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팔위크의 소개가 끝나면 마지막은 작업복을 입은 중년의 기사(?)였다.
이 부대에서 가장 연장자 일지도 모른다.
"나는 갈루지. 일단 기사로는 되어 있는데, 무기의 작성과 정비를 하거나 도구를 만들지. 이젠 싸우지도 않아. 나이가 나이니까. 가끔 공병 같은 일을 할 뿐이지"
그렇게 말 하며 갈루지는 피에게 칼집에 넣어진 검을 건넸다.
기사들이 잘 쓰는 장검의 딱 중간 정도 길이로, 들어 보면 상당히 가벼웠다.
"이건 합격 축하 선물이야. 너처럼 작은 놈이라면 이 정도의 길이가 좋지. 그 외에도 여러가지로 경량화되어 있다. 하지만 튼튼함은 보통의 검이랑 비슷하니까 안심해라"
"우와, 감사합니다!"
칼집에 넣어진 채이지만, 들어 보면 알 수 있다.
시합에서 사용한 목검과 무게 차이가 거의 없다.
이거라면 힘이 약한 피이라 해도 잘 휘두를 수 있다.
피가 눈을 반짝이며 그 칼을 바라본 뒤, 흐뭇해 하며 허리에 끼워넣었다.
"이외에도 뭔가 만들어 줬으면 하는 것이 있으면 말 해라. 시간나면 만들어 줄테니"
갈루지가 그렇게 말하며 웃는다.
이곳에 들어오면서 본 , 뭔지 모를 것들이 갈루지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인 듯 하다.
언젠가 한번 봐도 몰랐던 것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싶었다.
이제 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소개 받았다.
"사실은 한명 더 있지만 특별한 임무에 나가 있으니까. 만났을 때 소개하지"
크로우가 하는 말에 의하면, 또 한명 있다는 듯 하다.
다음은 피의 차례였다.
"이 부대에서 배우는게 허락된 히스입니다! 부족한 몸이지만 잘 부탁 드립니다!"
왠지 출가 전의 인사처럼 되어 버렸다.
그러자 크로우가 피의 머리에 손을 얹으면서 덧붙인다.
"출신은 테오루노아이란다. 그러니까 잘 부탁해"
(뭐……?)
크로우에게 출신지를 밝힌 적은 없었을 것이다.
애초에, 원래 피가 고향으로 정해놓은 프로필과 다르다.
테오루노아 라는 지명은 들은 적이 없었다.
"과연,"
"양해"
"오우!"
하지만 기사대 네명은, 시원스럽게 납득했다.
사실 테오루노아는 기사대에 불법 이민자 자녀나, 그 밖에도 국적을 갖지 않는 빈민 자녀 등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가 들이닥쳤을 때 쓰는 암묵의 암호 같은 것이었다.
기사가 되면 국적이 주어진 정식 국민이 될 수 있지만, 견습 기사인 동안은 아직 불법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 버리는 상태이다.
거기서 기사단에서는 그런 자들에게 테오루노아를 출신지로 정해 주고, 견습 기사로 있는 동안은 불문으로 돌린다는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크로우는 히스를 완전히 불법 이민자의 아들이라고 생각했다.
만났을 때는 너덜너덜한 옷을 입고 있었고, 꼬치 정도를 울면서 먹는다.
그리고 경기 중의 그 나쁜 손버릇과 말투.
완전히 그런 것이라고 확신해 버렸다.
좀 위화감이 드는 독특한 사투리가 있고, 빈민 치고는 정중한 어조에 금발 벽안이라는 어찌봐도 귀족의 피를 이어받은 듯한 모습이지만, 귀족들이 무슨 계기로 무너져 일가가 몽땅 빈민으로 떨어지는 것도 없는 얘기는 아니다.
(분명 고생한 거겠지……)
크로우는 자기가 생각해도 왜그런가 싶을 정도로 이 자그마한 소년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자신도 모르는 출신지를 통보 받아 당황한 히스에게 귓속말로 나중에 가르쳐 주겠다고 속삭인다.
히스는 알겠다는 듯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아"
솔직히 소개된 기사는 모두 대단한 사람이라, 피는 이 기사대에 자신이 정말 잘 해나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졌다.
"검 같은 건 별로 능숙하지 않지만, 앞으로 열심히 훈련합니다. 체력도 기릅니다……. 이제 넘어지지 않도록 하고 싸움에서도 앞으로 더 강해지겠습니다. 그리고,……"
하지만 이제 자신이 있을 수 있는 장소는 여기밖에 없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열심히 일을 하겠다고 생각했다.
선택해 준 그들을 위해, 도움이 될만한 인재가 될 수 있도록.
" 그렇게 절박한 얼굴 하지 않아도 돼, 히스쨩. 편하게있으렴 "
"그래, 지금부터 조급해 할 필요 없어. 견습 기사가 끝나려면 멀었으니까"
콘래드와 크로우는 그런 히스를 달래듯 말한다.
(이 기사대의 사람들은 모두 상냥한 사람 뿐이구나. 버림받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크로우는 히스가 기사로서 장래 쓸모 없게 되는 것보다 , 오늘처럼 다치거나 무리하는게 아닐까 걱정이었다.
오늘 접하고 느낀 것 이지만, 자란 환경 탓인지, 극단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듯했다.
지금도 달래고 있는데, 왠지 결심을 하고 있다.
이대로는 또 다칠 지도 모른다.
"저기 말이지, 히스 ― ―"
"히스"
정말로 무리를 하기 전에 피를 진정시키려 한 크로우가 말하기 전에 누군가가 피에게 말을 걸었다.
(이올 대장...)
그 목소리는 낮고 고요해서 주변에 울린다.
그 푸른회색빛 눈동자는 미소를 만들지도 않고 화를 내며 노려보지도 않고 그저 곧게 직시하고 있었다.
"나는 네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 부대에 넣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넣지 않았다.
--그러니 가슴을 펴라"
네가 필요하다.
그 말이 피의 가슴에 잔잔히 울려퍼진다.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피는 공기 같은 존재였다.
왕인 부모도 거의 눈길을 주지않는, 있어도 없어도 변하지 않는 공주.
그래도 시중을 들어 주는 사람은 있었다. 공주니까.
하지만 피의 험담을 한 것도 그런 사람들이었다.
그래도 그들에게 감사하고 있다.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사람은 있었다.
여동생과 그 친구인 시녀 불과 몇명이지만.
피는 그들을 좋아했다.
하지만 피는 그들에게 일방적으로 신세만 지고,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피를 필요로 해 준 사람은 없었다.
처음이었다.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말해 준 것은…….
처음이었다.
피의 인생에서 자신을 필요로 해 주는 사람과 만난 것은…….
이올 대장.
(이 사람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를 필요로 해 준 사람...)
"알았나, 히스. 알겠다면 대답을 해라"
그 눈동자는 흔들림 없이 진지해서 , 그 말 또한 진실 이라고 믿었다.
피는 가슴을 펴고 자신을 선택해 준 대장에게 데이만 억양이 섞인 대답을 했다.
"네, 대장!!"
좋은 사람들이 있는 새로운 장소에서 자신을 필요로 해 준다.
'대장'밑에서 피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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ガルージ 는
Galluzzi 라고 생각해서
갈루지라고 했습니다
가루지, 갈지 는 뭔가 아니잖아요
중년이니까 독일느낌나게 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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