔직함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알프는 고개를 끄덕인 나에게 안심했다.
"죄송합니다"
정중한 태도로 사과하는 그를 차가운 마음으로 바라 보았다.
리카르도는 집에 돌아오지 않고 이제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
항상 곁에 있는 알프는 나를 어린애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마음대로 할 뿐이다.
약간의 체념을 가슴에 품으며 소리 내지 않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문을 두드리고 안에 있는 사람의 대답을 기다렸다.
"...하루카님?"
평소라면 곧 돌아올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불안감이 식은땀과 함께 등에서 터져나왔다.
싫은 예감이 든다.
이번에는 강하게 문을 두드린다.
그러나 절반쯤은 예상한대로, 돌아오는 것은 정적뿐이었다.
"실례합니다!"
황급히 문을 크게 열어젖힌다.
작달만한 그의 모습은 의자 위에도 침대 위에도 보이지 않는다.
무슨 일이란 말인가!
초조감과 눈치채지 못 했던 자신의 어리석음이 가슴을 들볶는다.
일말의 희망을 찾는 것처럼 방 안으로 급히 들어가 방 안을 둘러본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침대의 사각에 쓰러져 있다는 일도 없었다.
머리를 쥐어짜고 싶은 마음을 가슴에 묻으며 그래도 뭔가 남아 있지 않은지 찾아보았다.
책상 위에 한 장의 흰 종이가 부자연스럽게 놓인 것이 눈에 띄었다.
급히 종이에 적힌 글자를 읽는다.
"아아..."
알프는 무심코 한숨을 내쉬고 이마를 덮었다.
종이에는 혼자 거리에 외출할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평탄한 어조로 쓰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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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거동불가 미소년의 상태가...!!
축하합니다!!
거동불가 미소년은
탈주닌자 미소년으로 진화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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