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사막위의 돌고래 2019. 3. 28. 03:58

황제폐하의 고양이

 

 

 

 

제4화 "두번째의 끝"

 

 

 

살결이 희고 살짝포동포동한 귀여운 외형의 그 여자는 특별히 미인이라는 정도의 얼굴은 아니었지만 어딘가 속세를 멀리한 분위기가 지금은 죽은 황후 폐하를 많이 닮아있었다..

 

소년 왕의 부탁을 받아 둥둥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발걸음으로 왕성을 안내하는 그녀를, 어려서부터 모시고 있는 나조차도 본 적이 없는 눈빛으로 황제 폐하가 빤히 쳐다보는 그 모습에, 친구 두 사람은 물론 늑대개인 자드조차 주인이 사랑에 빠진 것을 깨달았다.

 

 

북쪽 섬 나라의 둘째 공주 세라피나.

대륙을 통일한 제국 황제를 사로잡은 유일한 여성.

 

 

나라는 작지만 왕족이라 신분은 어울리며, 그외 다른 문제는 어떻게든 되니까 어떻게든 붙이자며 기쁨에 넘치는 친구들에게 응원받고, 다양한 설득 문구를 불어넣고 "시끄럽다" 라고 하면서도 황제 폐하는 그녀에게 사랑 받으려고 노력

했...

 

지만, 

 

황제 폐하는 보통의 생활이라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소년기는 여러 가정 교사의 자신감을 상실시키면서 기인과 괴짜와 놀고, 사춘기에는 군을 지휘하고 부모의 원수를 갚았다. 

그 김에 대륙을 통일 후, 휴식 따위 한 순간도 없이 집무에 쫓기면서 청년이 되었고, 나라가 어느 정도 안정되자 이번엔 다양한 미녀들이 밤마다 찾아온다는 그런 생활을 일상으로 보낸 분이다.

 

전란과 무관한 북쪽 섬 나라에서 잔잔하고 검소하게 살아온 공주 전하를 설득하는 데 그만큼 부적절한 인물도 없었을 것이다.

 

 

황제 폐하는 구경꾼이 박수를 치고 싶을 만큼 멋지게 여러 순서를 틀렸고, 용어 선택과 행동의 선택을 잘못했으며, 당연하게도 공주 전하는 도망치려 하기도 했으나, 주위의 사람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잡아 결혼 승낙을 받아내기에 이르렀다.

 

 

너무나도 처절한 황제에게 동정한 천연 공주가 "이 마음은 사랑이야" 라고 착각해서 승낙한 것 아니냐는 설도 있다.

그 진위는 공주 전하밖에 모른다.

 

 

그러면 주위사람들은 황제가 권력을 휘둘러 둘째 공주를 빼앗아간다는 결말이 되지 않은 것에 깊이 안도하면서 제국과 연락을 취하고 어떻게 혼례를 진행하냐는 이야기로 들어갔다.

 

 

 

 

 ◆×◆×◆×◆

 

 

 

 

제국 황제와 세라피나 공주의 결혼이 이뤄져 대륙 전체가 들썩거리게 됐다.

 

대륙을 통일시키고 장기간에 걸친 전란을 끝낸 위대한 황제의 행복과, 그 평화를 유지하는 후계자의 탄생을 원하는 많은 백성들이 두 사람을 축복했다.

 

성에서는 속세를 멀리한 시골나라의 둘째 공주가 강대국의 황후로서 해낼까 걱정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그녀는 그 천연의 모습을 유감 없이 발휘하여 훌륭히 고위 귀족들의 은근 무례한 인사말을 받아넘기며 눈을 깜빡이고 있다. 

그들을 독특한 사고에서 자아낸 말로 정신없게 하면서, 황제 폐하보다 더 다루기 힘들다는 그들을 대했다.

그러나 스스로는 그것이 얼마나 잘 해낸것인지 전혀 이해하고 있지 않았으며, 그 순진함이 황제 폐하를 웃게했다.

 

 

그것은 젊어서 황제의 자리에 올랐던 그가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보인 진짜 미소였다.

 

 

아내를 얻은 황제가 공식적으로 웃을 정도로 부드러워지면, 이상하게도 제도가 안정되었다.

그 흐름은 이윽고 대륙 전역으로 확산되었고, 꾸준히 복구 진행을 하여, 망국의 전 권력자들을 우두머리로 반란을 일으킨다는 불온한 기색도 완만하게 사라졌다.

 

 

 

 

그리고 일년 후.

황후 폐하의 회임 소식.

 

 

황제 폐하는 누구보다 그것을 기뻐했으나 어머니가 자신의 출산으로 건강을 해쳤던 일 때문인지, 동시에 몹시 걱정했다.

첫 아이인데, 황후 폐하가 기운이 없거나, 잠깐 기분이 나빠지기만 해도 당황하며 우왕좌왕하는 남편을 " 괜찮아요, 당신" 이라고 하면서 한가롭게 달래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황제 폐하가 새롭게 만든 학사의 시찰을 위해서 며칠 성을 떠나게 되어 나는 황후 폐하의 호위로 남겨졌다.

