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애는 느긋하기를 원한다.
제 3 장 푸른 자(者)
48. 요정 진
요정 진은 행복을 가져다주는 존재다.
특징은 새파란 피부, 그리고 그런 새파란 팔에 장미를 닮은 무늬가 아름답게 수 놓여 있다.
마치 바다 깊은 곳과도 같은 색.
지크하르트 왕은 강인한 몸을 아낌 없이 노출하고 있다.
아라비안 복장.
금으로 장식된 목.
황금 왕관이 올라간 머리.
우아한 검정색을 머리카락.
너글너글하고 서글서글한 호쾌한 성격이다.
“여기가 도무스 카자에서 가장 큰 가게인가?”
문 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간발의 차로 모습을 보지는 못한 듯 하다.
나는 주저앉아 카운터 테이블에 놓아두었던 작은 병을 움켜쥔다.
마법 염료 가루다.
이 가루를 사용해 은백색의 머리카락을 붉게 물들였다.
지크하르트왕과는 공식석상, 그러니까 한껏 꾸민 자리에서만 만났었을 뿐이다.
이 모습이라면 우연히 닮았다는 것으로 지나갈지도 모른다.
화장기 없는 얼굴과 붉은 머리라면 통할 것이다.
분명.
“어서오세요. 손님.”
절대 들키지 않는다.
그렇게 자신감을 가지고 웃는 얼굴로 접객을 했다.
“오, 어째서 머리가 붉은 것인가, 로냐양.”
싱글벙글 웃고 있는 지크하르트 왕이 자신감을 꺽어버린다.
들통났다.
나 라는 것이 들켜 버렸다.
순살이다.
“오...오랜만입니다. 지크하르트 폐하.”
나는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 몸을 구부리고 머리를 숙였다.
지크하르트 왕은 “크하하!” 하면서 웃어넘기고 카운터 석에 앉았다.
일행은 두 명이다.
지크 하르트 왕과 마찬가지고 강인한 몸매를 가진 호위, 시바 씨.
큰 키에 갸름한 얼굴.
등에는 대검을 지고 있다.
그리고 시중드는 여성, 쟈스민 씨.
쟈스민 씨는 무희 같은 복장을 하고 있어서 매혹적이다.
얼굴에 띄운 미소까지 항상 매혹적으로 보인다.
길고 검은 머리는 뒤로 땋고 있고, 목과 귀 그리고 손목에 금으로 된 장신구를 달고 있다.
“그래, 오랜만이구나! 로냐양.”
나는 머리를 매만지고 살며시 염색 마법을 풀었다.
“음, 그 모습이 가장 잘 어울린다.”
“칭찬의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인사를 하자, 지크하르트 왕의 커다란 손이 다가와 머리에 얹어진다.
“그렇게 딱딱하게 할 필요 없다. 편하게 접객을 하면 되는 거다. 추천 메뉴는 뭔가?”
그렇게 말하며 웃는 지크하르트 왕의 미소에 나도 부드러운 미소를 보인다.
“지금 , 망고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추천메뉴는 망고 무스 케이크입니다.”
“음, 그렇다면 그것으로 하지.”
“네, 하나면 되겠습니까?”
동행인 두 사람에게 시선을 보낸다.
시바 씨는 “저는 괜찮습니다.”라고 정중히 거절하고는 하얀 문을 지켜봤다.
쟈스민 씨는 “저도 먹을게요.” 하며 지크하르트 왕 옆에 앉았다.
알겠습니다. 하며 부엌에 들어가 망고 무스 케이크 한 홀을 꺼냈다.
두 조각을 접시에 올리고 포크를 곁들여서 두사람 앞에 나란히 놓아둔다.
“여기 메뉴는 뭐든지 아주 맛있다고 들었는데, 설마 로냐 양의 가겠였다니. 음! 맛있군!”
“부드럽고 달콤한게, 정말 맛있네요.”
호쾌하게 감탄하는 지크하르트 왕이 칭찬을 해 준다.
쟈스민 씨도 뺨에 손을 얹고 품위 있게 웃었다.
“입맛에 맞아서 다행입니다.”
미소를 보이며 감사를 표하는 것과 동시에 생각에 빠진다.
아무래도 가게를 찾은 것은 우연인 듯 하다.
그렇다면 지난번에 만난 기사 가웨인도 우연이면서 우연이 아닌 것이다.
가웨인은 이 지크하르트 왕의 호위로 나라의 끝 까지 왔던 것이다.
