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6. 1. 26. 17:20

나는 두번째 인생을 걷는다.



5.


( 아차! 들켰나?!)


"아가씨"라고 이야기 들었을 때, 피의 심장이 꾸욱하고 쪼그라 들었다. 

뺨에는 식은땀이 맺힌다.


왜냐면 이 때의 피는 남장을 했기 때문이다. 

본국으로부터 주어진 안타까울 정도로 몇 안되는 결혼 도구 중의 하나인 가위로 

머리를 숏컷으로 자르고, 이궁 안에서 창고로 쓰던 방에서 망신창이가 되어있는 정원사의 옷을 발견해 그것으로 갈아입었다.


피로서는 남자로서, 견습 기사 시험을 칠 생각이었다. 


특별히 성별에 제한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붙을 확률을 높이고 싶었다.

여자보다는 소년이 붙기 쉬울 것이다. 

단순한 이유다.


어찌되었든 피의 앞날이 걸려 있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확률을 높여야 한다.


( 어쩌지…… 어떻게 속아 주지 않으려나……)


여자라는 것이 발각된 것 만이라면 아직 괜찮다.

이런 곳에 있는 것을 수상히 여겨 조사 받게 된다면 , 언젠가는 이 나라에 온 골칫거리 왕비라는 사실이 들통나고 또 그 이궁에 던져지고 말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경비도 그런 의욕 없는 놈들이 아닌 제대로 된 녀석들로 바뀌게 된다.


(어쨌든, 여기를 잘 벗어나지 않으면)


정보가 필요했다.

상대가 얼마나 나를 여자라고 확신할까? 

그 외에 수상쩍은 곳이 있는게 아닌것인가.


"저,그러니까,나는 "


돌아서 보면 뒤에 있던 것은 금빛 머리칼에 적갈색의 눈동자를 가진 기사였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데 얼굴은 반듯해서 여자에게 인기 있는 듯했다.

그리고.


(왠지 경박할 것 같다)


그것이 피가 느낀 상대방의 인상이었다.


기사 남자는 왠지 이쪽의 얼굴을 보면서 재미 있게 웃었다.


"미안 미안, 그렇게 깜짝 놀란 얼굴 하지 말라고. 귀여운 얼굴이라서 놀린것 뿐이니까. 그래서,어떤거야? 미아인가?"


그 말을 듣고 피는 안심했다.

아무래도 조롱당했을 뿐이었던 것 같다.


"저, 나, 줄을 서려고 했었는데요 "

"아, 혹시 줄에서 밀려나 버린거야? 몸이 작으니까."

"예, 네! 그렇습니다!"


줄을 선 것은 아니지만, 때마침 착각해줬다.

피는 그 착각에 편승한다.


"안타깝지만 이 경우는, 다시 서지 않으면 안되지. 내가 맨 뒤까지 안내해 주지"


그렇게 말하고 기사는 빙긋 웃었다.

데이만의 시녀들이 그 얼굴을 봤다면, 얼굴을 붉히고 기절할지도 모를, 멋진 미소였다.


다만 피로서는 그런 것 보다, 맨 뒤까지 데려다 준다는 것이 고마웠다.


(이걸로 의심 받는 일 없이 성을 떠나서 입단 시험 줄을 설 수 있다!)


정말로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어이, 너희들 길을 열어라-. 나는 너희들 같은 덩치 큰 남자의 몸 따위 닿고 싶지 않거든. 만지는건 침대 속에서 벌거벗은 예쁜 여자의 몸인 걸로 정하고 있다"


그렇게 말하면서 기사는 북적거렸던 입단 희망자들의 길을 열어 간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의 경박한 사람이었다……)


그 언동에 피는 이 기사가 첫인상 그대로의 인물이었다는 것을 확신했다.


기사는 입단자의 대열에서 길을 열며 이쪽으로 돌아보고는 웃으며 손짓한다.


"이봐, 꼬마 . 가자"

"네!"


( 하지만 의외로 괜찮은 사람이구나)


피는 웃으며 그 등 뒤를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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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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