 

황후 폐하는 오후의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실없는 잡담 속에서 나에게 물었다.

 

"저기, 고양이씨. 우리 나라에서는 아이와 같은 날 태어난 동물을 찾고, 아이와 함께 키우는 풍습이 있어. 전에 폐하에게 물어보니 키워도 된다고 말씀하셔서, 지금부터 찾고 있는데. 그 애의 이름은 뭐가 좋을까?"

 

 

곧바로 떠오른 것은 전생에서 키우고 싶었던 고양이.

 

"아비시니안"

 

"아비시니안? 무척 귀엽고 신기한 울림의 이름이네."

 

황후 폐하는 그 말의 울림이 마음에 드는 듯했지만, 현물을 보지 않고 이름을 결정하는 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위험이 있으니, 어디까지나 후보 중 하나로 해 달라고 부탁했다.

 

훗날 왜 이런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지은 것이나며 황자나 황녀에서 꾸지람을 받는 것은 사양하고 싶다.

 

황후 폐하는 그런 일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며 웃었지만 평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내가 부탁하는 것을 신기하게 여기면서,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후보 중 하나로 기억할게요."

 

 

 

 

 ◆×◆×◆×◆

 

 

 

 

느긋한 어머니를 닮았던 것인지, 황제 폐하의 아들은 열달 하고도 열흘을 더 지나 주위사람들을 하얗게 만들어 놓고도, 아무 문제없이 건강하게 태어났다.

 

건강한 아기의 울음 소리가 메아리 치는 것을 들으며 마치 자신이 출산을 한 것처럼 지쳐 흙빛이 된 황제 폐하는 면회가 허용되자 허둥대며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한 모습으로 정결한 침대에 다가가 부인의 가느다란 손을 잡고 그녀의 무사함에 신에게 감사했다.

황후 폐하는 의외로 건강하고, "어머, 저도 노력했는걸요" 라고 차분히 미소짓는다.

신에만 감사하는 남편을 명랑한 모습으로 놀렸다.

 

두 사람의 첫째 아이는 남자 아이로 , 잘 울고 젖을 잘 마시고 잘 자는 모습에 모두들 깊이 안도했다.

 

그리고 황후 폐하의 고향의 풍습에 따라 찾은 이날 태어난 동물은 금빛에 검은 반점이 있는 아름다운 털의 표범.

수컷이었기에 "아비시니안"은 너무 귀엽다는 말이 있어 다른 이름이 주어졌다.

 

내가 낸 이름을 쓰지 않은 일을 안타까워한 황후 폐하는 "딸이 태어나면 아비시니안이라고 이름붙이죠" 라고 선언하고, 왕자의 출산이 머릿속에 선명한 황제 폐하는 "딸은 몇년 후로 하자" 라고 말했다.

 

 

 

 

1년 후.

황제 폐하는 스물 여섯 살이 되고 한살을 맞은 아들의 피로연에 제도를 마차로 돌아다니는 것이 정해졌다.

 

 

그 소식이 들리자, 제도에는 제국의 후계자인 황태자를 한번 보려고 사람들이 몰리면서 황제 부부의 혼례 때처럼 들썩였고 거리에선 축제가 벌어졌다.

사람들로 넘쳐난 그 속을, 짧은 거리라고는 해도 황제 일가가 하나의 마차를 타고 돈다는 것으로 경호 담당자들은 안전 확보를 위해 밤낮 없이 뛰어다니게 되었다.

 

그렇게 분주한 사람들이 이동하는 가운데,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마침내 당일.

황제 폐하는 황자를 오른 팔에 안고 황후 폐하를 데리고 호사스러운 마차에 올랐다.

 

 

 

 

 

나는 마차의 후방을 늑대개 자드의 등에 타고 따라갔다.

보기보다 무거운 기계 인형의 신체에는 경량화의 마술이 걸려 있어서 며칠에 걸쳐서 나를 태우는 훈련을 마친 자드는 자신의 위에 있는 짐덩이에 개의치 않고 경쾌한 걸음으로 주인이 탄 마차를 쫓는다.

 

그리고 황제 일가의 마차를 따라가면서  사전에 경호 담당자로부터 넘겨받은 수십장의 요주의 인물 초상화 속에서 전 왕국 근위 기사단 단장, 발파스의 얼굴이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기계 인형이라는 나의 몸에 거의 모든 부품을 바꿔야 하는 정도의 손상을 준 유일한 인물.

내가 왼쪽 눈을 찔렀지만 못 잡았던 남자.

 

각지에서 파괴 활동을 유도하고 있다는 정보를 파악하면서도 제국 군은 아직 그를 잡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결전장에서 봤을 때보다 볼에 살이 빠지고 광기어린 표정이 된 그의 캐리커처를 본 뒤 부터 계속 묘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그것은 예고였던 것 같다.