지크 하르트 왕에게는 취미가 있다.
그것은 낯선 거리의 산책.
마법으로 자신의 고향에 돌아가지 않는 것도 이 취미 때문이다.
마침 우연히 도무스 카자를 산책 경로에 포함시켰고, 이 가게의 소문을 듣고 찾아와, 나와 재회하게 된 것이다.
“........한가지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지크하르트 폐하.”
“지크 하르트라고 해도 된다. 뭔가, 로냐 양.”
“저는 로냐로 괜찮습니다. 하지만 지크하르트 폐하께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가...그래서 부탁은 뭔가?”
조금 못마땅하다는 얼굴을 했지만, 지크하르트 왕은 본론으로 돌아간다.
“제가 있는 곳이 알려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것은 약속 할 수가 없군.”
지크 하르트 왕이 단호히 거절했다.
“루나테오라 여왕과 제프리 왕이 ‘로냐는 어디에 있는가’ 가로 물으면,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을 수 없다.”
“...네,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 때까지는 발설하지 말아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루나테오라 여왕은 엘프 나라의 여왕님
제프리 왕은 이 인간 나라의 왕.
왜 그 두 사람의 이름이 나왔는지는 의아하지만 얼굴에 드러내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누군가 묻기 전 까지는 조용히 있기를 바란다.
“알겠다.”
그 부탁을 들어준 지크 하르트 왕.
“갑자기 네가 없어졌다고 해서 걱정했다.”
“걱정 끼쳐서 송구합니다. 폐하.”
“아니, 사과할 석은 없다. 왜 슈나이더와 파국이 된 것인가? 나는 결혼식을 기대하고 있었다. 네가 슈나이더 와 있을 때 행복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슈나이더도 마찬가지 였지. 그런데 왜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인가?”
요정 진은 행복을 알아차린다.
아무래도 지크하르트 왕은 상세한 이야기는 모르는 것 같다.
슬픈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지크 하르트 왕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처음부터 , 슈나이더와는 맺어지지 않을 운명이었던 것입니다. 단지 그 뿐인 것입니다.”
나는 그렇게만 말했다.
“....그래, 뭔가 슬픈 일이 있는 것이구나.”
지크 하르트 왕의 얼굴에 떠오르는 슬픔이 한층 짙어졌다.
“그렇지만, 이렇게 만나보니 안심했다.”
그는 곧 상냥한 미소를 띄운다.
“너에게서 행복한 냄새가 나는구나.”
안심이 된 이유는 더 그럴 듯 했다.
어제는 파랑새를 만났고, 그 뒤에 푸른 친구도 만났다.
그리고 행복을 주는 요정의 왕과 재회.
행운의 연속이기 때문일까.
생각해보면, 행운의 연속이다.
슈나이더 제오란드.
공작의 아들이자 내 전 약혼자.
그에게 약혼을 파기당하고 엘리트 학원에서, 왕도에서 뛰쳐나오고.
끄트머리에 있는 거리, 도무스 카자에 왔다.
그리고 생계를 위해 차린 이 느긋한 찻집이 번창하고, 상냥한 손님들이 찾아온다.
그리고 수인 용병단을 만났다.
기괴하게도 나, 로냐 가뷔제라는 슈나이더에게 파혼을 당하는 소설을 태어나기 전에 읽고 있었다.
그것도 행운이었다고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슈나이더와 헤어진 운명에 처했기에 각오를 세우고 새로운 생활을 할 준비도 할 수 있었다.
한때는 슈나이더와의 미래도 꿈꿔봤지만, 결국 시나리오대로의 운명이 된 것이다.
다행이다.
나는 전생의 소원이었던 느긋하고 싶은 욕구로 인해, 귀족영애라는 생활이 고통이었던 것이다.
숨도 쉴 수 없던 갑갑한 생활에서 벗어나 , 이곳 도무스 카자에서 찻집을 경영하면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고 수인용병단은 내가 귀족영애 생활에서 도망쳤다고 털어 놔도 받아 주었다.
진심으로 신뢰할 수 있는 친구다.
함께 느긋하게 있고 싶다고 생각하는 동지다.
만날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었다.
“많은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나는 얼굴에 웃음을 피워냈다.
“불행 중 다행 이라는 것인가? 어쨌든 행복하다면 다행이다.”
역시 활짝 웃어보이는 지크하르트 왕이었다.
“괜찮다면...”
지크 하르트 왕이 말을 꺼냈을 때 밖을 보던 시바 씨가 되돌아본다.
“폐하! 왔습니다!”
“!”
탕! 하는 총성이 들리는가 싶더니 유리창이 깨졌다.
기습이다.
그렇게 이해한 나는 급히 결계를 쳤다.
지크 하르트 왕도 쟈스민 씨도 카운터 테이블을 뛰어넘어 왔으므로 카운터 테이블 주위에만 쳤다.
그리고 함께 몸을 구부렸다.
그리고 탄환의 비가 내렸다.
가게가 벌집이 되어 버릴 정도의 탄환이 쏟아진다.
지크 하르트 왕에게 호위가 붙는 이유가 이것이다.
요정 진을 노예화 하는 조직은 아직 존재하고 있다.
슬픈 일이지만, 노예 해방을 한 지크하르트 왕을 죽이고자 하는 무리들이 있는 것이다.
지크 하르트 왕은 홀몸, 게다가 후계자도 아직 없다.
백년이 지났지만 초대 국왕인 것이다.
이렇게 표적이 되는 일도 드물지 않다고 들었었다.
“크하하하하!”
“....”
이런 상황인데, 지크 하르트 왕은 웃고 있다.
호쾌하게 웃고 있다.
나도 귀를 누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괜찮다, 가게는 마술로 고치면 된다.
한가지 걱정이라면 2층에 있는 류가 내려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2층에는 대포를 쏘아도 괜찮은 결계를 펼치고 있으니 괜찮다.
하지만 이런 일을 상정하고 1층에도 그런 결계를 치지는 않았다.
나도 총격전은 처음이다.
“뭐, 걱정할 것 없다! 총에는 한계가 있으니 말이다! 폐를 끼쳐서 미안하구나 로냐!”
“아뇨, 신경쓰지 마세요.”
그래도 웃고 있는 지크하르트 왕에게 나는 불만을 말하지는 않았다.
비록 소중한 가게가 벌집이 되어버린다고 해도, 상대는 한 나라의 왕이다.
화는 날지라도 불평을 말 할 수는 없다.
내심 망연자실 해질 뿐이다.
“아!”
무심코 소리를 높이다가 입을 손으로 눌렀다.
“음? 왜그러지?”
“어쩌죠. 조금 있으면 손님이 오는데!”
탄환의 비가 거칠어지는 가운데 나는 지금 시간이 생각에 미쳐 머리를 감싸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손님 걱정인가. 열심히 일하는 구나! 멋있다. 로냐!”
조금 초점이 어긋난 관심을 받았다.
“다, 다릅니다.”
그만 소리쳐 버졌지만, 총성에 묻혀버린다.
그러나 곧 총성이 멈추고 탄환의 비가 그쳤다.
밖에서 비명 소리가 들린다.
아, 와버린 것 같다.
나는 이마를 누르고 주저앉고 싶었지만 어떻게든 참았다.
“아가씨! 괜찮아!?”
자리에서 일어서자 그와 동시에 벌집이 된 하얀 문을 열고 류세 씨가 뛰어들었다.
수인의 모습이지만, 걱정 가득한 얼굴이었다.
류세 씨는 내 손을 잡고 안전을 확인하자“아아” 하며 큰 한숨을 내쉬었다.
“저놈들 ...용서할 수 없다.. 가게를 이렇게 만들어 놓다니!!”
류세 씨는 크르르릉 하는 소리를 내며 난폭한 발걸음으로 다시 밖으로 나간다.
“류세 씨!”
“네놈들! 각오는 되어 있겠지!!”
불러세운 목소리는 류세 씨의 노성에 가로 막혔다.
공기를 떨게 만다는 그 소리에 나는 눈을 꽉 감는다.
노성은 질색이다.
평소같은 류세 씨와 치세 씨의 말다툼이라면 아직 괜찮지만 말이다.
밖에서는 싸우는 듯한 소음과 고성이 오간다.
정신을 차려 보면 시바 씨도 없다.
참전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곧 시제 씨가 들어 왔다.
순수한 검정색의 사자가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은 분위기로 알 수 있었다.
가게를 한번 둘러보고는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부숴버릴 듯한 얼굴.
솔직히 너무 무섭다.
으르렁거리는 소리라도 듣는다면 벌벌 떨 것만 같다.
그런 시제 씨에게 압도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다.
“괜찮아요, 시제 씨. 마법으로 금방 고칠 수 있어요.”
“.....”
시제 씨는 아무 말도 없었다.