 

 

민중 속에서 황제 폐하의 마차 앞으로 튀어 나온 한 남자.

 

몇년에 걸친 후회 덕분인지 나는 아마 누구보다도 빠르게 "그 남자다"라고 깨달았다.

 

생각하는 것보다 먼저 몸이 움직이면서 자드의 등에서 뛰어내리자마자 전속력으로 달려 그 자리를 확보한다.

예전보다 훨씬 가늘게 된 남자의 팔을 잡고 꺽어 노상에 쓰러뜨리고 구속한다.

당연히 반격을 경계하면서 억누른 것이지만 그는 전혀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저항하지 않았기에, 위화감을 느꼈다.

 

뭔가 이상하다.

 

어수선한 주위의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넘어뜨려진 상태인 남자가 기묘하게 흡족한 미소를 띄우는 것을 보고, 몸 속의 톱니 바퀴가 오한에 떨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황제 폐하에게 복수할 생각인가.

 

 

왕국이 제국에 패하고 8년.

주군을 잃고 나라를 잃고 왼쪽 눈을 잃고 지위나 명예를 잃었어도 목숨까지는 잃지 않았다.

 

그런 그가 지금까지 왜 살아 왔는지, 나는 무엇 하나 모르지만 황제 폐하를 해친다면 멈춘다.

 

 

그것이 기계 인형의 몸에 내장된 명령에 따른 판단이었는지, 금속의 몸 속에 있던 나의 영혼의 소망이었는지는 자신도 알지 못한다.

 

 

다만, 무엇을 해야 될지는 알고 있다.

 

 

발파스를 오른팔로 구속한 채 다른 손으로 나를 쫓아 곁에 온 늑대개의 목을 잡아 떨어진 곳으로 내던졌고, 누군가 다가 오기 전에 한마디의 문장을 소리내었다.

 

 

 

 

"새장의 새는 잠든다."

 

 

 

 

8년 전부터 항상 나의 손목에 있던 팔찌형의 마도구가 작동 되면서 철벽의 마술 결계가 전개된다.

황제 폐하는 소형의 결계라고 했지만 나와 발파스를 빠짐없이 덮을 만한 크기이기에 아무 문제 없다.

 

 

나는 결계에 갇힌 것을 깨달은 그가 경악으로 눈을 부릅뜨는 것을 바라보며, 무승부도 나쁘지 않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가 황제 폐하의 목숨을 앗아갈 가능성은 이것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이번 생의 부모인 박사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의 연구에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걱정거리를 하나 없애고 가는 것이니 나로서는 괜찮은 편이지 않을까.

 

 

 

 

전 왕국 근위 기사단의 단장이여.

요구하던 사냥감은 아니지만 황제 폐하의 고양이, 당신의 왼쪽 눈을 앗아간 내가 함께 가니 그 정도로 참아두어라.

 

 

극한까지 눈을 부릅 뜬 남자의 눈 속에서 웃을 리 없는 기계 인형이 오만한 웃음을 띤 것 같았다.

 

 

 

 

몸 아래에서 굉장한 폭발이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의식이 사라진다.

 

 

 

 

그것이 전투형 자율식 기계 인형에 깃든 나의 영혼이 맞이한, 두번째의 끝이었다.

 

 

 

 

 ◆×◆×◆×◆

 

 

 

 

 

 

 

 

 

 

푹신 푹신, 부드러운 무언가가 전신을 감싸고 있다.

 

시원한 미풍이 볼을 쓰다듬어 가자, 하암, 하며 신체가 하품을 쏟아냈다.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웃으며 속삭이고 있다.

 

그리고 살며시 다가온 따뜻한 것이 어딘가 그리운 목소리로 말했다.

 

 

 

 

"반가워, 아비시니안. 나의 귀여운 여동생"

 

 

 

 

그것이 세번째의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라는 것을, 그 때의 나에게는 알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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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황제폐하의 고양이가 끝났습니다

 

적당히 좋은 작품 찾기가 힘들어서

 

단편이나 번역하자

하면서

 

그동안 봤던 몇몇 단편들 중에

 

괜찮은 것을 골라서 번역해 봤습니다.

 

물론, 이것 또한 주인공이 남자였다면 번역하지 않았겠지만

 

 

한편짜리 단편이면

단편 카테고리에 넣겠지만

 

4화짜리이고

글자수도 많아서

그냥 따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시간많으면 단편한번 보세요

 

 

 

뭐....내가 번역하는건

 

재미도 없고

 

주인공이 여자인지라 남자주인공이 하악하악하는 장면도 없고

 

나 짱쎄다 쾅콰쾅콰콰오 무쌍도 없기에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법한 작품들 뿐이라

 

아무도 안보겠지만

 

 

 

 

 

뭐, 딴거 보고싶으면 직접번역하든가

 

그래, 기왕이면 막 번토라레도 하고

 

내꺼 그냥 막 가져가서 번역하고

 

그래서 난 그냥 관두고

 

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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