“바깥에 있는 분들은 괜찮나요? 부상은 없습니까?”
“......”
“우리라면 걱정 할 필요 없어. 다 치웠어.”
침묵하는 시제 씨 대신 대답한 것은 그 뒤로 들어온 세나 씨다.
탁탁 손바닥을 쳐서 모래먼지를 털어낸다.
“다행이네요. 걱정 끼쳐 드려서 죄송해요.”
“정말이지. 총소리가 들려서 또 악마가 습격이라도 했나 싶었다니까.”
세나 씨도 한숨을 내쉰다.
수인 용병단들은 상황이 좋지 않는 건너 편 나라에서 흘러들어오는 도둑 같은 사람들을 쫒아내며 도무스 카자 거리를 지키고 있다.
그것도 완벽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침입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총소리를 듣고 나를 노리는 악마의 소행이라고 생각해도 무리는 아니다.
거리는 평온하니까 말이다.
“크하하, 훌륭하구나! 소문으로 들은 최후의 최강 수인 용병단 이라는 것은 너희들인가!”
그때 웃음소리와 함께 목소리를 낸 것은 지크하르트 왕이었다.
카운터 석에 앉아 팔짱을 끼고 있었다.
나라의 끝에서 산책을 즐기던 그의 귀에까지 그 소문이 들어 간 것 같다.
“요정 진....?”
세나 씨는 처음 보는 요정 진을 눈앞에 두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시선의 끝은 지크하르트 왕의 머리에 올려져 있는 왕관.
“...의 왕?”
설마 알아맞히다니. 과연 세나 씨, 눈썰미가 좋다.
“나는 지크 하르트. 알라딘 국의 왕이다.”
지크 하르트 왕은 자신의 신상을 숨기지 않고 밝혔다.
세나 씨가 지크 하르트와에서 나로 시선을 돌린다.
나는 쓴웃음을 짓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그 말이 진실이라고 알리기 위해 고개를 끄덕인다.
“이번에는 왕의 행차인가...”
이번에는?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류세씨가 다시 물어본다.
“이봐, 아가씨. 저 파란 놈은 뭐야?”
“요정 진인 시바 씨입니다.”
“아, 요정 진인건가? 치세와 마주보고 있는데.”
치세 씨는 첫 대면의 사람을 경계한다.
“시바여. 끝났다면 돌아오거라.”
그렇게 지크 하르트 왕이 부르자 “네, 폐하.” 하며 시바씨가 돌아왔다.
“치세.”
시제씨가 짧게 부른다.
“응,보스.” 하며 치세 씨는 꼬리를 흔들며 돌아왔다.
.......비슷해 보인다. 사이좋게 될 것 같다.
“로냐. 내가 되돌려 주마.”
“폐하가 아니라 제가 고치겠습니다.”
지크하르트 왕이 직접 마법으로 고치려 했지만, 쟈스민 씨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나섰다.
“괜찮습니다. 정리 마법을 걸어두었으니까요.”
쟈스민 씨의 손을 번거롭게 할 필요 없다.
나는 짝하고 손뼉을 치고는 손을 크게 벌렸다.
가게에 빈틈없이 마력을 넓힌다.
마법이 작동하자, 금방 구멍이 막히고 총알이 내 손바닥 위에 모였다.
깨진 유리도 퍼즐조각이 맞춰지는 원래대로 돌아간다.
모두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밖에 묶어 놓은 놈들은 왕을 노린 자객인가?”
세나 씨가 입을 연다.
“네, 그런 것 같아요.”
“정리를 도워줘서 고맙다. 보수는 내가 내도록 하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지크 하르트 왕은 보수를 꺼냈다.
그러자 세나 씨의 눈이 강렬한 눈빛으로 바뀐다.
“괜찮나? 우리는 수인 용병단. 최후의 장소에서 최강이라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실력자다.”
“상관없다!낸다!”
“....좋아.”
드물게도 세나 씨의 꼬리가 흔들렸다.
개는 기쁠 때 오른쪽으로 꼬리가 많이 흔들린다고 들은 적이 있다.
세나 씨, 기뻐하는 듯 하다.
임시 수입이 고액이라 기쁜 걸까.
쟈스민 씨가 금화가 가득 들어있는 주머니를 건네주자, 금화 주머니를 손에 든 세나 씨는 오른쪽으로 꼬리를 흔들흔들 흔들었다.
“뭐? 왕? 오옷! 쩔어! 왕을 본건 처음이야!”
류세 씨는 왕이라는 것을 알자,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손가락질 까지 하고 있었기에 나는 부드럽게 그 손가락을 내려주었다.
“그런데, 왜 진의 왕이 이런 끄트머리에 있는 거지?”
그리고는 쉽게 말을 건다.
왕이 상대여도 변하지 않는 태도.
적어도 경어를 씁시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쓸 것 같지도 않다.
“산책을 하던 것이다. 이 노옹의 취미라서 말이야. 오프리룸 왕국은 넓으니 즐겁구나.”
“흐음-.”
지크 하르트 왕은 신경쓰지 않고 류세 씨에게 상냥하게 말해주었다.
류세 씨도 태도를 바꾸지 않고 지크하르트 왕 옆에 앉았다.
그의 특등석이다.
그리고는 “이 근처의 거리라면 다 알고 있다구.”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사이 나머지 용병단 분들은 평소에 앉던 자리에 앉는다.
평소와 같다.
사양이라는 것을 하지 않는다.
“점장! 망고 무스 케이크!”
“아,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류의 상황을 보고 오겠습니다.”
반짝반짝 눈을 빛내는 치세 씨 에게는 미안하지만 기다려 줬으면 한다.
2층에 가니, 류는 두꺼운 이불을 뒤집어 쓰고 부들부들 떨고 있다.
“미안, 류. 무서웠지? 이제 괜찮아.”
“...로냐!!”
두 팔로 감싸고 달랬다.
류는 내 가슴에 뛰어들었다.
착하지 착하지.
맨 먼저 달려오지 못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아랫층에 갈까? 어제의 수인 용병단이랑 진의 왕 지크하르트 님도 계시는데.”
“로냐랑 있을래....”
그럼. 하며 머리를 쓰다듬고 1층의 가게로 내려갔다.
“지크하르트 폐하. 소개하겠습니다. 필로 족의 류입니다.”
“이건 놀랐구만! 필로 족인가! 지크하르트다. 반갑다.”
“......”
필로 족이라는 것을 알고 눈을 크게 뜨면서도, 지크 하르트 왕은 손을 내민다.
하지만 류는 그 손을 잡지 않았다.
“음. 힘든 일을 겪은 것인가. 뭐, 해를 입히는 존재가 아니다. 같은 푸른 사람이다. 사이좋게 지내지 않겠나.”
필로 족의 처지와, 왜 이렇게나 두려워 하는지 까지 이해를 하고 따듯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류가 나의 치마를 쥔 손의 힘을 느슨하게 했다.
조금은 경계를 푼 것 같다.
과연 대범한 성격의 소유자이며 한 나라의 왕으로 선정된 분 답다.
“거기 푸른 수인이여! 사이좋게 지내지 않겠나!”
“으,오, 어...”
아직도 경계를 하고 있던 치세 씨에게도 말을 걸었다.
치세 씨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눈을 뒤룩뒤룩 굴린다.
“평소대로.”
그런 치세 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제 씨는 주문을 했다.
“아, 그리고 망고 무스 케이크.”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추가 주문을 했다.
치세 씨도 정신을 가다듬고 같은 주문을 했다.
“오, 망고 무스 케이크는 일품이었나 보구나.”
“정말 기대돼..”
류세 씨는 여전히 지크 하르트 왕과 스스럼없는 태도로 말을 나눈다.
그런 류세 씨도 평소와 같은 것을 주문한다.
세나 씨 또한 무스 케이크를 주문했다.
“아가씨의 요리는 뭐든지 일품이야.”
“나도 처음에 말했었지. 로냐는 재색 겸비 이구나.”
“확실히.”
그런 대화를 들으며 스테이크를 굽는다.
류는 여전히 나에게 매달린 채이다.
“앗..”
나도 모르게 소리를 흘린다.
“치세 씨...여러분....케이크가....”
총격전에 휘말린 케이크가 한눈에 보기에도 무참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엉망진창이다.
“에, 케이크는 고쳐지지 않는거야?”
“건물에 마법을 걸어놨었기에, 케이크 까지는 아무래도....”
“탄환이 들어있지 않으면 괜찮아. 그 상태로 줘. 먹을게.”
“네? 그런, 이런 것을 드릴 수는 없어요.”
보여 준 것이 잘못된 선택이었을까.
치세 씨는 내 손에서 케이크를 빼앗아 간다.
“치세 씨!”
“맛있어!!”
손가락으로 떠서 먹어버린 치세 씨는 시제 씨에게도 내민다.
되찾으려고 하기도 전에 시제 씨 또한 손가락으로 떠서 맛을 본다.
“.....맛있다. 문제없다.”
“아.......”
되찾으려고 했던 손이 시제 씨의 검은 손에 의해 살며지 멈춰세워진다.
“괜찮아. 맛은 변하지 않으니까. 먹을게.”
“그런....”
“전부 꺼내 줘, 다 먹을게.”
세나 씨 까지도 엉망이 된 케이크를 먹겠다고 한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망고 무스 케이크의 대금은 받지 않겠습니다.”
“...알았어.”
백보 양보해서 먹게 했지만, 돈은 받지 않겠다고 미리 알린다.
세나 씨는 잠깐 시간을 두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류세 씨도 치세 씨도 히죽이죽 웃는다.
“아,. 또 팁이라고 하면서 돈을 잔뜩 주려는 건가요? 안됩니다. 세나 씨.”
“팁은 우리 마음이지.”
“세나 씨...”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어서 못 박아 뒀지만, 세나 씨는 자기마음이라고 말하며 샌드위치를 베어문다.
류세 씨와 치세 씨는 킬킬대며 웃었다.
“사이가 좋구나! 크하하하!”
지크 하르트 왕도 함께 웃는다.
“그런데 로냐여. 우리 나라에 오지 않겠는가?”
그 발언 후 공기가 바뀌었다.
아까까지 평소와 같이 웃던 류세 씨들은 미소를 잃는다.
어딘가 찌릿한 분위기에 나는 수인 용병단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상심에는 우리나라가 최고지! 반드시 우리나라에 오거라!”
“상심? 그럴 필요 없을 텐데...가지 않아도 돼. 아가씨.”
류세 씨가 확연히 언짢은 기색이 가득한 목소리로 거절하라고 말한다.
“한번 로냐를 초대하고 싶었던 것이다. 와 주었으면 한다. 그래., 수인 용병단 제군들도 어떤가?”
“아?”
케이크를 다 먹은 (이 케이크는 무사 했다) 지크 하르트 왕은 수인 용병단 에게도 말을 걸었다.
류세 씨는 얼빠진 목소리를 내고는 잘라낸 스테이크를 입 안에 넣었다.
“그래! 고용 형태는 어떤가! 그렇게 하지!”
“네? 그건....”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하려고 했다.
수인 용병단은 어디까지나 도무스 카자 거리의 용병.
지키고 싶은 대상은 도무스 카자의 거리다.
“로냐도 부탁한다. 이쪽도 부탁을 하는 것이다. 와 주었으면 한다.”
“아....네.지크하르트 폐하의 부름. 삼가 받들겠습니다.”
“아가씨!”
나의 거처를 누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면, 그 부탁을 들어드리도록 하자고 생각하는 그 순간.
류세 씨가 소리를 질렀다.
류도 나도 깜짝 놀랐다.
“호위의 일, 맡는다.”
“엣?! 보스!?”
거기서 시제 씨가 입을 열었다.
놀란 것은 류세 씨 뿐만 아니다.
세나 씨도 치세 씨도 일어서서 놀라고 있다.
“잠깐 보스. 여기는 어떻게 할 거야?”
“어제 녀석들이 있잖아.”
“아아....그래. 알았어.”
세나 씨는 그것만 듣고는 자리에서 일어서 가게를 나갔다.
“뭐?! 그런 놈들에게 맡긴다고?!”
아무래도 어제 온 용병단에게 맡기려는 듯 하다.
치세 씨도 류세 씨도 반대다.
그러나 시제 씨는 필요 이상으로 입을 열지 않는다.
치세 씨들은 입을 다물었다.
결정에 따르는 것이다.
“....그럼, 우리도 간다.”
“그래! 든든하구나! 로냐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예, 폐하.”
나는 내심 쓴웃음을 짓는다.
류세 씨 들이 이대로 지크 하르트 왕과 대화를 계속해도 될까.
고민이다.
“앗...그러고보니, 지크하르트 폐하. 분명, 폐하의 탈것은 ...복슬복슬 하다고 들었습니다.”
“오오. 그래. 복슬복슬 하지.”
“복슬복슬..”
전에 들은 바 있던 탈것을 보고 싶다.
“복슬복슬이다.”
이상하게도, 지크 하르트 왕은 다시금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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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느긋설탕
너무 길어...
다음 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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